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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장 큰 음녀 곧 바벨론의 등장과 음녀와 짐승의 관계 및 음녀의 멸망 선포
구속자적 개관
본장은 넓게는 현 우주와 역사의 결정적 종말이 최종 도래하기 직전의 말세에 있을 상당 기간의 범 우주적 대환난(大患難)에 대한 일련의 묵시들의 연속 부분이다. 즉 상호 점진적으로 강도를 더해가면서 연속되는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재앙 등 일련의 삼대 7중 재앙의 묵시(黙示)를 보도하는 제 4-18장까지의 일련 기사의 연속 부분이다.
또한 본장은 좁게는 바로 앞의 제 16장에서 삼대 7중 재앙 중 마지막 7중 재앙인 일곱 대접(bowl)의 재앙에 대한 묵시 기록이 주어짐으로 해서 일단 삼대 7중 재앙 자체에 대한 묵시 기록은 종결된 상태에서, 이제 제 4-18장 사이의 말세의 대환난에 대한 묵시 기록 사이 사이에 게재된 총 7개의 삽경 중 마지막 삽경인 큰 음녀 곧 바벨론(Babylon)의 멸망에 대한 제 7삽경을 보도함으로써 말세의 대환난에 대한 일련 기사 전체를 종결하는 제 17-18장의 제 7삽경 기사의 전반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문맥하에서 제 7삽경은 주의 재림으로 현 우주가 완전히 붕괴되고 또 백보좌 심판 이후 현 우주를 완전히 갱신한 새 하늘과 새 땅이 완전히 조성되는 등의 일련의 대종말 사건이 결정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일단 세속 문화의 핵심지인 대도시가 먼저 철저히 파괴될 것을 보여 준다. 즉 이 제 7삽경은 주의 재림 직전에 무엇보다 먼저 현 세속 문화가 대파국에 이를 것을 큰 음녀인 바벨론의 멸망의 묵시를 중심으로 해서 다중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면 이제 상호 연속되어 하나의 삽경(播景)을 이루는 제 17-18장의 기사를 함께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17:1-6은 일차적으로는 세속 문화의 주도자인 대도시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세 속 문화에 오염된 세상 문명 전체를 상징하는 큰 음녀 곧 바벨론의 화려하지만 사악하고 음흥한 자태와 그녀가 교회를 핍박하는 데 광분하고 있는 상태를 보여 준다. 다음 17:7-14절은 이러한 큰 음녀 곧 바벨론과 사탄의 부하 중 수뇌인 적그리스도(Anti-Christ)를 상징하는 일곱 머리와 열 뿔 가진 짐승의 밀착 관계 및 음녀를 태운 이 짐승이 어린양을 대적하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리하여 이를 통해 세속 문화의 이면에는 적 그리스도가 존재하며 그는 세속 문화를 그리스도에게 도전하는 매체로 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이어지는 17:15-18절은 큰 음녀 곧 바벨론이 자신을 태워주던 바로 그 짐숭에 의해 멸망될 것을 보여 줌으로써 결국 말세에 적 그리스도가 세상을 살육하고 파멸시킬 것임이 예언적으로 선포된다.
그리고 18:1-3절은 이제 시각을 조금 바꾸어 바벨론 곧 큰 음녀가 패망한 이후에 천사가 이를 선포하는 묵시를 통하여 세속 문화를 주도하던 대도시 곧 나아가 그런 세속 문화에 오염된 현 세상 문명의 파멸이 확실함을 보여 준다. 이에 이어지는 18:4-8은 이제 바벨론의 파멸이 이처럼 확실하므로 바벨론 도성의 죄에 참여치 말 것을 권면하는 하늘의 음성을 기록함으로써 성도가 세속 문화에 오염되거나 동참지 말아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 18:9-20은 이제 세속 문화의 중심지인 바벨론의 패망에 즈음하여 왕과 상인 등 세속 문화의 정치 ․ 경제적 지도자들이 절망하여 애가를 부를 것을 보여 준다. 그리하여 이를 통해서 말세의 대도시 및 세속 문화 전반의 파괴가 이 세속 문화만 추종하는 자들에게는 절망과 패배만을 안겨줄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끝으로 18:21-24은 다시 한번 한 강한 천사가 세속 문화의 중심인 대도시 또는 세상 전체를 상징하는 바벨론의 파멸이 전면적이고도 또한 최종적일 것임을 예언적으로 선언하는 묵시를 보여 줌으로써 다가오는 말세의 세속 문화의 파국에 대하여 거듭하여 종말론적 경고와 각성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제 17-18장 두 장에 걸쳐서 상호 연속되어 그 관점과 시점을 달리하며 현 우주와 역사가 전면 마감되고 다시금 새로이 신천 신지의 역사가 개시되는 최종적 종말이 있기 직전에 일단 현 세속 문화의 중심지인 대도시 나아가서는 세상 문명 전체가 대파국을 맞을 것을 다중적으로 제시하는 제 7삽경의 각 문단별 구속사적 교훌 및 의의는 해당 강해 주석을 보라. 그리고 이제 본 개관에서는 그 취지상 이 제 7삽경의 일련 기사가 전단적으로 갖고 있는 구속사적 의의만 정리하기로 한다.
한 마디로 이 큰 옴녀인 바벨론의 멸망의 묵시 기사의 의의는 종말론적 비전하에서 세속 문화의 실체와 그 궁극적 운명에 대하여 구속사적 인식을 갖게 하고 나아가 세속 문화에 대한 성도의 바람직한 구속사적 자세를 정립하게 하는 등 소위 구속사적 문화관(救贖史的 文化觀)을 정리하는데 결정적 방향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하겠다. 이제 이를 보다 상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제 7삽경은 우리에게 태초 사탄(Satan)이 첫 사람 아담을 미혹시켜 범죄케 한 이래의 현 세상의 세속 문화는 근본적으로 현 세상의 공중 권세 잡은 사탄과 그가 야기시킨 범죄의 오염 아래 있는 것임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엡 2:2). 따라서 세속 문화가 외면적으로는 그토록 화려하고 위대한 업적을 자랑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인간을 무시하고 오직 물질을 우선시하는 물질주의, 쾌락주의, 이기주의 등의 오염에 허덕이고 있는 근본 이유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입각한 신본주의(Theocentricism)를 버리고 사탄을 좇아 인간이 자신을 절대시하는 인본주의(Anthropocentricism)를 취했기 때문임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이 제 7삽경은 이처럼 사탄과 사탄이 야기시킨 죄성으로 근본 오염된 세속 문화는 그 자체의 모순과 결함으로 해서 절대로 완전한 조화와 일치를 이를 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에게 온전한 평화와 기쁨을 줄 수 없는 이 세속 문화는 마침내 창조주 하나님의 죄를 미워하시고 벌주시는 공의와, 또한 이를 통하여 택한 성도에게 새 세상과 새 문화를 주시고자 하시는 사랑에 의하여 심판받아 종말론적 붕괴를 당할 운명에 있음을 섬뜩하고도 선명한 범우주적 스케일의 묵시들을 통하여 생생하게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 성도는 이러한 제 7삽경의 본문 말씀이 보여 주는 현 세속 문화의 미래에 대한 생생한 묵시 앞에서 새삼스레 질고와 모순에 쌓인 세속 문화의 실체와 그 운명에 대한 확고한 구속사적 인식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세속 문화가 아무리 화려하다 하여도 그 겉모습에 미혹되어 세속 문화에 맹신적인 기 대를 하거 나 아니면 세속 문화만 보고 절망과 허무에 라지거 나 하는 모든 것이 다 바른 태도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이제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하여 우리는 성도로서 세속 문화에 대한 바른 자세의 정립을 시도하게 된다. 즉 현재는 세속 문화의 이러한 제한성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구속 사역(救贖 事役)이 이미 성취되기는 하였으나 오고오는 세대 중에 택한 모든 하나님의 백성이 모두 다 회개하여 구원얻을 충분한 시간 확보를 위하여 아직 그 구속 사역의 온전한 실현인 천국 구원(天國 救援)이 최종 실현되지 않은 과도기적 중간기라는 것이다(딤전 2:4; 벧후 3:9). 따라서 이미 천국 구원을 확증받은 성도들이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이 땅에 더 살아야 하는 현재에는 세속 문명의 이러한 제한성과 아울러 아직은 더 세속 문화 바로 그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 곧 세속 문화와 성도와의 필연적 관계도 동시에 깨달아야 함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 안에서 세속 문화와 관계를 갖되 그것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사모하여 그것이 보다 더 확장될 수 있도록 세상을 복음(the Gospel)으로 변화시키는 선교적 자세만이 세속 문화에 대한 성도의 올바른 구속사적 자세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고전 5:10; 벧전 2:12).
외울 말씀
저희가 어린 양으로 더불어 싸우려니와 어린 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저희를 이기실 터이요 또 그와 함께 있는 자들 곧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들은 이기리로다(계 17:14)
큰 음녀의 모습과 정체
1 또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와서 내게 말하여 가로되 이리 오라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음녀의 받을 심판을 네게 보이리라
2 땅의 임금들도 그로 더불어 음행하였고 땅에 거하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 하고
3 곧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4 그 여자는 자주 빛과 붉은 빛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더라
5 그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
6 또 내가 보매 이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라 내가 그 여자를 보고 기이히 여기고 크게 기이히 여기니
큰 음녀와 짐승
7 천사가 가로되 왜 기이히 여기느냐 내가 여자와 그의 탄 바 일곱 머리와 열 뿔 가진 짐승의 비밀을 네게 이르리라
8 네가 본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니 땅에 거하는 자들로서 창세 이후로 생명책에 녹명되지 못한 자들이 이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나올 짐승을 보고 기이히 여기리라
9 지혜 있는 뜻이 여기 있으니 그 일곱 머리는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요
10 또 일곱 왕이라 다섯은 망하였고 하나는 있고 다른 이는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이르면 반드시 잠깐 동안 계속하리라
11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어진 짐승은 여덟째 왕이니 일곱 중에 속한 자라 저가 멸망으로 들어가리라
12 네가 보던 열 뿔은 열 왕이니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으나 다만 짐승으로 더불어 임금처럼 권세를 일시 동안 받으리라
13 저희가 한 뜻을 가지고 자기의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주더라
14 저희가 어린 양으로 더불어 싸우려니와 어린 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저희를 이기실 터이요 또 그와 함께 있는 자들 곧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들은 이기리로다
큰 음녀와 멸망 선포
15 또 천사가 내게 말하되 네가 본 바 음녀의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이니라
16 네가 본 바 이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망하게 하고 벌거벗게 하고 그 살을 먹고 불로 아주 사르리라
17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할 마음을 저희에게 주사 한 뜻을 이루게 하시고 저희 나라를 그 짐승에게 주게 하시되 하나님 말씀이 응하기까지 하심이니라
18 또 내가 본 바 여자는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큰 성이라 하더라
본문 & 자료노트
도표-17:1-18 계시록의 세 여인
1. 해를 입은 여인: 신 ․ 구약 시대를 망라하는 전시대의 교회 공동체(12:1-7)
2. 타락한 음녀: 세상 국가와 사람들을 지배하는 악의 중심 세력(17-18장)
3. 순결한 신부: 하나님을 믿고 그리스도의 신부로 거룩히 구별된 교회(21:9)
도표-17:1-6 큰 음녀의 모습과 상징적 의미
여기서 '큰 음녀'는 또 다르게 '큰 성 바벨론'이라 칭하기도 하는데(5절; 18:2), 전자가 세상 모든 국가와 사람들을 지배하는 세상 권세의 중심 세력을 의인화시켜 표현한 상징적 칭호라면 후자는 그러한 세상 권세에 의해 지배되는 악한 이 세상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본장에는 이러한 세상 권세가 적그리스도의 비호 아래 활동하다가 결국은 적그리스도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16절)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편 본문은 큰음녀의 모습을 통하여 세상 권세의 특징들을 잘 보여 주고 있는 바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많은 물 위에 앉음(1절): 세상 모든 국가와 사람들 위에 군림함
2. 붉은빛 짐승을 타고 있음(3절): 적그리스도의 비호 속에 권세를 행사함
3. 몸을 화려하게 치장함(4절): 물질주의와 향락주의로 세상을 미혹함
4. 손에 더러운 것이 가득한 금장을 만듬(4절): 겉은 아름다우나 속은 온갖 죄악이 가득함
5. 이마에 바벨론이라는 이름이 있음(5절): 사람들을 유혹하여 자신의 시종이 되게 함
6. 성도와 예수 증인의 피에 취해 있음(6절): 하나님의 백성들 핍박을 낙으로 삼음
주요주제-17:1-18 묵시 문학의 이해
단 서른 특별자료 참조
원어연구-17:2, 음행하다
이에 해당되는 헬라어는 '포르뉴오'( )이다. 이 단어는 자기의 몸을 성적 용도로 파는 석자인 '매춘부', '창녀'라는 뜻의 '포르네'( )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러한 '포르뉴오'의 기본 의미는 창녀처럼 자신의 정조를 버리고 정욕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과 성적인 접촉을 갖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음행하다', '간음하다'이다.
한편 이 단어의 성경적 용례를 보면 이 단어는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부정한 관계나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마 5:32; 막 7:21)까지도 포함한다. 또 영적인 의미에서 하나님을 믿던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 우상 숭배에 빠져 신앙의 정조를 버리는 것(계 18:3,9)을 가리키기도 한다.
본문에서 이 단어는 이 세상의 임금들이 하나님께 마땅히 바쳐야 할 사랑을 버리고 이방신이나 우상 숭배에 빠지는 부정을 저지르는 행위를 가리켜 사용되었다. 또한 이는 본문에서 단순히 우상 숭배 행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이방 종교 제전 가운데 행하여지는 종교적인 행음뿐만 아니라(계 2:14,20,21) 도덕적인 타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본문에서 우상 숭배를 조장하여 세상 권세를 장악하고 있는 큰 음녀는 종교적, 도덕적으로 범죄하도록 미혹하는 자로, 성도들에게 말세지말을 당하여 더욱 경계해야 할 사탄의 세력의 특징이 무엇인지률 잘 일깨워 주고 있다.
도표-17:1-18 성경에 나타난 '큰 음녀'의 예표
1. 아스다롯(왕상 11:5): 시돈의 풍요의 여신으로 바알신의 아내
2. 이세벨(왕상 16:31-33): 성도를 핍박하고 우상을 섬기게 함
3. 하늘 황후(렘 7:18): 앗수루 바벨른의 모신(母神)
4. 헤로디아(마 14:7-11): 성도의 피를 요구함
5. 에베소의 아데미 여신(행 19:17,27,28): 헬라 12신의 하나로 풍요와 다산을 상징
도표-17:1,3,9,10 계시록에 나타난 '7'
계 4장 자료노트 참조
도표-17:7-18 적그리스도의 탁월함
1. 궤휼에 뛰어남(단 8:23)
2. 웅변술이 뛰어남(단 11:36)
3. 상술이 뛰어남(단 11:43)
4. 종교가적 능력이 뛰어남(살후 2:4)
5. 남이 매혹될 만한 외모를 지님(계 9:8)
6. 전술이 뛰어남(계 13:2,7)
7. 정치력이 뛰어남(계 17:11,12)
17:1-6 큰 음녀의 모습과 정체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말미암아 결정적으로 최종 도래할 대종말 이전에 이 세상에 임할 소위 말세의 대환난이라 불리우는 삼대 칠중 재앙은 제 6-16장에서 다 언급되었다. 그리고 이제 최종적인 대종말의 시작인 그리스도의 재림 기사가 언급될 순서이나 저자는 삼대 칠중 재앙의 마지막 재앙인 일곱째 대접 재앙이 끝나는 16:21과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서곡을 울리고 있는 19:1 사이에 하나의 삽경(揷景)을 그려 놓는데 이 삽경은 본서의 본론 제 2부인 제 4-18장 사이에 게재된 총 7개의 삽경 중 마지막 삼경인 제 7 삽경이다.
이 제 7삽경은 16:19의 일곱 번째 대접 재앙 때에 무너진 큰 성 바벨론에 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중요한 삽경으로 17:1에서 18:24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제
7삽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음녀의 모습과 정체(17:1-7), ② 음녀가 탄 짐승의 비밀(17 : 7-14), ③ 음녀에 대한 멸망 선포(17:15-18), ④ 음녀의 멸망(18:1-8), ⑤ 음녀의 멸망에 대한 애가(18:9-20), ⑥ 음녀 멸망의 결과(18:21-24) 등 여섯 단락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맥락하에 본단락은 위 여섯 단락 중 첫째 단락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음녀의 모양과 특성을 매우 상징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다. 즉 음녀는 13:1의 짐승의 권세를 등에 업고(3절) 매우 사치스럽고 가증한 물건으로 자기 몸을 치장하고(4절)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이마에는 큰 바벨론, 곧 모든 음녀와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는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5절). 그리고 이러한 음녀는 세상의 집권자들과 음행하며 세상 백성들로 하여금 음행하게 하고(2절), 또 하나님의 백성을 죽이는 특성(6a절)을 가지고 있다. 곧 음녀는 세상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우상을 섬기게 하고 악을 행하게 하며 음란하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을 거스려 하나님을 섬기며 의를 행하는 이들은 죽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본문은 우리에게 중대한 사실 하나를 가르쳐 준다. 그것은 마지막 일곱째 대접 재앙에 의해 멸망할 바벨론은 그 멸망의 순간까지 이 땅에 사는 모든 인간들에게 음행과 우상 숭배를 하도록 강요하고 억압한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 억압에 못이기는 자는 범죄함으로 멸망에 이르게 하고(14:8) 저항하는 자는 핍박과 죽임으로 괴롭히는데(13:15), 이러한 큰 성 바벨론은 인간이 조직 사회를 시작하면서부터 마지막 때까지 계속해서 존재한다. 그래서 그 이름이 고대의 대도시였던 바벨론으로 상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이름은 다를지라도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세상 모든 사람을 멸망에 이르도록 유혹하는. 그 역할을 변치 않고 감당하고 있는 음녀라는 큰 도시가 반드시 있다. 그러므로 성도된 우리는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우상 숭배와 음행을 조장하는 음녀라는 도시는 과연 어느 도시인가를 분별하여 그것이 퍼뜨리고 있는 음행과 우상 숭배를 따르지 말고 우리의 모든 것을 내걸고서라도 하나님의 말씀이 권고하고 있는 의와 선을 지키고 행하여야 하겠다(롬 12:1,2; 빌 1:9,10; 요일 4:1).
17:1 또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와서 내게 말하여 가로되 이리 오라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음녀의 받을 심판을 네게 보이리라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 하나가‥‥가로되. - 본장의 내용이 제 16장에 나오는 '일곱 천사 중 하나'에 의해 계시된 것이라는 사실은 본장의 내용이 앞장과 연관되어 있는 것임을 암시해 준다. 사실 본장은 앞장과 전혀 연관이 없는 내용이거나 반대로 부속되어 있는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제 16장의 일곱째 대접 재앙에서 바벨론의 멸망이 언급되었는데(16:19) 이제 본장에서는 그것에 관해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 오라‥‥네게 보이리라. - 이것은 저자 요한이 성령에 감동하여(3절) 황홀경의 상태에서 새로운 환상을 목도하게 되었음을 표현하고 있는 구절이다(Ladd). 계 4:1 주석 참조.
많은 물 위에 않은 큰 음녀. - '많은 물'은 15절에 설명되어 있듯이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 즉 온 세상과 세상 거민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큰 음녀'는 18절에 설명되어 있듯이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큰 성', 즉 바벨론(5절)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본문은 바벨론이 세상 사람들 위에 앉아 그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이 바벨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계 14:8; 16:19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그곳의 주석을 참조하라.
17:2 땅의 임금들도 그로 더불어 음행하였고 땅에 거하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 하고 땅의 임금들도 그로 더불어 음행하였고. - '땅의 임금들'은 문자적으로 세상에서 자기 영토를 지배하는 통치자들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고 상징적으로 세상 각 나라들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도 본문에서는 각 나라들 또는 각 사회를 지배하는 지배 세력을 총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본문에서 '음행한다'는 것은 '바벨론이 이끄는 악의 풍조를 따라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본문을 해석하면 '세상 모든 나라 및 사회의 지배세력은 우상 숭배와 반윤리적 풍조를 조장하는 세계적 대도시의 조류를 따라 반그리스도적이고 반윤리적인 행위를 하였고'가 된다. 오늘날 지구촌(地球村)을 형성하고 있는 우리 세대가 우리 세대의 사상적 풍조와 유행을 리드(lead)하고 있는 대도시들의 조류를 따라 얼마나 반그리스도적이고 반윤리적인 행위, 곧 배금주의, 성적 타락, 사치, 살인, 강도, 사기 등의 죄악에 휘말려 있는가를 생각하면 본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땅에 거하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 앞에서 언급된 지배 세력은 물론 세상 모든 나라의 거민들도 예외없이 음녀가 조장한 우상 숭배, 육적 음행, 낭비, 교만, 폭력, 거짓, 향락 등에 빠졌음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이상과 같은 세상적인 것들은 마치 술과 같은 것이어서 인간이 미혹당하기 쉽고 일단 거기에 빠진 자는 자신들의 처한 상태를 알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견지에서 본문은 음행의 포도주에 취했다고 표현하고 있다(렘 51:7).
17:3 곧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 공동 번역은 본절을 '그 천사는 성령으로 나를 감동시켜 광야로 데리고 갔습니다'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요한이 하나님의 성령에 감동하여 환상 중에 광야의 광경을 목도하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한편 여기서 '광야'는 어떤 주석가가 주장하듯이 음녀의 황량한 비극적 최후를 시사하는 것이거나 메마르고 적막하고 죽은 무신론적 생활을 의미하기(Greijdanus)보다는 단순히 음녀가 지배하는 이 세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Pulmmer). 왜냐하면 저자는 지금 음녀의 종말을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음녀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알려 주기 위해 광야로 갔기 때문이다(3-5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 여기서 '여자'란 1절의 '큰 음녀'를 말한다. 이 음녀는 한 마리 짐승을 타고 있는데 그 짐승의 모양은 13:1의 짐승의 모양과 같다. 붉은 색은 비록 13:1에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12:3의 용의 색깔이 붉은 색인 점으로 보아 본절의 짐승은 용의 하수인인 13:1의 짐승과 동일한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13:1의 짐승은 적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본절에서 여자가 이 짐승을 타고 있는 것은 곧 세상 지배 권력과 적그리스도 간의 연합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합 관계는 성도와 그리스도간의 연합 관계처럼 영원하고도 공고한 것이 아니니 곧 깨어지고 말 것이다(16절). 한편 이 짐승의 '참람된 이름'과 '일곱 머리와 열뿔'에 관해서는 계 13:1 주석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니 참조하라.
17:4 그 여자는 자주 빛과 붉은 빛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더라
자주 빛과 붉은 빛 웃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 본서의 저자 요한이 생존하던 A.D. 1세기 당시의 사회에서 자주 빛, 또는 붉은색 옷은 부자나 높은 신분의 사람들만이 입을 수 있던 것으로, 그것은 그것을 입은 자들의 부와 권세를 나타내 주었다. 눅 16:19 주석 참조. 따라서 음녀가 자주빛 옷과 붉은빛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음녀가 큰 부와 권세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그리고 음녀가 또한 온갖 보석으로 자신을 치장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부와 권세를 바탕으로 온갖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더러운 것들이 가득하더라. - '가증한 물건'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브델뤼그마'( )이다. 이 용어는 주로 우상 숭배 행위 또는 우상 숭배와 관련된 혐오스러운 것을 가리키는 낱말이다(21:27). 다니엘은 이러한 것을 '멸망의 가증한 것'이란 말로 표현하였으며(단 9:27; 11:31; 12:11) 예수께서도 동일하게 표현하셨다(마 24:5; 막 13:14). 다음으로 '음행의 더러운 것들'에서 '더러운 것'에 해당하는 헬라어 '포르네이아'( )는 우상 숭배(고후 6:17)나 문자 그대로의 육체적 음행(엡 5:5)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본문을 이해하면 음녀는 아름다운 금잔에다 우상 숭배와 음행과 같은 아름답지 못한 것을 잔뜩 담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것은 음녀가 내적으로는 온갖 더러운 행위와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그것을 아름답게 치장시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음녀에게 미혹당하는 것은 사실상 이러한 그녀의 외적 화려함에 미혹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이 겉으로만 화려한 것에 매달릴지라도 성도된 우리는 그것이 결국은 멸망할 허망한 것임을 직시하여 영원히 멸망하지 아니할 것, 곧 하나님의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17:5 그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
그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다는 언급은 성도들의 이마에 하나님의 인이 쳐진 경우(7:3; 9:4; 14:1)와 짐승을 따르는 자들의 오른손과 이마에 짐승의 표가 새겨진 경우(13:16)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경우에는 이마에 새겨진 인이 새김을 당한 자가 누구에게 속한 자인가를 나타내 주었다. 본문에서는 이것이 그 경우와는 달리 자기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내 주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음녀의 이마에 새겨진 본문의 이름은 음녀 자신의 특성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로마 시대 때에 창기들은 자기 이마에 제 이름을 새긴 머리띠를 장식으로 두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Swete, Charles, Plummer). 이와 같은 사실에 빗대어 저자는 음녀는 마치 여왕처럼 붉은 및 옷과 많은 보석으로 치장했으나 실상은 세상 사람들을 꾀어 죄악의 길로 끌어들이는 창기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은연중 독자들에게 암시해 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 몇몇 학자는 '비밀'과 '큰 바벨론'을 동격의 말로 이해하여 '비밀'이 음녀의 이름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이ford, Hengstenberg).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비밀'이 음녀의 이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음녀의 비밀스러운 특성을 가리키는 말인 것으로 이해한다(Rist, De Wette, Charles). 본래 '비밀'에 해당하는 헬라어 '뮈스테리온'( )은 누군가를 지칭하는 이름이기보다는 감추어진 비밀, 또는 감취었다가 계시되는 비밀을 뜻하는 말이다(Lenski). 이러한 견지에서 공동번역은 본절 전체를 '그리고 그 이마에는 온 땅의 탕녀 들과 흉축한 물건들의 어미인 대 바벨론이라는 이름이 상징적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음녀'는 세상 모든 나라와 그 거민들을 각종 죄악으로 먹이고 양육하는 어미로서 그녀는 모든 세상 죄악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존재이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상을 감춘채 활동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자는 음녀를 '비밀'(살후 2:7)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음녀를 '바벨론'이라 칭한 것에 대하여서는 계 14:8; 16:19의 주석을 참조하라.
17:6 또 내가 보매 이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라 내가 그 여자를 보고 기이히 여기고 크게 기이히 여기니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라. - 궁극적으로 '성도'와 '예수의 증인들'은 같은 무리를 지칭하나 '성도'는 '예수의 증인들'을 포함한 하나님의 모든 택한 영적 자녀들을 가리키는 말이고, '예수의 증인들'은 특별히 복음을 증거하다가 순교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리고 '피에 취했다'는 것은 하나님을 적대하는 세상 권력이 성도들을 박해하고 죽이기를 서슴지 아니했음을 뜻한다. 본절의 여자, 곧 음녀는 성도들과 싸워 이긴 짐승(13:7)과 연합한 세력이므로 음녀가 성도들을 죽이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편 이 세상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미워하고 그 종들을 핍박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기 전부터 자행되었던 것으로(마 23:35) 이 핍박은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에게서 극대 화되어 급기야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제거하지 못하자(12:4-6) 이제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미워하여 그들을 핍박하는 것이다(요 15:19). 그리고 이러한 핍박은 최종적인 대종말 직전에 있을 소위 말세의 대환난기 때에는 아주 극심해질 것이다(13:15). 본문은 그러한 소위 말세의 대환난기에 있을 성도의 고난을 매우 상징적인 묘사로 언급하고 있다.
내가 그 여자를 보고‥‥기이히 여기니. - 요한이 여자를 보고 놀란 것은 그녀가 너무나도 끔찍스러운 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Plummer). 즉 저자는 음녀가 상상을 초월하는 가중한 모습으로 극악한 죄를 저지르자 그것을 보고 기이히 여긴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상의 죄가 너무나도 악해서 그 죄악의 실체를 본 요한이 차마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이 짓는 죄악의 실체가 매우 극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하찮케 보일지라도 죄란 본질적으로는 끔찍한 것임을 인식하여 우리는 조그마한 죄라도 저지르지 아니하도록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다.
17:7-14 큰 음녀와 짐승
본문은 그리스도의 재림 기사를 언급하기에 앞서 최종적인 대종말 직전에 이 세상에 임할 삼대 칠중 재앙 중 마지막 재앙인 일곱 번째 대접 재앙으로 무너진 큰 성 바벨론의 멸망(16:19)에 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제 7삽경인 17:1-18:24에서 두 번째 단락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본문은 앞단락인 1-6절에서 음녀가 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 짐승의 비밀, 곧 짐승의 정체(正體)와 사역을 설명해 주는 동시에 음녀와 짐승의 관계를 설명해 주고, 또한 앞단락의 상징적 표현들을 해석해 주고 있다.
본단락이 기록된 배경은 앞단락의 마지막 절인 6절에서 음녀가 짐승을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저자 요한이 크게 이상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즉 요한이 환상을 보고 의아해 하는 것을 본 일곱번째 대접 재앙을 집행하는 천사는 음녀가 타고 있는 짐승에 관해 설명해 줌으로써 결국은 짐승과 음녀가 공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그 짐승은 잠시 권세를 가질 뿐 곧 멸망할 것이며 성도는 피리스도로 말미암아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 성도가 죽임당하는 것을 슬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본문의 내용을 요한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기록 배경을 가지고 있는 본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본문은 큰 음녀 바벨론이 뒷배경으로 하고 있는 짐승은 세상의 권세를 쥐고 있는 적그리스도로서(7-10절) 이 짐승은 모든 열국의 왕들을 지배하는 권세를 가지고 만국을 잠시 다스리다가(11-13절) 최후의 순간에 그리스도와 싸우나 그리스도에게 패배함으로 멸망할 자(14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음녀 바벨론이 본문의 내용과 같이 사탄의 하수인인 짐승의 권세를 업고 있다는 내용은 소위 말세에 세상 문명을 주도할 대도시 바벨른은 결국 세상 권력을 장악한 적그리스도의 비호와 지원 아래에서 우상 숭배와 음행을 조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정체를 가지고 세상 문명의 반기독교화를 조장하는 음녀 바벨론이 누구인가를 영적인 눈으로 판별하여(고전 2:13,14) 그것이 퍼뜨리는 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또한 우리 사회가 그러한 영향력하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7:7 천사가 가로되 왜 기이히 여기느냐 내가 여자와 그의 탄 바 일곱 머리와 열 뿔 가진 짐승의 비밀을 네게 이르리라
천사가 가로되 왜 기이히 여기느냐. - 지금까지의 환상의 광경이 요한의 놀람에 대한 천사의 해석으로 급작스럽게 전환되고 있다. 이로 보건대 6절에서의 요한의 놀람에 대한 표현은 여자와 짐승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한 도입부적 표현기법이라 하겠다.
내가 여자와‥‥짐승의 비밀을 네게 이르리라. - 요한이 짐승을 탄 여자의 모습과 행동을 보고 기이히 여기자 천사는 이제 그 비밀을 풀이해 준다. 그리고 그 설명을 통해 음녀가 얼마나 악한 자들의 권세를 등에 업고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천사는 요한으로 하여금 음녀 가 행하는 악행은 전혀 놀랄 일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한편 본절 이하에서 언급되는 천사의 설명은 여자보다는 짐승의 비밀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여자와 짐승이 불가분적인 관계를 맺고 있긴 하나 여자가 짐승을 주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짐승이 여자를 주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16절).
17:8 네가 본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니 땅에 거하는 자들로서 창세 이후로 생명책에 녹명되지 못한 자들이 이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나올 짐승을 보고 기이히 여기리라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멸망으로 들어갈 자. - 이미 3절에서 살펴보았듯이 본절이 말하고 있는 짐승은 13:1-10에 언급되어 있는 짐승과 동일한 존재이다. 따라서 '시방 없으나'라는 표현은 13:3에 언급된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다(Walvoord). 말하자면 시방은 없다는 이 말은 짐승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흉내내기 위해 지금은 죽은 것같이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짐승은 소위 말세의 대환난기라는 자기 활동의 시기가 되면 이 세상의 권좌를 업고 나타나서 그 권세를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다가 주님이 재림하시면 멸망한다(19:20). 본문은 바로 이 사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본문은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시고 장차 오실'(1:4)이라는 하나님의 영원 불변하신 속성과는 대조되는 표현으로 사탄과 그의 졸개들이 얼마나 허망한 존재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무저갱. - 계 9'1 주석 참조.
생명책에 녹명되지 못한 자들이‥‥기이히 여기리라. - '땅에 거하는 자들로서 창세이후로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들'에 관해서는 계 13:8의 주석을 참조하라. 한편 이들이 기이히 여긴 까닭은 짐승의 머리 하나가 상하여 죽게 된 것 같더니 그 죽게 되었던 상처가 나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13:3). 그리고 그 때문에 그들은 짐승을 추종하게 되었다. 한편 그리스도의 피 공로로 말미암아 의롭다 인정하심을 받아 장차 천국에 들어가게 되는 하나님의 영적 자녀들의 이름이 기록된 책으로 언급되고 있는 '생명책'(13:18; 20:12,15; 21:27)에 대하여서는 계 3:5 주석에서 상술하였으니 그곳을 참조하라.
17:9 지혜 있는 뜻이 여기 있으니 그 일곱 머리는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요
지혜 있는 뜻이 여기 있으니. - 공동번역은 본절을 '이제는 지혜로운 이해력이 필요하다'로 번역하고 있다. 세상이 온통 악하므로 의로운 자들은 악과 악한 자를 분별하는 지혜가 이제 절대적으로 요망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말씀이 삽입된 것이다. 한편 여기서 '지혜'란 성령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지혜로 영적인 일들을 깨닫는 지혜를 가리킨다(고전 2:6-14). 이 지혜는 사람이 생득적(生得的)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서만 하나님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 지혜를 가진 자들은 무엇이 복음에 합당한 진리의 말씀인지 거짓된 가르침 인지를 분별할 수 있으니 이로써 거짓 교사와 거짓 선지자(마 7:15; 벧후 2:1)들을 경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말세가 가까워옴을 볼 수록 더욱 정신을 차려 험한 말세를 이기고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지혜를 얻기 위하여 기도하며 말씀을 묵상해야 하겠다.
그 일곱 머리는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요. - 몇몇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본절을 '로마'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즉 로마는 팔라틴(Palatine), 아벤틴(Aventine), 셀리안(Caelian), 에스퀼린(Esquiline), 비미날(Viminal), 퀴리날(Quirinal), 카피톨린(Capitoline), 또는 쟈미큘럼(Jamiculum)이라는 일곱 개의 산위에 세워진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그 일곱 개의 산이 본문의 일곱 산과 일치하고 있어 본문의 '일곱 산'은 로마를 지칭한다는 것이다(trounce). 그러나 본서를 해석하면서 수없이 지적해 왔듯이 본서에 나타난 환상들은 대체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나 국지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종말의 때에 온 세상과 전인류와 관계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본절의 환상 역시 과거의 로마에 국한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 더욱이 본절에서 천사가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지혜'를 가지고 하나님의 계시를 이해하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장의 환상은 문자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본문의 산이 문자적인 산이 아니라는 것은 다음절에 의해 확실히 뒷받침 된다. 왜냐하면 다음절은 본문의 일곱 산을 일곱 왕으로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산'은 흔히 세상의 권세를 상징하고 있다(사 2:2; 렘 51:25; 단 2:35; 슥 4:7), 그리고 '일곱'은 완전성 또는 보편성을 의미하는 상징수이다. 계 1:4 주석 참조. 그러므로 본절의 일곱 산은 과거의 로마를 지칭한다기 보다는 소위 말세에 짐승이 가질 세상 권세를 총칭하는 것이거나(Plummer) 아니면 그 짐승 이전에 있던 강대국의 왕들이 가졌던 권세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17:10 또 일곱 왕이라 다섯은 망하였고 하나는 있고 다른 이는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이르면 반드시 잠깐 동안 계속하리라
또 일곱 왕이라. - 9절의 '일곱 산'이 이처럼 '일곱 왕'으로도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곱 산'은 문자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9절에서 일곱 산들을 로마로 보는 학자들은 일곱 왕을 과거 로마 제국의 일곱 황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일곱 황제로서 ① 아구스도 ② 디벨리우스 ③ 칼리글라 ① 클라우디우스 ⑤ 네로 ⑥ 베스파시안 ⑦ 디도, 또는 ① 시이저 ② 아구스도 ③ 클라우디우스 ④ 메스파시안 ⑤ 디도 ⑥ 도미시안 ⑦ 네르바 등을 인위적으로 꼽는다(Charles). 그러나 이와 같이 일곱 산이나 일곱 왕을 과거의 로마 한 나라와 그 나라의 왕들로 국한시키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 아니라고 이미 전절에서 언급하였다. 저자가 비록 가장 강대국이었던 로마를 모델로하여 본문을 기록하였다 하더라도 본문의 근본 내용은 소위 말세와 최종적인 대종말의 때에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본문의 일곱 산, 일곱 왕은 그것과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 앞절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본문의 일곱 왕은 로마의 일곱 황제가 아니라 소위 말세의 대환난기에 짐승이 잡을 총체적인 권세를 상징하거나(Plummer, Lohmeyer), 아니면 그 짐승이 소위 말세의 대환난기에 권세를 잡기 이전에 이 세상 권세를 잡고 있던 역사 속의 초강대국들, 예컨대 애굽, 앗수르, 바벨론, 메대 파사, 헬라, 로마 및 짐승이 세력을 잡기 이전까지 이 세상에서 강대국으로 군림할 어떤 나라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Walvoord).
다섯은 망하였고 하나는 있고 다른 이는‥‥이르면 반드시 잠간 동안 계속하리라. - '일곱 왕'을 과거 로마 제국의 일곱 황제로 보는 학자들(Bousset, Charles, Kiddie)은 본절의 '다섯'을 본서 저자 요한이 계시록을 쓸 당시 이미 로마 황제직에서 폐위된 다섯 황제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지금 있는 '하나'는 요한 당시의 로마 황제로 군림하던 자를 뜻하며 아직 이르지 아니한 '하나'는 요한 당시의 로마 황제의 뒤를 이을 자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역사상 실재했던 수 많은 역대 로마 황제들 중 누구를 이전의 '다섯 황제'로, 또한 누구를 '장차의 한 황제'로 꼽을 것이냐 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Ladd). 그러므로 본문의 내용을 로마와 로마의 황제들에게 적용시키는 해석은 배제한다. 결국 이렇게 볼 때 우리는 본문의 '다섯', '하나', '다른 이'라는 일곱 왕을 앞에서 살펴본 역사 속의 열강들로 보는 견해에 따라 '다섯'은 애굽. 앗수르, 바벨론, 메대․파사, 헬라로, '하나'는 요한 당시에 있던 '로마'로, '다른 이'는 로마로부터 짐승이 일어나기까지 사이에 있을 어떤 강대국으로 보든가(Walvoord, Weiss, Hendriksen), 아니면 완전히 상징적으로 보는 견해에 따라 '다섯', '하나', '다른 이'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짐승의 잡은 권세를 총칭하는 나라들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Lohmeyer).
17:11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어진 짐승은 여덟째 왕이니 일곱 중에 속한 자라 저가 멸망으로 들어가리라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어진 짐숭은 여덟째 왕이니‥‥멸망으로 들어가리라. -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나타나 결국에는 멸망으로 들어갈 자'란 언급은 8절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말에 관해서는 8절의 주석을 참조하라. 한편 짐승이 '여덟째 왕'이란 말은 매우 난해한 내용이다. 더욱이 이 여덟째 왕이 '일곱 중에 속한 자'라는 점이 해석을 더욱 난해하게 하고 있다. 일곱 왕을 로마의 일곱 황제로 보는 몇몇 학자들은 본절을 네로 재출현설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한다(Bousset, De Wette, Holtzmann, Murray). 그러나 우리는 '네로 재출현설'의 문제점을 이미 계 13:3 주석에서 고찰하였다. 따라서 이 견해는 별 타당성이 없다. 결국 본문은 앞절들에서 살펴본 견해들과 연관해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즉 본문의 여덟째란 일곱 왕을 역사속의 강대국으로 보는 견해에 따라 일곱째 강대국 속에서 나와 전 세계의 권세를 손에 쥐고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 이 세상에서 권세를 휘두를 세상의 마지막 통치자 또는 초강대국으로 보든가 아니면 일곱 왕을 세상 권력의 총체로 보는 상징적 해석에 따라 여덟째를 일곱 왕의 권력을 총체적으로 쥐고 일어나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 이 세상에서 권세를 휘두를 세상의 마지막 통치자 또는 초강대국으로 해석하든가 해야 한다.
17:12 네가 보던 열 뿔은 열 왕이니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으나 다만 짐승으로 더불어 임금처럼 권세를 일시 동안 받으리라
열 뿔은 열 왕이니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으나. - 짐승의 일곱 머리에 이어 열 뿔(3,7절)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구절이다. 이 '열 뿔'은 단 7:7,24을 배경삼고 있는 듯하다. '뿔'은 13:1에서 살펴보았듯이 권세를 상징한다. 그리고 '왕'은 권력을 지닌 지배자이다. 다음으로 '열'이라는 숫자는 '일곱'이라는 숫자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충만수이다. 그러므로 본문의 열 나라나 열 왕은 혹자가 주장하듯 로마 제국의 분봉왕들(Clarke, Ewald, Weiss)이나 네로가 장차 이끌고 나타날 파르티아의 장군들(Charles, Moffatt)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짐승의 동료이자 후원자들로서 장차 짐승에게 복종하게 될 세상 모든 나라의 전체적인 권세를 상징하는 것이다(Ladd). 이러한 사실은 열 왕이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다는 본절의 기록에 의해서도 뒷받침 되고 있다.
짐승으로 더불어 임금처럼 권세를 일시 동안 받으리라. - 열 왕이 장차 짐승과 합세하여 권세를 휘두르되(13절) 이들 역시 일곱 왕처럼 일시 동안 권세를 휘두르게 될 뿐임을 증거해 주는 구절이다(10,11절). 한편 이러한 열 왕들의 권세가 일시적인 것이라는 사실은 장차 그들로부터 핍박당한 성도들의 관점에서 볼 때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Johnson).
17:13 저희가 한 뜻을 가지고 자기의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주더라. - '한 뜻'(그노메)은 마음이 하나로 일치 단결된다는 의미로 굳은 결속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처럼 열 왕이 일치 단결하여 짐승과 합세하고 동조한다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이 짐승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렇게 볼 때 짐승은 세계를 다스리는 큰 권세자인 것이다. 한편 세상의 모든 권세자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주는 것은 또한 그들이 그리스도의 군대와 최후의 일전을 벌이기 위해서이다(16:14; 19:19).
17:14 저희가 어린 양으로 더불어 싸우려니와 어린 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저희를 이기실 터이요 또 그와 함께 있는 자들 곧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들은 이기리로다
저희가 어린양으로 더불어 싸우려니와. - 본문은 16:16의 아마겟돈 전쟁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16:12-16에 따르면 사탄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큰 날'에 하나님과의 대결전을 위해 동방의 왕들과 세상 모든 왕들을 불러 모아 세력을 규합하는 것으로 언급되어 있는데 본절은 전절과 연관해서 볼 때 바로 그 아마겟돈 전쟁을 지칭하는 것이다.
어린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저희를 이기실 터이요. -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라는 칭호는 여호와 하나님이 온 천하의 주재자(主宰者)이심을 강조하는 신명(神名)이다(신 10:17; 단 2:47; 딤전 6:15). 따라서 이 이름을 어린양에게 적용시키고 있는 것은 어린 양, 곧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심을 명확히 밝혀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칭호가 여기서 사용된 보다 중요한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세상의 왕들 위에 뛰어난 최고의 유일한 왕이심을 나타냄으로써 그러한 왕되신 그리스도는 사탄의 세력들을 물리치고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이다(Lenski). 사실 근본 하나님이시사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며 또한 장차 세상을 심판하실 그리스도는 그 어떠한 권력보다도 크신 권력을 가지고 계시며, 그 어떤 높은 지위를 가진 자보다도 높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세상 권력자는 물론 타락한 천사인 사탄도 주님 앞에 굴복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들은 이기리로다. - 이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입은 성도들도 그리스도와 함께 사탄의 세력을 이기고 승리자가 될 것임을 보여 준다. 즉 그리스도께서는 장차 재림시에 홀로 승리의 영광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자기 백성과 함께 승리의 영광을 나누신다는 것을 본문은 암시해 준다(롬 8:17; 계 2:26,27). 한편 성도들이 '빼내심을 얻었다'는 것은 '죄의 종노릇하던 자리에서 구출되었다'(롬 6:18)는 의미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피로써 성도들의 죄를 속량하셔서 하나님의 소유물로 돌리신 사실을 의미한다. 한편 여기서 '부르심을 입은 것'은 하나님의 택정하심을, '빼내심을 얻은 것'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그리고 '진실한 자 된 것'은 성령의 성화케 하심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실로 성도의 구원을 위한 삼위 하나님의 각 사역을 측면을 나타낸 것이다(롬 8:30).
17:15-18 큰 음녀에 대한 멸망 선포
본문은 그리스도의 재림 기사를 언급하기에 앞서 최종적인 대종말 직전에 이 세상에 임할 삼대 칠중 재앙 중 마지막 재앙인 일곱 번째 대접 재앙으로 무너진 큰 성 바벨론의 멸망에 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제 7삽경인 17:1-18:24에서 세 번째 단락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본문은 우상 숭배와 음행을 조장하는 큰 음녀 바벨른이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를 선언해 주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짧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즉 음녀는 적그리스도의 권세를 등에 업고 세상의 모든 믿지 않는 세력들과 백성들을 지배하며, 그들에게 우상 숭배와 음행과 사치의 죄악을 저지르도록 조장하다가(15,18절), 때가 되면 자기가 의존하던 적그리스도와 권세자들에 의해 배반당하여 처참하게 멸망한다는 것이다(16절). 한편 본문은 악의 세력에 의해 음녀가 멸망당하는 것이 우연한 역사의 결과가 아니라 그것은 전적으로 만유의 주권자요 섭리자이신 하나님의 섭리의 결과임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17절).
이러한 본문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① 이 세상의 화려하고 사치스러 운 문명을 조장하는 음녀가 어떠한 지배 채널(chanel)을 통해 우리에게 유혹과 압력을 가해 올지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오직 멸망만을 가져다 줄 반그리스도적 행위인 음행과 우상 숭배와 육신을 위한 사치의 죄악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엡 5:3). ② 악의 세력은 의리도 정의도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배반하므로 우리는 악의 세력과 친하지도 악의 세력에게 의지하지도 말아야 한다(요 8:44). ③ 하나님은 악의 영역까지도 지배하시는 참된 천지의 대주재이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믿고 그에게 경배해야 한다(출 20:3-11; 신 5:7-15).
17:15 또 천사가 내게 말하되 네가 본 바 음녀의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이니라
음녀의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이니라. - '물'은 1절에 언급된 '물'과 같은 물이다. 말하자면 본절은 1절의 음녀가 앉은 물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음녀 바벨론은 세상 만민 위에서 세상 만민을 지배하는 권세 있는 세력인 것이다. 한편 여기서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은 땅에 거하는 모든 거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 5:9 주석 참조.
17:16 네가 본 바 이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망하게 하고 벌거벗게 하고 그 살을 먹고 불로 아주 사르리라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망하게 하고‥‥먹고 불로 아주 사르리라. - 1절에서 천사는 음녀가 장차 받을 심판을 요한에게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본절은 그 약속이 성취되고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본절에서 아이러니칼 한 것은 음녀가 자기의 연합 세력이었던 열 뿔과 짐승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승리를 자기 백성과 나누시는 모습(14절)과 극히 대조된다. 그런데 17절에서 언급하고 있듯 열 뿔과 짐승에 의해 음녀가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은 실상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는 전능하시사 악한 세력을 징벌하시기 위하여 또 다른 악한 세력을 들어 사용하시기도 하는데 본문이 바로 그 예에 해당되고 있는 장면이다. 한편 네로 재생설에 의하면 재생한 네로가 파르티아군을 거느리고 와서 로마를 멸망시킨다고 했다고 한다. 요한은 아마도 이러한 당시의 전설을 인용하여 장차 종말의 때에 있을 사건을 묘사한 듯하다.
17:17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할 마음을 저희에게 주사 한 뜻을 이루게 하시고 저희 나라를 그 짐승에게 주게 하시되 하나님 말씀이 응하기까지 하심이니라. - 열 왕들은 자의대로 짐승에게 자신의 권세들을 넘겨 주었으며(13절), 또한 짐승이 태도를 돌변하여 음녀를 미워하자 이에 반대하지 않고 음녀를 죽이기까지 동조하였다(16절). 그러나 본절은 열 왕이 이처럼 자의대로 행하였으나 그 모든 행위들은 결국 하나님의 섭리하에 일어난 것임을 분명히 증거해 주고 있다. 사실 하나님은 모든 권세의 근원이시며(롬 13:1) 만유의 주권자이시다(14절). 그러므로 그것이 악한 것일지라도 이 세상 모든 일은 하나님의 허락하에서만 행해질 수 있을 뿐이다(마 10:29).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허락에 의해 악한 일이 저질러진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하나님이 '허용'에 의한 것이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악인이 악을 행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허용하심으로 악이 행해지는 것이지 하나님이 악을 행하도록 누구에게 악역을 맡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악인은 자기 죄 가운데서 죄값을 받고, 하나님은 그 죄를 심판하시는 것이다. 만일 하나님이 누구에게 죄를 짓게 하셨다면 하나님은 아무도 심판하실 수 없을 것이며, 또 심판하신다면 공의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악을 조장하지 않으신다. 악은 다만 악한 자들의 본성에 의해 스스로 저질러질 뿐이며 하나님은 세계의 질서를 위해 그것을 허용하시기도 하시고 막기 도 하신다.
17:18 또 내가 본 바 여자는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큰 성이라 하더라. - 5절에 이어 다시금 음녀의 정체를 설명하고 있는 구절이다. 즉 음녀는 세상을 다스리는 큰 성 바벨론인 것이다(14:8). 여기서 '바벨론'은 과거에 실재했던 바벨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요한 당시에는 비록 로마가 세상 권력의 중심부로서 각종 향락과 사치, 방탕과 우상 숭배의 중심지였긴 하나 궁극적으로 이 로마를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오고오는 시대에 걸쳐 이 세상을 그같은 죄악의 길에로 이끄는 이 세상의 지배적 세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말세에 일어날 거대한 지배 세력을 상징하고 있다. 계 14:8; 16:19의 주석을 참조하라. 그리고 이 세력은 그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역사하기 때문에 본문처럼 '큰 성'이라고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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