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발문
‘이 좋은 편을 택한 자’의 사랑학 -- 이영재 시집『 』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이영재 시인이 시집『 』을 상재한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창작하는 것도 남모르는 정서적 고뇌와 열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처럼 시집을 묶어 펴낸다는 것은 인생에서 그 고뇌와 잡다한 일상들을 성찰(省察)로써 여과(濾過)하여 이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이라는 한 단계의 결산임에 동의하게 된다. 이러한 시 세계와 우리 인간과의 접맥, 곧 현실적 사물(혹은 사건들)들과 교감함으로써 보다 안정되고 진취적인 정신세계에서 고차원의 정제(精製)된 인생관을 구현하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이영재 시인도 이와 같은 사물과 관념의 체험을 통한 사유(思惟)가 그의 가슴 속 깊이 흘러서 한 편의 시로 분출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정심(精深)을 아름답게 삭이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기쁨이든 슬픔이든 시는 그 자체 속에 이상을 쫒는 신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서 체험하는 삶의 궤적(軌跡)이나 거기에서 생성된 기억들은 기쁨이든 슬픔이든 잊을 수 없는 한생 동안 애환(哀歡)의 기록으로 시인들의 시적 발현의 원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영재 시인은 이러한 애환 중에서도 ‘세월의 바람 앞에 / 서럽게 흐느끼는 / 삶의 애환이 / 갈대의 대공 속을 맴돌고 있(「갈대의 울음」중에서)’는 인간들의 사랑을 중심축으로 한 작품을 구상하고 실현하려는 그의 진솔한 언어를 들을 수 있어서 우리들 공감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자연 서정과 함께 가족애 그리고 ‘주님’에 대한 은총을 시로 승화(昇華)는데 쏟은 열정을 이해하게 되는 연유(緣由)이다. 대체로 모든 생명이 있는 곳에는 시가 있다. 생명은 존재의 가치를 창출한다. 계절 따라 꽃피우고 열매 맺는 변화무쌍한 자연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유한(有限)한 생명에서 당면하는 현실들(과거의 시간 속에 묻혀 있는 현실들)이 상상력을 통해서 재생되면서 시인은 작품의 소재를 삼기도 하고 주제를 투영(投影)하기도 한다. 이영재 시인은 이러한 체험을 근원으로 하여 작품을 구상하고 표현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족 간의 사랑과 정한(情恨)을 애틋한 스토리로 전개하여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딸 등 평범한 가족관계에서 형상화한 작품들은 요즘처럼 핵가족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더욱 정감에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이영재 시인 스스로가 ‘세월의 수레바퀴 / 강산 네 번 돌아 / 먼 밭은 묵밭이 되고 잰걸음 걷던 울 엄마 / 집안 거동도 힘겨운데 // 여섯 살 박이 꼬마 / 중년 여인 되어 논둑길 걷는 모습 / 아버지 걸음 꼭 닮았다(「아버지와 딸」중에서)’는 어조로 과거의 시간에서 가족들의 화목과 사랑을 재생하고 있다. 또한 그는 시골집이나 자연 풍광 등 태어나서 자란 옛 고향의 정취에서 자신의 모태와 생명의 근원을 탐색하고 사랑학을 탐구하는 성찰의 모습은 참으로 정겨운 옛날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정이 스며 있음을 알게 한다. 이는 ‘귀 잠기신 아버지 눈마저 / 감기시기 전에 / 졸고라도 엮어 / 아버지 머리맡에 놓아 드리고 싶(「아버지와 시집」중에서)’은 심정으로 그는 사랑 나눔의 안온한 정서가 충만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영재 시인은 또 다른 사랑의 축을 형성한다. 그것은 ‘앞길을 인도하시는 / 주님의 은총은 / 아무리 생각해도 / 덤으로 누리는 축복(「덤으로 누리는 福」중에서)’이라는 ‘주님의 은총’이다. 이러한 시적 상관성은 아마도 그가 심취하고 몰입하는 것은 ‘주님 얼굴 닮고 싶은 / 내 맘과 똑 같아요’ 혹은 ‘주님만큼 자라고 싶은 / 내 맘과 똑 같(「똑 같아요」중에서)’은 ‘이 좋은 편을 택한 자(누가복음 11장 42절)’ 간에 교감하는 영혼의 언어가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주님나라 가는 날까지 / 함께 하고 싶은 마음(「하나님의 江」중에서)’이며 ‘내 영혼에 불을 지피는 일’이었기에 ‘주님’의 사랑이 온 천하에 확산되기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뭇 인생을 지으신 그분께서 나의 가는 길도 아시니 그분을 온전히 신뢰하고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인생의 지름길이라고 깨달음 주시다
와 같이 오늘도 ‘온 인류 마음에 담아내시려 / 붉게 물들어 버린 / 주님의 가슴을 생각(「주님의 기술」중에서)’하면서 ‘오직 사랑입니다’를 순박한 존재의 의미로 정리하고자 하는 시의 위의(威儀)를 확인할 수 있어서 깊은 공감을 사게 된다. 이러하듯이 시 한 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근원을 되찾게 하는 마력을 가진다. 이영재 시인이 갈망하는 사랑학의 정의는 바로 이러한 휴머니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각박한 현실에서 시인들이 재생시키는 사랑의 언어는 우리들의 정서에 단비를 뿌리는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영재 시인의 ‘뭇 생명들에게 나눠 주고 싶’은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대한다. 시집『 』의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