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문제가 바로 자기애적 장애의 문제이다. 심리적 장애의 분류에 관해서 모든 정신분석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정신병, 경계선적 장애, 자기애적 장애라는 세 범주로 나누는 것이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자기애적 장애는 고전적 정신분석학에서 주로 관심을 가졌던 신경증적인 병리들을 대체하고 있다.
1. 자기애적 장애란 무엇인가?
자기애적 장애를 하나의 범주로 나누고 그것의 성격을 규정한 사람은 바로 하인즈 코헛이다. 그는 자기애적 장애의 특성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과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과대망상적인 과시적인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늘 허황된 생각을 하거나 허풍을 떨며, 끊임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어느 집단에서든지 자신이 관심과 찬사를 독차지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대단히 격분하며 심통을 부린다. 원래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칭찬과 찬사를 받지 않더라도, 자신이 스스로를 칭찬하고 인정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칭찬과 찬사를 받음으로써만 자신의 정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자기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서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시든지 마약을 복용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한다. 알콜중독, 마약중독, 성중독, 일중독 같은 모든 중독 뒤에는 자기애적 장애가 자리잡고 있다.
셋째, 자기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힘있는 자기에 대한 느낌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자기감은 매우 허약하다. 그리고 이 허약한 자기감은 허약한 신체감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이들은 몸의 이곳저곳이 아픈 것 같아 항상 약을 달고 산다.
넷째, 자기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인관계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진정으로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들처럼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이란 이용과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고유한 인격과 권리를 지닌 사랑의 대상으로 보지 못한다. \"자기애적인 사람은 타인을 진정으로 보지못한다. 다만 환영으로만 볼 뿐이다. \"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들은 타인들과의 진정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섯째,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한 사람은 타인들과 자신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 삶을 산다. 그러나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감사하는 마음 대신 시기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렇다면 시기심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못먹는 밥에 재뿌린다는 심보처럼, 선한 것을 파괴하려는 충동이다. 시기심은 선한 것을 선한 것으로 알고 그 선함을 기뻐하고 감사하는 대신 선한 것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며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한 것을 파괴하려는 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