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그리스 희곡 작가인 소포클레스가 써서 그리스 비극의 완벽한 모범으로 불리는 오디푸스와 그의 딸 안티고네 이야기,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인 히폴리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인도의 작가가 재해석해 만들었습니다.
타라북스에서 직접 만든 수제 종이에, 한 장 한 장 핸드프린트로 밀어서 인쇄하고 역시 수제본으로 제작한 완벽한 핸드메이드 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거친 질감의 종이와 진한 잉크향이 마치 수 백 년된 고서를 연상케하는 멋진 책인데요.
32페이지 제본에 절반 가량은 그림 없이 영문으로 된 본문이 빽빽하고요,
중간중간 전면에 걸쳐 혹은 한 페이지에 걸쳐 인도 화가가 그린 그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책의 몇 페이지를 읽어보았는데요, 그림책이라는 특성에 맞춰 스토리 라인을 축약하여 재해석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아주 쉬운 영어로 되어 있었습니다. 더우기 우리가 대략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읽어가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물론 이런 책은 읽기 위해 산다기 보다는 내 서재를 돋보이기 위한 소장용의 목적이 더욱 크겠지만요..ㅎㅎ...
<오디푸스 왕>
오디푸스는 저 유명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베의 왕이 되지요. 그러나 도시는 기근과 역병에 시달리고, 신의 저주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파헤쳐가는 과정 중에 자신에게 내려진 불행한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포클레스는 오디푸스왕 이야기를 통해 신과 인간의 문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수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포클레스의 비극이 전세계에서 공연되며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그가 던진 신과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이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는 근원이기 때문이겠죠.
한 장 한 장 펼쳐지는 강렬한 판화 예술이 우리를 압도하는 느낌.
삶이 고통 뿐이었던 이 불행한 인간 오디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음을 알게 되자 궁을 떠나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어 거리를 떠돕니다. 자신의 운명을 가혹하게 벌하는 그의 눈물 속에서 새삼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안티고네>
아버지 오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찔러 맹인이 되어 구걸하며 떠돌 때 그의 곁을 지킨 둘째 딸이 안티고네입니다. 오디푸스의 두 아들이 왕위를 놓고 권력다툼을 벌이자 왕권은 외삼촌 크레온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 결과로 오빠가 죽게 되자 안티고네는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 합니다. 그러나 왕은 국법을 어긴 반역자라 해서 오빠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하고 안티고네를 동굴속에 가둬버립니다. 이 극은 남성과 여성의 대립, 국법과 인본주의의 대립, 감성과 이성의 대립 등 명확한 갈등관계 속에 관객들을 찬반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요.
부당한 국가의 법에 맞서 혈육인 오빠의 장례를 치러주고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천륜과 정의의 법을 지키려고 한 안티고네는 담대한 여성상을 대표하기도 하고 정의의 여신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안티고네는 눈 먼 아버지를 구걸로 봉양하는 효녀였고, 국왕의 명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빠의 죽음을 장례 치러주려고 한 용기있는 여성이었습니다.
소포클레스의 극은 철학적이고 심오하며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고전 명작입니다.
이런 명작을 타라북스가 구현해낸 예술 그림책으로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