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 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러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들썩이는 뚜껑을 슬며시 들추면
일어서는 거품 속에서
소리가 흘러내려
불현듯 나도 모르게
닦아낸 말의 무늬
기울어진 길 위로 타닥타닥 피는 어둠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감자 같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하루를 벗겨낸다
2023년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작품상
- 《오늘의시조》 2024년 Vol.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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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조 소개
냄비/ 임성규
김수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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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
24.03.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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