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오만과 편견 : 오만을 누르고 편견을 버려 이룬 사랑

[여국현]

여국현 영문학자와 세계 명작 소설을 읽으며 원작 속 영어 표현을 배워봅니다. 이번에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함께 읽어봅니다. <편집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비평가인 레이먼드 리비스(Frank Raymond Leavis, 1895~1978)가 1948년 『위대한 전통』(The Great Tradition)이라는 비평서에서 18세기 이후 영국소설의 계보 가운데 ‘위대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 다섯을 선정했습니다. 그 다섯 명의 작가는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헨리 제임스, 조셉 콘래드, 데이비드 로렌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위대한 전통’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한 작가가 제인 오스틴(Jane Austin, 1775~1817)입니다. 그녀는 비평가들뿐 아니라 대중들의 인기 또한 한 몸에 받고 있지요. 영국 BBC가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를 조사했을 때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니 영국인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오만과 편견』입니다.

원래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이 스물한 살 무렵인 1797년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완성했지만 출판을 하지 못하고 1813년에야 제목을 『오만과 편견』으로 바꿔 출판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이야기는 딸만 다섯인 베넷 가의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훌륭한 작품들이 대개 그러하지만 특히 이 작품에는 내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제인 오스틴 소설의 매력이 가득합니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예리하고 섬세한 관찰과 놀라운 성격묘사, 제인 오스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정받는 통통 튀는 생생한 대사와 당대 여성들의 현실, 결혼관,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대한 날카롭고 유머 넘치는 풍자까지 이런 모든 요소들이 가득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물들의 어긋난 만남
모든 소설 작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첫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However little known the feelings or views of such a man may be on his first entering a neighbourhood, this truth is so well fixed in the minds of the surrounding families, that he is considered as the rightful property of some one or other of their daughters.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독신 남자는 아내를 필요로 하게 마련이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진리이다. 이 진실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도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남자가 이웃으로 이사를 오면 그 남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아는 게 거의 없다 해도 그가 누군가의 딸이 차지해야 할 합당한 재산인 것처럼 생각된다.

이 작품의 주제가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는 이 문장은 문학강의 시간에 흔히 아이러니(반어법)의 표본으로 예시됩니다. 반어법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를 보고, “아이고 미운 내 새끼”라고 하는 실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반대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위에서 본 첫 문장의 실제 의미는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의 입장에서 ‘아내가 되려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은 돈 많은 독신 남자를 남편감으로 원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것이죠.

                                 영화 <오만과 편견> 속 베넷가의 어머니와 다섯 딸들

그런 ‘재산’으로 간주할 만한 인물인 빙리 씨(Mr. Bingley)가 네더필드 파크(Netherfield)에 세 들어 온다는 소문이 났는데요. 딸이 다섯이나 되는 베넷 가에서 특히 딸들 결혼시키는 일이 자기 평생의 과업이라 생각하는 베넷 부인에게는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겠어요.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빙리 씨를 방문하라고 다그칩니다. 그래야 여자들이 왕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편은 그런 부인을 놀리기만 할 뿐 확답을 하지 않습니다. 서로 전혀 딴판인 베넷 부부는 어찌 보면 어긋난 만남의 한 전형이기도 합니다.

Mr. Bennet was so odd a mixture of quick parts, sarcastic humour, reserve, and caprice, that the experience of three-and-twenty years had been insufficient to make his wife understand his character. Her mind was less difficult to develop. She was a woman of mean understanding, little information, and uncertain temper. When she was discontented, she fancied herself nervous. The business of her life was to get her daughters married; its solace was visiting and news.
 
베넷 씨는 명민한 자질과 냉소적인 유머, 과묵함, 그리고 변덕이 워낙 묘하게 섞여있어서 아내가 그의 성격을 이해하기에 이십삼 년의 결혼생활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덜 힘들었다. 그녀는 이해력도 형편없고, 아는 것도 거의 없으며, 성격마저 변덕스러웠다. 뭔가 불만이 있을 때면 자신이 신경이 예민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평생 해야 할 일은 딸들을 결혼시키는 것이었고, 유일한 낙은 이웃을 찾아가 소문을 듣고 퍼트리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베넷 씨는 늘 부인을 놀리고 부인은 남편의 농담과 놀림을 이해하지 못해 보는 이들을 한편으로는 웃게 다른 한편으로는 짠하게 만듭니다. 사실 베넷 씨는 이미 빙리를 방문했었거든요. 한편 마을에서는 세 들어 온 빙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무도회가 개최되고,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여 새로 이사 온 빙리 일행과 첫 대면을 합니다. 그 자리에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도 함께 참석했는데,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Mr. Bingley was good-looking and gentlemanlike; he had a pleasant countenance, and easy, unaffected manners....but his friend Mr. Darcy soon drew the attention of the room by his fine, tall person, handsome features, noble ★mien, and the report which was in general circulation within five minutes after his entrance, of his having ten thousand a year. The gentlemen pronounced him to be a fine figure of a man, the ladies declared he was much handsomer than Mr. Bingley.
 
빙리 씨는 잘생긴 외모에 신사다운 사람이었다. 호감 가는 얼굴에 편안하고 꾸밈없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친구인 다아시 씨는 멋지고 훤칠한 체구에 수려한 이목구비, 고상한 태도, 거기에 그가 들어오고 오 분도 안 돼 그가 일 년에 만 파운드의 수입을 올린다는 소문이 모두에게 퍼져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사들은 그가 남자다운 멋진 체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고, 숙녀들은 그가 빙리 씨보다 훨씬 잘생겼다고 말했다.

 
 빙리는 연 수입이 오천 파운드, 다아시는 만 파운드라고 나옵니다. 사실 이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두 사람 모두 대단한 부자라는 것입니다. 특히 다아시는 이런 마을과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영국의 한 비평가는 다아시가 이곳에 온 것은 미국의 철강 왕 카네기가 작은 시골마을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가한 것과 같다고 비유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그가 보이는 오만한 태도는 어느 정도 그럴 만하다 생각되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루카스가 하는 말은 그 상황을 짐작하게 합니다.

“His pride,” said Miss Lucas, “does not offend me so much as pride often does, because there is an excuse for it. One cannot wonder that so very fine a young man, with family, fortune, everything in his favour, should think highly of himself. If I may so express it, he has a right to be proud.”
 
루카스 양이 말했다. “그 사람의 오만함은 흔히 오만함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 나에게 거슬리지는 않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말이야. 그토록 멋진 청년인데다 가문 좋고, 재산 많지, 모든 게 다 유리하니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야.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 남자는 오만할 권리가 있어.”

그런 다아시의 태도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대하는 빙리와 비교돼 호감은 금세 바뀌게 됩니다. 특히 무도회에 참가한 마을 아가씨 가운데 누구와도 춤을 추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자 있는 엘리자베스에게 춤을 청하라는 빙리의 청을 이렇게 말하며 거절합니다.

“She is tolerable; but not handsome enough to tempt me; and I am in no humour at present to give consequence to young ladies who are slighted by other men.”
 
“그녀는 참고 봐줄 만은 하네. 하지만 나를 유혹할 만큼 아름답지는 않아. 다른 남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가씨를 우쭐하게 만들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네.”

이 말을 엘리자베스가 듣게 된 것이 두 사람이 어긋나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의 ‘오만함’에 대해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굳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지요. 그러나 빙리는 대단한 환영을 받습니다. 특히 엘리자베스의 언니인 제인에게 호감을 느껴 두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엘리자베스도 빙리와 언니가 좋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은 환영합니다만 제인은 남들의 나쁜 면을 보지 못하는 맹점이 있어 걱정하기도 합니다.

                       파티에서 만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영화 <오만과 편견> 속


“Oh! You are a great deal too apt, you know, to like people in general. You never see a fault in anybody. All the world are good and agreeable in your eyes. I never heard you speak ill of a human being in my life...to be so honestly blind to the follies and nonsense of others!”
 
“아! 알다시피 언니는 모든 사람들을 대체로 좋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누구에게서도 단점을 보는 법이 결코 없지. 언니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다 착하고 마음에 들지.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언니가 누군가를 험담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 다른 사람들의 바보짓과 터무니없는 짓을 너무도 까맣게 몰라!”

다행히 빙리와 제인의 서로에 대한 호감은 진심에 기반한 것이었고 빙리는 제인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네더필드 파크에 가서 머물던 제인이 감기가 걸리는 바람에 엘리자베스가 언니를 간호하러 가 머물게 되면서 다아시와도 다시 만나게되죠. 그리고 여기서 두 사람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일종의 기싸움 같은 날 선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데요.

제인 오스틴의 탁월한 장점이자 ‘말로 하는 결투’(a verbal duel)라 일컬어지는 이 두 사람의 대사는 그냥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아시는 자신이 현명하고 훌륭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지만, 매사에 남 비웃기를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눈에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다 우습게 보일 것이라고 비꼬고, 엘리자베스는 그런 다아시의 속을 들여다보며 대꾸하는 장면인데요. 먼저 다아시가 말합니다. 이 부분은 한글로만 보겠습니다.

“아무리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아니 그런 사람들의 가장 현명하고 가장 훌륭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비웃는 것이 삶의 제일의 목표인 사람에 의해 우스꽝스러운 게 될 수도 있지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물론,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현명하고 훌륭한 행동은 결코 비웃은 적이 없기를 바라지요.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행동, 변덕스럽고 모순된 말과 행동들은 저를 기쁘게 하지요. 그 점은 인정합니다. 그런 행동이라면 할 수 있을 때는 언제나 비웃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 그런 단점들은 당신에게는 전적으로 없는 단점 같군요.”

“그런 건 누구에게라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지력조차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그런 약점들을 피해 가려는 것이 제 평생의 노력이랍니다.”

“허영과 오만 같은 것 말씀이지요.”(“Such as vanity and pride.”)

“맞습니다. 허영은 정말 큰 결점이지요. 하지만 오만은, 정말 탁월한 정신의 소유자라면 오만은 잘 조절할 수 있겠지요.” (“Yes, vanity is a weakness indeed. But pride—where there is a real superiority of mind, pride will be always under good regulation.”)

결국 자신이 ‘오만’을 조절할 수 있는 ‘탁월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스스로 드러내는데, 이 장면에서 엘리자베스는 슬그머니 웃고, 대화를 마친 다아시는 자신이 엘리자베스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이제껏 아무도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뒤로하고 또 한 명의 어긋난 만남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인물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한 콜린스입니다.

그는 아들이 없는 베넷 씨의 친척 조카로 베넷 씨가 세상을 떠나면 베넷 가의 모든 재산을 차지하도록 지정된 한정 상속자입니다. 다아시의 이모인 캐서린 부인의 후견을 받아 목사가 된 그는 분별도 없고, 천성도 결함투성이인데다 교육과 사교 모임에서 배운 게 없고 아버지가 복종하도록 키운 탓에 비굴한 태도가 몸에 밴 인물입니다.

그는 베넷 가문의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청혼만 하면 받아들이리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인이 빙리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니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체면을 생각해 완곡하게 거절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자기 멋대로 해석합니다.

“As I must therefore conclude that you are not serious in your rejection of me, I shall choose to attribute it to your wish of increasing my love by suspense, according to the usual practice of elegant females.”
 
“저는 당신이 저를 거절하는 것이 진심인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저를 거절하신 것은 품위 있는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저를 애타게 해서 제 사랑을 더 크게 얻고자 하는 당신의 소망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답하는데, 이런 말속에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은 물론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문장이 주는 맛이 느껴집니다.

“I do assure you, sir, that I have no pretensions whatever to that kind of elegance which consists in tormenting a respectable man. I would rather be paid the compliment of being believed sincere. I thank you again and again for the honour you have done me in your proposals, but to accept them is absolutely impossible. My feelings in every respect forbid it. Can I speak plainer? Do not consider me now as an elegant female, ★intending to plague you, but as a rational creature, speaking the truth from her heart.”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콜린스 씨, 저는 점잖은 남자를 괴롭히는 품위라는 그 어떤 것도 지니고 있지 않답니다. 차라리 진지하게 믿어주시는 것이 칭찬이 되겠습니다. 제게 청혼에 주신 영광스러운 일에는 거듭거듭 감사드리지만 그 청혼을 받아들이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답니다. 모든 면에서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좀 더 분명하게 말씀드릴까요? 앞으로는 저를 당신을 애태우려는 품위 있는 여자로 보지 마시고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실을 말하는 이성적인 인간으로 여겨주세요.”

 
콜린스는 결국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루카스 양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합니다. 이 결혼은 당시 가난한 여성들에게 결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루카스를 소개하면서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이런 묘사를 합니다.

Without thinking highly either of men or matrimony, marriage had always been her object; it was the only provision for well-educated young women of small fortune, and however uncertain of giving happiness, must be their pleasantest preservative from want.
 
남자나 결혼생활을 대단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교육은 잘 받았지만 재산은 많지 않은 아가씨들에게 결혼은 유일한 노후대책이었을 뿐 아니라 결혼으로 인한 행복이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궁핍을 예방하는 가장 즐거운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루카스가 사랑도 하지 않는 콜린스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의아해하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I am not romantic, you know; I never was. I ask only a comfortable home; and considering Mr. Collins’s character, connection, and situation in life, I am convinced that my chance of happiness with him is as fair as most people can boast on entering the marriage state.”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낭만적인 사람이 아니야.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나는 그저 편안한 가정을 원했을 뿐이야. 콜리스 씨의 성격과 인맥, 그리고 사회적 신분을 고려하면 그와 결혼해서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하면서 자랑할 수 있을 만큼은 되리라고 확신해.”

엘리자베스는 사랑도 없이 결혼하려는 루카스를 이해할 수 없어 그 뒤 한참 관계를 끊습니다. 하지만 루카스야말로 당대 많은 가난한 여성의 실제 결혼관과 현실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어려운 것은 물론 자기 재산마저 제대로 소유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사랑을 찾는 결혼은 많은 여성들에게 사치일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겉과 진실, 그리고 상류계층의 속물근성
이 소설에는 외면의 번지르르함이나 화려함 그리고 당시 상류층에 만연한 속물근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위컴이라는 인물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인물입니다. 군인들과 함께 등장한 그의 외모는 단연 특출났습니다.  

Mr. Wickham was as far beyond them all in person, countenance, air, and walk, ....Mr. Wickham was the happy man towards whom almost every female eye was turned...Whatever he said, was said well; and whatever he did, done gracefully. Elizabeth went away with her head full of him.  
 
위컴 씨는 얼굴, 용모, 태도, 그리고 걸음걸이에서 모든 사람들 보다 나았습니다.... 위컴 씨는 거의 모든 여성들의 시선이 향하는 가장 행복한 남자였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건 듣기 좋게 말했고, 어떤 행동을 해도 품위가 있었다.

가장 이성적인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조차도 그의 외모와 말솜씨에 흠뻑 빠져 소설이 한참 진행되는 동안 다아시에 대한 그의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고 다아시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아시의 편지로 밝혀지는 것처럼 다아시 아버지의 은혜를 입고 다아시에게도 친동생처럼 대접받던 위컴은 자기에게 부여된 성직 자리도 마다하고 미리 돈을 받아 나갔고 모두 탕진한 후 다아시의 여동생을 꾀어 몰래 달아나려다 발각돼 쫓겨난 인물입니다.

그리고 결국 엘리자베스의 철없는 막내 여동생인 리디아를 유혹해 몰래 도망쳤다가 무책임하게 버릴 뻔하지만 다아시의 도움으로 빚도 갚고 리디아와 결혼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사악한 위컴과 달리 다아시는 겉으로는 오만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사리분별을 제대로 할 줄 알며, 어린 여동생과 저택의 일꾼들에게 한없이 친절한 인물이라는 것이 점차 드러납니다. 어쨌든 위컴과 다아시는 서로 정반대로 외면과 내면이 다른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결혼한 루카스를 보러 런던으로 가다가 다아시의 펨벌리(Pamberley) 저택에 들르게 되는데 이때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펨벌리 저택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at that moment she felt that to be mistress of Pemberley might be something!
그 순간, 그녀는 펨벌리의 안주인이 되는 것은 대단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다아시와 결혼을 발표한 후 언제부터 다아시를 사랑했느냐는 제인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지요. “너무 서서히 진행됐기 때문에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제가 처음 펨벌리의 그 아름다운 대지를 보았던 때부터 분명하게 시작된 것이라고 믿어.” 이런 모습은 펨벌리 저택의 겉모습에 마음을 뺏긴 엘리자베스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점은 상류계층의 허위와 속물근성입니다. 특히 런던의 상류층인 빙리의 여동생인 빙리 양과 캐서린 드 보르 부인에게서 이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엘리자베스를 포함한 가족들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속물근성을 보이며 모멸감을 주기도 합니다. 아픈 언니를 돌보러 흙탕길을 달려온 엘리자베스를 두고 빙리 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To walk three miles, or four miles, or five miles, or whatever it is, above her ankles in dirt, and alone, quite alone! what could she mean by it? It seems to me to show an abominable sort of conceited independence, a most country-town indifference to decorum.”
 
“3마일, 아니 4마일, 아니 5마일, 아니 얼마나 되건, 발목 위까지 진흙을 다 묻힌 채 혼자서, 순전히 혼자서 걸어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내가 보기엔 으스대는 자립심을 뽐내는 역겨운 모습 같아. 시골답게 예법은 아예 무시하는 거지.”

 ‘예법’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의 뒤에서 흉보는 것은 예법에 맞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지요.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행동을 자기 관점에 맞춰 폄훼하는 것은 캐서린 부인도 마찬가지인데요. 엘리자베스와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베넷 가의 다섯 딸이 가정교사 없이 자랐다는 말을 들은 부인은 면전에서 대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No governess! How was that possible? Five daughters brought up at home without a governess! I never heard of such a thing. Your mother must have been quite a slave to your education.”
 
“가정교사가 없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딸 다섯을 가정교사도 없이 기르다니! 그런 일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네. 아가씨 어머님은 그저 딸들 교육시키는 데만 매여 아무 일도 못 했겠어.”

이런 모습 외에도 독서를 좋아하지도 않고 책도 오래 못 읽는 빙리 양이 결혼한 뒤 자기 집을 갖게 되면 웅장한 서재를 꼭 갖겠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또한 당시 신흥 귀족계급들의 문화적 허영심이라는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볼 수 있지요.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이런 서재들을 갖는 것이 부르주아 계층의 유행이 되기도 했는데 사실 손이 잘 닿지 않는 위쪽 서재에 있는 큰 책들은 겉표지만 있는 속 빈 책들로 장식용인 경우가 많았지요. 그뿐만 아니라 콜린스가 베넷 가에서와 달리 캐서린 부인 앞에서 보이는 지나치게 굽신거리는 태도 또한 재산과 권력 앞에 아첨하는 비굴한 속물근성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해피엔드로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오해가 풀리게 되는 계기는 엉뚱하게 찾아옵니다. 막냇동생인 리디아가 위컴과 몰래 달아났다는 추문이 생기자 다아시가 위컴을 찾아가 빚을 갚아주고 돈은 물론 위컴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서까지 그가 리디아와 결혼하도록 만들어 베넷 가족을 추문으로부터 구해주었던 것이지요.

펨벌리 저택을 찾아온 엘리자베스가 위컴의 거짓말로 자신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을 안 다아시가 긴 편지를 써 사실을 밝혔지만 아직 전적으로 다아시를 신뢰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이 추문이 해결되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모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자신들의 본 마음을 확인되는데요. 특히 엘리자베스의 마음의 변화가 극적입니다.

                            편지를 읽고 있는 엘리자베스, 영화 <오만과 편견> 속


She began now to comprehend that he was exactly the man who, in disposition and talents, would most ★suit her. His understanding and temper, though unlike her own, would have answered all her wishes. It was an union that must have been to the advantage of both; by her ease and liveliness, his mind might have been softened, his manners improved; and from his judgement, information, and knowledge of the world, she must have received benefit of greater importance.
 
그녀는 이제 그 사람이 성격이나 재능에 있어서 자기와 천생연분인 바로 그 남자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이해력과 기질은 그녀 자신과 달랐지만, 그녀가 바라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었을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결합이었을 것이었다. 그녀 자신의 여유와 생기발랄함으로 그의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태도도 나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판단력과 학식과 세상살이의 지식 덕분에 그녀 자신은 훨씬 더 중요한 이익을 틀림없이 얻게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덜컥 사랑한다고 할 순 없었습니다. 그건 다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펨벌리 저택에서 진심이 담기긴 했지만 반쯤 충동적으로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무안하리만큼 거절당했던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점점 더 깊어졌음에도 선뜻 그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었지요. 엘리자베스는 그녀대로 그동안의 오해와 편견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하고요. 이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케서린 부인인데요.

부인은 자신의 병약한 딸과 다아시를 맺어줄 욕심이 있었는데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 만날 때부터 건방진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엘리자베스라니요! 부인은 엘리자베스를 직접 찾아가 다아시와 어울리지 않으니 그가 청혼하더라도 거절하라는 뻔뻔하고 무례한 요구를 합니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혼인하는 것은 다아시에게도 그녀에게도 불명예스러운 일일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이때 우리의 당찬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대답합니다.

“Neither duty, nor honor, nor gratitude,” replied Elizabeth, “have any possible claim on me, in the present instance. No principle of either would be violated by my marriage with Mr. Darcy. And with regard to the resentment of his family, or the indignation of the world, if the former were excited by his marrying me, it would not give me one moment’s concern—and the world in general would have too much sense to join in the scorn.”
 
“지금 이 문제에서 의무나 명예, 혹은 은혜조차도 저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습니다. 제가 다아시 씨와 결혼한다고 해서 그 어느 쪽의 원칙도 어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가족이나 세상 사람들의 분노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그분이 저와 결혼한다고 그분 가족들이 화를 내신다 해도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 결혼에 대해 비난할 정도로 분별력이 없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아시가 청혼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합니다. 캐서린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맙니다. 돌아가는 도중에 다아시에게 들러 엘리자베스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들려주었던 것이지요.

부인은 엘리자베스의 “고집 센 면과 뻔뻔스러움을 강조”하면서 다아시의 마음을 돌리려 했던 것인데 이게 되려 엘리자베스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그에게 알려준 꼴이 됩니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죠.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안 다아시는 곧장 그녀를 찾아가 청혼을 했으니 말이지요. 캐서린 부인의 이런 행동을 ‘극적 혹은 행동의 아이러니’라 부릅니다. 어떤 인물이 실제 의도했던 결과와 정반대되는 효과를 낳는 행동을 일컫는데요. 어떤 멋진 극이라도 이보다 통쾌하게 반전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오해와 편견은 이미 다 풀린 상태였고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는 마음까지 품고 있었습니다.

She was proud of him. Proud that, in a cause of compassion and honor, he had been able to get the better of himself. She read over her aunt’s commendation of him again and again. It was hardly enough; but it pleased her. 
 
그녀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연민과 명예를 위해 자기 자신을 누를 수 있었던 그가 자랑스러웠다. 그는 외숙모가 그를 칭찬한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흐뭇했다.

 
                    영화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는 다아시

다아시 또한 스스로가 변화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진솔한 자기 고백이라 할 수 있는 다아시의 마지막 부분의 대사는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길지만 들어보겠습니다.

I have been a selfish being all my life, in practice, though not in principle. As a child I was taught what was right, but I was not taught to correct my temper. I was given good principles, but left to follow them in pride and conceit. Unfortunately an only son (for many years an only child), I was spoilt by my parents, who, though good themselves (my father, particularly, all that was benevolent and amiable), allowed, encouraged, almost taught me to be selfish and overbearing; to care for none beyond my own family circle; to think meanly of all the rest of the world; to wish at least to think meanly of their sense and worth compared with my own. Such I was, from eight to eight and twenty; and such I might still have been but for you, dearest, loveliest Elizabeth! What do I not owe you! You taught me a lesson, hard indeed at first, but most advantageous. By you, I was properly humbled.” 

"저는 지금까지 이기적인 인간으로 지내왔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그랬습니다. 어릴 때 저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배웠지만 성격을 올바르게 고치는 건 배우지 못했습니다. 좋은 원칙들은 배웠지만 오만과 교만을 버리지 못하고 원칙만 따랐지요. 불행히도 외아들이라 (여러 해 동안 혼자였지요), 부모님들이 저를 오냐오냐 키웠지요. 부모님들은 좋은 분들이셨지만 (특히, 아버지는 인정 많고 온화한 분이셨어요) 제가 이기적이고 건방진 태도를 지니는 걸 그냥 봐주시고 장려하고 심지어 가르치시기도 하셨지요. 집안 식구들 말고는 신경도 안 쓰고, 그 외의 세상 사람들은 경멸하는 것도, 또 제 자신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분별력과 가치를 경멸하거나 경멸할 만하기를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덟 살에서 스물여덟 살까지 그랬습니다. 엘리자베스, 사랑스러운 엘리자베스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살아갔을 겁니다! 당신에게 빚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당신은 제게 한 가지 교훈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대단히 유익한 것이었지요. 당신 덕분에 저는 제대로 겸손해졌습니다."

엘리자베스 덕분에 다아시의 오만은 겸손함으로 바뀌었고 묵묵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엘리자베스를 도왔던 다아시의 진솔한 태도로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사라졌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오만과 편견이라는 서로의 인간적 약점을 나란히 극복하도록 도우며 평생의 반려자로 하나가 되기로 합니다.

젠틀맨(Gentlemen)과 젠트리(Gentry), 19세기 영국의 상류계층에 대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영국의 상류 계층에 속한 인물들입니다. 빙리와 다아시, 캐서린 부인 등은 ‘젠틀맨’ 계층이라 할 수 있고 베넷 가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은 ‘젠트리’ 계층이라 부를 수 있지요. 같은 젠틀맨인 빙리와 다아시도 엄격히 말하면 차이가 납니다. 영국 사회의 중상류층을 단순하게 도식으로 그려 봤습니다.

 
다아시는 전통 상류 계층에 속합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거대한 사유지이자 저택인 장원(Estate)을 소유하고 있는 오래된 귀족 가문의 후손입니다. 그러나 빙리는 아버지 대에서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그의 부친은 상류 계층의 상징이랄 수 있는 시골의 저택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그만큼 성공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요.

아들인 빙리도 아직 그럴 여유는 안 됩니다. 그저 네더필트 파크에 세를 들어올 정도입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다아시가 빙리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다아시라는 인물의 편견 없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고 빙리가 다아시의 말을 거의 전적으로 따르는 이유가 설명되기도 합니다.

한편, 베넷 가와 주변의 이웃들은 ‘젠트리’ 혹은 우리말로 옮기자면, ‘시골마을의 양반’이라는 의미의 ‘향반’ 정도입니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오래전에는 상류층에 속했던 가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젠틀맨 계층이 런던을 중심으로 한 상업 자본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하며 등장한 중상류 계층이라면 젠트리 계층은 시골의 토지 중심의 중간계층으로 점점 몰락해가는 계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도시의 상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변화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베넷 씨는 불어날 재산은 없고 점점 줄어드는 토지 가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카스네도 못지않고요.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구도 몸을 써서 심한 노동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소설 어디에서도 몸을 써 일하는 노동자 계층이 등장하지 않는 까닭이며 그 때문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당대의 삶을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비평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이 당시 사회적 삶의 변화를 몰라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데 더 주력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가가 모든 이야기를 다 담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기도 하니까요.

위의 도표에서 제일 위쪽에 자리한 최상류 계층의 주체들 가운데 젠틀맨 계급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젠틀맨이나 젠트리 계층에서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왼편의 대지주 계층(Squirarchy)은 글자 그대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대토지를 소유한 대지주 계급으로 이들은 몰락한 혹은 몰락해가는 젠트리 계층이나 젠틀맨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생활하는 전통 귀족에 가까운 계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혼 후 각각의 커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오만과 편견』 모든 주요 인물들이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제인과 빙리,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루카스와 콜린스, 그리고 리디아와 위컴. 결혼은 끝이 아니라 진짜 삶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각각의 커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여러분들의 짐작은 어떠신가요? 한 번 상상해 보시죠.

다 말씀드리면 재미없으실 테니 두어 커플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하겠습니다. 우선, 사람 좋은 제인과 빙리는 세상 걱정 없이 살아갑니다. 다만 안에서 친절한 빙리가 밖에서 다른 여인들에게도 친절하다는 게 문제지요. 하지만 제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해결은 언제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몫입니다. 그러나 둘은 서로 약점을 모르니 행복하게 삽니다.

리디아와 위컴 둘은 그 성격 그대로 삽니다. 위컴은 여전히 방탕한 생활을 하며 밖으로 돌고, 닦달하는 리디아에게 손찌검까지 합니다. 리디아는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채로 엘리자베스나 친정에 찾아가 울고불고 하다가 다아시나 엘리자베스가 위컴을 달래 데려가게 하지요. 그러면 철없는 리디아는 또 의기양양하게 남편을 따라갑니다.

루카스와 콜린스. 애초에 사랑 없이 결혼했던 두 사람은 부부의 의무는 충실하게 지킵니다. 다만 콜린스는 부인보다 여전히 캐서린 부인을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속물처럼 기대며 살아갑니다. 루카스는 그런 남편에게는 별다른 기대 없이 혼자만의 온실을 가꾸며 거기에 자신의 정성과 시간과 쏟으며 살아갑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지만 더 큰 문제는 내면에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느끼고도 남을 겁니다.

                             영화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마지막으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어떨까요. 주인공인 이 두 커플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진진한데요, 여러분들께서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도록 입을 다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매들 가운데 가장 못생겼지만 공부는 제일 많이 하는 것으로 그려진 메어리의 한마디를 들려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Vanity and pride are different things, though the words are often used synonymously. A person may be proud without being vain. Pride relates more to our opinion of ourselves, vanity to what we would have others think of us.”
 
“허영과 오만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종종 같은 뜻으로 쓰이곤 해. 사람은 허영이 없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라면,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가 하는 것과 관계있어.

마지막으로 냉천 범람 피해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애쓰시는 포스코의 모든 임직원 여러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