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횟집
싱싱하다
가지런히 베어진 몸과 함께
접시 위에 올라온 광어의 머리
아내의 눈빛도 이렇게 살아 있다
창밖의 바다는 흐리고 어선 몇 척 떠 있다
기러기 떼가 일정하게 날아올랐다가
사람의 집으로 들어간다
살결이 고운 여종업원이 바다를 향해 웃으며
입을 뻐끔거리는 광어의 머리를 치운다
사고 후 목 아래가 마비된 아내를 두고
사람들은 죽어간다고 말하지 않고
아직은 살아있다고 말한다
죽어가는 광어의 머리를 보고 사람들은
아직은 싱싱하다고 말한다
안개가 걷히고 밧줄을 푼 배들이
하나둘 횟감을 낚으러 떠난다
이 차는 화끈한 데로 가지
친구가 술잔을 건네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니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르지
부르르 떨리는 내 젓가락엔
여종업원의 흰 손목 같은
광어의 한 점 살이 필요할 뿐
낚시를 마친 배의 불이 꺼진다
나는 다시 닻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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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품 집현전
군산횟집
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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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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