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푸른 문학회 시선4집 원고 **
炫 珉 / 金 周 鉉
1. 한 밤에 쓴 人生노트
긴 여행에서 돌아 온 듯
피로에 묻힌
몸과 마음이 스산하다
가슴에 멍울진 아픈 상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덮어
그냥 기억으로만 남겨 두자
人生은
사랑의 눈길로 보면 평화로운 것
새로운 행복이 싹 트는 것
엄동의 혹한 견디어 낸 씨앗만이
새 봄에 싹을 티우고
추위와 가뭄 이겨 낸 싹만이
잎과 줄기를 성장시켜
아름다운 꽃 피워내는 것
꽃은 피고 지더라도
가뭄과 장마와 태풍 이겨내야
열매 맺고 튼실한 씨앗 익는 법
서두르지 말자
차근히 내실을 다지자
인생이란
그렇게 그렇게 영글어 가야 한다.
2. 웃음소리가 그리운 계절
겨울은
애초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아니다
하얀 위장으로 평화를 가장한 눈은
온통 거리와 도로를 틀어 막고
지저분하게 녹아 흩어지고 만다
차갑고 싸늘한 바람은
우울한 도심의 회색빛을
더욱 쓸쓸하게 채색한다
여름 날의 장대비는 차라리 좋다
모든 삼라만상 깨끗이 씻어 내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기운을 준다
삭풍이 나뭇가지를 휩쓸고 지나가는
이 쓸쓸하고 황량한 계절
한바탕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남녘으로 부터 북상하는
꽃 소식이 봄 바람에 실려
평화와 행복 가득 담은
박장대소 울려퍼지면 좋겠다.
3. 첫 사 랑
아무 욕심도 없었고
맑은 눈으로 쳐다만 보아도
잔잔한 행복에 빠져들었고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실루엣으로만
그리운 눈길 보내던 시절이었다
고통으로 신음하던 생의 순간들
아픔으로 얼룩진 쓰린 가슴에
도와주지 못해 애틋한 심정
마음 바쳐 기도로 정성을 다하고
편지 한 장에 담은 꿈같은 희망
도란도란 얘기하듯 들려주어
긴장 감도는 전율 같은 환희가
온몸에 빗물로 흘러내렸다
만날 기약은 없지만
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바람소리에 귀 열고 기다리며 사는 세월
먼 세상 돌고 돌아 들려오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문에
가슴 저 아래 타오르는
안도의 기쁨이여!
흐릿한 기억 어렵게 짜 맞추고
행복한 순간 수만 번 되새김질해도
지루하지 않고 싫증 나지 않는
뇌리에 맴도는 간절한 시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기에
아름다운 모습
행복했던 기억을
가슴에 쌓아 두고
생이 끝나는 날까지
조금씩 조금씩 꺼내보고 싶다.
4.떠나고 싶은 날들
누군가와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찾아가 마음 전할 이도
내 얘기 들어줄 이도 없다
세월은
바람처럼 빠르게 흐르고
구름처럼 정처가 없는데
하루는 왜 이리 지루할까
내 가슴에 피어나는
어둡고 불안한 생각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터널 속의 안개
어둠이 지나고 날이 밝아 올 즈음
동공은 촛점을 잃은 채
머리는 텅 비고
육신은 피로에 묻혀 있다
이런 날
덜컹거리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밤과 낮이 몇 번 바뀌더라도
산과 강과 들을 지나 달리고 싶다
내 가슴에 쌓인
허무와 불안 모두 털어내
구름 덮힌 하늘에 날려 보내고
맑고 따뜻한 상념이 피어나고
욕망과 허무를 비워낼 때 까지
끝없이 달려 가고 싶다.
5. 그리운 시절
개울 지나 산을 넘고
가파른 고갯길 내려가면
커다란 소나무 하나
울타리 에워싼 사철나무들
금새 무너질 듯 버티고 선
낡은 교정 앞
이순신장군 큰 칼 옆에 차고
국기봉 높은 곳엔
날마다 태극기 휘날린다
교문 앞 백일홍 나무 아래
웃는 듯 화 내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아침마다 우리를 맞으시던
호랑이 교장선생님
검정고무신에
낡은 무명 옷 걸치고
수십 명이 떼 지어 쫓아 다니던
바람 빠진 축구공 하나
그 시절 그리워
40년이 흐르고
반백의 중년이 되어
교정에 들어서니
번듯한 2층 건물
낯설기만 하다
4월이면 흐드러지게 피던
우물가 벚꽃은 그대로인데
그 크던 소나무는
왜 이리 작아졌고
그 넓던 운동장은
왜 이리 좁아 보일까?
6. 새벽 안개
잠들지 못하고 지새운 밤 지나면
미명을 더욱 더디게 하는
안개 자욱한 새벽이 기다린다
창문 밖으로 스산한 가을 바람이 울고
졸린 듯 희미한 가로등은
짙은 안개에 묻혀 빛을 잃고 있다
밤이 새도록 고뇌하며 거듭한 인생 설계는
아침이 오면 안개 스러지듯 허무한 꿈
오늘은 내가 그토록 꿈꾸던 내일이 아니던가
세월의 중턱을 휴식도 없이 오르고 있지만
아직 정상은 아득하기만 하고
마른 헛기침과 가쁜 숨이 턱까지 차고 오른다
새벽 안개가 짙으면
하늘은 더 맑게 개이고 햇볕은 더 뜨거운 법
안개 자욱한 내 삶의 아침은
아직 찬란한 일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몇 번이고 자위하며 눈을 뜨고 싶다.
* 프로필
성 명 : 金 周 鉉 (炫珉)
출 신 : 전남 순천시 승주읍
생 생 : 1951년 12월 28일
주 소 : 서울시 동작구 사당2동
전 화 번 호 : 02)536-1961 HP : 010-2448-3231
최 종 학 력 :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직 업 : 주식회사 골드골프 회장
등 단 : 한울문학 2005.5 시부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외4편)
작 품 : 한맥동인지-청산 깊은 골에 이름없는 나무 2004.10 (희망 외 4편)
화백문학 2005. 여름호(당신은 지금도 꽃입니다 외 2편)
한울문학 2005. 8월호(길 외1편)
화백문학 2005. 가을호 (새벽편지 외 2편)
한울동인사화집-하늘 빛 풍경(다시 떠나고 싶다 외 2편)
시와 글사랑 2006.3월호 (가고 싶은 곳 외 2편)
E-mail : fgmnjh@hanmail.net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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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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