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승세 <만선>
◆줄거리
발단
칠산 바다에 부서 떼가 몰려들면서, 우직한 어부 곰치는 며칠만 부서를 더 잡으면 악덕 선주 임제순에게 지고 있는 배삯 빚 이만 원을 갚고 작은 배라도 한 척 장만할 수 있음에 기뻐한다.
전개
그러나 그의 꿈은 자기 이득을 챙기려는 임제순이 배를 묶어 버리려 하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위기
임제순에게 빚을 갚겠다는 각서에 도장을 찍고 바다로 나간 곰치는 만선의 꿈을 이루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배가 뒤집혀 잡은 고기는 물론 아들 도삼과 아들의 친구이자 딸 슬슬이의 애인인 연철이마저 잃고 겨우 구조된다.
절정
임제순은 빚을 갚으라고 곰치를 위협하고, 곰치는 만선에 대한 집녑을 더욱 굳게 다진다.
결말
구포댁은 미쳐서 마지막 남은 갓난 아들을 배에 실어 육지로 떠나보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늙은 범쇠에게 팔리다시피 시집을 가야 할 처지에 놓인 슬슬이마저 자살을 하고 만다.
◆핵심정리
갈래 : 비극, 장막극, 사실극
성격 : 향토적, 사실적, 비극적 배경 : 남해안의 어느 어촌
주제 : 한 어부의 만선에 대한 집념과 도전 의지 / 인간의 현실에 대한 도전과 좌절
특징
① 사투리와 비속어의 사용 ② 인물의 의지와 집년, 그 과정에서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함
출전 : <국립극장 공모 장막 희곡 모집> 1964
◆이해와 감상
어민들의 언어와 삶을 재현한 작품으로서, 1960년대 희곡으로는 드물게 토속성이 강한 작품이다. 남해안의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바다의 험난한 조건과 대결하는 한 어민의 끈질긴 삶의 의지와, 이에 맞서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는 그 아내의 모성애가 향토색 물씬 풍기는 사투리로 그려져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곰치와 그의 아내인 구포댁의 갈등, 인간과 자연의 대결, 부성과 모성의 갈등, 인간의 도전과 한계, 희망과 비극 등 다양한 갈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다. 만선에 대한 고집 때문에 자식들을 모두 잃고 아내마저 미쳐버리는 참담한 비극, 그런 주인공이 어린 아들을 찾겠다고 뛰어나가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이 작품은 대자연과 싸워 나가는 어촌 사람들의 끈질긴 삶의 의지를 사실적 기법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
◆제목 ‘만선’의 상징적 의미
곰치가 목숨을 걸고 추구하는 ‘만선’이란, 바로 인간 본연의 삶의 욕망이며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자 가치를 상징한4다. 마치 신을 배반한 시지푸스가 올림푸스 산 위에 무거운 바위를 운반하는 형벌을 받듯이, 우리 인간은 좌절과 파멸이 예견되더라도 꿈과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곰치의 행동과 의지를 통해서 역경을 딛고 운명과 싸워 나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