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공과금 9천여만원 횡령한 직원 적발' '인터넷 뱅킹 잦은 장애' '정상고객 신용불량자 통지서 발생' '위조된 보증서에 16억원 대출승인'. 최근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이끌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황 행장은 최근 '직원들의 업무태만 방지' '주주가치 극대화' '고객과 직원 만족' 등을 강조하고 우리은행 나름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뜻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잦은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은행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극에 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덜미를 잡힌 우리은행 한 직원의 공과금 횡령 사건도 횡령 금액을 떠나 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의식수준'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는 3월에만 벌써 2건 발생했다. 최근 위조된 모 공기업의 보증서를 그대로 믿고 16억원이란 은행돈을 중소기업에 대출해 준 우리은행 직원이 현재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8일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 모 지점에서 대출담당을 맡고 있던 이 직원이 지난 2003년 말부터 신용보증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4차례에 걸쳐 16억원이란 거액을 대출해 줬다.
이 사건은 첫 번째 만기 상환될 금액이 돌아오지 않자, 은행측이 조사에 나섰다가 발각됐다. 은행 확인 결과 공기업에선 신용보증서를 발행한 사실이 없었다. 현재 이 직원은 대출을 해준 중소기업과 공모를 했는지, 특히 보증서를 위조한 직원과도 연루가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 받고 있다. "작은 사건사고 알려는 이유 무엇이냐"
지난 4일엔 우리은행 직원이 고객의 공과금을 두달 동안 11차례에 거쳐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현재 이 직원은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 수감된 상태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아무개는 우리은행 서울 시내 모 지점에 근무하던 지난해 4월 한 고객이 지로로 납부한 아파트 중도금 3천5백만원을 가로채는 등 두달 동안 11차례에 걸쳐 고객 15명의 공과금 총 9천1백여만원을 빼돌렸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와 사채 빚으로 쪼들린 끝에 범행을 저지른 이아무개는 공과금이 납부되지 않은 사실을 안 고객의 항의로 3천5백만원을 재입금하기도 했으나 범행이 발각되자 도주했다가 7개월 만에 검거됐다.
조사 결과, 그는 고객이 은행 창구를 통해 공과금을 입금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전산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과 고지서에 은행의 수납인만 날인해 준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검찰 조사 중인 사건이라 은행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다"면서 "작은 사건 사고를 굳이 알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식의 불쾌감만 드러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믿고 맡기는 고객들의 쌈짓돈을 빼돌리는 행위를 일삼는 직원이 있는 은행의 신용을 어떻게 평가하길 바라냐"며 우리은행의 안일한 태도를 성토했다. 단순한 전산오류 웬말?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2월 말 45∼60일간 연체한 고객에게 신용불량 예정자 사실을 알리면서 신용이 정상인 마이너스 대출 고객 2백 명에게도 신용불량 예정 통지서를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은행은 뒤늦게 고객항의가 빗발치자 '단순한 전산오류'라고 해명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전산을 맡는 자회사 담당자들이 바뀌는 바람에 입력이 잘못됐다"고만 해명했다. 전산오류가 아닌 자회사 실수에 따른 해프닝이란 것. 은행은 해당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발송, 사과의 뜻으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증정했다고 전했다.
2월28일엔 인터넷 뱅킹 시스템이 월말을 맞아 폭주하는 각종 자금이체 수요를 견디지 못하고 다운됐다. 이 장애로 5시간 넘게 접속이 지연됐다. 월말 자금이체나 공과금 납부를 하려던 고객들은 장시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급한 고객들은 직접 우리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우리은행을 거래하고 있는 한 고객은 "시기적으로 거래가 폭주할 것이 예상된다면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데, 매번 같은 장애가 반복되고 있어 은행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금융업계도 "충분히 서버장애가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고객을 무시한 안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가동시키자마자 이틀간 인터넷 뱅킹이 마비됐다. 이처럼 빈번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우리은행은 번번이 발생한 문제에 대해 '거래량 폭주 때문'이란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고객들의 비난이 가시지 않고 있다. eli55@dreamwiz.com
선진금융(?) 앞서봤자 '고객 불만은 여전' 우리은행은 지난해 2천1백억원을 들여 선진금융 인프라를 구축했다. 뛰어난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 고객이 부쩍 증가한 인터넷 뱅킹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게 당시 취지다. 하지만 이 '선진금융 인프라'란 홍보 문구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금융사고들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
게다가 근본적 문제는 '직원들의 도덕적인 의식수준'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객의 돈을 따로 빼돌리는 사건이나 위조 발행된 보증서를 구별하지 못하고 거액의 돈을 대출해 준 사건들이 이를 말해 준다. 게다가 잇따른 전산 시스템 마비 등으로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은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일한 업무태도를 계속하고 있다. 2천1백억원을 들여 구축한 첫 선진금융 인프라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고객 "황영기 행장 고객 불만엔 관심 없나" 비난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한 고객은 "직원들의 도덕적 의식수준이 낮고 전산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다운되는 등 고객불편은 가중되고 있지만 황 행장은 이런 사사로운 일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를 반증하듯 황 행장은 지난 10일, 3월 정기 월례조회에서 "올해 금융대전의 승리 지표는 주주가치 극대화, 고객과 직원 만족"이라며 "'우리'의 주인인 주주의 가치 극대화 더불어 우리를 먹여 살리는 고객과 직원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는 것이 금융대전에서 최종 승리하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황 행장의 이런 발언을 두고 업계도 "우리은행 안팎의 대조적 모습"이라며 "우리은행이 진정한 고객만족을 목표로 두기 위해선 기본적 직원의식 수준 향상과 고객 서비스를 더욱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