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골 공원의 꽃무릇 필 때
박영일
구 대구문화방송국의 건물이 존재할 때, 시내에서 mbc네거리의 명칭은“벤처 밸리”네거리로 제정되었다. 길 건너 앰비시 동쪽 편 도로 변으로 길을 거닐다 보면 처음 보는 꽃이 있다. 그것도 잎 하나 달지 않는 희귀한 꽃이다.“화엽 불상견 상사화(花葉 不相見 相思花)”에서 나온 말로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끝없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꽃무릇은 그늘에 숨어 무리지어 핀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잎 없는 인경(鱗莖)에서 화경(花莖)이 나와 붉은 색으로 수술은 여섯 개
이고 길이7~8cm로서 꽃 밖으로 나온다. 슬프게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대는 쓰러진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짙은 녹색 잎이 나온다. 암술은 한 개 이고 원산지 일본에서는 저승길에 피어나는 꽃으로 귀신을 쫓기 위해 집 주변에 심는다. 꽃잎의 모양이 마치 불꽃같아 “집안에서 이 꽃을 키우면 화재난다” 는 미신도 갖고 있는 꽃이다.
어느 날 봄 지인이 준 꽃무릇 구근(뿌리)을 우리 집 정원에 몇 개 심어 두었다. 잎이 5월경까지 있다가 귀신같이 사라진다. 하지만 나는 잎이 피는지 지는지 조차 별 관심이 없었다. 9월초 쯤 매끈한 연초록빛 꽃대가 산에 있는 고사리처럼 여기저기 돋아 나오기 시작한다. 붉은 색으로 피어나는 꽃이 왠지 정이가고, 마치 오라고 손짓 하듯 활짝 피었다. 이제 마음껏 감상하였다. 그냥 두고 혼자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꽃 이다. 마치 진하게 화장한 여인에 비유함이 적절할 것 같다. 구민(區民)들이 많이 왕래 하는 적합한 장소가 있으면 이듬해 봄에 옮겨심기로 작정을 하였다.
2021년 봄 구청 공원녹지과에 방문하여 야시골 공원의 화단조성에 대한 상담하고 승인받은 다음 봄에서부터 늦은 가을까지 꽃무릇 식재를 하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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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을 동분서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지 친구는 mbc대구문화방송국 “터”에 재개발 하고 있다는 소문으로 들었다. 그곳 화단에 꽃무릇이 있다는 사실도 말해 주었다.
그 꽃을 모두 버린다고 하다면 인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재개발 측에 상담한 결과는 비관적이다. mbc대구문화방송국 (수성구 욱수 동) 신청사 화단으로 모두 뽑아 옮겨 심는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부터는 모든 것이 실망이었고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리 부부는 어차피 꽃무릇를 심고야 말겠다는 의지하나로 마음의 다짐을 하면서 방송국측이 모두 뽑아 가더라도 남은 구근(뿌리)한 개라도 구근(球根)을 이삭줍기로 결심하였다.
범어동 에서 살고 있지만 mbc대구문화방송국 “터” 방향은 거리가 멀고 잘 왕래를 잘 안 하던 곳이다. 철거 공사를 위한 팬스 가 임시 가설되어 있는 상태고 지나다니다 보면 바깥에서는 내부의 상세한 상황을 알지 못했다. 현장 사무실을 방문하여 그간의 사연을 사실대로 이야기 하였다. “터”파기 공사를 하는 장소에 방문한 이유는 “철거하는 정문 화단에 묻힌 꽃무릇 구근(뿌리)을 이삭이라도 줍는 것을 승인 해 주십시오” 라고 부탁드리고 싶어 왔다고 말하였다.
우리 부부는 야시골 공원의 화단에 꽃무릇을 심으려고 하는 자원 봉사자라고 거듭 이야기를 했지만, 공사는 그대로 진행하였다. 꽃무릇 구근은 나에게 보물 같은 귀한 존재로서 한 개라도 버리면 큰 손실 이라고 사정을 거듭했다. 그리고 “포크레인” 기사는 무정하게도 작업장 반경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고, 거듭 말해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작업현장에 지장을 초래 하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작업을 못한다는 이야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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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비로소 최종적으로 화단부근에 평토작업이 끝나는 예정날짜를 제시해 주면서 그 이후에 꽃무릇 구근(뿌리)이삭을 주워 가라고 허락을 하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 애를 먹이다가 마지막에 선심 써주는 것에 고마워할 뿐이다. 그래서 세상일은 일찍 포기 하지 말라고 성인들의 말씀이 있지 아니 하였든가?
어느 듯 구근(뿌리)이삭 줍는 날짜는 닥아 왔다. 우리부부는 담는 그릇, 괭이, 삽.연장을 준비를하여 현장에 도착하였다. 현장 화단에 꽃무릇 구근(뿌리)을 모두 뽑아가고 겨우 남아있는 일부 중 구근(뿌리)을 찾아 뽑기 시작하였다. 훍 속에 묻힌 구근(뿌리)을 삽으로 파헤치고 뽑아서 옮기는 일을 하였다. 그나마 남겨둔 것이 비록 적은 양이지만 우리는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했다.
야시골 공원에 화단 만들기 위해 위치 선정부터 하였다. 수성구 범어동 계룡산 야시골 공원 산자락에 천년 세월을 꿈꾸는 꽃무릇 명소를 이곳에다 만들고 싶었던 염원이 남아 있었다. 모두들 남향이고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여기서 명당을 찾았다고 한다.
이곳 야시골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서 우측에 붉고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공원둘레 길을 걷노라면 그림 같은 꽃을 볼 수 있다. 점진적으로 꽃양이 많아지고 잘 자라면 무리를 이룬다면 수성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화단의 면적은 무려60.5m2 로 괘 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3대 지역의 꽃무릇 명소는 영광의 불갑사 ,함평의 용천사,고창의 선운사, 대구는 서구 중리동(체육공원), 서구 평리동, 서구 상중2동(그린웨이) 등이다. 화단 조성 때 꽃을 집단적으로 심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우리부부는 후원을 받아서 열심히 심었다. 어떤 주민은 자기 정원의 꽃무릇을 뽑아 와서 심어라고 갖다 주었다. 꽃무릇, 맥문동을 정성껏 심어 놓고 안내표지판을 세워두고 마무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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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범어동의 4개동이 야시골 공원을 사랑의 “하트” 모양의 원으로 감싸고 있다. 수성지역의 중심지역이고, 단독주택 대 단지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신축아파트가 들어오면서부터 공원 주변이 점점 밀집해 지고 있다. 주거 공간과 근접하여 모든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필수는 걷기 운동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 하면서 사람들은 자연환경 공원을 찾고 있다. 둘레길, 체조광장. 체육운동시설, 휴식 공간, 등이 잘 갖추어 저 있다. 그리고 이곳은 숲세 권, 역세 권, 학세 권,등 편의시설 과 “인프라” 구축이 아주 잘 갖추어진 도시의 공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원 주변에서 낮 시간 휴식 때 공원을 찾는다. 법원, 검찰, 벤처기업, 일반상업, 동부세무서, 직원들이 건강을 위해 둘레 길을 걷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때 만나면 꽃무릇이 언제쯤 피느냐고 묻기도 한다. 공원 화단의 작은 돌도 주워내고, 비료도 주고, 잡초 풀을 뽑는 일을 해가면서 꽃을 가꾸는 일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야시골 공원을 찾는 ‘공원주변 유치원이 6곳이고 ’어린이’들을 위하여 생동감이 넘치는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더욱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야시골 동산에 옹달샘은 없지만 꽃사슴들이 아침에 눈을 비비고 에어로빅, 국민체조를 하러 계단을 오르면서 “우로 봐” 하는 그날까지 야시골 공원의 꽃무릇을 정성을 다해 모두 바치겠다, 그리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무적의 항거 정신을 담고 꽃무릇 무리로 꽃을 피우리. 이 자리를 빌려서 글로서 여러 후원자님께 감사에 인사를 드림니다. (20230822)
해설
*인경(鱗莖)(식) 줄기가 짧아져, 그 주위에 양분을 저장하여 두껍게 된 잎이 겹쳐 구형*타원형*달걀꼴을 이룬 지하 경(파*마늘*나리 등의 뿌리 따위)
* 화경(花莖) 꽃이 달리는 줄기, 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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