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여러 회원님들과 함께 제주 ‘살림집’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그 전날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조금 불안했었는데 역시나 아침부터 비가 흩뿌리더군요. 시간이 갈수록 하늘은 점차 맑아져서 들고 간 우산을 그리 요긴하게 쓰지는 못했구요, 이시돌목장에서는 늦봄 날씨의 정수를 맛보았습니다.
요즘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읽고 있는데요, 그는 건축에 관한 에세이 『행복의 건축』을 쓰기도 했습니다. 보통은 건축이 집단의 기억인 ‘원형’을 유추할 수도 있으며 사람들의 기억을 연장해 주는 기능도 있다고 했더군요.
그럼 ‘집’과 ‘건축’은 어느 지점에서 만났을까요?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한 ‘인간의 집’으로서의 1차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구요, 신들의 집인 ‘사찰, 성당, 교회’등은 사회적인 의미가 추가된 2차적인 집으로서 건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리되었던 의식이 현대에 와서 서로 만나게 되면서 ‘인간의 집’도 ‘건축’으로서의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제주의 땅과 바람에 맞서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에 순응하는 제주의 ‘살림집’을 다녀온 사진을 풀어드립니다.
일반적으로 ‘민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답사를 맡으신 건축가 양성필 강사님께서는 집의 순수한 기능적인 면을 기준으로 ‘살림집’이라고 부르시더군요. 이렇게 했을 때 계급적인 의미가 부여된 ‘민가’라고 부를 때와는 다르게 또 다른 ‘집’의 의미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1. 하가리의 살림집
서부지역 하가리의 초가입니다. 제주의 초가도 지역적으로 차이점을 보이는데요, 그런 점에서 현재 서남부 지역은 남아있는 자료의 부족함으로 인해 제주의 살림집이라는 전체적인 데이터를 채우는데 공백이 생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2. 금악리 이시돌 목장의 테쉬폰
2가구가 거주 가능하도록 독립적인 취사공간을 두었습니다. 시간과 자본을 최소한으로 들이는 방식을 선택, 가마니를 이용하여 기둥과 철근 없이 시멘트만을 덧발라 만든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현수아치 구조 건축입니다. 당시 맥그린치 신부가 제주 기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던지 북향을 하고 있어 겨울에 추웠을 듯 하구요, 이러한 초기 테쉬폰의 시행착오를 거쳐 동부 선흘리의 테쉬폰은 더 나은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3. 낙천리 초가
가족 구성원이 늘어남에 따라 고팡을 방으로 꾸미게 되는데요, 그 결과 큰 방과 작은 방의 위계가 바뀌는 공간의 재배치가 일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정지 또한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변화되어가고 있습니다.
4. 서귀포 시내 문화주택 (서귀동 264-17 골목)
서귀포 시내에 들어선 문화주택은 건축할때부터 임대를 고려하여 2가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는군요.
5. 토평동 감귤창고
살림집을 만드는 기술에서 나아가 규모있는 건물을 만드는 단계로 들어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외부와 연결된 바닥의 환기구는 감귤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6. 이중섭가옥
안팎거리 형태가 아닌 한 지붕 두 가구 형태로 당시 초가의 주인은 모친을 모시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시 화가 이중섭이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기거했었는데요, 인구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임대용 공간의 필요성이 살림집을 만드는데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건축기행을 다시돌아보게 하는 자세한 설명 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건축기행은 유능한 강사님의 설명과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값진 기행이었습니다.
기획연구분과에서 건축기행답사 내용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위계적 건축이 아닌 제주민이 살았던 살림집, 제주 최초 다가구주택, 최초의 감귤 창고. 살림집이 제주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이번 답사를 통해 알게 되어 더 의미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기행을 통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제주민이 살았던 살림집에
대하여 알게되어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정원샘 잘 정리하여 올려줘서
감사해요. good!
회장님을 비롯하여 임원진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돗보였던 기행이었습니다.
노고와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제주선인들의 살림살이를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경제적 자립성뿐만 아니라 연령간의 생태적 고유성을
아우르는 두거리집 형태... 진정 환경친화를 고려했음을 보여주기에 더욱 애틋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이번 건축기행의 여백이 빼곡이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