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1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전부 다수당이 맡을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지금은 상임위원장을 각 당의 의석수 비율대로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국회법을 바꾸려는 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다수당이 상임위 모두를 맡아 정치를 하고, 잘못되면 심판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야당 상임위원장들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100일간의 올해 정기국회 동안 계류된 328개 법안 중 단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등 올해 정기국회가 역대 최악 중의 하나로 기록되게 된 것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굳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으려면 국회법을 바꿀 것도 없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을 본회의에서 뽑게 돼 있다.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으니 상임위원장을 한나라당이 다 맡을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전례와 관례 때문이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뿌리인 민정당은 여당이면서도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야당들이 힘을 합치면 여당이 단 한 석의 상임위원장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의석 비율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었다. 그 후 21년간 정권도 바뀌고 국회 다수당도 바뀌었지만 이 관례만은 바뀌지 않았다.
상임위원장이 야당 소속이라고 책임정치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국회 지식경제위원장과 농수산위원장은 야당 소속이지만 입법 활동이 가장 뛰어나다. 상임위원장이 어느 당 소속이냐에 앞서 그 정치인의 자질과 성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미국과 유럽의 예를 들고 있지만 그런 나라들에서 여당이 우리처럼 법안을 물리적 힘으로 강행 통과시키는 예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미국과 유럽의 야당들이 법안을 육탄 저지하는 경우도 없다. 결국 국회 운영은 정치문화와 수준에 달린 것이다.
야당이 지금처럼 다수결의 원리 자체를 거부하다간 언젠가 진저리를 친 국민 여론이 모든 상임위의 권한을 여당이 갖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라는 쪽으로 기울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진짜 국민의 심판이다. 한나라당이 국회법을 개정해서 뭘 하겠다는 것은 되지도 않을뿐더러 공연한 평지풍파를 만드는 것이다
카페 게시글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