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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의 길
"운동삼아서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인상 즘 펴라구 "
신용만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재미 있잖냐? 너한테도 맞는 일이고."
최대광이 힐끗 그를 바라보고는 벤치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건너편
의 화단가에 앉아 있는 여자는 30분이 지나도록 움직이는 기척이 없
다. 앉아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여자를 주먹으로 치는 놈이 어디 있어?안 그러냐?손바닥
으로 때려도 넘어질텐데. "
무료함을 때우려고 하는 소리였다. 신용만이 남녀를 구분하여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최대광은 잠자코 입을 열지 않았다.
오늘도 오종문의 하청을 받은 것이다. 전화번호부를 보고 여자가 연
락을 한 모양이었고 조건은 자신을 폭행한 사내를 두들겨 달라는 것이
었다.
듣자 하니 두 사람 사이는 애인이나 친구 사이도 아닌 회사동료의
관계였다.
남자는 의견 다틀인지 된지는 몰라도 으슥한 곳에서 여자를 무자비
하게 때렸고 여자는 그것을 회사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모양이다.
신용만은 여자로부터 약소하지만 백만 원을 받았고 오종문은 50만 원
을 챙겼다. 이제 남은 일은 놈의 집 앞에서 그리고 여자가보는 앞에서
놈을 두들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약한 여자나 두들기는 그 병신에게 힘이 약해서 두들겨 맞아
야 하는 그 원통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오늘의 과업이다. 여자는 남
자가 느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심산인지 그의 집 앞까지 안
내해 주었다. 당찬 여자였다. 신용만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열한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화단가에 앉은 여자도 그의 기척을 보고는 손을 들어을리는 것이 시
계를 보는 모양이었다. 아파트는 끝동이었고 이쪽 길은 막혀 있어서
차들도 들어오지 않았다. 두어 명씩 아파트의 현관으로 들어서던 사람
들도 이제는 발길이 끊어졌다. 아파트의 경비실은 오른쪽 길로 끈어져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어서 이쪽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신용만은
장소도 미리 봐두었다. 놈이 현관으로 들어서기 전에 화단 근처에서
불러내어 아파트와 담 사이의 공간에서 일을 치르는 것이다. 마침 담
위에 등 하나가 켜져 있을 뿐이고 반대쪽은 아파트의 옆 부분이라 내
려다볼 창문도 없다.
신용만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떼고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가 자
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한 사내
가 걸어오고 있었다. 엉거주춤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신용만은 이맛살
을 찌푸렀다. 사내는 최대광보다는 못했지만 큰 체격이었다.
걸음걸이는 가벼웠고 몸의 움직임에 탄력이 있어 보였다. 최대광도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저 거 꽤 큰데."
신용만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키는 너만 하지만 체중은 괄구십 가겠구만. 저린 놈이 여자를 치다니."
여자가 남자를 막아섰으므로 그들은 아파트 앞의 공간으로 나왔다.
여자를 바라보던 사내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렀다.
"웬일이야?"
사내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의 시선이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다.
"고영무씨, 나하고 저쪽으로 가. 좋은 말 할 때."
여자가 나지막하지만 힘이 들어 있는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신용만과 최대광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신용만은 최대광의 얼
굴에 희미하게 스치는 웃음기를 보았다. 그도 이제 이 일을 즐기고 있
는 것이다.
"허어."
사내가 턱을 들면서 활짝 웃었으므로 아파트의 희미한 불빛에 그의
하얀 이가 드러났다.
"내가 안 가면 어떻게 할래? 뒤예 서 있는 남자들을 소개시켜 줄
래?"
그가 웃음띈 소리로 말했으므로 신용만이 성큼 한걸음 나아가 그녀
옆에 섰다.
"형씨, 남자답게 저쪽 담가로 가지. 아파트 사람들 깰테니까."
"이 사람들은 누구야?"
신용만의 말을 무시한 채 그가 묻자 이자영이 대답했다.
"너하고 어울리는 사람들이야. 자, 갈래? 아니면 도망칠래?"
최대광이 다시 신용만을 돌아보았다. 그는 부책 이 일에 흥미를 나
타내고 있었다.
"도망치면 쓰나? 남자가 사내답게 나서야지. 안 그려?"
최대광이 나서자 고영무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가지. 저기냐?봐둔 곳이?"
그가 앞장을 싫으므로 그들은 그의 뒤를 따라 담장 쪽으로 들어싫
다. 담장과 아파트의 사이라지만 째 넓다. 배드민턴 터가 랄여져 있을
정도였다.
사내가 공터의 한가운데 서자 신용만은 더이상 말장난할 필요가 없
다고 생각했다. 후닥닥 손을 봐주고 무릎을 끊게 해주면 끝나는 일이
다. 그는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이자영이 벽 쪽으로 물러서는 것이 분
위기를 알아챈 것 같았다.
"자, 병신은 안 만들테니까 걱정 말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왼발에 중심을 잡고 몸을 휘익 돌리면서
오른발로 사내의 면상을 걷어찼다. 태권도가 3단이라는 오종문도 이
발길 한번에 나가떨어졌던 터였다. 신용만은 합기도 2단에 태권도 3단
이다. 그리고 실전을 수십 번 겪었으므로 싸움에서 제일 중요한 응용
력이 뛰어났다. '터억' 하고 발 뒤꿈치에 반응이 와서 순간적으로 신용
만은 맞은 것이 놈의 면상인 줄 알았다.
다리를 회전시킬 때 머리가 숙여지므로 잠깐이나마 자신의 다리를
볼 수가 없었던 때문이다. 그러자 중심을 잡고 있던 왼쪽 다리가 무엇
엔가에 걸려 휘청하였고 두 다리가들린 신용만은 땅바닥에 상체를 부
딪치며 넘어졌다. 그제서야 신용만은 자신이 번개 같은 반격을 받았다
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에 최대광은 신용만의 온몸이 전부 허점투성인데도 사내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엎어진 신용만의 머리나 옆구리
를 발끝으로 차올렸다면 그것으로 당장에 치명상이 된다
"재기 랄."
온몸이 수치와 분노로 불덩어리가 된 신용만이 튕기듯이 일어딘다.
그는 껑충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다시 한번 몸을 솟구치면서 발끝으
로 고영무의 얼굴을 찍었다. 그러나 상반신은 허공에서 일직선이 되어
있었고 허리를 틀면서 오른쪽주먹이 고영무의 얼굴로 휘둘러져 온다.
눈깜짝할 사이에 두 차례의 섬뜩한 공격이었다. 반대쪽에 서 있던 최
대광은 입을 적 별렀다. 신용만의 공격 때문이 아니었다. 사내는 신용
만이 몸을 띄우자 뒤로 벌렁 자빠져 버리고는 떼구루루 몸을 굴렀다.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 곳은 신용만이 몸을 띄운 자리였다. 이번
에도 신용만의 등이 완전히 허점으로 노출되었으나 사내는 공격하지
않았다. 신용만은 씨근거리며 몸을 돌렸다.
"이 새끼,널 죽여 버릴테다. "
이를 부드득 갈고 난 신용만이 두 발에 힘을 주었다.
"너, 세번째에는 나한테 맞는다. "
둘째 손가락으로 고영무가 신용만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대
광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신용만은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고영무의 앞으로 몸을 던
지듯이 와락 뛰어들어오떤서 어지럽게 주덕과 발길을 날렸는데 이것
은 두 대를 맞더라도 한 대는 치겠다는 의도였다. 이를 악문 그의 죽기
아니면 살기의 자세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처절했으므로 이자영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최대광은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뚫어질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치는 것과 막기를 서너 번 하였고 몸을 틀고 비끼기를 두어 번, 발길
질을 다시 서너 번 했다가 주먹이 자주 나는 편인 신용만의 왼쪽주먹
이 고영무의 배를 쳤다. 그리고는 이어서 오른쪽 무릎이 그의 옆구리
를 찍었다. 고영무가 주춤 반걸음쯤 취로 물러서는가 했는데 기세를
올리고 다가서는 신용만의 배를 고영무의 주먹이 찍었다.
'허억' 하면서 주먹 한방에 신용만이 허리를 꺾었다. 최대광은 한걸
음 그들에게 다가셨다. 그러나 거리는 오륙 보 떨어져 있어서 늦다. 신
용만은 고영무의 주먹이나 발길질의 마무리 한방에 끝나게 되어 있었
다. 그러자 다시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고영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선
것이다. 그리고는 얼굴을 돌려 최대광을 바라보았다.
"어때? 너도 한바탕 해볼래?"
그가 한걸음 다가딘던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최대광은 힐끗 이
자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 주먹을 입에서 떼고 허리춤 근처에 단
단히 쥐고 서 있었다.
"좋다, 해보자, "
최대광이 앞으로 나서자 신웅만이 정그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
다. 이제는 한 손으로 배를 싸안고 있다.
"용만이 넌 물러서, 내가 저놈을 뭉개줄게."
최대광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최대광은 놈만 잡으면 끝난다고 믿었
다. 녀석의 주먹 한두 대쯤 맞아도 견밀 수는 있을 것이다. 맞더라도
일단 잡기만 하면 나무 젓가락 분지르듯 팔이건 다리건 딱 소리나게
부러뜨릴 작정이었다. 성큼거리며 다가가던 최대광은 걸음의 속도를
늦추더니 그의 앞에 섰다. 고영무는 잡으려면 잡아 보라는 듯 우두커
니 서 있었던 것이다
더럭 의구심이 일어난 최대광이 기둥 같은 팔을 취둘러 그의 얼굴을
쳤다.
건드려 보는 것이다. 고영무가 머리를 젖히며 그의 주먹을 피하더니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레슬링했니? 아니면 씨름이냐?"
약을 올리는 듯한 말투였으므로 최대광은 와락 달려들어 그의 어깨
를 움켜쥐었다. 손가락에 물컹한 감촉이 닿자 최대광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이제는 된 것이다. 이제까지 손에 잡힌 놈을 무사히 놓아준 적
이 없다. 최대광이 한걸음 다가서며 다른 한 손으로 사내의 허리춤을
쥐었다. 이제 허리를 틀면서 벽 쪽으로 놈을 태질을 치든지 아니면 다
리를 걸어 놈을 깔면서 넘어져도 좋다.
태질을 당하면 시멘트 담장에 온몸이 부딪혀 개구리꼴이 될 것이고
놈을 깔고 넘어지면 놈은 창자가 뒤집혀 어제 먹은 라면까지 몽땅 토
해놓을 것이다.
마악 허리를 틀려던 최대광은 자신의 하리도 놈에게 잡혀 있다는 것
을 깨달았다. 그리고 놈의 옆구리가 이쪽에 너무 밀착되어 있다. 갑자
기 중심을 잡고 있던 오른쪽 다리가 땅을 떠난 느낌이 들었고 이어서
몸이 그에게 업혀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온몸에 격렬한 충격이 왔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무수한 흰 점이 오가고 있었는데 어느덧 자신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너희들 잠깐 여기 있어.난 이 여자한테 할말이 있으니까."
신용만은 멍한 얼굴로 서 있었고 최대광은 땅바닥에서 상체를 일으
켜서 앉은 참이었다. 그들에게 말하고 난 고영무는 아파트의 벽에 기
대고 선 이자영에게 다가갔다 이자영이 눈을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았
다. 고영무가 다가가 한걸음쯤 앞에 서자 바람부는 날 나웃가지가 유
리창에 부및치는 소리가 들렸다. 눈생을 찌푸린 그가 목을 내밀고 그
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를 악물고는 있었으나 그녀의 이빨이 꼭 다문
입술 속에서 부및치고 있는 소리였다. 고영무는 손을 텔어 이자영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놀란 그녀가 입을 딱 벌렸다가 이제는딘음을 떨
었다 그녀를 끌고 사내들에게 돌아온 고영무가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맞으면 이 여자가 너희를 우러러볼 것 같니? 아
냐, 천만에 말씀이다. 이 여자는 우리 모두를 비웃고 있다. "
땅바닥에 앉아 있는 최대광이 눈을 껌택이며 고영무와 이자영을 번
갈아 보았다.
"형님이 그 여자를 쳤다면서요?"
"그래, 쳤지. 그리고 먹었다. "
"아하, 그래서 원한이 맺혔구만요."
"남자를 우습게 보는 여자야. 남녀평등도 아니야. 그래서 본때를 보
여주었는데 "
"형님, 저희들은 돈을 받았는데 돌려줘야겠습니다. "
최대광이 사촌형님을 만난 것처럼 사근사근 대답했다.
"너희들이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이 여자를 말이다. "
"형님, 데리고 가셔서 한번 더 주무시지요. 그러면 아마노‥‥‥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최대광이 말하자 이자영이 두 손으로 고영무
의 손을 움켜쥐었다.
"고영무씨, 제발."
"여기 돈 있소, 가져가요."
최대광이 호주머니를 뒤져 수표를 꺼내 이자영에게 내밀었다.
잠자코 있던 신용만이 한걸음 다가와 셨다.
"형님, 어줬든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저는 신용만이
라고 하고 얘는 최대광입니다. "
"나는 고영무라고 한다. "
고영무는 이자영의 옷깃에서 손을 떼었다. 이자영이 옷깃을 두 손으
로 움켜쥔 채 한걸음 물러싫다.
"당분간 당신의 원한은 풀리지가 않됐구만. 하는 수 없는 일이지."
이자영이 됫걸음질쳐서 다시 아파트의 벽에 붙어 싫다.
"나는 둔해서 여자의 분위기를 맞출 줄도 모르고 또 그럴 생각도 없
어. 당신한테 그짓을 한 것은 화가 나서 화풀이를 한 것이 아니야.좋
아서 했어."
세 남자의 시선을 받고 선 이자영은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고영
무가 몸을 돌려 신용만과 최대광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한가락씩 하는데,성격도 화끈해서 마음에 든다. 동생삼는
기념으로 내가 술 한잔 살테니까 가자."
"그러지요."
신용만이 끄덕였고 최대광은 서둘러 이자영에게 다가갔다. 돈을 되
돌려 주려는 모양이었다.
"자, 한잔 들어."
고영무가 술잔을 들었다.
"실컷 마시자. 운동 끝나고 마시는 술맛은 그만이지."
그들은 아파트 근처의 음식점에 앉아 있었다. 밥도 팔고 밥반찬에다
술까지 끼워 파는 집이었다.
열두시가 넘어 있었으므로 주인 아줌마는 문고리를 안에서 걸어 잠
그고 고영무의 일행만을 손님으로 받고 있었다. 물컵에 소주를 따라
두어 모금에 마시고 난 최대광이 술잔을 내밀었다.
"형님도 한잔 받으쇼."
곧 쿨쿨거리며 소주가 물컵에 가득 채워졌다. 고영무는 술잔을 들고
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월 하고 있니?"
최대광과 신용만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 것저 것 닥치는 대로."
신용만이 입을 열자 최대광이 상체를 세웠다.
"강도질도 하고 도둑질, 해결사, 그리고 우유 배급도 합니다. "
눈을 끔백이며 최대광의 얼굴을 바라보던 고영무가 신용만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너는 싸움을 제법 하던데,오래 뛰었으면 나도 여러 차례 얻어맞았
을거다. 그런데 주먹에 독기가 없어서‥‥‥‥
"독기가 없다니요? 형님 "
신용만이 궁금한 듯 턱을 들었다.
"네 주먹은 싸움용일 뿐이란 말이다. 쳐서 죽인다는 식으로 훈련을
받지 않아서 그래."
"난 군대시절에 사병이었지만 육박전 교관이었다. 맨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교육을 시켰어 "
"어쩐지, "
신용만이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띄웠다.
"형님이 저희들 둘하고 동업을 하신다면 몽땅 휘어잡을 수가 있겠는
01."
"무엇을 말이냐?"
고영무가 묻자 그는 서둘러 머리를 저 었다.
"아님니다, 그냥 한 말입니다. "
"세에상에 ."
이맛살을 찌푸린 최대광이 식탁 위에 두 손을 짚고 고영무를 쳐아보
았다.
"그런 주먹으로 여자를 쳤단 말이오? 약헌 여자를? 그러고 또
고영무가 빙코레 웃었다.
"머리 좋고,말 잘하는 여자야. 이제까지 살아오떤서 남자들을 거느
리기만 했던 여자 같았다. 건방지고 당돌했지, 그래서 남자보다 못한
점을 알려준거다. "
"아닌게 아니라 쪽똑하더군요."
신용만이 말했다.
"형님을 단단히 버릇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자기가 그만하라
고 할 때까지 두들기라고 말입니다. "
"나는 형님이 맞아도 싸다고 생각했지요."
최대광이 말을 받았다.
"허지만 그년 덕분에 형님을 만나게 되었지 않습니까?"
고영무는 술잔을 들어 벌컥이며 마셨다. 서로가 잔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지만 이렇게 마주 않아보니까오히려 같은 세상을 살아오던 사
람들보다 더 부담이 없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쪽은 힘이 달린다고
생각하면 생판 낮모르는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금방 형님이 되고 동생
의 관계가 된다. 이제까지 고영무가 지내왔던 계급과 지성의 사회에서
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애시당초 싸움부터 일어나지를 않는다.
길고 긴 말과 생각, 그리고 절제와 인내를 이성적인 것이라고 믿고 있
어서 주먹이 나가면 그것은 야만이다. 고영무는 시선을 들었다.
"난 한 회사의 신입사원이야. 하지만 너희들을 동생으로 삼았으니까
어려운 일 생기면 내가 발벗고 나서주마. 약속한다. "
최대광과 신용만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도 형넘이 무슨 일 있으떤 돕지요."
신용만의 말을 최대광이 이었다.
"형넘, 여자가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닭먹고 계란까지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
그는 이자영과의 관계를 아까부터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외국에 나가서 물건을 파는 것이 개척요원이냐?판매사원이
로구나."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모처럼 일찍 들어온 고영무를 않혀 두고 그
녀는 못다하고 못 물어 보았던 이야기를 마음먹고 꺼내는 참이다.
"출장을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외국지사 근무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녀. 그럼 잠은 어디에서 자고?"
"회사에서 지정해 준 숙소가 있어요."
"기숙사?"
"아니, 호텔이나 아니면 합숙소."
"거기서 먹고 자고 하면서 물건을 팔러 다녀?"
"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앞쪽에 앉아 신문을 펼쳐들고 있던 아버지가 신문 사이로 얼굴을 내
놓았다가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가렀다.
"여기 아파트에 들락거리는 가정판매 같은거냐?"
"펄요하면 그렇게도 해야지요 "
"길거리에다 쌓아 놓고 팔지 그러냐."
"어떤 선배는 그렇게도 했다고 하던데."
"얘, 그만둬 ."
어머니가 자르듯 말하며 몸을 고쳐 앉았다.
"세상에, 알고 펄니 한국도 아니고 외국에 나가서 가두판매를 하다
니, 되 회사가 통일교 재단이라면 또 몰라. 선교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
펄‥‥‥
아버지가 신문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거,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외국에서 고생하는 것도큰 공부가되는
거야. 젊어서 하는 고생은‥‥‥‥
"아,그만두세요.얘는 지금 회사한테 이용당하고 있늘 것 같아요."
"원 이런 예펜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눈법을 치켜뜬 아버지가 핀아보자 어머니는 한풀 딘였다.
"그렇다고치고,도대체 얼마 동안이나 나가 있어야 한다는거냐?그
리고 어디로 나가고? 일본? 미국?"
"그건 곧 알게 될거예요."
"한 달 남았다면서 아직도 몰라?"
"며칠 내로 통보가 와요."
"그렇다면 결혼은 다녀와서 하든지 아예 눌러 있든지 해야 하겠네."
혼잣소리처럼 어머니가 말했다.
김영순 여사는 말이 없고 꼼꼼한 고진호씨와는 달리 매사에 활동적
이고 수다스러운 편이었다. 그러나 동네가 떠나갈 듯이 수다를 떨다가
도 아버'지의 기침 소리만 들려도 입을 다문다. 그것이 고영무나 동생
인 영철에게도 불가사의한 일 중의 하나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말생
을 일으켜 온 고영무에게 어머니는 한시도 속이 편해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것은 조금 과장된 표현이다. 예를 들어서 싸우다가 사람을
쳐서 다치게 했을 경우가 있었다. 고영무는 선배를 동원하여 합의를
거의 끝냈는데 어머니가 뛰어들어서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은 경우이
다. 울고불고, 다친 사람한테 뒤늦게 사과하고 절하고, 그러다 보니까
상대방은 턱을 세우고 돈을 더 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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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
즐독하였습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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