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역에서
어둠 속에 웅크린 역사(驛舍)앞 광장
술렁이는 고독 속 가로등 불빛은
비늘처럼 촘촘한 눈빛으로
밤그늘을 사박댔지
시든 전등이 도열한 호움엔
초라한 날개를 퍼덕이는 밤바람이
조바심을 어루만지며 약간은
불안한 듯 설레임을 재촉하고 있었어
열 시 반 호남선 열차는 문을 열고
쏟아 낸 흐린 불 빛만큼만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을 태운 뒤
다시 밤을 향해 꿈틀댔지
세월의 흔들림을 먹는 레일 위로
늦은 시간들이 설핏 몸을 맡겼어
사람들이 차창 밖에서 밀려 가는
어둠을 응시하는 동안…
돌아 올 것을 알면서도
삶이 마련한 궤도를 따라 사람들은
오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산을 떠났지
늦은 밤, 시든 전등불 우는 오산역
초라하게 서성대던 외로운 바람은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과
이별을 나누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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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송 서재
오산역에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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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
12.10.30 16:3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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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밤 기차 그리고 떠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돌아올사람들
바람 속으로 ~~~~어둠 속으로
희망으로 가득한 이별이었음~~~그리고 귀향이었으면
~~~~
선생님의 바램이
못난 실력에 의미를 내려주시는 군요...
고운 발검음 고맙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 무작정 호남선 야간 완행 열차에 올라
전주 쯤 내려 마이산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역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정거장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