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한 1시간 30분>
2024102083 송준범
나는 평소에 공부할 때 음악을 자주 듣는다. 인생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순간 중 하나인 고3 시절에는 다양한 가수의 다양한 노래를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가수는 Nothing But Thieves이다. 무더운 여름날 이 밴드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노래를 들으면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더위를 잊게 해주어서 학원가를 돌아다니며 참 많이 들었었다. 이 밴드의 모든 앨범을 돌려보던 어느 날 내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수험 기간 동안 자주 듣던 밴드의 노래를 현장에서 듣는 경험을 수능이 끝난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로 생각하며 티켓을 예매했다.
수능이 끝나고 2주 뒤인 추운 겨울, 나는 예스24 라이브홀로 향했다. 나의 좌석은 2층 중간 구역이었는데 예스24 라이브홀은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라 무대가 잘 보였다.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 처음 느낀 것은 생각보다 공연장의 크기가 작다는 것과 자켓을 입고 있으면 땀이 날 정도로 덥다는 것이다. 내 좌석에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는데 켄드릭 라마나 오아시스 같은 다른 가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8시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내레이션과 반주가 흘러나오면서 새 앨범의 첫 곡인 ‘Welcome to the DCC’로 공연을 시작했다. 좋고 큰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오니까 둥둥거리는 느낌이 온몸에 느껴지고 처음에는 몸의 털이 바짝 솟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마치 내 심장이 노래의 박자에 맞춰서 뛰는 거 같은 황홀한 느낌이었다. 사실 2일차 공연을 간 거라 셋리스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첫 번째 곡이 끝나고 두 번째 곡인 ‘Is Everybody Going Crazy?’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결말을 알고 봐도 재밌는 영화가 명작이듯이 다음 곡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전주만으로 울림을 주는 노래 또한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이 계속 진행될수록 공연장의 열기는 더 더워지기 시작했고,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은 잊은 채 공연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Nothing But Thieves의 곡을 대부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듣고 더 좋아하던 곡들 중 하나인 ‘Keeping You Around’와 ‘Amsterdam’이 나올 때는 정말 이 두 곡만 듣고 갔어도 후회 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특히 ‘Impossible’이 나올 때는 학원에서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밤 풍경을 보며 이 곡을 듣던 그때의 감정이나 기억이 떠올라서 울컥하기도 했다. 공연을 하던 11월 29일은 기타리스트 조 브라운의 생일이어서 공연 중간에 서프라이즈로 케이크를 전달하고 관람객들이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공연 날짜가 밴드 멤버의 생일과 겹치고 수많은 관람객이 다 같이 큰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 공연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1시간 반 넘게 진행되던 공연은 앙코르 곡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다음번에는 다른 가수들의 공연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곧장 그러한 생각이 든 이유는 공연장에서는 노래가 온몸에 직접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러한 느낌은 단순히 스트리밍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애드리브를 넣는다거나 편곡을 하는 등 원래 곡과는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평소 자주 듣던 노래를 현장에서 들으니까 당시의 감정들과 상황이 떠오르면서 내 마음을 채워주었다. 이날 공연장 밖의 날씨는 매우 추웠지만 내 마음은 겨울철 벽난로처럼 활활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