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심신 관계와 수행법
1)불교의 심신 관계
불교에서는 색(色, 육체)ㆍ수(受, 감각)ㆍ상(想, 상상)ㆍ행(行, 마음의 작용)ㆍ 식(識, 의식) 5온(五蘊)이 세계를 창조, 구성한다고 본다. 석가가 말하는 경험적 자아는 5온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색온은 인간의 육체 및 객관 세계 일반을 가리킨다. 정신과 대응하는 모든 객관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수온은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과 접촉함으로써 생겨나는 고(苦), 락(樂), 비고비락(非苦非樂)의 감수(감각) 작용이고, 상온은 대상을 접하였을 때 우리 안에 생겨나는 행위에의 의지 작용이고, 식온은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에 대해 내리는 판단 작용이다(한명숙, 2013:117-118). 따라서 불교에서는 인간의 몸을 감각기관을 사용하여 감정, 인식, 의지를 일으키는 주체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석가는 5온 중에서 인간의 고통은 식(識, 의식)에서 온다고 보았다.
어떤 비구가 눈으로 보고 좋아할 만한 것(色)임을 알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색을 사랑하고 욕망과 상응하며 마음으로 즐거워하되 근본을 더듬어 볼 때 근본이 곧 과거이다. 그것은 과거의 식(識; 의식)이 욕망을 일으키고 물들고 집착한 것(한명숙, 2013:131).
이는 석가가 우리의 감각과 기억과 생각이 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몸에 새겨진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현재의 어떤 결핍이 주는 고통의 원인임을 지목한 것이다. 고통의 원인인 집착과 인식이 거주하는 장소는 몸이지만 몸은 오히려 가치중립적이다. 문제는 고통의 원인이 집착하는 마음에 있으므로 마음을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신체의 감각기관과 감정과 생각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라고 본다. 따라서 불교의 심신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점은 이와 같다.
인간은 정신적 요소와 물질적 요소의 결합이고 어느 하나는 진실이고 다른 것은 허상이라거나 하는 설명도, 또한 어느 하나로 환원하여 일원화하고자 하는 유물론이나 유심론적 해명도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육체와 구별되는 비물질적인 마음이 존재하고 이런 의미에서 초기 불교의 존재론은 몸과 마음을 모두 인정하는 물심이원론, 혹은 비실체적 이원론 그리고 불이적 이원론 혹은 심신상관론(한명숙, 2013:116).
즉 불교는 비물질적 요소인 정신과 물질적 요소인 신체의 통합체로서 인간을 바라보았다.
2)불교의 수행법
인간이 고통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서 불교에서는 감각과 인식의 주체도, 그 대상도 늘 변화하는 것임에도 우리의 인식은 과거의 어떤 가치나 형상에 불변성과 실체성을 부여하고 과거의 어떤 상(象)에 집착하며 현재를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의 수행론은 이러한 고통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불교에서는 고통이란 마음이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마음에서 벗어나 몸으로 돌아와서 몸과 하나가 되는 방법으로 호흡과 명상법을 계발했다. 이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몸과 마음이 하나로 통합된 실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접근법이다.
요가
불교의 수행법으로는 가장 먼저 요가를 들 수 있다. 요가는 최소 사오천 년 전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실행되고 있는 심신 수련법으로 호흡, 명상과 동작을 결합시켜 몸과 마음을 닦는 통합적 수행방법이다. 다양한 신체 동작을 하면서 몸을 부드럽게 하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신체 기능과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온다. 요가의 어원은 yuj로 '결합하다, 연결하다'는 의미와 다른 어원과 결합할 경우 마음작용의 멈춤, 신체와 마음의 동일시로부터의 분리가 합일을 가져온다는 의미, 그리고 수행, 훈련의 의미를 갖는다(곽미자, 2009:145). 즉 우리가 어떤 마음이 들 때,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타인에게 화가 날 때, 그 감정이 '나'가 아니라 지나가는 내 감정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요가 자세를 취하면서 호흡을 조절하고 마음의 작용들을 바라보면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멈추게 하고 나 자신과의 동일시로부터 벗어난다. 즉, 나라는 인간 혹은 인격과 나의 감정, 사고를 분리하고 현재의 자세와 몸에 집중한다. 이러한 분리와 집중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신과의 합일, 통합의 순간을 맞게 되고 참 나와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요가는 불교의 심신일원론에 기초한 대표적 수행방법으로서 몸의 움직임과 호흡을 통해 마음을 조절한다.
지금, 여기의 현재적 순간 경험하기,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마음에 담고 수용하는 태도,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증상이나 상태를 알아채고 자신의 참모습에 대한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태도를 길러주는 대표적 치유방법이다. 현대에 이르러 요가가 신체 중심으로 변형되면서 미국을 통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대표적으로 힐링 요가, 바크람 요가, 파워 요가, 빈야사 요가, 아쉬탕가 요가, 필라테스 요가, 시바난다 요가 등 이 있다(임광근, 2015:5).
알아차림-마음챙김
또 다른 불교의 수행법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챙김은 다른 말로 알아차림이라 할 수 있는 명상의 한 형태다. 마음챙김 수행은 2,500년 전 부처의 가르침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부처는 인간의 고통의 근원인 집착을 없애려면 바른 이치(正理)를 바르게 보아야(正觀) 한다고 했다. 집착을 하면 바른 이치를 잃고 바른 이치를 잃으면 바르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르게 보는 것, 즉 정관이라는 수행적 사유를 통해서만이 진리를 깨칠 수 있는데 이는 관찰을 의미한다. 관찰이란 단순한 지적 작용이 아니라 수행적 사유로서 "우리의 마음이 직접 진리에 계합하기 위한 행위이고 동시에 그러한 행위의 완성을 의미한다" (한명숙, 2013b:34). 이렇게 바라보고 관찰하여 알아채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또한 마음챙김 명상이란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현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에 주목하도록 돕는 가장 기본적 훈련이다(Rappaport, 2018:32). 이는 신체와 정서와 인지적 변화에 대해 더욱 밀착하여 온몸으로 경험하는 탐색적 경험으로 그 자신의 지금 여기서의 생각, 감각, 감정들과 그 변화를 평가하는 과정, 인지적 사고를 알아채는 입체적 경험을 의미한다. 몸이 경험하는 것을 좌표 삼아 알아채는 과정인 마음챙김은 마음이 몸에 깃들기 위해 지금-여기서 작용할 때 가능하다. 마음챙김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8정도 중 정념(正念)에 속하는 것으로 정념의 염(念)이 그 지금 여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금(今)+심(心)'에서 드러나듯이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 혹은 지금 여기를 알아차리는 마음 작용이다. 정확한 의미는 지금-여기를 바르게 알아차리는 마음작용으로 마음을 꽉 채움'이다(손병욱, 2018:313).
이러한 지금-여기에서의 마음챙김 개념은 사고에 대한 사고라 불리는 메타 인지와 그 의미가 같다.
메타(meta)란 이후(after), 넘어서(beyond)의 뜻을 가진 접두사로 변화(change)와 이후(after, behind)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μετα'에서 유래되었다(박인숙, 2010:34).
따라서 인지 과정 이후, 그 인지가 3자적 관찰자 시점에서 인지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말한다. 메타 인지를 처음 설명한 Flavell과 이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한 Siegal은 메타 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떤 요소나 변수가" 지금-여기의 "과정과 결과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지식이나 신념"(Flavell, 1979:907) 혹은 자신의 과정을 평가하는 과정, 혹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Siegel, 2019).
이렇게 지금-여기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기준점으로 삼아 그 현상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마음챙김이고 메타 인지다.
지금-여기
지금까지 설명한 불교의 수행법을 아우르는 개념이 '지금-여기'이다. 지금-여기는 불교적 깨달음의 핵심이다. 우리는 여기서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할 뿐 과거를 살 수도 미래에 살 수도 없다. 때문에 지금-여기서 호흡하고 현존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작지만 가장 큰 존재 방식이다. 또한 과거와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적 공간도 지금-여기뿐이다. 불교의 지금-여기는 늘 지나가버리는 지금 이 순간, 시간적 차원이면서도 시간적 차원이 아닌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욕망에의 의지, 좋고 나쁘다는 감정, 기억과 생각은 늘 과거의 것이다. 때문에 내가 지금-여기에 현존하게 되면 과거에서 출발하는 고통이 들어올 시ㆍ공간이 없어져 버리고 어떠한 것에도 더럽혀지거나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손병욱, 2018). 이렇게 주체가 지금-여기라는 존재의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마음 을 흔드는 상념과 분별심을 발붙일 수 없게 하여 깨달음으로 가는 것이 불교 수행법이 가진 공통점이다. 이들은 지금-여기라는 추상적 개념을 현실로 내려오게 해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금-여기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오직 몸으로만 경험할 수 있는 지금-여기는 그 때문에 "지금-여기를 알아차리는 마음작용이며 동사verb(손병욱, 2018:311)"가 된다. 동사로 표현되는 몸의 상태나 움직임은 해석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하는 현상학적 방법이다.
이처럼 불교의 수행법인 호흡, 명상, 요가, 마음챙김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지금-여기라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지금-여기 머물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온전히 깃들어서 의식을 몸에 집중하고 몸을 느껴야 한다. 그렇게 몸에 깃들어 몸으로 느껴야 자신을 자각하고 관찰하고 지켜볼 수 있다. 불교 수행법들은 모두 지금-여기에서 몸에 집중하면서 진행한다. "지금-여기에서 순수하고 완벽하게 깨어 있어야 함은 수행의 핵심일 뿐 아니라 깨달음의 핵심(손병욱, 2018:311)"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나와 내가 관찰하는 대상으로서의 나 사이의 간극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심신 통합예술치료의 치유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민주원 용인대학교 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