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굿과 신(神)굿
지금도 정신질환자인 정신병을 고치는 방법으로서 굿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양의사의 묵인 하에 무당이 정신병동에까지 들어가 정신병을 치유할 목적으로 밤새도록 굿을 했다는 사례도 있다. 삼설양 굿은 미친 사람을 고치는 굿으로 순천지방에서 전승되는 독특한 치병(治病)굿이다. 심리적인 문제로 정신이상이 된 경우는 효험이 없으나 잡귀가 붙어 정신이상이 된 경우에는 백발백중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신병(神病)일 경우에도 한다. “삼설양”의 정확한 뜻은 이 굿을 연행하는 김순태. 박경자 부부도 밝혀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예전부터 “설양을 묻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김순태고인의 이야기와 진도(채정례) 신안(이귀인)지역에서 “설양”을 철용신을 일컫는 다른 명칭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잡귀 때문에 생긴 병이기 때문에 잡귀를 몰아 앞, 뒤 철룡에 꼭꼭 묻어 퇴치함으로서 병을 낫게 한다는 의미로 추측된다.
이 굿은 거리굿의 일종으로(“거리중천굿”이라고도 한다.)
씻김굿의 맨 마지막 중천막이를 할 차례에 한다. 씻김굿을 다 하고 난 다음에 중천맥이를 할 차례가 되면 단골 네가 온갖 잡귀를 불러 모아 잘 먹이고 놀려서 달랜 뒤 돌려보낸다.
그리고 막을 치고 막 안에 물 항아리를 준비한 다음 환자를 물 항아리에 앉힌다.
단골 네는 칼춤을 추며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가지로 환자를 때리며 잡귀를 떼어 낸다.
그런 다음 막을 불 지르고 도끼로 물 항아리를 깨 버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삼설양거리를 하는 과정은 동해안별신굿의 거리굿과 같은 형식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인극 형식으로 연극성이 무척 높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 거리만 해도 되지만 앞에 씻김굿을 하는 것은 씻김굿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 김순태 고인의 설명이다. 순천, 고흥지방의 씻김굿은 어느 경우에나 혼맞이를 꼭 하는데 손님 굿을 다 끝내고 하는 것이 특이하다. 능주에서는 먼저 혼맞이를 하고 굿을 진행하지만 순천의 경우에는 손님 굿을 하고 혼맞이를 한다. 비명횡사로 죽었을 경우 죽은 장소에 가서 혼을 맞아 오기 때문에 먼저 혼맞이를 한 셈이 되지만 손님굿 다음에 재차 혼맞이를 하는 것이다.
이는 산사람의 부귀복록을 비는 성격의 제석굿을 마치고 망자를 위한 씻김. 해원의례로 들어가는 초두에 비로소 혼을 정식으로 맞아들이는 구조가 된다.
산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를 명확히 하면서 망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형식적으로 더 강화시킨 셈이다. 채정례씨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전환을 넋을 올리는 것(‘넋올리기’)으로 처리하는 방법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말년주(‘초가망석’을 옛날에는 이렇게 불렀다)’와 ‘당산살풀이’를 안당에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희설’과 ‘고풀이’에서 재차 반복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 이유는 목사 고을로서 권세 있는 양반들이 많았던 지역적 특성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망자를 기리고 조상봉사에 모든 의미를 부여했던 유교윤리에 입각한 마음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강조되어 번거로운 양식이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순천부에 소속된 懸이며 진도 이상으로 굿이 번성, 강성했다고 하는 고흥지방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순천지방에는 ‘요동굿’이라는 독특한 굿거리가 있다. 이 굿은 아직 학습단계에 있는 단골에게 실제로 굿을 현장에서 실습할 수 있도록 혼맞이를 하여 혼을 모셔 오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한 거리 하는 기회를 준다. 이때는 무슨 내용의 굿을 해도 무방하다.
▲ 박경자 ‘삼설양굿’의 절차와 내용
1. 혼맞이
망자의 혼을 불러 맞이하는 거리. 망자가 죽은 자리에 가서 혼을 불러 맞이해야 한다.
혼이 내리면 그 자리에서부터 질굿을 치고 집에 모셔 온다.
집 앞에 당도하면 주가집(굿하는 집)에서는 술과 물을 올리고 촛불을 켠 상을 준비한다.
옛날에는 ‘영돌이’라고 하여 문밖에 노적 섬을 쌓아 놓으면 밟는 등 장난을 치며 들어가기도 했다. 혼을 맞으면서 푼 곱베를 대문밖에 길게 펼쳐 놓고 그 위로 질 굿을 치고 들어가기도 하고 혼신을 모시고 들어간다고 하여 가마니 양끝에 작대기를 끼워 앞뒤 양편에 두 명씩 메고 그 위에 곱베 당석을 싣고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집안에 들어오면 영위에다 일단 좌정시켜 모셔 놓는다.
2. 조왕굿
‘궂은 일’일 경우에도 조왕굿을 한다. 명확히 산사람을 위한 의례와 망자를 위한 의례를 구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다. 부정경, 조왕경을 읽는다.
3. 안당
성주굿이라고도 한다. 성주신에게 그날 굿하는 연유를 고한다.
여기에서 “주야 주야 말년주야”를 찾아 그날 모실 신들을 모셔들인다. 초가망석을 구분하지 않고 안당에 포함시킨 예이다. 당산살풀이를 하고 사방에 춤추며 절한다.
4. 제석굿
박경자씨의 경우 제석풀이로 제석근본을 밝힌 다음 집을 지어 성주풀이를 하고 노적을 쌓고 업을 부른다. 그리고 집을 관리할 하님(여자 하인)과 별감을 갖춘 다음에 액풀이를 하여 액을 막아 집안과 자손의 창성 재수소망을 축원한다. 고흥지방에는 이 제석 굿이 없다.
5. 손굿
손님풀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방안에서 한다.
6. 혼맞이
‘안정반’이라고도 하다. 손굿까지는 산사람들의 구복에 촛점이 맞춰진 내용이었으나 이제 본격적으로 망자를 씻겨 왕생극락하도록 천도를 시키기 위해 다시 혼을 맞아 넋풀이를 해준다.
고흥지방도 마찬가지로 혼맞이를 하는데 이 때 꼭 희설을 함께 하는 특징이 있으나 순천에서는 이 거리에서 하지 않고 오구굿 다음에 ‘큰넋희설’이라 하여 한 거리를 한다. 요즈음은 번거롭기 때문에 고흥방식으로 희설을 혼맞이에서 해 버리고 ‘큰넋희설’을 생략하기도 한다.
7. 오구굿
망자의 혼신을 맞아들인 후 인도 환생하기를 기원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생했는지를 알아보는 굿. 아버지인 오구대왕님으로 버림받았으나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생명수를 구하여 오구대왕님을 살려내는 바리데기. 巫祖神인 바리데기공주를 찾아 그분의 생명력을 망자도 받아 인도 환생하는 힘을 갖도록 기원한다. 단골네가 혼자 바리데기를 구송하고 밀가루에 나타난 흔적을 보고 무엇으로 환생했는지를 가름 한다.
8. 큰 넋희설
안당에서 했던 것처럼 다시 말년주를 찾고 당산살풀이를 한 다음에 말미를 받아서 넋풀이를 해주고 망자가 극락에 갈 때 각종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가도록 육십갑자로 풀어 축원하는 희설을 한다.
희설이 끝나면 진양장단에 염불을 하고 넋상자를 들고 춤을 추며 놀려 준다.
9. 고풀이
또 다시 말년 주를 찾고 당산살풀이를 한 후에 명두풀이를 하고 고를 푼다.
10. 씻김 ; 쑥물, 향물, 맑은 물로 망자의 넋을 씻어낸다.
11. 길 닦음
다리염불이라고도 한다. 안방에서 마당으로 베를 길게 펴 다리를 만든다.
그 위에 지전과 넋 상자를 올려놓고 염불로서 극락왕생을 축원한다.
12. 삼설양굿
‘삼설양굿’ 사설, 구송:박경자(64) / 채록: 박흥주, 꽹쇠, 징을 들고 삼채굿을 친다.
巫가 한 손에 칼을 들고 한 손에는 복숭아 나뭇가지를 들고 마당에서 한참 춤을 추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먼저 성주방으로 들어가 한동안 칼춤을 추며 칼로 잡귀를 후려낸다.
巫 : 메귀야-.
고인 : 예.
巫 : 00氏집 어제로는 0월 0일 아침에 새는 날은 0월 0일날 망제님들을 많이 모셔 놓고 야갑 잔치해서 아칙에 모두 모셔볼고 개명축시 이럴 때 큰방 구석에 들어 와 보니 성주임을 모셔 논 방구석인디. 우리 성주님을 모셔 놓고 성주님께 명주고 복도 주자고 했더니 집안우환이 있다고 해서 망제님들 다 모셨으니 오늘은 성주좌정을 시켜 놓고 성주구석에(밤으로는 청색치마에 선홍을 대고 낮으로는 홍색조끼에 선홍을 댄) 이런 잡귀잡신은 보다 싹 몰아내고 왠갖 복을 긁어 들이세.
고인 : (삼채굿을 친다.)
삼채굿을 치고 큰방으로 간다.
巫 : 메귀야.
고인 : 예.
巫 : 이 방은 와서 둘러놓고 보니 0살 잡수신 대주님하고 0살 잡수신 감웅(가망)님하고 사용하는 방인디(잉꼬쟁이네 뭐네 한다) 아들딸을 한 탯줄에서 몇을 이방에서 낳고 그 애기들을 전부 성공시켜서 좋게 해야 할텐데 올해 해운이 사나와 갖고 00가 아파 (아픈 사람을 넣어 이야기한다) 큰방구석 네 구석 구석구석 네 구석의 잡귀잡신을 싹 몰아내고 명과 복을 쳐 들이세.(장단) 삼채굿을 치며 작은방, 마루, 광 등 도랑을 다 친 다음 조왕으로 간다.
조왕에서 조왕굿을 치며(“메귀야” 부르며 큰방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한다) 조왕님에게 기원한다. 조왕굿이 끝나면 뒤안에 있는 철룡으로 쳐서 오방신장을 앉혀낸다.
<자진모리(늦은)>장단에 맞춰
에라 중천 에라 도시야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왔네 왔네 내가 와 어느 귀신이 아니 오면 어느나 혼신이
아니 올까 남녀귀신이 내가 왔네 여자 죽은 귀신이나
남자 귀신이나 삼촌간에 혼신이나 사촌간에 혼신이나
오촌간에 혼신이나 육촌간에 혼신이며 칠촌에 팔촌에 혼신이나 9촌에 10촌 혼신들이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돌아서서 가는 시늉을 내고 돌아간다.
다시 들어오면서
에라 중천 에라 도시야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왔네 왔네 내가 와 오다가 가다가 거리중천 칼 맞아 죽은 혼신이나
총맞아 죽은 호신이나 물에 빠져 죽은 혼신
수살 음살에 걸려 갖고 오는 길에 치여 죽고 가는 길에 죽고
빠져 죽고 실어 죽던 망구영천 망구혼신들 오셨다가
이 거리 저 거리거리에 중천 만단진수로 잡수난디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에라 중천 에라 도시야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왔네 왔네 내가 와 총각 죽어서 몽달귀신, 처녀가 죽어서 명두혼신,
각시가 죽어서 사귀혼신, 아기 죽어서 동자혼신, 어른 죽어서 모자혼신,
망구영천의 혼신들이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에라 중천 에라 도시야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왔네 왔네 내가 와 천하궁 도시가 내가 와 지하궁 도시가 내가 와
물우에 도시가 내가 왔네 물아래 도시가 내가 왔네 내라도 많이 먹고
내 돌아가세--.
그러면 마당 새립팍 앞에 차려 놓은 거리상 앞으로 온다.
巫는 거리상 앞으로 와 칼을 들고 거드렁거리며 한참을 논다.
고인은 손대를 들고 있다. 손대를 들고 한참 춤을 추다 악을 멈춘다.
악을 멈추면 손대에 붙은 붉은 천 파란 천 조각을 가리키며,
巫 : 자 여가 뭔 글이 써졌는가 잠 보소, 자네.
고인 : 나는 글을 읽을 줄 몰라. 뭔글이지 모르겠네.
巫 : 아 자네들이 이걸 알가? 나가 알제. 자네들은 모르네. 나가 강남대주서 백마를 타고 건너왔는디 자네가 이것을 알겠는가? 새천새국 사마세계
해동조선 전라좌도 00군 00면 00개 집으로 왔는디 자네들이 알겠는가?
강남대국서 백마를 타고 건너올 적에 여그 와서 여물을 먹어도 신문지(돈)로 여물을 먹고 콩을 갖고 여물을 먹고 밥을 먹어도 나가 섬밥을 먹고 말밥을 먹고 됫밥을 먹고 그렇게 먹는디 나 대접좀 해 줄랑가.
고인 : 아 그렇고 말고요. (안댁을 불러서) 콩도 많이 갖다 놓고 돈도 많이 갖다 놓으시요.
안주인이 콩이고 쌀이고 많이 갖다 놓으면 손대를 쌀에다 팍 꽂는다.
巫 : 나가 이 집에 잔치한다고 해서 잠 얻어먹고 갈라고 낮이로는 웃담밖에 삼담밖에 삼담밖에 울담밖에 밤새도록 지다리고 바래다가 아칙에 거리에 잔치가 있어 묵을라고 한디 나가 밥좀 묵을라고 뒤를 돌아다 봉께 나 뒤로 수천만 수만명이 따라와서 나도 주라 나도 주라고 입을 벌리니 내가 밥을 먹어도 말밥을 먹고 괴기를 묵어도 나가 두곱괴기를 묵고 담배를 묵어도 발담배를 묵고 술을 먹어도 큰 통으로 말술을 마셔야겠는디 나가 그렇게 묵고 갈 것이 있는가?
고인 : 아이고 밥도 많이 있고 괴기도 많이 있고 떡도 많이 있응께 걸게 많이 잡수시요.
巫 : 자 그러면 망자 거느리고 묵어보세.
고인 : (삼채굿을 친다)
사방으로 거드렁거리면서 춤을 춘다. 한참 춤을 추다 바가치(바가지)를 딱 추켜들고 손대를 함께 추켜든다. 한참 춤을 추다 밥을 한웅큼 주먹손으로 퍼서 입에 쳐 넣는다. 밥을 심껏 퍼먹는다. 밥이고 너물이고 떡이고 과일이고 퍼먹으면서 동시에 입으로 삐져내며 실컷 먹는 시늉을 한다.
巫 : 아 많이 묵었다. 내가 이 댁에 와서 실컷 묵고 이렇게 배가 불렀으니 이 댁 병자가 안 나슬리가 있겠는가? 00환자가 딱 나슬 것잉게 이제 나는 가네.
고인 :(삼채굿을 친다)
아장거리며 춤을 추며 밖으로 나가 미리 마련시켜논 새숫대 같은 그릇에 음식을 싹 부서 버리고 난 다음 다시 손대를 들고 한량춤을 추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고인 : 아니 이거 실컷 먹고 갔으면 됐지, 또 뭔 사람이 들어오나?
巫 : 아 자네들은 모르시. 나가 이한량 죽은 귀신이시. 나도 시조도 한가락씩 허고, 굿도 한가락씩 치고 하는 이한량이 굿소리가 우동동 나는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가 있느가? 우동동 굿소리가 나서 나도 왔네. 뭐좀 묵을 것잠 주소.
고인 : 아 이한량이 짜잔하게 뭘 얻어묵을라고 왔소? 참 짜잔하다.
많이 있응께 많이 묵고 가시요. 많이 먹지 않고 한두 번 먹는 시늉만 한다.
巫 : 아 이 집 잔치에 이한량이 와서 많이 묵고 잘 묵고 가니 이 집 몇 살 먹은 자손 잘 나서 놓고 나는 가네.
고인 : (삼채굿을 친다)
새립밖(문밖)으로 나가 싹 부서 버린다. 칼 맞아 죽은 귀신이 나온다.
미리 밖에 준비한 칼(작대기)을 들고 들어와 찌르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고인이나 주위 사람들의 가슴이나 웃긴 데를 쿡 찌르기도 하며 재담을 던지기도 한다.
고인 : 저기 칼맞은 귀신이 나왔네. 많이 묵고 가시요.(삼채굿을 친다)
다시 총맞아 죽은 귀신이 되어 마당으로 나와 총맞은 시늉, 총쏘는 시늉을 하며 논다.
뻥뻥 쏜다.
고인 : 총 맞아 죽은 귀신이 왔네. 많이 묵고 가시요.(삼채굿을 친다. 악을 맺고)
고인 : 당신 누구요?
巫 : 나는 저 남방에서 온 쳐녀 죽은 명두혼신이요. 나는 시집도 못 가고 거리 노중에 떠돌아다니는디 굿소리가 나기에 뭔 잔치있는가봐 들어왔소.
고인 : 그라요. 거기 많이 있으니 많이 먹고 어디 좋은 곳으로 가시요.
巫 : 많이 먹고 가요.
고인 : (삼채굿을 친 다음 악을 맺고 난 다음) 당신 누구요?
巫 : 나는 저 서방에서 총각 죽은 몽달혼신이요. 다름이 아니고 장가도 못 가고 떠돌아다니는디 우둥둥 굿소리가 나기에 들어왔는디 뭐좀 얻어먹고 갈 거 없오?
고인 : 많이 있으니 많이 먹고 가시오.
이처럼 목매달아 죽은 귀신, 물에 빠져 죽은 귀신, 자동차에 치어 죽은 귀신 등 온갖 귀신들이 차례로 들어와 얻어먹고 간다. 그러다 바가치를 치마속에 넣어 임신한 형상을 하고 아그장거리고 들어온다.
고인 : (악을 맺고) 어디서 애기난 귀신이 왔소?
巫 : 나가 그게 아니고, 애기를 배 갖고 낳고 가도 지앙이고 배고 가도 지앙이고 서고 가도 지앙이니 지앙길에 애기를 못 낳고 갔는디, 아니 우둥우둥 굿소리가 나글레 여그로 왔는디 나가 여그로 와서 밥좀 얻어먹고 애기좀 낳고 가면 어쩌것소?
고인: 아 그라시요.
巫: 그라면 애기 기저귀베도 잠 주시요.
고인: (안주인에게) 여그 베좀 갖다 주시요.
안주인이 베를 갖다주면
巫: 몸풀면 미역국은 끓여 묵어야 쓸건디 미역단도 잠 주시요.
안주인이 미역을 갖다 준다.
巫: 회복쌀도 있어야항께 회복쌀도 잠 주시요.
안주인이 회복쌀을 갖다 준다.
고인 : 그란디 당신이 여기서 고이 좋게 애기도 낳고 싹 풀고 좋은 디로 갈라면 지앙풀이를 해야 쓸것이요. 지앙풀이를 하시요.
巫:꼭 지앙풀이를 해야만 애기를 낳소?
고인 : 예. 예.
巫:(중머리장단에 맞춰)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소타랑씨 지왕님네 소타랑씨 지왕님네
십맥을 모시려다가 애기도 못 낳고
이리저리 댕기다가 암씨가종에 잔치가 나서
이 잔치에 내가 와서 애기나 좋게 낳고 갈라고
이 가문에 왔사오니 아부는 얘문 열고
어무는 살문열어 곱게곱게 순산하소.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배야배야 나 배야
소타랑씨 지왕님네 소타랑씨 지왕님네
자진머리에 맞춰 노래를 계속 부른다.
춤을 추고 재담을 깔고 바가치는 보듬고 어거지로 진통하는 형색을 하다 사람 앞에 와서 가랑이를 딱 벌리고 바가치는 떨어뜨리는 것으로 해산의 모습을 표현한다.
고인:아이고 애기를 낳네. 바가지 박센을 낳았네. 둘러보니 여기는 은바가치고 저기는 금바가치네. 요리 쳐 들이면 이 집에 복을 많이 쳐 들이는 바가치고 요리 퍼내면 이 집의 잡귀잡신을 싹 몰아내는 바가치요.아 이 바가치로 명과 복을 쳐들여 봅시다. 이 바가치 누가 사겠소?
고인:아 주인 나오시요. 그 치마도 벌리고 서있어 보시요.
(삼채굿을 친다.) 삼채굿에 맞춰 재담을 하면서 안주인 치마에 바가치로 복을 퍼서 넣어 주는 시늉을 하다가 마지막에 안주인 치마에 바가치를 엎어 담아 준다.
巫:00시 가문에 와서 나가 이렇게 얘기를 낳고 잘 놀고 가니 이 집 뒷물 막고 좋을 것이요. 나는 많이 묵고 가네. (삼채굿을 친다)
삼채굿에 맞춰 새립밖으로 나갔다가 작대기를 든 봉사가 되어 다시 들어온다.
고인:아 무슨 봉사가 다 들어오요. 당신 함부로 들어오다가 큰일나요. 왜 당신 함부로 오요?
巫:아니 왜 그라시요?
고인: 거가 백봉강이 가로막혀 있는디 그 강에서 봉사가 아흔아홉이 빠져죽었는디 당신째 빠져죽으면 백번째 빠져죽은다 하여 백봉강이라고 한디 백봉강에 빠져죽고 잪아서 지금 오는거요?
巫 : 이런 家中에 이런 잔치가 있다고 그래서 나가 배가 고파 얻어먹고 가려고 왔는디 봉사란 놈이 깐딱하다가 얻어 먹도 못하고 백봉강에 빠져죽게 생겼네.
고인 : 봉사님. 그라지 말고 우리 시킨 대로만 하면 당신 눈도 뜨고 좋은 것도 많이 잡수고 할 것인디 우리 시킨 대로 할라요?
巫 : 아 배고픈 놈이 뭣을 못하겠오! 시킨 대로 하겠오.
고인 : 그라면 강타령을 하시요.
巫 : (중모리장단에 맞춰)
아이고 아이고 내신세야
이날 평상 눈을 감고 이리 저리 댕길 적에
배가 고파 못젼디다 우둥둥둥 굿소리 듣고
잔치 묵으러 왔드마는 백봉강이 왠말이냐
아이고 아이고 내신세야 내신세가 말이 아니네
(자진머리에 맞춰)
강을 강을 건넨다 강을 강을 건넨다.
멀었네 멀었네 봉사눈이 멀었네
비단전에를 갔는가 울굿불긋 붉었네
옹구전에를 갔는가 어그덕 더그덕 허네
담배전에를 갔는가 펏썩펏쏙 눈을 떠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
물에 풍덩 빠지는 흉내를 낸다.
고인 : 오메 봉사가 눈을 떳네 그랴
巫 : 대차 눈을 뜨고 보니 천지광명을 하고 만단진수가 있으니 많이 묵고 내가 가네
고인 : (삼채굿)
봉사가 장단에 맞춰 새립밖으로 나가 작대기를 버린 후에 준비된 짚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짚으로 눈을 가리며 쟈우뚱거리고 다시 들어온다. 도채비(도깨비)인 것이다. 눈을 감은채 고인에게 가 집적거리며 재담을 던지고 굿구경하는 사람에게도 찌욱거리며 재담을 하면서 삼채굿에 맞춰 북북 기어 마당으로 나선다. 주위를 둘러보며 한바퀴 돈 다음에 뛰어 나간다. 도채비는 말이 없다. 뛰어 나가 짚을 다 풀어버리고 아픈 사람을 나오게 한다. 물동우(물항아리) 위에 바가지를 머리에 씌운 환자를 앉혀 놓고 칼물림을 한다. 칼춤을 추고, 복숭아나무(동쪽으로 난 복숭아나무)를 가져다가 사방을 때린다. 복숭아나무를 들어올리면 메구를 멈춘다.
巫 : 자 자네들 이것이 무언지 앙가(아는가)?
고인 : 아 우리가 뭔지 알 것이요?
巫 : 자 이것이 다른게 아니고 동쪽으로 뻗은 복송나무 한가진디 이 복송나무가 잡귀잡신을 싹 띠내는(떼어내는) 복송나무고, 이 몇살먹은 대주한테(환자) 하! 낮으로는 간신이고 밤으로도 간신이여. 덜했다가 더했다가 별거리를 다해도 온갖 약을 다 먹여도 소용이 없어 오늘 저녁 밤새도록 날새도록 큰굿 야락잔치해서 이 집이 삼촌간에 사촌간에 못다 먹고 간 혼신들 싹 먹여보내고 보니 내외간에 양어깨가 奸臣이 딱 붙어갔고 있으니 띠내야 안 되겠능가? 이 복송나무로 한매를 치고 나면 한매가 딱 떨어져 나가고 또 한매를 치고 나면 또 한매가 떨어져 나가니 열매를 치고 나면 또 열매가 떨어져 나가고 백매를 치고 나면 백매가 떨어져나가니 요놈 갖고 사대 육신의 몸에 잡귀잡신을 싹 떨어내세.
고인 : (삼채굿을 친다.)
장단에 맞춰 복숭아나무로 쳐서 잡귀를 떼어 내 내보낸다. 그리고 도치(도끼)를 들고 와 도치춤을 치고 난 다음 바가치로 얼굴을 덮은 후 소금을 뿌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내림굿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제의
집필자이건욱(李健昱) 갱신일 2010년 11월 11일
정의 ; 무병(巫病)을 앓거나 몸에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에게 신을 내리게 하고 신을 받는 굿. ‘신굿’, ‘신명굿’, ‘명두굿’, ‘강신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용
내림굿은 신이 들린 사람에게 있을지 모를 잡귀 등을 벗겨주는 허주굿(허튼굿)을 한 다음 행한다. 본래 이 두 굿은 별개의 굿이었으나 요즘에는 허주굿의 과정이 내림굿에 포함되어 행해진다. 내림굿이 끝나면 강신자는 더 이상 본래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다른 무당에 의해 별호를 얻게 된다. 또한 굿을 해준 무당과 새로 무당이 된 사람 사이에는 신부모(神父母)와 신자식(神子息)의 관계가 성립된다.
신 자식은 신 부모가 굿을 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의식, 무가, 춤, 굿상 차리는 법, 음식 만드는 법 등 굿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을 익혀 무당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역사례
서울 지역의 경우 굿의 절차는 일반 재수굿 열두 거리에 내림굿 의식이 추가된다. 주당물림, 부정거리, 가망거리, 말명거리, 상산거리에 이어 내림굿을 한다. 무당이 상산노랫가락을 하며 내림굿을 받는 사람에게 마음에 드는 무복을 골라 입게 한 다음 손에 부채와 방울을 들려서 춤을 추게 한다. 춤을 추다가 강신자의 몸에 신이 내려 떨게 되는데 이때 내린 신명은 평생을 두고 몸주신으로 모시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 모인 사람들에게 점을 쳐준다.
신의 말인 공수를 내려주는 이것을 ‘말 문 연다’라고 한다.
내림굿 막바지에는 강신자가 구경꾼들에게 열두방기떡을 나눠 준다. 이 떡을 먹으면 재수가 좋고 병이 없다 하여 너도나도 다투어 먹는다. 이를 ‘방기떡 판다’라고 한다.
내림굿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 뒷부분은 별상굿, 대감거리, 제석거리, 호구거리, 성주거리, 군웅거리, 창부거리, 뒷전거리 등 일반 재수굿이 다시 진행된다.
이 굿을 다 행하고 3일 후 강신자는 굿을 해준 무당의 신전에 술과 밥을 올리고 삼일치성이라는 간단한 제를 올린다.
황해도 지역은 내림굿을 다시 세분하여 허주굿, 내림굿(솟을굿), 불림굿이라고 부른다. 이는 강신자의 몸에 든 허튼귀신과 잡신을 벗기고 올바른 신을 내리게 해 무당으로 솟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에는 허주굿이 끝나고 내림굿을 하기 전에 며칠 동안 굿 의뢰자는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놋밥그릇, 놋수저, 제기, 놋엽전 등을 얻으러 다닌다. 이를 쇠걸립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얻은 쇠붙이 등으로 훗날 무업을 하면서 사용하게 될 무구들을 장만한다. 내림굿을 할 때 부채와 방울을 숨겨 놓고 강신자가 신들린 상태에서 찾아내게 한다. 이를 통해 무당으로서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림굿은 일반인이 일련의 정식절차를 통해 신을 받아 무당으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
황해도 내림굿 (김수남, 열화당, 1983)
한국인의 굿과 무당 (황루시, 문음사, 1988)
인천지역무속-2 내림굿·고창굿·진오귀굿·병굿 (이선주, 미문출판사, 1988)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한국의 굿 (하효길 외 6명, 민속원,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