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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도 40대 가장도 "한국엔 희망 없다"…미국 `닭공장 이민`
기피업종 육류가공·청소 1년 일하면 영주권 나와
비숙련 취업이민行 급증
기사입력 2016.09.20 17:54:21 | 최종수정 2016.09.23 09:26:21
◆ B급국가 바이러스 ③ ◆
# "이민 후 하루하루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과연 이 낯선 땅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국보다는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이석우 씨(가명·29)는 지난해 재수 끝에 미국 이민에 성공했다. 미국 남부의 한 닭공장에서 1년여간 일하는 조건이었다. 이민 비용에만 3000만원이 넘게 들었고, 최저 시급도 못 받고 1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지만 그는 기꺼이 고국을 등졌다.
'코리안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아는 이 한 명 없는 이국 타향으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이민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위 '닭공장 이민'으로 불리는 미국 비숙련 노동자 고용 프로그램(EB-3)이 인기를 끄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EB-3는 식품가공업체, 청소업체, 닭가공 공장 등 취업 기피 업종에서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영주권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불법체류자가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다 마지막으로 찾던 방법이었지만, 최근 한국인의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연방 노동부 산하 고용훈련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회계연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노동허가서를 승인받은 한국인은 모두 2672명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600~700명 정도가 닭공장이나 청소업체 등을 통해 이민을 신청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인을 가장 많이 고용한 업체가 미국 앨라배마의 이름 없는 닭공장인 콕푸즈(Koch Foods)라는 사실이다.
이곳에 취업한 한인 노동자는 2011~2012년 18명에 불과했지만 2012~2013년 52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2014년에는 59명에 달했다.
또 한인을 많이 고용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인 5곳이 연소득 2만달러, 즉 2200만원 안팎의 육류·생선가공업체 등 취업 기피 업종에 속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인 3만7584달러 대비 절반 남짓한 돈으로,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수준이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닭고기 공장에서 일하더라도 이민을 가고 싶어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 청장년층이 처한 현실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청년층의 소득을 높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야 이 같은 사회 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 박사학위 65% "2등 시민 되더라도 남겠다"..인재 U턴 없어
열악한 처우에 국내 유치전략도 없다시피..
"단기 실적에 쫓겨 창의적 연구는 꿈도 못꿔"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박사급도 1.7배나 늘어
매일경제|이승훈,이상덕,전정홍,정의현,황순민,부장원,양연호
입력 16.09.20. 17:56 (수정 16.09.20. 20:46)
◆ B급국가 바이러스 ③ ◆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할 판입니다. 대학엔 자리가 없고 기업 연구소는 다 지방에 있는데 어떻게 돌아갑니까. 차라리 미국 방산업체에 취직해서 시민권이라도 따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다고 하지만 이등 시민이면 어떻습니까." 삼성장학금, 국비유학생 등 화려한 스펙으로 미국 S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딴 A씨(40)는 결국 귀국을 포기했다. 서울 시내 교수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마저도 뒷구멍으로 기부금을 요구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연구소의 채용설명회도 쫓아다녀 봤지만 지방 근무여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선 귀국 즉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20일 본지가 미국과학재단(NSF)의 '2016년 과학엔지니어링 지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0~2013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이공계 전공자 4683명 가운데 국내로 '유턴'하겠다는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체류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65.1%에 달했다. 계열별로 보면 생물학 전공자의 86.2%가 '미국에 남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물리학(69.6%), 수학(68.2%) 등 기초학문 전공자의 잔류비율도 평균치를 넘었다.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우수 인재 확보는 필수요건이다. 인공지능 '알파고' 시대를 맞아 우수한 이공계 인력 유치는 국가발전의 토대다. 하지만 이공계 인력 국내 유치를 위한 전략 부재, 투자 부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로 인해 '두뇌유출(Brain Drain)'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연일 이공계 인력 우대와 창의성을 외치지만 말의 성찬뿐이다.
대기업 IT 연구원으로 5년간 근무한 박창효 씨(가명·45)는 3년 전 고심 끝에 미국 대형 연구소로 이직했다. 서울대 공대와 대학원을 나온 박씨는 이직 이유에 대해 "국내 대학이나 대기업 연구실은 윗선에서 정한 기한이나 목표를 맞추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쫓기듯 일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창의적인 연구는 꿈도 못 꾼 채 신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한국에는 연구가 없고 개발만 있을 뿐"이라고 한탄한 그는 "연봉도 2억원 수준인 데다 자녀 교육여건도 좋아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귀띔했다.
국내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도 심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5년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취업으로 한국을 떠난 이공계 인력은 2003년 1만2312명에서 2013년 1만8360명으로 50% 급증했다. 특히 한국을 떠난 박사학위자 비율은 같은 기간 3302명에서 8931명으로 1.7배나 늘었다.
이런 인력유출의 결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전 세계 61개국을 대상으로 두뇌유출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3.98로 42위를 차지했다. IMD가 고안한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는 인재가 많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중 두뇌유출이 가장 적은 나라는 노르웨이(8.27)였고, 미국(6.82) 일본(4.49) 중국(4.07) 등 주요국들은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우수한 두뇌들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는 이유로는 연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근무여건이 지목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지난 7월 이공계 박사 1005명을 대상으로 '두뇌유출이 심화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와 연구 독립성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국내 일자리 부족(41%), 선진국보다 열악한 처우(33%), 연구비 부족(17%)에 대한 지적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해외 대학의 조교수로 임명되면 적게는 8만~9만달러(약 9000만~1억원)를 초임 연봉으로 받을 수 있고,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방향을 돌리면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 교수는 1년 차 연봉이 국립대의 경우 약 4000만원(수당 별도), 사립대는 6000만원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조사한 이공계 처우조사에서도 이공계 박사의 연간소득은 평균 7854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직장인 평균연봉(3198만원)보다는 높지만 유학비용과 늦은 취업연령을 고려하면 많은 액수는 아니다. 한 공대 교수는 "보통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한국에 오는 시점이 30대 중·후반인데, 몇 년만 지나 40대가 되면 자녀 교육을 위해 살인적인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나이가 된다"면서 "대다수 해외 박사들은 모아 둔 돈도 없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행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두뇌유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8년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해외에 있는 과학과 공학 분야 우수인재를 국내로 재영입하고 있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여건과 처우, 경력계발에서 우수한 인재에게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판 '천인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경현 서울대 공대 교무부학장도 "인재 영입을 위해선 중국의 강점인 천문학적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중공行 고민하는 서울공대 교수들
인재 홀대하는 한국…國富 뿌리부터 흔들
이승훈,이상덕,전정홍,정의현,황순민,부장원,양연호 기자 입력 : 2016.09.20 18:03:35 수정 : 2016.09.23 09:25:48
◆ B급국가 바이러스 ③ ◆
갈수록 좁아지는 한국과 중공의 기술 격차를 염려한다. 그 돌파구로 10만명을 먹여살릴 창의적 인재를 갈구한다. 하지만 고급 인재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런 모순의 결과는 대한민국 고급 인재들의 이탈이다.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들이 조국을 등지고 그동안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중공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인재에 투자하지 않는 나라, 한국의 산업기술계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B급 국가 바이러스'의 실상이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대 공대 교수 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파격적 대우를 약속하면 중공 대학으로 이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3명에 달했다.
실제로 최근 한 서울대 공대 교수는 연봉 5억원에 주택보증프로그램 일환으로 약 10억원을 추가 지원해줄 테니 교수로 와 달라는 중공 대학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한 교수는 "중공은 우리나라보다 인력과 자금 면에서 우위"라면서 "이런 상태에서 인재 이탈마저 가속화한다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대상을 해외 박사로 넓히면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총 4683명의 한국인이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가운데 무려 65.1%가 미국에 잔류하는 것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국 30.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인재는 나가고 외국에 나가 있는 인재는 안 돌아오는 것이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전 공대학장)는 "한국은 해외에서 돌아온 고급 인력들이 본격 정착하기 전까지 포스트닥터제도 등을 통해 안정적인 활동무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투자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공대교수 10명중 3명 "中대학 언제든 갈것"…인재 엑소더스
中대학 학과 1개 = 韓공대 전체규모…게임이 안돼
서울대교수 93% "10년내 연구분야서 中에 밀릴것"
이승훈,이상덕,전정홍,정의현,황순민,부장원,양연호 기자 입력 : 2016.09.20 17:58:53 수정 : 2016.09.20 20:42:13
◆ B급국가 바이러스 ③ ◆
# 사례1.
한국과 중공의 대표 대학인 서울대와 칭화대에는 기계공학과가 있다. 학부 재학생 수는 두 대학 학과 모두 500명 남짓. 하지만 교수진은 칭화대가 60명 이상으로 서울대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더욱이 서울대에는 자동차공학과가 없지만 칭화대에는 별도로 있다. 칭화대 내 자동차공학과 교수까지 고려하면 두 학과의 교수진 격차는 3배 이상일 것이라는 것이 학계 내 평이다.
# 사례2.
중공 내 항공공학의 산실인 베이항대(베이징항공항천대)는 학교 차원에서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곳 석·박사를 포함한 재학생 2만7000명은 중공 항공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육성된다. 이에 대해 김성우 서울대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 교수는 "중공은 막대한 예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받은 예산을 골고루 나눠 쓰려는 한국 학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초일류 인재를 불러 모아 기술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공의 '인재굴기'는 국내 교수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국내 나노소재 제조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수 교수(56)는 2012년 서울대 화학부에서 지린대 화학부 석좌교수로 둥지를 옮겼다. 이 교수는 이듬해 '천인계획'의 외국전문가로 선정됐다. 또 한국 수학계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1년 대한수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한 곽진호 교수(67)는 2010년 포스텍 수학과 교수직을 퇴직하고 베이징교통대 수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중공은 이미 인재 블랙홀이다.
중공은 1994년 중공과학원이 실시한 중공 최초의 해외인재 유치사업 '백인계획'을 시작으로 1997년 '춘휘계획', 1998년 '장강학자장려계획' 등 해외 인재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특히 중공 정부가 외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000명 영입을 목표로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천인계획' 프로젝트는 중공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해외 인재 유치 사업으로 손꼽힌다. 천인계획을 통해 핵심 기술 발전, 첨단기술 산업 발전, 신흥 학문 발전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과학자 및 핵심 인재들을 유치해 중공의 경제성장 및 산업고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중공의 목표다. 선발된 인원은 계약을 맺기만 하면 보너스 명목으로 최대 15만달러를 제공받고 월급도 본토에서 교육받은 연구원의 몇 배 수준을 지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호 서울대 공대 기획부학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중공 대학이 인재 영입을 본격화하면 소위 말하는 S급 학자들의 경우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동안 학계에서는 중공을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 중공 대학의 연구 실적을 보면 국내 대학을 따라잡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추월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매일경제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서울대 공대 교수 74명 중 32명(43.2%)이 향후 중공과의 연구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학술지에 실린 논문 수에서도 중공은 몇 년 전부터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에 따르면 2014년 IEDM 학술지에 실린 논문 중 중공 학자와 기업인이 작성한 논문은 26편으로 한국(13편)의 두 배였고, 작년에도 23편으로 한국(15편)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에 대해 한 공대 교수는 "국가적 차원의 이공계 육성 프로그램과 신산업 핵심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박봉에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덕 서울대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장(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은 "자동차 분야만 봐도 중공 대학의 1개 학과가 한국 대학의 공과대학 전체에 해당되는 규모의 교수와 학생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양은 물론 질적 차원에서 중공이 엄청난 속도로 한국을 따라오고 있거나 이미 대등한 수준을 넘어 추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남경필 서울대 공대 연구부학장은 "하얼빈공대가 선전 캠퍼스를 만드는데 교수를 정말 필요한 만큼 뽑고 있다"면서 "현재 100명 수준인데 향후 1500명까지 뽑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중공은 이미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확실하게 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고 말했다.
전공이나 실력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연봉이 책정되는 시스템에서 탈피해 능력 있는 교수에 대한 파격 대우가 가능하도록 사회 분위기와 대학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달라진 中위상` 박사인력 몰린다
서울대 공대 23% 中과 프로젝트…강의교류도 34%
이승훈,이상덕,전정홍,정의현,황순민,부장원,양연호 기자 입력 : 2016.09.20 17:59:04 수정 : 2016.09.20 20:26:50
◆ B급국가 바이러스 ③ ◆
학계에서는 중공의 달라진 위상으로 박사 인력의 중공행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창수 산둥건축대 부교수.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작년 3월 중공 정부의 외국인 교수 특별채용에 합격해 중공으로 직행한 첫 사례다.
중공의 위상 변화는 해외 대학 파견에서도 감지된다.
서울대에서는 교수들이 연구년 기간에 외국에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다시 서울대로 돌아오는 파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동안은 미국 일변도였다. 하지만 작년 9월부터 올해까지 서울대 공대에서만 3명의 교수가 중공 대학으로 파견을 신청했다.
서울대 공대 역사상 교수가 미국·유럽이 아닌 중공으로 파견을 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교수들이 연구년 때 미국·유럽에 가서 선진 연구 흐름과 기술을 배우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최근 들어 중공으로 가는 사례가 나온 것은 중공 대학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공 대학과의 공동 연구도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 중공 대학을 '한 수 아래'로 여기면서 회피하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매일경제 조사에서 올해 중공 대학 혹은 학자와 공동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밝힌 교수는 23%(17명)에 달했다. 올해 중공 대학을 방문해 특강이나 초빙 강의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수는 33.8%(25명)로 그보다 더 높았다.
중공을 경험한 학계 관계자들은 교수들의 인식 변화의 배경으로 중공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꼽았다. 지난해 중공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으로 파견을 다녀온 차석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중공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연구는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며 "연구주제 선정이나 연구용역 수행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다양한 제도적 틀에서 유연성과 신속성이 중공 대학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작년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홍콩 중문대로 이직한 피터 페레토 교수(44)도 "중공의 최고 연구교육기관들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설정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바로 이 대목에서 서울대가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칭화대를 비롯한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 명문 대학에 비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는 연구 성과가 미진하다는 분석이다.
중공 대학의 약진은 연구 수치로도 나타난다. 세계 3대 과학저널인 네이처가 논문에 대한 기관 기여도를 평가해 기여도가 큰 폭으로 오른 대학과 연구기관을 선정해 발표하는 '2016 네이처 인덱스 라이징 스타'에서 중공과학원(CAS)과 베이징대, 난징대 등 중공 대학과 연구기관이 1위부터 9위까지를 모두 휩쓸었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학장 "신산업 창출·창업주력…중공대학 배워야할때"
中과 양적경쟁 불가능…연구도 선택과 집중을
이승훈,이상덕,전정홍,정의현,황순민,부장원,양연호 기자 입력 : 2016.09.20 17:59:16 수정 : 2016.09.20 18:03:55
◆ B급국가 바이러스 ③ '서울대 신사유람단' 꾸린 이건우 공대학장 ◆
서울대 공대는 오는 11월부터 공대 교수 20명을 선발해 중공 대학에 보낸다. 중공 연구개발(R&D) 능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어 이제는 오히려 중공이 연구 능력에서 한 수 위라 여기고 직접 보고 배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마디로 '서울대판 신사유람단'을 조직한 셈이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매일경제 취재진과 만나 "빠르게 변화하는 중공 학계의 분위기를 익혀야 한다"면서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면서 신산업 창출 연구와 창업에 도전하는 중공 대학 생태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장은 지난 7월 중공 선전대와 하얼빈공대 선전 분교를 방문한 뒤 그 연구 환경과 시스템에 놀랐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 학장은 "중공 대학은 교수 숫자가 분야별로 100명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 교수 간 협업과 시너지 창출이 자유롭지만 서울대는 공과대학 통틀어서 해당 전공 교수가 기껏해야 서너 명에 불과하다"며 "교수의 능력에 따라 연봉이 몇 배까지 차이 나는 인센티브 제도도 우리에게는 없다" 고 한탄했다.
한국 대학 내에는 교수들 간 경쟁을 자극하는 인센티브 체제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 학장은 인재 투자에 인색한 한국의 연구 토양에 대해서도 한탄했다.
그는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라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조선 강국이면 조선 연구에서 최고가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하지만 산업에서는 최고의 투자를 해도 대학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결국 산업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중공과 양적으로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학에서라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이대로 인재 빼앗기면 저성장 위기 극복못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제자 추천이 부정청탁이라니?..김영란법은 시대흐름에 역행
인재유출 늘고 지식사회 경색
이승훈,이상덕,전정홍,정의현,황순민,부장원,양연호 기자 입력 : 2016.09.20 17:54:33 수정 : 2016.09.20 20: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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