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고백
다 해보자. 유치원 교사 빼고.
태생이 청개구리인건지 유아교육과 실컷 졸업하고
임용의 쓴 맛을 보고 나니
유치원 교사 빼고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나는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가장 중요시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도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돈이 1순위 인지, 명예가 1순위 인지, 워라벨이 1순위 인지
내 스스로도 내가 뭘 가장 우선시하는 지 몰랐다.
어찌보면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나. 단 한번도 일해본 적 없는 학부생이 뭘 알겠는가.
경험이라고는 사립 유치원 실습 밖에 없었고 그때 너무 힘들었어서 거기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와중 어깨너머로 본 게 있어서 인지
내 친구가 준비 중인 직업 중 괜찮아보였던 것들을
따라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약사 다음으로 내 레이더망에 걸린 직업은 '수의사'와 '변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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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찝쩍임. ‘수의사’
동물 병원이 사람 병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실제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개를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비싸다.
예전에 부모님이 ‘A동물병원 잘 돼서 빌딩 세웠다더라’라고 말한 기억도 났다.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동물 병원이 돈이 된다니 의외의 발견. 솔깃했다.
멋진 가운을 입고 귀여운 동물들을 치료하며 돈도 잘 버는 수의사, 좋지 아니한가.
마침 유아교육과 동기 중 수의사를 준비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 수의대 준비하는 거 어때? 나도 해 볼까?
친구 : 우리 같이 준비하자. 내가 다 알려줄게. 우선 학점 은행제부터...
수의사도 되기 무척이나 어려웠다. 수학, 과학 관련 선수과목 이수는 물론 바늘구멍을 뚫고 편입에 성공해야 했다.
수의대는 전국에 몇 개 없는 데다 서울대, 건국대 수의학과를 제외하고 모두 지방에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평생 안해본 이과계열보다는 문과계열 시험인 임용이 쉽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넘볼 수 없는 직업인 걸까.
착잡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친구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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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찝쩍임. ‘변호사’
학점 관리는 그래도 무난하게 했던 나는 로스쿨에 다니던 유아교육과 과탑 친구에게 로스쿨은 어떤지 물어봤다.
엄청 힘들댄다. 그 친구는 공부를 습관처럼 했던 친구여서 자신이 공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 데
로스쿨에 와서 처음으로 공부가 싫어졌다고 했다. 너무 공부할 게 많고 어렵다고.
친구가 공부하던 책을 봤었는데 진짜 엄청 두꺼운 백과사전에 빼곡히 깨알같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시험범위도 끝이 없었다.
갑자기 임용 수험 서적이 그리워졌다.
그건 훨씬 두께도 얇고 글씨도 컷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호사시험도 합격률이 50% 아래로 내려가는 시기라 정말 불안하다고 했다.
그 친구보다 대학시절 공부를 안했던 나는 그 친구가 어렵다면 난 더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변호사의 길도 아니구나 생각하고 접었다.
나는 그 어떤 직업도 간절하게 원하지 않았고
힘들어 보이면 쉽게 마음을 접었다.
유아교육과 출신이라고 못할 것은 없다.
내 친구들이 수의사도 되고 변호사도 된 것처럼 '하면 다 된다'.
필요한 것은 간절함과 도전 정신이었을테다.
그런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 간절함도 나의 의지 박약 때문에 없었던 게 아니라
그또한 우연히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일단 마음 먹고 준비를 시작했다면
거기에 쓰인 시간, 비용, 노력에 대한 매몰비용 때문에라도 처절하게 그 직업을 하고 싶어졌을 것이다.
간절함이 절로 생겼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 없어도 우선 수의사 준비던 변호사 준비던 발 담그고 계속 공부했다면 그게 나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되었으리라.
이거 아니면 안돼! 라는 간절함이 생겼을 거다.
앞선 약사친구처럼 큰 포부가 없었을지라도
하다보면 간절해지고 언젠가는 되었으리라 생각도 든다.
결국 직업이라는 것은
1. 내가 심사숙고해서 큰 포부를 갖고 스스로 택하기도 하지만
2. 우연히 어쩌다가 운명처럼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1번 작업은 대충했고
2번의 경우로 나에게도 운명처럼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어진 순간이 오게 된다.
- to be continue -
첫댓글 도대체 찝쩍임이 얼마나 더 있을까? 하면서 봤는데 ㅋㅋㅋㅋㅋ 이 찝쩍임은... 세번째에서 끝나나요?ㅎ
지금 수정 보고 있어요 ㅋㅋㅋ이편에서 끝이 나기로!!!! ㅎㅎㅎㅎ🫶🫶💛💛
유아교육과면 이쪽 길로밖에 못 간다고 생각했었는데,,,친구들도 대단하네요! 친구분들은 유아교육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일찍 진로를 바꾼건가용 ㅠㅠ?
저도 딱 그랬어요 4학년졸업때까지 유아교육과면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ㅜ 힘들고 고된 유아교육과 무사히 졸업한 우리도 대단해요🥹👍 변호사가 된 친구는 타과 교수가 되는게 꿈이었어요. 유교과 과탑 ->전과 -> 타대학원 진학했다가 원하던 공부가 아니었어서 로스쿨로 돌린 케이스였어요~! 일찍 진로를 바꾼 것은 아니었어요. 수의사 친구도 타과 복수전공 다 마치고 뒤에 진로를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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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언제 올라올까요??? 우연히 찾아온 그 계기가 뭔지 너무 궁금해요🥰
다음화 올라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