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일 '2010 만해축전' 열려
12일엔 올해의 '만해대상' 6명 수상
학술세미나·시인학교·7080음악회 등
하루 종일 '문화 피서' 마당으로…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이 한국 근현대 문학사와 불교사 그리고 독립운동사에 남긴 뚜렷한 발자취를 확인하고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만해축전. 오는 11~14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와 만해마을, 인제읍 일대에서 펼쳐지는 만해축전은 올해도 다양한 행사들로 '문화 피서'의 장을 제공한다.
■올해의 수상자들
나이지리아 시인 월레 소잉카, 이란 변호사 시린 에바디 등 노벨상 수상자들과 남아공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티베트 망명지도자 달라이라마 등 세계 각국의 국가원수를 역대 수상자로 배출한 만해대상은 올해도 여섯 명의 새 수상자들을 세상에 소개한다.
평화부문 수상자인 이동건(72) 전 국제로터리클럽 회장은 지난 2008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로터리클럽 회장에 선출돼 '꿈을 현실로(Make Dreams Real)'라는 구호를 내걸고 제3세계 영·유아 사망률 줄이기에 앞장섰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툼비 지역에 모자(母子)구호병원을 건설하기도 했다.
실천부문 수상자인 성운(聖雲·59) 스님(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이사장)은 한국 불교계에 복지포교의 가능성을 제시한 선구자이다. 1978년 폐허나 다름없었던 서울 은평구 삼천사 주지로 부임한 그는 주변의 철거민촌과 상이군인촌 등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점차 대상을 확대해 지금은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산하의 36개 시설을 통해 사회의 그늘진 곳을 보듬고 있다.
문학부문 공동수상자인 정진규(71) 시인은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중진시인 중 한 명이다. 1962년 고려대 재학 중 '만해전집간행위원'으로 참여했던 정 시인은 선(禪)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17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월탄문학상, 공초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역시 문학부문 공동수상자인 존 랠스톤 소울(Saul·63) 국제펜클럽 회장은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이다. 작년에 세계 102개국 작가를 회원으로 둔 국제펜클럽 회장에 선출된 그는 독재와 탄압에 맞선 표현의 자유와 소수언어, 토착언어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학술부문 공동수상자인 존 던컨(Duncan·65) 미국 UCLA 교수는 미국 내 한국학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역사학자이다. 한국사가 동아시아 역사에서 갖는 동질성과 특수성을 찾으려 하는 그는 유창한 한국어와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국 자료를 영역(英譯)했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국제교류재단상'도 수상했다.
학술부문 공동수상자 김학성(65)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우리 고전시가(詩歌)라는 '한 우물'을 파온 학자이다. '한국고전시가의 연구' '한국고시가의 거시적 탐구' '한국고전시가의 정체성' 등의 연구서를 통해 고전시가의 미학과 정체성을 규명하는데 평생을 바쳤으며, '한국시조학술상' '도남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채로운 문화행사
올해 만해축전은 그 어느 때보다 문학행사가 풍성하다.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현대시학 등 국내의 대표적인 문학단체들이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다양한 주제로 심포지엄을 갖는다. 올해 열리는 문학·학술 세미나는 모두 22개 행사로, 108편의 논문이 소개된다. 역대 만해축전 중 가장 많은 규모이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세미나 등 시조(時調)관련 학술회의도 7개나 마련됐다.
11~14일 축전 기간 동안 만해마을은 문인들로 넘쳐난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종일 문학행사가 이어진다. 학술회의도 '만해와 하이데거' '21세기와 만해' 등 만해와 관련된 것을 비롯해 '21세기 시조문학의 창작과 음송' '현대 선시(禪詩)의 새로운 방향' '아시아·유럽문학의 경계' 등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공식 축전 기간에 앞서 7~8일에는 '전국 계간문예지 축제'도 만해마을에서 개최된다.
11일~13일 열리는 만해시인학교는 만해축전의 대표적 문학행사이다. 정진규·오탁번·오세영·조정래·이가림·홍성란·이홍섭 시인 등의 특강이 열리고 허림·김남극·김명기·임연태·한영숙·홍종화 시인 등이 참가자들을 지도한다.
■만해와 조선일보… '붓이 꺾이어 모든 일이 끝나니…' 강제폐간 위로詩
만해 한용운과 조선일보 중흥 사주인 계초 방응모(方應謨)는 일본강점기 조선일보가 주도했던 신간회 운동을 통해 첫 인연을 맺었다. 3·1 독립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을 맡는 등 독립운동에 매진하던 만해는 신간회의 중앙위원이자 경성지회장이었다. 그는 역시 신간회 중앙위원이자 평양지회장인 고당 조만식의 소개로 금광 사업가인 계초를 만나게 된다. 다섯 살 연상인 만해의 활약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계초는 만해를 깍듯이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경했고, 1933년 서울 성북동에 지인들과 함께 만년의 거처인 심우장을 지어주는 등 물질적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만해와 계초의 교유는 계초가 조선일보 인수에 나서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만해는 1935년 4월부터 장편소설 '흑풍'을 조선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조선일보가 서울 태평로(현 코리아나호텔 자리)에 새 사옥을 짓자 "조선 사람의 문화 정도가 진보된 상징"이라며 기뻐했다.
만해가 계초와 조선일보에 가졌던 유대감은 조선일보 강제 폐간과 계초의 회갑 때 지은 시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가 1940년 일제에 의해 강제폐간될 당시 조선일보에 '삼국지'를 연재 중이던 만해는 "신문이 폐간되다/ 붓이 꺾이어 모든 일이 끝나니…"로 시작되는 시를 써서 계초와 조선일보를 위로했다. 만해는 1944년 회갑을 맞은 계초를 위해 축하시도 썼다. '서녘에서 온 기운/ 기이도 하여/ 비와 구름 그 조화/ 때를 알아라/'로 시작되는 이 시는 '큰 붓을 잡으면 활살(活殺)이 자재(自在)인데/ 수재들은 또 얼마나 모인 것이랴/'라며 우회적으로 조선일보의 복간을 기원했다.
만해와 조선일보의 인연은 1999년부터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강원도·인제군과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만해축전'을 개최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해마을 벗어난 축제무대… 올해는 인제읍까지 '북적'
'만해대상 시상식' 등 주요행사 열려
올해부터 만해축전은 백담사 부근을 벗어나 인제읍으로 확장된다. 축전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들이 대거 인제읍에서 열리는 것이다. 1999년 만해가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즐겨 찾던 설악산 백담사에서 시작된 만해축전은 2003년부터 백담계곡 입구에 들어선 '만해마을' 일원에서 주로 펼쳐졌고, 2010년 행사 무대가 인제읍까지 확대된 것이다.
특히 12일에는 인제읍 내에 만해축전에 참가하러 온 1000여명의 외부인들이 북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만해축전의 하이라이트인 만해대상 시상식이 인제읍 남북리의 '하늘내린센터' 대극장에서 12일 오후 4시 열린다. 지난해 8월 개관한 하늘내린센터는 인제군의 문화·예술·스포츠의 중심이다. 만해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만해축전을 축하하는 '7080음악회'가 열린다. 가수 하남석, 양하영, '4월과 5월', '배따라기' 등이 출연한다. 이곳 전시실에서는 11~14일 '제12회 님의 침묵 서예대전' 수상작 전시회와 시상식(12일 오후 2시 30분)도 열린다. 또 '문청(文靑)'을 꿈꾸는 전국 고교생들의 백일장도 하늘내린센터와 인접한 인제실내체육관에서 12일 열린다.
만해축전의 주요행사를 인제읍으로 옮겨온 것은 주민 참여를 높여 명실상부한 지역축제로도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이다. '2010 만해축전' 기획홍보위원장 홍사성씨는 "만해축전 참가자들이 백담사와 만해마을뿐 아니라 인제군의 다양한 먹을거리·볼거리를 경험하고, 지역 주민도 만해축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읍에서 만해마을까지는 약 22km, 자동차로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앞으로 백담사·만해마을·인제읍이 '만해축전 벨트'로 묶여 설악산과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유명한 한용운 님의
글 아침이 행복합니다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