천 년의 미소
남 석 우
선암사 천 살 잡순 돌부처 앞에 서있는데
자벌레 한 마리가 세월을 자질해가며
돌부처 얼굴을 향해 기어오르면서
어찌 부동의 자세로만 서 계시냐고
이쯤해서 나를 무등 태우고
장군봉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보라고
돌부처의 어깨를 흔들어댄다
그 질문에 천 년을 시달렸을 돌부처
어깨에 걸터 앉은 자벌레를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움켜쥐고
장군봉을 향해 날아가는 걸 무심히 바라본다
수많은 살생을 지켜보았을 돌부처
코를 베어 간 바람이 아직도
천 년의 미소를 지우고 있는 중이다
쟁반 탑
남 석 우
순천의 아랫장날 보았다
좁은 골목을 타며 배달 다니는 아줌마를
그 머리 위에 쌓인 오층 쟁반 탑을
주춧돌도 없이
아슬아슬 포개어진 탑 속엔
분명 하얀 쌀밥이
사리처럼 담겨 있을 것이다
다보탑과 석가탑의 중생을 향한 보시가
어찌 저보다 더할 수가 있겠는가
저 밥 받아먹는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뒷물도 향기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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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창작마당
시- 천 년의 미소// 쟁반 탑
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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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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