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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여불위의 영욕
"자,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십시오!" 재상 여불위의 대궐같은 저택에는 초대받은 손님들로 들끓었다. 기분 좋아서 한 잔 두 잔 받아 마신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있을 즈음이었다. 젊은 여인 하나가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여불위 옆으로 다가왔다. "듭시랍니다......" 귓속말을 하는 여인을 여불위는 알 수가 없었다. "누구?듭시라니? 넌 누구냐?" "태후궁의 나인입니다.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태후께옵서 가만히 뵈었으면 합니다." 태후라면 주희다. 전날의 애첩이었고 장양왕의 아내였으며 지금의 진왕의 어미인 것이다. 여불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태후께옵서는 왜?" "상이 내려질 듯합니다." "상이라니? 무슨 상이라더냐?" "일자천금의 노작을 끝내셨다면서요?" "아하, 그거!" 여불위는 금새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여불위는 남모르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위나라의 신릉군,초나라의 춘신군, 조나라의 평원군, 제나라의 맹상군 등 이렇게 지혜로운 사공자가 천하에서 칭송을 받고 있는 데 비해 자신만 가격(지체, 문벌)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알아차린 식객 하나가 어느날 기이한 의견 하나를 꺼내놓았다. "여승상, 그만한 걸 가지고 그토록 심려하고 계십니까. 전전긍긍하실 이유가 도무지 없습니다." 묘책이라도 있겠소?" "순경(순자)이 저서를 내어 그 학설을 천하에 퍼뜨린 일이 있습지요. 아 글쎄 승상의 문하로 모인 내노라 하는 현사 지사 논객 학자 술사들을 그냥 놀려 먹이면 무엇합니까. 나름대로 해박한 선비들이니 그들에게 일을 주십시오." "일을?" "각각의 빈객들에게 각기 견문한 바를 저술케 하여 책을 내도록 하십시오. 이는 저 슬기롭다는 사군 중의 그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묘안입니다." "옳거니! 바로 그거요!" "어차피 저서를 내는 일이 최고입니다. 그로 인해 승상의 위명은 그들을 압도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사군의 위명을 따라잡는 길은 그 길밖에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빈객들을 총동원해 천지 만물 고금에 관해 아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총망라하라는 지시를 내리십시오." 식객의 설명을 듣던 여불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럴 듯하긴 하나 다소 명분이 약한 것 같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장차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일국가의 정치철학과 사회규범이 필요하지 않겠소." "훌륭한 판단이십니다. 그렇다면 이민족들의 여러 사상까지도 흡수해 중국화하도록 하시지요. 도가사상을 중심으로 유가. 병가. 농가. 형명가. 음양가 등 제자백가들의 학술을 흡수 종합하면 완벽한 저서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 완성된 것이 [팔람] [육론] [십이기]이며, 모두 26권 20만 자였다. "이 책에 혹시 거짓은 없을까요!" 저서가 완성된 날 저작에 참여 못했던 식객 하나가 비꼬았다. "어디 이 책을 함양의 저잣거리에 내걸어보시지. 한 글자라도 덧붙이거나 줄일 수 있는 자가 있거든 상으로 천금을 내리겠소. 천하의 어떤 제후들도 이 저서 앞에서는 반드시 경의를 표할 거요!" 여불위는 기고만장해 하고 있었다. 저작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책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했다. "글쎄......" "여씨춘추가 어떻겠습니까. 문신후(여불위) 여승상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 저서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하니 승상의 위대하신 뜻을 기리어......" 궁녀가 와서 속살거린 얘기가 바로 [여씨춘추]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불위는 취중이면서도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내려야 되는 것이다. "태후께옵서?" "예에, 태후께옵서!" 궁녀는 야릇한 눈짓까지 보냈다. 전날같으면 이토록 호화로운 잔칫날 손님들을 핑계대고 주희의 요청쯤은 아무렇게나 처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분이 완전히 달라져 있는 여인의 요청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전 왕의 정비였고 현 왕의 모친인 것이다. 아무리 상국의 자리에 있지만 주희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 말이더냐!" "예에, 당장. 태후궁으로 오셔야 합니다......." 궁녀는 종종걸음쳐 밖으로 나갔다. 여불위는 한참동안 씩씩거리며 한숨을 토했다. '아무리 태후 신분이라지만 전날의 제 주인을 시도 때도 없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가!' 그래도 여불위는 별 수 없이 수레에다 몸을 실어야 했다. '그래, 이것을 세월의 수레바퀴라 하는 거다!' 갑자기 감회가 어렸다. 조정(나중의 진시황)이 진나라의 새 왕으로 즉위한 것은 불과 열세 살의 어린 나이 때였다. 한단의 싸움 6년 뒤에 진나라 소왕이 죽었는데 태자 안국군이 효문왕으로 즉위했다. 효문왕은 화양부인과의 약속을 지켜 자초를 채자로 삼았고, 즈음에 주희와 정은 자초 대신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효문왕이 즉위식을 올린 지 한 해만에 급서한 것이다. 그렇게 되어 자초가 대를 이어 즉위하니 곧 장양왕이며, 볼모로 있던 정을 태자로 지명하자 조나라에서는 강국 진나라의 위세가 두려워 주회와 정을 돌려보냈다. 장양왕 자초는 여불위를 불렀다. "역시 태부의 예견대로 과인이 기화임에는 틀림이 없구려!" 애초의 약속대로 여불위를 승상으로 삼고 문신후에 봉해 하남의 낙양 10만 호를 식읍으로 내리는 등 여불위에 대한 예우를 극진히 했다. 그런데 세월의 수레바퀴는 다시 제멋대로 굴러가더니 장양왕 자초가 즉위 3년 만에 죽게 되는 것이다. 장양왕은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태자 정을 불러 특별히 여불위를 부탁했다. "네 나이 지금 몇이냐?" "열 셋이옵니다." "어린 너를 두고 세상을 뜬다는 생각을 하니 심사가 많이 편치 않구나. 그래, 내가 죽거든 너는 누구를 가장 신용하고 의지하겠느야?" "그야 여승상이지요. 그분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태자 정은 영악했다. 실상 속으로는 여불위는 신용하지 않았지만 아직 자신이 어린 데다 여불위는 세력이 무서워 잠정적으로 그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어째서 여승상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일찍이 아버지를 알아보시고 왕이 되도록 해주신 분이니까요." "옳게 보았다. 그가 아니었던들 나도 없고 너도 없다. 그에 대한 고마운 사실은 또 있다." "알고 있습니다.그분의 양녀를 아버지께 중매하셔서 제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 역시 자세히 보았다. 뿐만 아니라 승상은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들의 목숨까지 지켰다. 그래서 그를 승상으로 보상한 거싱다. 내 오래 살지 못해 그와 더불어 더욱 큰 뜻을 펴지는 못하나 내 뒤를 이을 네가 나를 대신해 그를 잘 섬겨 대업을 도모하라." 부왕의 세심한 다짐이 짜증스러웠지만 태자정은 잘 참아내었다. "심려마십시오. 저도 여승상의 직위를 높여 상국으로 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 다음가는 분이라 하여 중부라 호칭하겠습니다." "중부라..." 장양왕 자초는 그날밤 세상을 떴다. 태자 정이 13세였고주희는 서른 한살에 과부가 되었다. 태후궁으로 안내된 여불위는 내전 앞까지 마중나오는 주희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던 것이다.. "태후 그동안 무고하셨습니까!" "승상께선 어찌하여 오랫동안 뵈올 수가 없었는지요?" "아시다시피 그동안 큰 일을 끝내느라고 문안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이룩한 작업의 내용은 장차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서는 진나라 이외의 사상도 배제하지않고 그 장점을 흡수 융합해 하나의 사상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돼 있ㅅ브니다. 잡가류도 배척하지 않고 중화사상 형성의 근본 이념으로 존중하면 그로 인해 진나라 통일대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 거지요 한 마디로 말해서 통일국가 통치 철학인 바..." 그러나 주희는 오래 전부터 여불위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지 않았다. "소문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 대업은 진나라를 위한 크나큰 업적이기로 큰 상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온데..." 주위를 살피던 주희는 눈짓으로 시녀들을 물러가게 했다. 내전 주위가 조용해지자 갑자기 이제까지의 태도를 바꾸었다. "주인님!" 주희는 여불위의 품으로 왈칵 뛰어들었다. 여불위는 졸지에 주희를 껴안은 상태가 되ㅆ지만 상대가 태후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난처해졌다. "태후!" "태후가 다 뭡니까. 예전처럼 주희라 불러주십시오!" "하지만.." "얼마나 주인님을 그리워했는 줄 아십니까." "하오나..." 여불위는 두어발짝 뒤로 비실거렸다. "보는 자도 듣는 자도 아무도없습니다. 우리 둘뿐입니다. 체면 차릴 일도 ㅇ벗습니다. 이제부터 상국께선 옛날의 제 주인님이시고 저는 태후가 아니라 오로지 주희일 뿐입니다. 자, 어서!" 주희는 여불위를 사정없이 끌었다. 질질 글리면서 여불위는 내전 주희의 침상가지 쓰러지듯 들어갔다. "태후, 이러시면!" 반응은 그렇게 했지만 주희의 탄력있는 육채는 그새 느끼고 있는 여불위로서는 벌써 반쯤은 무너져있었다. 별 수없었다. 여불위는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주희는 억울하게 빼앗긴 내 애첩이 아니었던가! 자초에게 상납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지만 여전히 주희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지않았돈가! 그래 이여자는 본래 나의 것이었지!" 여불위는 그제쯤 전후사정 따질 겨를도 없개 되어 주희를 힘것 껴안았다. 태후와 상국으로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애틋하게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남녀의 눈물겨운 해후로서의 포옹이었다. 둘은 주희의 침상에서 뜨겁고도 오랜 정사를 나누었다. "태후를 그리워하며 속으로 애를 태우고는 있었지만 별 수 없지 않았겠소." "이제는 아무 장애물도 없는 과부입니다." "그렇지만 태후로서의 체통이 있지 않겠소." 그러자 주희는 화를 내었다. "무엇이 두려워 저를 멀리하려 합니까!" "난 다만 남들의 이목을 걱정하는 것이오." "생각해보십시오. 주인님은 이 나라의 누구이십니까. 일인지하 만인 지상의 상국 벼슬을 받고 계십니다." "누가 아니라고 했소." "문신후에 봉해진데다 왕의 중부이시기도 합니다. 또 진왕 정은 누굽니까" "내 아들이오." "그렇습니다. 주인님의 아들이 바로 이나라의 왕이십니다. 워하기만 하신다면 정을 폐하고 상국께서 보위에 앉으실 수도 있습니다." "쉿, 누가 듣겠소." "제가 드리는 말씀은 두려워 하 일이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정은 호칭만 왕일 분이지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란 말입니다." "그렇다고 영원히 어리라는 법은 없지요." "그러니까 세상 물정 모를 때 버릇을 단단히 들여놔야지요." "어떻게 말이오." "왕이 저와 상국 사이에서 태어난 사실을 암암리에 인식시키는 일이지요." "아서요! 정직하다는 것과 그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별개의 일이오!" 여불위는 그렇게 되받아 치면서도 태후 주희의 속삭임을 점차 믿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여불위와 주희의 관계는 다시 지속되었고 사통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한데, 상국 나으리 일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어느날 궁중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탐맡은 사인하나가 은밀히 아뢰었다. "심상치가 않다니?" "왕께서 역정을 내셨다고 합니다." "무얼가지고?" "태후와 승상 사이를 두고 떠도는 소문을 들으시고..." 여불위는 사인의 귀띔에 바짝 긴장했다. "왕께서 어떤 식으로 역정을 내셨기에?" "사실 여부를 조사하라시며..." "무어라고? 자초지종을 자세히 얘기해보게 태후궁 밀실에서 은밀히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는가부터." "소인의 애인이 본궁에 있습니다. 태후궁의 비밀스런 일이 어떤 식으로 본궁으로 흘러들어 가는지는 알수 없으나 수인의 애인 말에 따르면 환관 이형이 대왕께 일러바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음...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왕께서 언젠가 나에게도 문책하시겠지?" "이형의 고자질이 계속되는 한 그렇겠지요 더구나 이형은 상국께서 진왕은 내 친아들이라며 직접 떠벌리셨다는 식으로 음해하고있답니다." "서둘러 조치가 있어야겠구나." "차라니 반란을 도모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사인의 그런 권고에는 여불위는 꺼림찍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선책은 없겠느냐?" "이형을 제거하십시오. 그런 다음에는 상국의 권위로 그냥 밀고 나가는 방법밖에 없겠습니다. "조사를 책임맡은 자는 누구라더냐?" "역시 이형인듯 합니다." 붉으락푸르락하던 여불위의 안색도 어느새 단호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상국께서도 대왕의 춘추가 어느새 성년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유의하십시오." "으음! 의미있는 말이다." 그날 밤 이형은 궁문을 나서다가 정체불명의 자객한테 살해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여불위는 곧잘 혼자 깊은 생각에 자주 빠져들었다. '집안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부지기구 아닌가. 부르면 곧장 달려오는 싱싱한 여인들이 수천식인데 이토록 태후한테 매달려 불안한 세월을 보낸다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닌가' 여불위는 장사꾼 출신이었었다. 그러나 이해타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는데도 이번 일만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태후에게 일방적으로 사통의 위험함을 설명하며 관계를 끊겠다는 통고를 할 수야 없지 않은가. 주희가 그 점을 용서할 리도 없겠지. 무슨 묘책이 없을까..." 걱정으로 불면의 밤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태후는 색정이 너무 강해 단 하루라도 남자 없이는 못사는 그런 여인이 아닌가 그런 여자가 홀몸이 되었으니 장양왕의 요사 도 태후의 용솟음치는 색정때문인데 주희도 여인이니 태후로서의 체통과 여자 주희로서의 여성을 분리시키도록 강요할 순느 없고...' 고민으로 밤을 지새던 바로 그럴 즈음이었다. 여불위는 식객들 사이에서 괴상한 소문이 흘러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과장된 헛소문이겠지!' 그러면서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괴상망칙한 소문을 퍼드린 장본인인 식객을 감나히 불렀다. "그게 사실이오?" "허풍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그자를 만날 수가 있겠소?" "음밀땅으로 가면 쉬이 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위낙 유명한 사내니까요." "이름이 무어라 했소?" "노애라 부릅니다." "그자의 남근을 직접 본 적이 있소?" "물론 보았지요. 절구공이 만 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작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음경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힘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않소." "하지만 노애의 것은 보통 남자들의 연장과는 근본적으로 사뭇다르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수레바퀴의 테를 망이라 하고 바퀴중심에 구멍뚫린 둥근 나무를 곡이라 하며 그 구멍에다 끼워넣는 것을 축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불위는 식객 앞으로 바짝 다가 앉았다. "그자는 오동나무를 수레바퀴로 만들어 제물건을 축으로 끼워넣고는 사방의 바퀴살이 모두 바퀴통을 향해 모여들도록 폭주시키며 여봐란 듯이 거리를 활보하고 돌아다니는데는 과연 장관이었습니다." "저런" "어디 그뿐인줄 아십니까. 한 말들이 물통을 제 굴대에다 매달고는 백보를 걸어갔으니 그자의 정력도 요량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글쎄 그자는 무엇 때문에 그런 흉측한 짓거리를 하며 돌아다닌답니까?" "견물생심이지요." "그건 또 무슨 얘기요?" "물건이란 어차피 장터에 내놔야 흥정이 오갈 게 아닙니까. 그자는 자신의 대물을 그렇게 과시함으로써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삼지요. 순전히 그것으로먹고사는 놈이지요." "글쎄 그것을 꺼내 놓는다고 해서 그걸 누가 산답니까." "사다마다요 특히 고귀한 신분의 여인들이 그자를 은밀히 모셔간답니다. 생업도 없이 건달로 빈둥빈둥 놀고서도 그토록 호화롭게 사는 걸 보면 귀부인들이 그자에게 금품깨나 던진다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자는 여인을 즐겁게 해주는 대가로 먹고사는 놈인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여불위는 그 순간 노애의 절묘한 이용가치를 깨달았다. 때문에 식객한테 노애의 신상에 대해 가급적 많은 질문을 퍼부었다. "혹시 말이오. 그자의 행위가 분명 미풍양속을 해치는 게 분명한데 형부 같은데서 옥송사건으로 다룬 적이 한차례도 없더란 말이오." "노애가 금부로 끌려갔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모르긴 해도 포졸 역시 노애의 거물을 바라보는 순간 체포커녕 기가 확죽어 도망치기 바빴을 걸요." "허풍이 심하이." "뜻대로 생각하십시오." 여불위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치켜세웠다."결국 ...그대가 다녀와야 되겠구려." "어디를요?" "그자를 데려오시오." "이곳으로 말입니까? 설마 승상께서.." "쓸모가 생각났소 거금을 드릴 테니 노애를 잘 달래 데려오십시오. 감나히 데려와야 되오 만일 오지 않겠다고 버티거든 상국의 명령이라 소리치시오." 노애라는 그 괴상한 사내가 함양에 나타나자 소문은 삽시에 퍼졌다. 여불위의 의도적이면서도 치밀한 선전작전 때문이었다. 얼마후 노애에 대한 소문이 충분히 태후의 귀에까지 들어갔으리라 가늠 되는 즈음해서 여불위는 태후궁으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태후 그자를 한 번 만나보시겠소." "흉물스럽소. 천하에 그런 사내가 실재로 존재하기나 할까." "뜬소문이 아니오 태후께서 직접 한 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무슨 그런 망칙스런 말씀을 하십니까." "상국과 사통하는 짓거리는 망칙하지 않습니까." "저냐야 원래 주인니의 것이었으니 망칙하지도 않거니와 하등 거리낄 일도 못되지요." "내가 공연한 소릴 한 것 같소. 어쨌건 내일 승상부로 나가는 즉시 그자를 잡아다가 베어야겠소." "그건 어째서입니까?" "미풍양속을 해치는 자요 그나마도 태후 곁에 두시고 심심풀이 노리개나 삼으라는뜻으로 진상할 작정이었는데 태후께서는 쓸모없다 하시니 베어버려야 하는 일박에 더 있겠습니까." 그러자 태후 주희는 펄쩍 뒤었다. "그것은 아니 됩니다. 대물을 가졌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죄없는 백성을 마구 죽여요?" 태후 주희의 경악하는 소리에도 여불위는 시침 뚝 딴 표정이었다. "태후의 귀를 어지럽힌데다 눈 밖에 난 꼴이 됐으니 그는 죄인이오." "눈밖에 난 적도 없거니와 나 때문에 애매한 백성이 죽는 건 원치 않아요." "그러시다면 데려다 수하에 두시렵니까. 그자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그 방법밖에는 없겠는데요." "그렇다면 데려오시구려." "그 대신 그자를 부형에 먼저 처해야겠소." 궁형으로 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을 내린다고 하자 태후의 눈빛은 갑자기 안타까워하는 빛으로 변했다. "그 형벌 역시 노애의 목을 베는 일과 다르지 않지 않습니까?" "목을 베는 게 아니라 그자의 성기를 베는 겁니다." "그렇다면 난 그자를 받지 않겠습니다. 죽이시들 살리시든 이젠 마음대로 하십시오!" 여불위는 몰래 웃고 나서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시오 태후. 사지가 멀정한 남자가 태후궁에 기거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안되겠다는 말씀입니까?""태후궁에 둘 수 있는 방법을 찾자니 그렇게 밖에는 길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내 말을 못알아 듣겠소? 거짓 부형에 처한단 뜻이오." "거짓부형이라면...?" "부형을 집행하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노애를 진짜 궁형에 처한 척 주염과 눈썹을 뽑아 환자 처럼보이게 할 참이오. 그래야만 노애를 궁중에 둘 수가 있지요." 여불위의 설명을 듣고 난 태후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태후 주희는 노애를 사랑했다. 무지막지 하게 큰 남근과 절륜의 정력을 열렬히 사랑했다. 태후궁에 두고서 낮에는 창악을 벌이고 밤에는 항상 노애의 품에 안겨서 잤다. 뿐만 아니라 태후는 사랑하는 노애에게 후한 상사를 내리도록 아들을 보챘다. 모친을 사랑하는 진왕은 어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노애에게 태후를 극진히 섬기는 보상으로 산양의 풍요한 땅을 주고 또 장신후에 봉하노라." 노애의 세력은 일취월장했다. 궁실을 마음대로 드나들었고 거마의 호화롭기가 제후에 버금하였으며, 의복은왕보다 화려하였고 워유의 사용이나 사냥놀이는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특권도 누렸다. 뿐만 아니었다. 정사에도 슬금슬금 간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신후에게 하서의 태원군땅을 증붕하노라." 노애에 대한 왕의 신임은 두터워져갔다. 이렇게 되자 오내의 개인집은 사용인을 수천명씩 거느리게 되었고, 노애를 통해 관위를 얻으려고 황금궤를 짊어진 인파로 문전성시였다. "볼거 없다. 벼슬을 하려거든 노야한테 붙어라." 그런데 그토록 기고만장하던 노애한테도 걱정거리가 하나 덜컥 생겼다. "어떡하지요? 임신을 했나 봅니다." "뭐요?" 태후의 귀띔에 노애는 펄쩍 뛰었다. "얼마 있지 않아 배가 불러옵니다. 소문이란 아무리 싸매고 싸매도 솔솔흘러나가는 법이어서 사전에 신통한 방도를 마련해 놓지 않고서는 그 진노하심으로 인한 벌이 예사롭지가 않을 것입니다." 노애도 짜증스러웠다. "그러니깐 나도 미칠 것 같단 말이오! 어쨌건 태후궁은 일단 옮겨나 놓고 묘안을 짜낼 수 밖에요." "태후궁을 옮기다니요?"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노애는 갑자기 무릎을 쳤다. "복술사를 삶을 수밖에!" "복술사를?" "점을 치게 하고선 함양땅은 태후의 신산에 절대 불길하니 옛수도 옹 땅으로 옮기게 하는 점괘를 내도록 미리 손을 써놓겠다는 거요. 그러면 그대의 효자 아들은 필히 우리를 옹으로 떠나도록 해줄거요." "묘책이겠구려. 그런데 하필 옹땅입니까?" "이런 답답한 왕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도망쳐야 되는 게 아니겠소 우리끼리 안삼하고 사랑할 수 있으니 더욱 좋고, 무엇보다 옹땅은 예부터 왕기가 서린 곳이라 하지 않소." 그러나 태후 주희는 노애의 마지막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건 계획은 맞아떨어져서 진왕이 있는 수도 함양으로부터 멀리 도망칠 수가 있었다. 그들은 거기서 두 아들을 낳았다. 진왕 9년이었다. "무어라고? 왕께서 이쪽 옹땅까지 순행한다고?" 노애는 오래전부터 계획한 바가 있었다. 기회만 있으면 진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는 일이었다. "무엇 때문에 오시는가?" 노애는 가신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태후를 몹시 뵙고 싶어 합니다. 그걸 빌미삼아 순행을 나서신 것 같습니다. 교사후에 곧바로 태후궁으로 드시겠지요." "기년궁이라!" 노애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진왕을 죽일 수 있도록 하늘이 은혜를 내린다고 생각했다. "좋다! 결행한다!" 노애는 우선 심복을 시켜 진왕의 옥새를 위조하게 했다. 그리고 태후의 인새도 위조해 인근 현의 병사 근위병 근위기병들을 차출해 반란군으로 쓸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완벽하다! 어서 오기만 해봐라!" 그것은 사실이었다. 어서파고 엉성하며 단순한 거사였지만 진왕을 속절없이 죽일 수 있는 기회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노애는 벌서 진나라 왕이라도 된 것처럼 신바람을 냈다. 그는 매일밤 축하잔치까지 베풀었다. 그러나 노애에게는 깊은 원한이 있는 자가 측근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일므이 평제였다. "형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드디어 진왕일행이 기년궁을 도착했다. 평제는 슬그머니 태후궁을 빠져나가 기년궁으로 달렸다. 그는 거기서 왕을 수행해 온 낭중령을 만났다. "큰일났습니다.! 대왕께서 위험합니다." "무슨 소리냐? 넌 누구나?" "내사로 있는 평제라 합니다." "그래서?" "오늘밤 축시에 태후궁으로부터 대왕께서 머무시는 이곳 기년궁까지 군사들이 쳐들어옵니다." "반란이란 말이냐?" "확실합니다." "태후궁에서 반란을 도모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태후께선 까마득히 모르고 계십니다." "그럼 주모자는 누구냐?" "노애일당입니다." "노애라면.. 그자는 환관이 아니냐?" "환관이라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자는 일찍이 대왕을 속였습니다. 태후와의 사이에 두 아들까지 있는걸요. ㅜ형리한테 넘겨 그자의 몸을 다시 검사해 보십시오. 그보다 당장 대왕의 신변이 위태롭습니다." 노애에게 무슨 군사가 있었더란 말이냐?" "대왕의 옥새와 태후의 인새를 위조해 역도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인근 현의 군사들을 징발했지요." "노애는 무엇 때문에 반란을 일으킨다더냐?" "대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든지 아들을 왕으로 세울 작정인가 봅니다." "그대는 태후궁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이번 대사에서 맡은 역할이 뭔가?" "옥새등을 위조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엄청난 일을 맡았군. 그래 일이 성공하면 노애로부터 큰 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무엇 때문에 모반을 발설하는가?" "제 형님이 노애한테 억울하게 맞아죽었습니다. 그 워수를 갚기 위해 달려온 것입니다." 으음... 오늘 밤 축시에 거사한 단 말이지? 너는 여기 머물거라 ." 낭중령의 말에 평제는 펄쩍 뛰었다. "안됩니다. 제일이 중하기 때문에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노애가 의심합니다." 일리 있다고 생각되어 낭중령은 평제를 돌려보낸 뒤 노애의 모반 사실을 진왕에게 낱낱이 고했다. 진왕은 태후에게 두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안 듯했으나 밖으로는 태연을 가장했다. "축시에 과인의 숙소로 들이친다면 과인이 먼저 자시에 태후궁을 들이닥치면 되겠구나. 노애 공격은 창평군이 맡아라." 창평군을 반란군 진압 선벙장으로 내보낸 뒤 진왕은 낭장령을 다시 불ㄹ렀다. "노애가 환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애초에 태후궁으로입궁시킨 장본인은 누구라더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승상께서 그런 조처를 내리셔ㅛ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이! 중부께서?" 진왕은 다시 부르르 떨었다. "나중에 평제를 부르세어 자세히 문초하십시오. 하오나 들은 바로는 태후께서 외로워하실까봐 승상께서..." "닥쳐라! 그렇다면 낭중령이 지금 즉시 달려가라!" "어디로 말씀입니까?" "태후궁으로 가란 말이다. 가서 노애는 생포해 오고 태후는 연금시켜라." "태후께옵선..?" "한발자욱도 태후궁에서 나오시지 못하게 하라 과인이 함양으로 돌아가는 즉시 여상국을 문초하겠거늘 이는 태후와 여상국이 서로를 구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인 것이다." 새벽녘에 진압군은 반란군의 두목급20여명을 체포해 돌아왔다. "불행히도 노애는 놓쳤습니다.호치방향으로 도망쳤습니다." 진왕은 전국에 포고령을 내렸다. -노애를 생포하는 자 일백만 전을 줄 것이고 목을 베어오는 자는 오십만 전으로 보상할 것이다. 한편 여불위는 기년궁의 모반사건을 듣고 있었다. 반역의 주모자 노애와 태후와의 사건에 자긴이 연루된 내용이 진왕에게 들통났다는 사실도 듣고 있었다. "이를 어쩐다!" 태후를 통해 구명운동을 벌이려 사람을 급파했으나 이미 옹땅의 태후궁은 왕명에 의해 철저히 봉쇄된 후였다. 결국 여불위는 자신이 조정에 심어놓은 대신들의 도움을 받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선왕을 섬긴 공로가 큽니다." "승상의 지위에 있더라도 국가의 기강까지 어지럽히는 범법을 했으니 용서할 수야 없지 않소!" "그렇지만 대왕의 중부이십니다." "으음..." 대신들 모두가 만류하니 진왕은 이를 갈면서도 어쩌지 못했다. 그렇다면 파면하는 것으로 면죄해 주겠다. 그 대신 여불위는 자신의 소유 영토인 하남으로 떠나게 하라." 여불위가 하남당으로 쓸쓸하게 떠난 후인 한해 동안은 진나라 내부도 소란스러웠다. 우선 노애가 사로잡혀 거열형에 처해졌고 삼족이 몰살당했다. 태후와 사이에 낳은 두 아들 역시 죽음에 처해졌다. 재산도 몰수된 뒤 노애의 가신들은 촉 땅으로 내쫓겼다. 바로 그럴 즈음이었다. 진왕의 귀에 수상한 소문이 들려왔다. "문신후 여불위 전 승상을 만나기 위해 빈객들과 사신들 심지어 몇몇 제후의 특사까지 줄을 잇고 있답니다.생각만 있다면 언제라도 반란을 일으켜 성공할 수 있는 세력이지요." 진왕은 다시 화가 치밀었다. 한편으로는 겁도 났다. 그래서 즉시 여불위는 서신을 내려보냈다. ---그대는 진나라에 무슨 공로가 그토록 남아 있기에 하남에 봉토를 받아 10만 호의 식읍을 차지하고 있소. 게다가 그대는 또 진나라와 어떤 혈연관계가 있기에 중부라는 과분한 칭호를 받고 있는가 말이오. 과인으로서는 이해할 길이없소. 그러하니 그대는 즉시 가족과 함께 촉으로 옮겨가시오." "아아. 다 틀렸다. " 여불위는 절망했다. 자신의 권세가 극도로 쇠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믿었던 태후 주희마저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주인님은 이 나라의 누구이십니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상국 벼슬을 받고 계십니다. 문신후에 봉해진데다가 왕의 중부이시기도 합니다. 진왕 정은 또 누굽니까. 바로 주인님의 아들입니다. 원하기만 하신다면 정을 폐하고 상국께서 보위에 앉으실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나이 어린 철부지 왕은 세상물정 모를 때 버릇을 단단히 고쳐놔야 합니다. 왕이 저와 상국 사이에서 태어난 사실을 암암리에 인식시키는 일이지요...' 주희가 도란도란 충고하던 바도 아득히 물건너간 옛날처럼 느껴졌다. "결국은 내 아들 손에 주살될 것인가! 후회하기는 너무나 늦었다." 여불위는 마침내 스스로 짐독을 마시고 죽었다. 신하 모초가 진왕에게 권고했다. "진나라는 지금 바야흐로 천하를 통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모태후를 노애 사건으로 아직도 옹땅에 가두고 계십니다. 연루자 여불위도 이미죽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제후들이 진을 배반한다면 바로 모태후 연금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주희는 그제서야 함양의 감천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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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유불급이 여기서 왜 생각날까 ? .......... 물러날때를 알아야 하는데!!!!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