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몸이 이렇게 피곤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다가 계속되는 서울 강의와 더불어서 혹시 마스크도 한 몫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전면 대면 수업으로 들어가면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 보니 더욱 힘에 부친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들은 일문과 교수님 말씀도 생각났다. 코로나 이후 일본에서는 신생아들의 ‘머리가 덜 닫혀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이 늘었는데, 의사들이 그 이유를 마스크로 산소 공급이 부족해 진 것으로 보고 임산부는 될 수 있는 대로 마스크를 덜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분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각 주별 마스크 정책이 다른데, 장기적으로 보면 똑같거나 오히려 자율정책을 쓴 주의 코로나 감염률이 더 낮게도 나왔다고 한다. 실험실 환경이나 특정 조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분명히 중요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 효과는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마스크 안의 세균 증식이나 감염 등의 부정적인 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한 이유.
지난 주부터 국민들 표본 97%가 항체가 생겼다는 등의 이유로 길거리에서는 마스크 의무를 해제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몸이 무너져 내리는 피곤함을 가지고 강의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므로, 수업 시간에 양해를 구하고 (강단과 좀 거리를 띠우고 앉아서 들을 것과 쉬는 시간에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다든가 하면서) 마스크 벗고 수업을 했더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 그런데 평소에 질문이 진짜 많던 남학생 D는 마스크를 벗고 수업한 날 아무런 말이 없었다. 보물찾기님이 일전에 마스크 관련해서 올린 글에서처럼 마스크 벗은 교수님 얼굴에 실망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ㅎㅎ. 얼마전 한 음대 교수님에게 들은 말도 생각난다. 늘 지적으로 멋지게 보이던 PT 코치를 식사에 초대했는데 마스크 벗은 얼굴에 무척 실망했다는 것^^
글을 마치려 하다가, 마스크라는 단어에 연상되는 두 가지를 써본다.
하나는 재미있게 보았던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라는 영화이다. 어리버리한 짐 캐리가 우연히 녹색 마스크를 얻게 되고, 이 마스크를 쓰면 엄청나게 다른 캐릭터와 폭발적 힘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이다. 이 녹색 마스크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장난꾸러기 신’ 로키의 마스크로 설정되는데, 영화중 정신과 의사는 마스크의 퍼스낼리티가 짐 캐리의 억압된 욕망에 기반하여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고대 로마 공용어였던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이다. 요즘 영화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 페르소나는 원래 얼굴에 쓰는 마스크, 배우가 쓰는 것 같은 가면을 의미하는데, 각 사람이 맡은 사회적 ‘역할’이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즉 고대 로마인은 자기에게 부여된 역할에 맞는 마스크를 쓴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인데, 이 페르소나라는 단어에서 퍼슨person, 혹은 퍼스낼리티personality가 나왔다. 퍼스낼리티는 인격, 성격, 개성 등으로도 번역되는데, 각자의 마스크, 혹은 가면이 각자의 인격이 된 셈이다. 심리학자 융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 - 가면을 가지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고대 로마의 마스크는 그 사람의 사회적 역할을 드러내는 기능을 가졌던가 하면, 20세기 영화 속 마스크는 새로운 성격과 힘이 폭발해 나오는 도구가 된다. 여튼 나는 마스크가 편할 때가 많다. 마스크를 쓴 나는 쉽게 마스크 쓴 군중 속 일인으로 스며들 수 있어서 주변 시선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는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말하는 편이라 마스크 착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니 삼가는 편이 좋을지 몰라도, 편하게 외출할 경우는 잘 쓸 것 같다. 코로나와는 별 상관없이...
PS. "마스크야 안녕?" 이란 제목으로 글을 쓸려고 하다가 참음^^
첫댓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면, 산소가 부족한 데다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확실히 더 피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몸의 연식도 있고요. ㅎㅎㅎ
몸의 연식 ㅋㅋㅋ
"마스크야 안녕?"
치과의사에겐 마스크가 작업도구이기 때문에 이 보다 즐거운 멘트는 없을 듯하네요.
네 몸이 아플 틈도 없이 늘 중요한 무엇인가에 도전하시는 하나필님 늘 건강하시길...
짐캐리의 영화와 고대로마의 페르소나를 연결짓는 것 괜찮은 아이디어예요.덕분에 저는 정말 오랫만에 백합님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되고 싶었던 '투명인간'이 떠올랐어요.^^
앗 저도 투명 인간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사소님이 그 때 투명 인간이 될 수 있었다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지네요^^
늘 하나의 짧은 소설 같은 아름다운 글을 올려주시니, 이 주제로도 너무 재미있는 소설 하나가 탄생할 것 같은데요~~~?
@chyoung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부분 호기심 충족이었던것 같아요. 보여주긴 힘들지만 보고 싶은 것 있잖아요. 금방 얼굴이 빨개져서 눈도 못 마주치는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초6땐가? 어떤 아이가 뭘 맛있게 먹는 모습이 잠시 아른아른 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ㅎ ^^ 미래에 투명인간이 된다면? 백합님 덕분에 즐거운 상상거리가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