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29. 화요일.
수업시간이 생각보다 늦었다. 교수님께서 지각하셔서... 내 시간을 남을 위해 쓴다는 것.
요즘같은 때엔 더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일로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하다.
수업이 내 생각대로 도움이 될까?
교수님과의 대면. 사람 좋아 보이신다. 수업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 후 간단히 몸을 풀었
다. 처음 해보는 생소한 몸짓들. 내 몸의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들이쉬고 내뱉고. 몸
을 이완시키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하는 동작들을 하려니 처음엔 멋젓고 쑥쓰럽더니
곧 별생각이 안든다. 교수님을 따라 쉽다 말할 동작이 아닌 몸짓과 호흡에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 같다. 특히 태극권을 잠시 느껴보면서 내 가슴 앞, 팔을 둥글게 든 그 안에 우주
가 있다 생각하니 더 고요해진다.
수업이 재밌다. 하지만 실습으로 치뤄질 시험은 은근히 걱정된다. 그래도 도움이 무척 되
는 수업, 즐거운 수업이라 벌써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그 전에 복습해야겠는데 생각이 안
난다. 어디서 봐야 할까? 걱정이다. 수업 때마다 이러면 곤란한데..
06.9.5. 화요일.
이제부터 정식, 본격적인 수업이다. 학생들의 각자 자기 소개가 있었다. 대부분은 나와
같이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수업 신청한 사람들이었다.
몸을 느끼고 호흡을 느낀다. 교수님께서 말씀絿?억지로 하지 않고 그저 몸과의 대화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수업은 몸의 이완을 풀지만 나에겐 정신을 이완시켜 주는 것처럼 느
껴진다. 2시간 조금 안되는 수업 시간에 딴생각 하지 않고 지루해 하지 않고 집중해서 즐
겁게 배운다는 것이 신기하다. 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나를 찾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업 시간 중 원모양으로 둥글게 서서 내 옆의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마사지를 해준 것이
특히 생각난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동작들을 하며 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하늘이 좋았다. 또, 호흡을 느끼기 위해 짧지 않은 시간 누워서 호흡을 도왔던 그 시간이
좋았다. 마치 시간이란 기차에서 잠시 내려 멀건히 기차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아무 생
각없이 호흡만이 느껴지다 문득 '난 무엇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 때 기립.
저번 시간도 그랬지만 막상 집에 가서 하려면 생각이 잘 안난다. 단편적인 동작들과 그
느낌, 감각만이 기억에 어슴푸레 남아서 안타깝게 한다. 그래도 아는 동작에 한해서 조금
씩 해봐야지. 수업 과정이 참 즐겁고 유익하다. 앞으로도 도움 받아야지. 벌써 다음 주가
또 기대된다.
06.9.12. 화요일
더울 것 같아서 반바지를 입고 갔음에도불구하고 등에서 땀이 꽤 났다....
청명한 가을날씨만큼 나에게 가슴 들뜨고 즐거운 수업. 다시 그 시간이 왔다. 처음엔 제
법 익숙해진 것처럼 자연스레 원 모양으로 둘러서고 교수님의 시범을 따라 몸을 풀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쭉쭉 뻗고 누르고. 내 몸의 상태를 느낀다.
윽~!! 가슴을 무릅에 대려할 때 몸이 외친다. "이봐 연습 좀, 더 하고 하라구!!" 마음과 몸
이 따로 노는 현실. 등과 다리에서의 비명이 날 무안케 한다.
그리고 두 줄로 마주보며 수업 진행.
상대방이 하필 여학생이다. 전역한지 얼마 안되어서 여자울렁증이 도진다.
등대고 누르고 손잡고 당기고...
여학생이라 그런지 꽤 잘 한다. 수업 때문인지 여학생때문인지 땀이 꽤 난다.
예전 어르신들이 그랬던가? 나보다 잘난 사람하고 어울리라고. 여학생의 유연함때문에 자극
받았는지 좀 더 잘 한 것 같다.
그리고 호흡.
살 것 같다. 기분에 그런건지 오늘 수업이 전보다 더 몸을 많이 쓰고 땀도 많이 나는 것 같
다. 호흡을 느끼며, 호흡을 도와가며 편히 쉬며 나 자신도 잊어갈 때 쯤, 옆의 분이 잠드셨
다. 허~~ 나도 살짝 잠들뻔했는데 피곤하신가보다. 마음씨 좋은 교수님께서는 그저 보고 웃
으신다.
오늘 수업 중 가장 도움이 되고 자주 할 마사지~!! 헉~!! 상대방이 여학생이였다... 연약
도 해보이고, 여성이라 낯설어서 민망스럽다. 그렇지만 잘 익혀서 아버지, 어머니 해드려야
겠단 생각에 나름 열심히 했다. 땀이 나서 옷이 조금 젖을 정도로.
문득,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란 말이 떠오른다. 집에서 쑥쓰러워하시면서도 좋아
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왠지 나도 벌써 기분이 좋다. 헌데.... 시간이 어느새 3시 30분.
수업 끝날 시간이다. 나도 마사지 받아야하는데...
이것도 수업인지라 시험관련漫?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다리 들어서 300번 오르내리
기. 무릅에 가슴 가까이 대? 요가 기본 동작. 다 만만치않다. 평소에 조금씩 해둬야겠다.
시험날 창피도 피해야겠지만 내 몸 내가 귀 기울여서 녀석 불만 해소시켜 주고 싶다. 또,
그만큼 넓어질 마음도 기대 된다.
06.9.13 수요일
참 좋은 날씨다. 그저 하늘만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바라보아도 좋을 날이다. 이 좋은날,
더욱이 기쁨을 더하고자 하교 후 열심히 집으로 돌아왔다. 와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께 마
사지를 해드렸다. 수업 시간에 배운대로 누르고, 토닥토닥 두드리고...
사랑을 담았기 때문인가 어머니께서 아주 좋아하시고 시원해 하신다. 기쁘다. 즐겁다.
이 시간, 함께 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 복습.
어라?!
밥을 먹은지 얼마 안되어서그런지 홀로해서그런지 시원찮다. 이 놈의 몸이 또 독립적으로
행동한다. 아~~ 현실이 이렇단 말인가. 가만히 몸의 소리를 듣자니 불평, 불만이다. 그동
안 내가 무심했구나. 얼마 하지 않았는데도 땀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맑은 하늘에 별 몇 개가 보이고 바람이 분다. 그 많던 구름은 어디가고 저 넓은 하늘에 별
이 자리를 차지하였을까. 가만히 눈을 감고 서서 호흡을 느껴본다. 바람이 느껴지고 알 수
없이 또 기분이 좋아진다.
좋다.
나는 살아있는거구나. 살아서 기쁨을 느끼는구나. 눈을 지긋이 뜨고 과제를 위해 집으로
들어오면서 사람의 마음, 기분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06.9.15. 금요일
잠이 안온다.
어쩌다보니 여러 종류의 술을 과음했는데 정신이 말짱하다. 술이 쎈 편도 아닌데.
아는 동생의 고민 이야기를 들으며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술뿐이었다. 그에게 내가 해줄 것
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 슬픈데 보이는 건 술뿐이라 과하
게 마시게 되었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얼마나 잤는지... 잠의 경계에 애
매하게 서 버렸다. 자는 것 같으면서도 정신은 똑바로인 것 같은 기분. 머리가 아프고 속안
이 난리다. 계속 억지로 잠을 청하다 문득 몸을 느껴보자는 생각을 했다.
머리와 속 안이 쉴새없이 아우성이다. 아픈 것 같더니 가만히 지켜보니 견딜만도 한 것 같
다. 마치 시끄럽게 떠드는 교실 아이들에게 더 큰 목소리로 '조용히 해!'하는 것보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지켜보므로 자연히 조용해지는 아이들처럼.
요가를 해야겠다! 이 새벽에 달밤의 체조를 하련다. 아무 생각없이 하고 싶다.
숨을 가만히 들어마시고 내쉬면서 아는 동작들을 시작했다. 아쉬운 건 배운 것이 몇 개 생
각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리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때 나를 다스려 줄 방법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 전엔 그저 참았다. 근심들과 속 안의 번민들이 자꾸 쌓이기만 했다.
이젠 조금씩 풀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두 번 반복했는데 땀이 축축하다. 그리고...
가슴을 무릅 가까이 댄다고 술김에 어거지로 해봤더니 새벽에 사람 무안할 일이 생기려 한
다. 안되는데....
요가라야 단편적인 몇 동작이지만 도움이 된다는 내 무한한 신뢰와 자기 최면 덕분인지 실
제 도움이 크다.
호흡. 신기하다. 흥분하면 거칠어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면 편해진다.걱정거리도 좀 더 차
분히 생각하게 된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배워야하고 즐겁게 살아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순
간 호흡처럼 당연시 여겼다. 그런데 몸이 건강하다는 것. 배울 수 있다는 것. 아직 부모님
아래 돈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열하기 힘들만큼 많은 복과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왔다.
호흡을 조금씩 배우고 느끼듯이 내 행복도 그리하여질 것 같다. 모르는 걸 하나 더 깨달아
가는, 알았지만 그 의미를 느끼게 되는 새벽인 것 같다.
06.9.19.화요일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보다 더 먼저 와 있는 수강생 있었다. 알고보니 전 수
업을 듣는 00학번 형님. 이야기하며 시간 잘 보냈다. 그 뒤로 저번 시간 졸았던, 아니 잠
들었던 05학번 동생과도 이야기하게 되었고... 몸을 쓰는 수업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더
정감있다.
수업시간 교수님의 말씀 중에 '수업시간은 노느 시간, 즐기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이 생각난다. 곱씹어보니 참 좋은 말이다. 연습이야 혼자하고 배울땐 기쁘고 즐겁게. 시간
이 짧다. 항상 '벌써?'란 생각이 든다.
수업 후 처음으로 내 생각이 길었던 날이다. 호흡을 느끼는 시간에 오래도록 딴 생각에 빠
지고 말았다. 잠도 들뻔하고. 그렇지만 곧 다같이 빙 둘러앉아 발마사지를 했다. 무언가
다같이 몸으로 하는건 참 좋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항상 옆자리에 있게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한 잘 해주고 싶다. 또, 옆자리 사람들의 그러한 마음도 느껴져서 기분도 좋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사지 도중 성격 좋아보이는 합기도 소녀가 내 옆자리로 자리 이동하게 되었다. 근데 나도
모르게 처음부터 반말을... 동생같아보이고 좀 편하길래 나름대로 잘해주려 했는데 좀 아팠
었는지 간간이 '살살'을 외쳤다. 역시 운동을 잘해도 여자구나 란 생각을 했다.
그 이후, 기를 느끼는 동작들을 했다. 손과 손 사이에 약하나마 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에는 손에서 자력이 생겼는지 붙으려 하는 느낌도 들었고. 옆사람과 손으로 호흡
을 느끼는 순간은 형언하기 어려운 기분.
좋았다.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또 많이 배웠다. 생각처럼 자주 하게 되진 않지만 배워봤다
는 사실이 기쁘고 든든하다. 이제는 또 복습이다.
06.09.26.화요일
날씨가 참 좋다. 신기하게도 화요일엔 항상 날씨가 좋았던 듯 싶다. 날씨덕에 더욱 좋아진
기분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의실로 향했다.
수업 후, 처음으로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들었다. 응급조치의 필요성에 관해서였는데 그 중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면'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현실. 그 사람 주변으로 떠도는 더 큰 기 혹은 잔상을 보고 싶다. 또한, 이면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싶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슴에 남는 말이다.
오늘은 태극권을 상당히 많이 배웠다. 배우기에 앞서 또 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중'고요
함'이 머리에 박혔다.
몸과 마음.
몸이 바쁘고 긴장해도 별개로 마음은 고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멋있고 나도 해야겠단 생각
이 들었다. 군대에서의 생활을 예로 드셨는데 얼마 전 전역한 나로서는 참 공감간다. 천천
히 나를 다스리기. 몸은 부지런히 움직여도 근본인 마음은 고요하기.
좋다! 해보고 싶다. 마음의 고요을 느끼고 싶다.
태극권은 정적인 동작에 비해 상당히 하기 힘든 운동이였다. 백조와 같은 느낌. 부드럽고
정적인 모습 내면엔 엄청난 운동량이 숨어 있었다.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인지, 운동량 부족
인지 어느 순간엔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 지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최대한 정자
세를 취하려하고 바람과 우주를 느낀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내 눈에만 보이는 우주와 바
람. 나만이 느껴지는 그 속에서 수련하는 기분은 몰입하면 나만 있는 느낌이다. 내 몸과 내
가 대화하고 나와 내가 이야기할 뿐.
몸의 쓰임이 다양해질수록 마음도 넓어지는 것 같다.
어느새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었는데 그 때 깨달은 건 참 덥다란 사실이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땀을 내었던 것 같다. 수련. 이것이 수련인가 보다란 느낌이 들었다.
새삼 얼결에 꽤 좋은 강의를 듣게 되었구나란 생각을 하며 강의실을 나섰다.
06.10.5 목요일.
오랜만에 혼자서 요가동작을 해보았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
해야할 것들이 쌓였는데 정신이 흩어져있다. 왜 이러지? 마음이 붕 떠 있는 기분, 내감정
을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 잠시 걸어야겠단 생각을 했다가 요가가 번뜩 떠올랐다.
태극권이 더 멋있고 좋을 것 같은데 그새 또 기억이 시원치않다.
호흡을 가다듬고 서서히 마음도 가다듬고 동작들을 차례로 해나갔다. 호흡을 내쉬면서 동
작을 해나감에 내 마음의 고민들도 빠져나간다. 아직 몸은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하지만
처음 수업할 때의 그 것과는 달라져있고 마음도 조금 넓어져 있는 것 같다.
3번 반복.
항상 다리쪽이 참 뻣뻣하고 땡긴다. 나아지려나? 땀이 많이 났다. 신기하게도 단순한 동
작인 것 같은데 이리 땀이 나다니..
기분이 좋다.
나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겨서 좋다. 나를 잃지 않고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갖
고 있다는 것. 멋진 일이다. 슬피지만 견딜만해졌다.
태극권도 혼자서 할 수 있는만큼 익혀야 겠다.
06.10.10 화요일.
무척 오랜만에 수업을 한다. 긴 연휴탓이었는지 게으른 나의 품성때문이였는지 몸이 무겁
다. 자꾸 밑으로 가라앉고만 싶은 기분.
수업이 시작 되었다. 간단한 몸놀림부터 차근히 진행해나갔다. 첫 날 수업했을 때와는 다
르지만 몸이 말을 잘 안듣는다. 뻣뻣하고 귀찮아하는 것 같은... 관성의 법칙인가?
아직 따뜻한 가을 날씨에 어느새 땀이 맺힌다. 교수님께서는 땀이 흐르시는 것 같다.
움직이로되 마음과 정신이 덜 깨어서 흐리멍텅하다.
빙 둘러앉아서 옆 사람과 손을 대고 기를 느끼는 시간. 몸을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데도
손이 따뜻해진다. 잊고 있었던 손의 예민한 감각들도 살아나는 것 같고. 손이 따뜻하여
옴과 함께 정신도 깨어난다.
흐른다.
흘러간다는 느낌이 불현듯 든다. 가만히 앉아서 내 안의 무언가를 감지할제 살아있구나
느끼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를 떠올릴때 움직임을 느낀다.
움직인다.
마무리로는 태극권 동작을 복습해보았다. 그런데 생소하기 그지없다. 허... 동영상이 있
다니 열심히 봐 두어야겠다. 연습 부족. 연습이 필요하다.
06.10.17 화요일.
교수님께서 엄청 일찍 오셨다. 피곤한 학생들을 위해 편안히 누우라 하셨다. 나도 누웠는
데 피곤했는지 잠시 잠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계셨는데 이야기가 끝나고, 다들 편안히 쉬라고 하셨다. '다시
잘까?','이야기나 할까?' 하고 고민하다 궁금하던 질문을 했다.
'단전 호흡을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에요?'
그 뒤로 태풍을 맞은 한강물처럼 쉴새없고 거침없이 넓고 깊은 이야기 시작되었다.
전환점.
나의 전환점은 언제였을까? 아직 오지도 않았나?
인간이란 사고하는 생물은 참 신기하다. 각자에게 우주가 있다는 말, 맞다. 같은 공간 같
은 시간, 같은 것을 보고 배워도 다 다르다.
문득 객체에서 주체로 살아가시는 교수님이 멋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 대단한 특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만의 답을 찾진 못했지만 산다는 것의 귀중하고 소중함을 알아가고 깨달아 가는 것 같
아 다행이고 행복하다.
나 역시 행복하고 잘!! 살아가고 싶다.
06.10.24 화요일.
학교를 가다 하늘을 봤는데 참 좋은 날씨다. 잠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계단
을 오르며 자꾸 하늘을 보게 되는데 가슴이 들떠지는 하늘이다.
기분좋게 수업을 들으러 아니 체험하려 갔다. 그런데 피구를 하자는 교수님의 제안. 교수
님 말씀처럼 10여 년 만에 하게 되는 것 같다. 모두들 잘 웃으며 즐겁게 했다. 좀 더 서
로서로 친해진듯한 모습이여서 보기 좋았다. 피구 이후엔 교수님께서 자장면을 사주셨다.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어쩌다보니 군대 이야기에 열중하게 되었지만 이것도 나
름 재미있었다. 몇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게되었다는 것이 좋았다. 다음엔 교수님을 좀 더
취조를 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다. 교수님!! 맛있는 식사 감사합니다.
06.10.31 화요일.
느낌에 오랜만에 요가를 한듯 싶다. 몸의 하나하나, 구석구석 의사소통하고 풀어주는 날
이였다. 떨리는 근육들이 새삼 나의 운동 부족을 일깨우는 것 같다. 체력이 많이 약해진
기분.
목의 힘을 풀고 천천히 돌리며 근육을 이완시켰다.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꽤 굳은 부분들이 많았다. 수업 내내 쭉쭉 펴는 동작들이 근육뿐만 아니라 시험에 위축되
었던 내 마음도 풀어준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헛'하는 숨소리는 가슴 속 답답함도 함께
갖고 나가는 것 같다.
수업 말미엔 원 모양으로 옆사람에게 안마를 해주었다. 양 옆 분들이 워낙 잘하셔서
'오~' 기분 좋았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 이제 시험 기간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
이다. 계속 머리도 멍하고 몸도 늘어진 기분이였는데 단전 호흡 수업을 계기로 깨어나는
기분이다. 또, 웃으며 즐겁게 살자. 누가 그랬던가. 내가 허무하게 보낸 오늘은 어제 죽
은 이가 그토록 원하던 내일이라고...
즐겁고 알차게!! 단전 호흡의 기본 정신은 잘 살기이니까.
06.11.7 화요일.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사람들마다 움츠러든 모습이다. 강의실에 들어섰는데 헉~!!
아무도 없었다. 불과 수업 10분 전이었는데... 오늘따라 수업이 시작하였는데도 몇 명의
결석생이 있었다. 날이 추워져서 마음도 몸도 추워졌기때문일까?
수업은 추운 날씨에 반하여 힘차게 시작하였다. 커지고 빨라진 심장소리만큼 몸이 따뜻하
여졌다. 혈액의 이동 속도, 근육의 운동성 등등 과학시간에 배웠지마는 인체란 참 신기하
다.
따뜻하여지고 풀어진 몸으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요가 동작을 하였는데 이젠 다
들 잘 하는 것 같다. 쭉쭉 몸을 펴고 호흡을 하니 좋다. 이 추운날 많이 껴 입었던 옷을
벗고 요가로 땀을 조금 내니 좋은 것 같다. 생각이 없어지고 나만 남는 것이 마음을 고요
히, 정갈히 해준다.
그리고 기공. 예전에 피구를 하기 전 잠시 해보았던 동작을 좀더 확실히 배워보았다. 쉽
지 않은 동작도 있고 처음 하는 것이라 땀이 좀 더 났었던 것같다. 기공은 부드러움 느
껴진다. 기공을 하면서 부드러움,유연함을 느꼈다. 마지막엔 학생들인 우리는 앉고 교수
님 혼자서 기공을 하셨는데 '선'이 보였다. 교수님의 움직임이 선으로 보였다. 선... 끊
임없이 이어지는 곡선. 나도 빨려드는듯한...
휴식시간을 갖었다. 등산의 이야기를 하던 중 어떤 여학생이 금강산을 다녀왔다는 이야기
를 했는데 부러웠다. 일만 이천봉. 통일이 된다면 손수 세어보리...
이번 시간에서 다음 시간으로 등산의 논의가 미루어졌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 늦어지는만
큼 춥겠지만 가슴은 더 따뜻해지고, 머리는 더 맑아지리라 믿는다. 성큼 겨울이 다가오는
오늘 하루였다.
06.11.14 화요일
요즘에 잠이 늘었는지, 잠이 모자라는지 졸릴 때가 많다. 이번 수업 시간도 정신이 맑지
못하고 멍했다 깨었다 반복적이였던 것 같다. 내 것이매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정신과
몸. 내가 주인인지 그들이 주인인지...
수업 중 육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몇번 듣기도 하고 읽기도 하였지만 항시
접할 때마다 놀라움과 두려움이다. 법정스님께서 사육되어가는동안 동물이 미치고 결국
그 미친 고기를 우리가 먹게 되는 것인데 그 업들이 몸 안으로 자꾸 쌓이는 것이라 좋지
않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기심...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마음도 무거운데 이야기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수업
은 즐겁게 들었다. 이리저리 굴렀던 동작이 기억난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항상
할 때마다 놀라운 내 따뜻함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내 옆 사람의 따뜻함을 손을 통해 느끼
는 순간. 전하고 전해받는 기분이 참 좋다.
수업할 때 수업 후에도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졌다. 심란할 때 하려고 듣
게 된 단전호흡이였는데 모든 것이 다 귀찮다. 일지 후 가장 부실한 날이 될 것 같다.
추억... 아름다운 추억.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다. 깨질 것 같은 하늘이 보인다. 조금 바
람도 느끼고 마음도 가다듬고 돌아와야겠다.
06.11.21 화요일
낮에 비가 조금 왔다. 우산을 갖고오지않아서 걱정스러웠으나 곧 그쳤다. 비 온 뒤라 하
늘이 조금은 더 깨끗해 보였고 이상스레 날씨는 따뜻한 것 같았다.
수업은 시험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또 올 것이 오는구나...
요가동작, 전갈자세, 물고기자세, 다리 250회, 호흡.
동작하는 것도 문제요 걱정이지만 장소가 가평이란다. 가평... 주말에 어찌 가나. 아르바
이트가 문제이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니깐.
시험이야기도 나오고해서 동작들을 다 해봤다. 아직 잘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편안한 부
분도 있고 순서도 조금씩은 익어가는 것 같다. 호흡도 하였는데 느낌상 처음 때보다는 발
전한 것 같다.
어느새 기말고사도 시작되고 마무리 되어가는 것 같다. 이번 주는 자주 동작을 하도록 노
력해야겠다. 하면서 최대한 느끼려 해보고 처음 수업을 신청했을 때 기분으로 마음의 평
화를 얻고자 해야지. 토요일... 오랜만의 나들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06.11.25~26 토요일 일요일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런지.. 사람들이 즐거워 한다. 현재 시각 새벽 1시 1분.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하루가 간다는 것,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 언제나 변함 없는 것이
지만 매번 다른 느낌이다.
거실에선 노래 부르는 소리와 여러 사람의 웃고 떠는 소리들이 눈부시게 요란하다. 즐거
움, 기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곳에 오기까지 꽤 힘들었다. 알바때문에 늦게 출발하고, 도착해서도 교수님께서 데리
러 와주실 때까지 기다리고. 그래도 운좋게도 송주영 여학우랑 오게 되어 무료하진 않았
다. 혹시 그 이가 무료했을지도...
오자마자 시험을 보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4학년 형님들의 음식솜씨가 정말 예술이었
다. 그리고는 계속되는 즐거운 시간들.
이 지역을 조금은 알아서 어두어지고 나선 별이 보고 싶었다. 별... 모두 빛을 내는 것
같지만 단지 반사만 하는 것도 있는 별. 지금 내 눈에 빛을 발하기 위해 내가 짐작하기
도 힘든 몇 천 억 광년을 흘러온...
모두들 잠들고 새벽 3시 경. 밖으로 나오니 하늘엔 별들이 가득했다. 해와 달에게 빼았겼
던 하늘을 만끽하듯 온 하늘이 별 천지였다. 은은한 그 빛에 나를 잊고 얼마나 봤는지를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늦은 시간에 잠시 눈만 붙이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다음 날은 단전호흡의 모든 학생들의 닥달로 교수님과 아침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긴 2일이었다. 그 당시 글을 몇 자 끄적거렸는데 지금 읽어보니 참 좋다. 별과 물과 바람
을 오랜만에 충분히 느껴본 시간들이었다.
아~!!! 재은이 형. 발마사지 고마웠어. 나도 오일 사서 우리 부모님 해드릴거야. 형 덕분
에 무척 기분 좋았어. 고마워~!!
첫댓글 아~!! 교수님 다음 수업시간엔 정말 자장면 사주시는 건가요??^^
태풍을 맞은 한강물처럼~ ㅋ, 뭐! 그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