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그놈들 (1) – 시작한다는 것은
- 그러하면!
- 다시 와야 됩니까? 돌아갔다가
- 그러하느니라!
- 그렇다면!
- 왜 그러느냐?
- 이걸 그냥!
- 왜 그러느냐?
- 이 기계를 부수는 방법이 있습니다
- 백당아
- 왜 그러십니까?
- 이 기계를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 부수면?
- 그러하느니라
- 부수면 어떻게 되냐면, 이 속에 있는 저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저것들은 무엇이라고 하느냐?
- 인형이라고 하옵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근데
- 네, 향단님
- 이것들을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정말 모르느냐?
- 어떻게 되옵니까?
- 한번 해 보겠느냐?
- 아니옵니다.
- 그럼 어떻게 하겠느냐?
- 저것들을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먼저 알려 주십시오
- 내 대답을 꼭 들어야 하느냐?
- 그러 하옵니다
- 그러 하오면!
- 대답해 보거라
- 잠깐 잠깐!
- 왜 그러느냐?
- 백당아, 너 왜 나한테 대거리를 하느냐?
- 제가 그리하였습니까, 향단님?
- 방금 그러지 않았느냐?
- 향단님, 앞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그럼, 이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부수겠느냐?
- 향단님, 이거 부수면 어떻게 됩니까?
- 일단, 부숴 보거라
- 향단님! 먼저 알려 주서야!
- 벌써 왔구나!
- 저들은 누구입니까?
- 제군들!
- 네, 경장님!
- 지금부터 철저하게 감시하도록!
- 어디를 감시하면 됩니까?
- 일단, 저기 저 요상하지만 잘 생긴 놈부터 감시해라!
- 저기, 저기?
- 무슨 일이시오?
- 요상하지만 잘 생긴 놈은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 댁 이름이 뭐요?
- 백당이라고 합니다
- 요상하고 잘 생긴 놈이 댁이요?
- 그럼, 저 아니고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제군들!
- 예, 경장님!
- 지금부터 이분을 데려간다!
- 어디로 데려가면 됩니까?
- 잠깐 잠깐!
- 왜 그러시오?
- 나를 데려간단 말씀이십니까?
- 그러 하오만?
- 어디로 나를 데려간단 말이오?
- 일단 가보면 알거 아니요?
- 향단님, 향단님!
- 향단님이 누구시오?
- 향단님, 왜 아무 대답이 없으십니까?
- 저분이 향단님이오?
- 네 맞습니다. 저분이 나의 주인님이십니다.
- 그러하오? 그렇다면, 백당님은 저분의 집사님이요?
- 집사가 뭡니까?
- 집사가 다른 사람 집안을 돌보아주는 사람이오!
- 다른 사람 집안을 왜 돌봅니까?
- 그러니까, 월급을 주는 거 아니오?
- 앗, 그럼 그거 월급 주는 사람이오? 그럼, 금괴도 살 수 있겠네?
- 돈을 많이 받으면 금괴도 살 수 있소만!
- 그럼, 저도 집사 좀 하게 도와주십시오!
- 향단님이 주인이라고 하지 않으셨소?
- 아니오, 주인님 아닙니다.
- 백당아
- 네, 향단님
- 백당아, 너는 나의 집사니라
- 향단님, 제가 언제부터 향단님의 집사가 되었사옵니까?
- 백당아
- 네, 향단님
- 너는 언제나 나의 집사였느니라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 언제까지나 나의 집사가 되어줄 수 있겠느냐?
- 향단님, 그건 좀…
- 싫은 것이냐?
- 향단이라고 하였소?
- 그렇사옵니다, 경장님
- 백당님은 향단님의 집사인가 보오.
- 그러하옵니다
- 근데, 월급은 꼬박꼬박 주시는 거지요?
- 아마도 대장님께서 꼬박꼬박 주시는 것 같습니다
- 대장님이 따로 있소?
- 그렇습니다
- 그럼, 대장님이 잘 챙겨주시겠소!
- 그러 하옵니다
- 아니, 아니라고! 아니옵니다, 경장님
- 뭐가 아니라고 하시오?
- 나는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 정말이오?
- 그러 하옵니다
- 그럼, 향단님을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시겠소?
- 그건 또 뭐하는 곳이요?
- 노동청 비슷한 곳이요!
- 노동청은 또 뭐하는 곳이요?
- 그런 데가 있소!
- 대체 무슨 말들을 하시는 것입니까?
- 향단님, 이분들 분명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이 분명합니다.
- 여기가 다른 나라요?
- 여기서 살던 분 아니지 않습니까?
- 나는 40년 동안 여기서 살았소!
- 어 그럴 리가 없는데?
- 나도 40년 동안 여기서 살았는데?
- 향단이라고 하였소?
- 네 그러 하옵니다
- 지금 벌어진 이 사태에 대해서 뭔가 아는 바가 있으십니까?
- 저의 입장을 설명 드려야 됩니까?
- 아 그래주시면 고맙겠소!
- 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 향단님!
- 왜 그러냐, 백당아?
- 정말로 입장이 뭡니까?
- 궁금하느냐?
- 그러 합니다
- 입장이 뭐요?
- 백당이를 데려가야 한다는 겁니다
- 어디로 데려가겠소?
- 저희 집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 그곳이 어딘지 알려주십시오!
- 무엇을 말이오?
- 근로복지공단!
- 신고할 거요?
- 신고할 것입니다.
- 향단님?
- 네, 경장님
- 당신도 같이 가야 할 거 같소!
- 제가 말입니까?
- 그렇소. 이분이 최저임금 위반인가 뭔가로 신고할 듯 하오!
- 그게 뭡니까?
- 월급을 안 주고, 일을 시키면 벌을 받게 되어 있소!
- 그런 벌도 있습니까? 무슨 벌입니까?
- 벌금을 무오!
- 벌금이 뭡니까?
- 돈이오!
- 돈을 물어요?
- 그렇소
- 돈은 뭐고, 그건 왜 뭅니까?
- 돈이 뭔지 모르시오?
- 네, 그렇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 그러시군요. 돈도 모르는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있었소?
- 어쩌다 보니…
- 그럼, 백당님?
- 네?
- 백당님은 돈이 뭔지 알고 있소?
- 압니다만
- 그럼 백당님을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해야 할 게 있소
- 아니, 저를 왜요?
- 돈을 모르는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있다면, 응당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오?
- 무슨 이유요?
- 경장님!
- 왜 그러나?
- 백당을 경찰서로 잘 모시겠습니다.
- 그리해라. 깎듯이 모시거라.
- 알겠습니다. 백당님, 가시죠.
- 향단님, 향단님!
- 저도 따라가야 합니까?
- 향단님은 돌아가셔도 되는데… 아참!
- 저도 뭔가 조사할 게 있으십니까?
- 있는 게 아니고!
- 네 무엇입니까?
- 돈이 무엇인지 정말로 모르오?
- 그러 하옵니다
- 그럼, 돈을 드릴 터이니, 돈이 뭔지 안 다음에 경찰서로 출두하시지요.
- 돈 말입니까?
- 그렇소. 여기 천원 있소이다.
- 천원이요?
- 천원이면, 음료수를 하나 사 먹을 수 있소이다.
- 음료수가 무엇이오?
- 물 같은 거요!
- 물이 천원이요?
- 천원 주고 음료수를 달라고 해 보시지요.
- 어디 가서 사면 됩니까?
- 저기 보이는 저곳!
- 향단님!
- 백당아, 왜 그러느냐?
- 저기 편의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 저곳에서 이걸 주고 음료수를 달라고 하면 주는 것이냐?
- 그러 하옵니다
- 그러면, 같이 갔다 오겠느냐?
- 저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가야 하는뎁쇼?
- 그러하느냐?
- 예, 그러 하옵니다
- 편의점은 나 혼자 가야 하는 것이느냐?
- 그러 하옵니다
- 향단님!
- 네, 경장님?
- 그럼, 백당님은 저희가 모시고 갈 터이니, 편의점으로 가서 1000원짜리 음료수를 달라고 해 보시오!
-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음료수를 마시면 돈이 뭔지 알게 되실 것이오!
-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음료수를 마시면 되오!
- 음료수를 마시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그 다음엔 집으로 돌아가시면 되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르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 그러면 경찰서로 오시면 되오!
- 경찰서란 곳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 그리하면?
- 그리하면 진짜 어떻게 되는 거지?
- 제군들!
- 네, 경장님!
- 백당님을
- 네, 경장님
- 그냥 두고 가자
- 아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제군들 가자!
- 네, 경장님
- 절 그냥 두시고 가면 어떡합니까? 날 데려가십시오! 날 조사하십시오!
- 백당아!
- 네, 향단님?
- 다 갔느니라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대장님께 가서 동전을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여기 천원이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안 되겠느냐?
- 안 됩니다
- 안 되느냐?
- 네 안 됩니다. 대장님께 돌아가서 동전을 달라 하셔야 합니다
- 그러하느냐?
- 네 그러합니다
- 그럼, 돌아가자꾸나. 대장님께 가서 동전을 받아서 다시 오자꾸나!
- 그리합지요.
- 갈 길이 멀구나
- 네, 향단님!
- 그럼, 가자꾸나
- 네에, 향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