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진화론을 제창했지만, 진화의 과정은 너무 느려서 화석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군도 핀치들의 부리에서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지 140여 년이 지난 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군도의 한 섬에서 진화의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가뭄과 홍수 등 계속되는 자연의 변화 앞에서 핀치들은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온몸으로 적응의 과정을 겪는다. 1mm의 부리 길이 차이가 새들의 운명을 결정짓고, 세상을 바꾼다. 20여 년간에 걸쳐 그랜트 부부가 핀치들을 관찰한 기록이 퓰리처상 수상의 필력에 힘입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는 책. 군도의 축복을 받으며 자라난 그랜트 부부의 딸 탈리아의 삽화도 아름답다.
〈사이언시스(The Sciences)〉 지 기자 겸 편집자였으며, 『행성 지구(Planet Earth)』와 『다음 백년 간(The Next One Hundred Years)』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한 『시간, 사랑, 기억(Time, Love, Memory)』로 국립도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벅스 카운티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핀치, 다윈은 그 새를 채집한 첫 자연학자였으며, 그 새의 부리는 다윈의 혁명적인 이론에 관해 모호하나마 첫 암시를 주었으며, 교과서와 백과사전에 실린 그 새의 그림은 다윈의 튀어나온 눈썹, 긴 수염과 함께, 진화 과정을 보편적으로 상징하는 진화의 토템이 될 정도로 세대를 거쳐가며 다윈주의를 소개해 왔다."
다윈 진화론의 힘을 증명하며 20여 년을 보낸 생생한 현장 보고서. 이끌리오에서 새로 펴낸『핀치의 부리 -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는 두 과학자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가 다윈이 처음 진화론을 감지했던 갈라파고스 군도의 중심에 있는 대프니 메이저 섬에서, 다윈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다윈 진화론의 힘을 증명하며 20여 년을 보낸 생생한 현장 보고서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예전에 다윈이 보았던, 그러나 자세히 보지는 못했던 핀치의 자손들을 들여다보며 일찍이 다윈이 던진 이런저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자연의 힘과 생명의 신비, 창조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수십만 마리의 '핀치'를 관찰하면서 자연선택은 드물지도, 느리지도 않음을 증명한다. 진화는 매일 매시간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도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조너던 와이너는 다윈 핀치의 부리를 관찰하는 이 과학자들을 따라다니면서, 생명 자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진화가 단순히 학문적 개념이 아니라, 자연의 근본적인 힘과 우리가 주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이해하게 해주는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생명의 메시지임을 알려준다. 품위 있고 흥미로운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가 훨씬 더 유동적이고, 움직이며, 살아 있는 듯 보일 것이다.
『핀치의 부리』는 199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출판상을 수상한, 이미 그 가치를 검증 받은 도서이다. 지금까지 야생에서 수행된 가장 집중적이고 가치 있는 동물 연구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오늘날의 다윈주의의 힘을 가장 탁월하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현재 미국에서는 대학교는 물론 고등학교에서도 교과서로 선정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받았으며, 이미 전공 분야인 생물학과에서는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50여 컷의 섬세한 일러스트를 실었다는 점이다. 특히 부모를 따라 갈라파고스에서 성장한 탈리아 그랜트의 일러스트는 단순하면서도 애정이 담겨 있으며 유머스럽기도 하다. 또한 저자의 풍부한 묘사와, 탐험기와 추리 소설을 섞어 놓은 듯한 흥미로운 전개 과정은 진화를 공부하려는 생물학도는 물론 생명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과학 저술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태평양상의 외로운 섬 갈라파고스 군도에는 핀치라고 부르는, 크기와 모양이 참새와 비슷한 새가 많다.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이 처음 발견했는데 그 섬에서 생물 진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후세의 생물학자들은 그들을 ‘다윈의 핀치’라고 부른다.
갈라파고스에는 모두 13종의 핀치들이 서식하는데 그 중에는 날지 못하고 땅에서만 사는 종, 이구아나의 등에 붙은 진드기만을 먹이로 취하는 종, 다른 동물의 피를 빠는 종, 오직 식물의 열매만을 먹는 종, 부리를 도구처럼 이용하는 종 등이 있다.
각각의 핀치들은 자신들의 생존 방식에 적합한 독특한 부리 모양을 발달시켰다. 열매깍지를 쉽게 벗길 수 있도록 크고 단단한 부리를 갖고 있는가 하면 꽃에서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도록 길고 뾰족한 부리를 갖고 있기도 한다.
그러면 섬이라는 격리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핀치들에게 있어서 그 길이가 1cm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리에서의 미세한 차이들, 예컨대 그 모양과 크기, 단단함의 정도 차이는 핀치종들의 생활방식과 경쟁과 번식과 종다양성에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핀치의 부리』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핀치 연구에 20여년의 세월을 바쳤던 한 과학자 부부의 이야기다. 피터와 로즈마리 그랜트 부부는 1973년부터 갈라파고스 군도의 한 섬을 차지하고 동료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무려 핀치 1만8000여 마리의 탄생과 죽음을 지켜 보았다. 핀치들을 잡아서 부리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일일이 측정하고 다시 놓아준 후에 그들의 먹이찾기, 짝짓기, 종간교잡, 경쟁관계 등을 면밀히 관찰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그랜트 부부는 놀라운 결론을 이끌어 냈는데, 그것은 바로 다윈이 그토록 갈망했으며 이후 대다수 진화생물학자들조차도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바로 그 사실, 진화의 생생한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갈라파고스 섬에 대기근이 몰아쳐서 먹이가 극도로 부족하게 되었을 때 부리 모양의 미세한 차이는 각각의 핀치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생사를 결정짓는 조건이었다. 그런가 하면 대기근에서 유리했던 부리를 가졌던 핀치 수컷들은 짝짓기에서는 암컷들을 유혹하는 데에 크게 불리하였다. 그래서 올해에는 번성했던 핀치종이라고 해도 내년에는 그 위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그랜트 부부가 기록했던 핀치종들의 이런 흥망사는 곧 진화의 원동력, 자연선택이 그들의 하루하루 생존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랜트 부부가 다윈의 핀치 연구에 한 세대를 바쳐서 생물진화의 생생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이 책의 저자 조너던 와그너는 그랜트 부부를 비롯한 일단의 진화연구자들을 추적해서 그들의 어렵고도 고된 조사활동과 가슴벅찬 연구업적들을 포착하는 데에 그들에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대의 가장 탁월한 과학전문 저술가 중의 한 사람인 와그너는 ‘핀치의 부리’로 1995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그랜트 부부의 연구에 동참하는 듯한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물진화를 다루는 번역서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전문용어들과 낯선 생물종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런 단어들을 매끄럽게 설명하는 것은 결국 번역자의 몫이다. 이 책의 번역자는 원문의 직역에 충실했던 나머지 이런 점을 다소 소홀히 했는데, 그 결과 원작의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가 번역서에서는 적지않게 빛을 바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겠다.
「사이언스」(The Sciences)지 편집장 출신의 과학 저술가 조너던 와이너에게 퓰리처 상(1995년, 넉핀션 부문)을 안겨준 『핀치의 부리』(원제: The Beak of the Finch)는 오랜만에 만난 걸작이다. 와이너는 다윈의 진화론이 잉태된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피터와 로즈메리 부부 생태학자가 20여 년에 걸쳐 진행한 자연 선택의 연구 결과를 탁월한 능력으로 풀어 전달하고 있다.
핀치는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에 솟아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참새 종류로, 탐사선 비글호와 함께 그곳을 찾았던 찰스 다윈이 처음으로 표본을 채집하여 ‘다윈 핀치’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은 새의 부리가 진화론을 명백하게 밝혀줄 귀중한 열쇠라는 사실은 다윈 자신도 몰랐던 셈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와 제2부에서는 다윈과 핀치의 첫 대면에서부터 그랜트 부부의 연구 결과에 이르는 모든 내용을 진화론의 주제별로 분류하여 마치 물이 흐르듯 정리하였다. 놀랍게도 진화의 증거는 핀치의 부리에 숨겨져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140여 년에 걸친 논란과 핀치 수십만 마리의 육체적 특징은 물론, 먹이와 짝짓기에 대한 끈질긴 관찰과 정교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했다.
화석에서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는 사실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가뭄이나 대홍수와 같은 어려움을 거치면서 실제로 우리 눈으로 그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는 1㎜에 불과한 부리 크기의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자연 선택의 기준이 되고, 85%의 핀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서운 환경 재앙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암컷과 수컷 비(비)의 왜곡 때문에 생기는 성 선택이 진화를 부추기는 또다른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진행되는 진화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만, 그 방향은 언제나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도 새로운 발견이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핀치들이 자신의 성공 비결을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래를 통하여 승자를 가려내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결국은 새로운 종의 출현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서로 상반된 개념인 ‘다양성의 생성’과 ‘파괴의 생성’을 모두 뜻하는 ‘G.O.D.’로 이름 붙여진 제3부에서는 이제 인간이 자연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물종에게 더 빠른 속도의 진화를 강요하는 위치에 이르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는 생명과학의 미래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진화 방향과 그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의 노력이 다양성의 생성으로 이어져야만 하겠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다양성의 생성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력을 가진 소설가이기도 한 역자 이한음의 노력과 출판사의 깔끔한 편집 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야말로 모던 세계를 사는 이들의 정신을 규정하는 핵심 패러다임이다. 문제는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진화론 증명에는 어설픈 구석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윈 자신도 이렇게 얼버무렸다.
"기나긴 지질학적 연대에 비해 우리 인간의 관점은 너무나 불완전하다. 우리는 그저 현재 생물의 형태가 과거에 비해 다르다는 것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윈 당대에도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 이론의 약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다윈은 자연선택이 일어났음을 증명했다기 보다는 그것이 일어나야 함을 말했을 뿐이다."20세기 들어서도 사정은 별로 바뀐 것이 없다.
현대과학 저술의 고전 취급을 받고 있는 『핀치의 부리』(The Beak of The Finch) 를 보면 한 유전학자의 탄식이 나온다.
"지금까지 야생집단을 대상으로 한 진화에 대한 관찰은 놀라우리만큼 적다".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싸고 딱 부러진 결론이 없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놀랍도록 친절하게 쓰여진 『핀치의 부리』는 1970년대 이후 이뤄진 진화론과 관련된 새로운 관찰과정과 그것을 진행했던 과학자 부부의 삶에 관한 대중적 저술이다.
미시간대의 그랜트 교수 부부가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참새의 일종) 13종을 20여년동안 관찰해온 과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잡지 '더 사이언시스' 기자 출신의 저자가 진화론에 관한 최신 이론을 고수의 솜씨로 녹여낸 것이다. 물론 생물학을 전공한 뒤 신춘문예로 등단한 옮긴이가 번역에 들인 품도 높이 살만하다.
갈라파고스 섬은 다윈이 불과 5주동안 머물렀던 공간. 남미 옆의 극히 작은 이 섬에서 다윈은 핀치 몇마리만을 채집해 돌아왔으나 "내 모든 생각의 기원"이라고 말했던 진화론 탄생의 고향이다.
생각해보라. 거의 완전하게 고립된 공간, 그곳의 생물들은 다른 집단과 섞이지 않은 채 생장을 하니 자연 실험실로 그만이다. 이곳에 있는 13종의 핀치는 새까만 깃털에 까만 부리를 가졌고, 무게는 20g이 겨우 넘는다.
물론 책은 진화론을 옹호한다.옹호의 말은 아예 단언의 형태로 나온다. "진화는 화산만큼 격렬하고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 물론 핀치의 관찰을 토대로 한 결론이다.이를테면 핀치들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놀라우리만큼 서로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선인장 핀치'의 경우 선인장 꽃가루와 씨를 먹으며, 거기에 알을 낳고 산다. 전혀 다르게 사는 흡혈귀 핀치도 있다. 부비새의 등에 올라 타 피를 빨아먹거나, 부비새의 알을 깨뜨려 노른자위를 먹고 산다.
희한하게도 채식 전문 핀치도 있다. 나무줄기의 껍질을 벗겨내 수액이 흐르는 관(管) 을 찾는 도사들이다. 핀치 가계는 이렇듯 유별나게 분화돼 있는데, 각 종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부리의 형태를 발전.진화시켜온 것이다.
부리의 크기만해도 수십배가 차이가 날 정도다. 핀치가 1년생이기 때문에 1973년 이후 이곳에서 스무세대가 바뀌는 동안 '시간의 딸'인 진화의 과정을 관찰한 결론이라서 섣부른 문제제기가 어려울 정도다.
Note
『핀치의 부리』한권을 읽었다고 창조론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쉬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외려 이 책은 자연과학에 대한 서구 과학자들의 헌신을 보여주는 감동 스토리로 의미가 있을게다. 제자가 번역한 이 책에 기꺼이 추천사를 쓴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마치 전기물을 읽는 느낌"이라고 한것도 그런 맥락이다. 어쨌거나 퓰리처상을 탄 책이 어떤 종류인가를 보려 한다면 이 책은 추천서 맨 위에 놓여져야 한다.
이구아나와 바다거북, 핀치 새들로 가득찬 적도의 섬, 갈라파고스 군도. `핀치의 부리'를 둘러싼 인간 정신의 모험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1835년 청년 다윈은 갈라파고스 군도에 5주 동안 머물며 핀치 표본들을 채집해갔다. 그 뒤 이 새들은 “군도가 아니라 런던의 어질러진 사무실 안에서” 다윈에게 지적 충격의 순간들을 선물했고, 그는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핀치의 부리』는 그뒤 150여년간 진화론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인 핀치와 과학자들의 숨바꼭질을 추적한 기록이다. 갈라파고스는 다윈 이래 숱한 자연과학자들의 탐사지가 됐지만, 이곳에서 진화의 순간들을 두 눈으로 목격할 과학자는 1973년에야 도착한다.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가 그들이다. 이들 역시 처음엔 다른 과학자들처럼 한 계절을 머물고 갈 생각이었고, 갈라파고스 군도의 작은 무인도 `대프니 메이저'에 가뿐한 마음으로 내려섰다. 그러나 이들은 “갈라파고스가 금광이란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다윈의 진화론을 “유추와 가정법일 뿐”이란 비아냥에서 건져올릴 가능성을 핀치 관찰에서 발견한 것이다.
대프니 메이저의 핀치들은 덕분에 30여년 동안 고집스런 과학자들의 `스토킹'에 노출되게 된다. 그랜트 부부를 중심으로 이언 애벗과 리네트 애벗 부부, 피터 보그와 로렌 래트클리프 부부, 트레버 프라이스, 라일 깁스…. 이들은 기꺼이 진화론의 토템인 `핀치'를 숭배하는 샤먼이 된 사람들이다.
정오의 태양 아래 땅표면의 온도가 때로 50도까지 올라가는 적도의 섬에서 이들은 많을 땐 2000 마리 이상의 핀치를 잡아 고리를 매달고 번호를 붙였다. 핀치들을 “워싱턴 통신원처럼 자세히 지켜보”며, 이들의 탄생과 죽음부터 부리 높이·길이·폭 등 온갖 신체의 특징 변화를 기록했다.
이들의 발자취엔 `현장 생물학'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킬 일화들도 많다. 해질녘이면 바닷가에서 갈라파고스 상어와 거대한 가오리떼들이 물살을 가르는 것을 지켜보고, 어둠이 깔린 천막 아래선 <종의 기원>을 읽어내려 간다. 또 부부끼리 지낼 땐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어깨에 내려앉는 핀치들과 마냥 벌거벗고 지내는 자유로움도 있다. 덕분에 이언 애벗처럼 물가에서 조개한테 성기를 물리는 사고(?)도 있었지만….
하지만 진화의 비밀은 무엇보다 과학자들의 땀과 시간을 제물로만 문을 여는 법. 그들은 13종 핀치의 진화 과정과 먹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려고 섬 곳곳에 1평방미터 정도의 지점들을 정해놓고 그 안의 모든 열매와 씨를 50번씩 세고 분류했다. 그랜트 조사단의 일원이었던 로렌은 이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치를 떤다. “흙을 체로 치는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요! 모든 씨 하나하나를 세었다구요! 저건 쇠비름속, 저건 린코시아속, 저건 헬리오트로피움속…. 으아!”
갈라파고스가 한달, 넉달, 1년 남짓을 머물렀던 그랜트 부부 이전의 과학자들에게 핀치의 진화를 목격하도록 허락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야외조사의 본질은 기다림과 견뎌냄이었던 것이다.
1977년과 1983년은 `핀치의 부리'가 갈라파고스 군도의 13종 핀치에게 왜 그토록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 해이다. 77년의 대가뭄과 83년의 대홍수는 `자연선택'이 핀치들의 미미한 변이들을 순간순간 얼마나 세심히 지켜봐왔는지를 알려줬다. 대가뭄은 큰 씨를 먹기에 적합한 큰 부리 핀치들을 승자로 만들었고, 대홍수는 작은 씨에 알맞은 작은 부리 핀치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수백만년에 걸쳐 일어나는 진화의 비밀을 찰나를 살아가는 인간은 절대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던 다윈 등의 예단을 깨뜨린 극적인 순간들이다.
『핀치의 부리』는 `자연선택'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자연선택'은 세심하면서도 냉혹하다. 당연히 “대프니 메이저에서는 죽은 새들이 흔하다.” 화산암 위에는 항상 새의 가슴뼈와 부리가 달린 두개골이 흩어져 있고, 핀치의 부리는 이런 상실을 통해 형성된다.
핀치는 진화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핀치의 부리』는 생명에 대한 경이와 함께 인간과 이 행성 생명체 모두의 진화에 대한 상념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인간은 이 행성 생명체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살충제와 곤충들의 저항적인 진화는 이에 대한 예증이다. 지은이 조너던 와이너는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항상 발전인 것은 아니”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선인장 핀치 중 몇몇이 꽃가루를 먹을 때 걸리적거리는 암술을 뜯어내는 법을 배우면 결과적으로 선인장의 감소와 핀치 집단의 붕괴를 가져올 게 분명하듯이 말이다.
‘뉴튼의 사과=중력’이라면 ‘핀치의 부리=진화론’이다. 사제를 꿈꾸던 창조론자 다윈. 그는 갈라파고스에 5주간 머물며 핀치 30마리의 박제를 만들어갔다. 그는 훗날 핀치를 통해 왜 한곳에 사는 동일한 계통의 새가 다른 모양의 부리를 지니게 됐을까 등의 의문을 품었고 진화론을 낳았다.
미 과학잡지 기자 출신 조너선 와이너가 쓴 『핀치의 부리』는 핀치 하나로 진화론의 핵심문제들에 육박하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미학을 보여주는 교양 과학서이다. 갈라파고스 24개 섬의 하나인 대프니 섬에서 1973년부터 쭉 핀치를 연구한 그랜트 교수(프린스턴대 생태진화학과) 부부에 대한 취재 보고서 형식을 지녔다. 하지만 재미있는 예화와 드라마틱한 구성 등 대중과학서의 미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랜트 부부는 핀치 한마리를 보면 73년 이후 갈라파고스 군도의 13종 핀치 22대(代) 가계도 가운데 어디에 자리한 녀석인지를 훤히 안다. 그 결과 다윈은 ‘진화는 너무 느리게 진행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다’는 투로 말했으나 이 부부는 “진화는 매일, 그것도 우리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목격담을 자신있게 전한다.
예컨대 ‘자연선택’을 보자. 77년 초 핀치의 일종인 포르티스는 대프니 섬에 1,200마리쯤 살았다. 가뭄이 계속된 연말에는 180마리로 줄었다. 먹이라고는 최후의 단단한 음식뿐. 같은 기간 포르티스 부리의 길이는 평균 10.68㎜에서 11.07㎜로 늘었다. 부리의 그 미세한 변이가 핀치의 삶과 죽음을 갈랐다. 가장 집단적인 자연선택은 성비 파괴다. 가뭄 후 암수 비율은 1대 1에서 6.5대 1이 됐다. 부리가 길고 큰 놈만 교미에 성공했다. 신세대의 부리는 부모 세대의 그것보다 4~5% 크고 높아졌다.
그렇다고 선택과 진화가 한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83년 엘니뇨 탓에 대홍수가 나고 작은 씨들만 살아남았을 때는 작은 부리를 가진 새들이 번성했다. “생명은 항상 비행자세를 취하고 있다. 1,000가지 방향 중 어느 한곳을 향해 매순간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듯 핀치를 통해 한세대 내에서 일어나는 자연선택, 세대를 가로질러 일어나는 진화, 또 세대를 거치면서 생명체를 이리저리 밀고 끄는 성선택의 힘과 자연선택의 힘 사이에 일어나는 생존경쟁 등이 펼쳐진다. 특히 인간이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진화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이 강조된다. 미물을 연구할지언정 눈높이는 인간과 생명의 미래에 가 있는 ‘학문하기’의 진면목도 엿볼 수 있다. 9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생물학을 전공한 소설가 이한음씨의 번역도 매끄럽다.
진화론의 힘을 증명하기위해 무인도에서 20년을 보낸 두 과학자 그랜트부부(피터·로즈메리)는 진화에 대한 두 가지의 오해를 깨뜨린다.'진화는 느리다'와 '그래서 진화의 과정은 볼 수 없다'.이들은 다윈이 처음 진화론을 감지했던 갈라파고스 군도 중심의 대프니메이저 섬에서 핀치라는 동물의 부리를 통해 매일,매시간 '진화하고 있는 광경'을 생생히 눈으로 목격한다.
선인장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선인장핀치,푸른 잎만 먹는 핀치,죽은 동료의 피를 마시기도 하는 흡혈핀치,채식성 핀치,이구아나 등에 붙어사는 진드기를 먹는 핀치 등등.이들은 처음에는 변종으로 분화됐다가 아예 신종으로 분화되어 각각 자신의 섬을 차지하는 것이다!사실 진화론은 아인슈타인의 빛의 속도로 여행하고 온 사람은 늙지않는다는 이론처럼 추론과 상상에 의존한 증거없는 과학으로 비판받아 왔다.이제 책은 그 증거를 보여준다.자연선택은 드물지 않으며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일어난 것이다.
다윈이 처음 진화론을 감지했던 갈라파고스 군도의 중심에 있는 대프니메이저 섬에서 이들 부부는 수십만 마리의 핀치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그리고 아들과 손자,손자의 손자,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다리에 표적을 달며 이들이 진화하는 모습을 추적해 왔다.이들 부부를 쫓아다녔던 작가 조너선 와이너는 이들의 열정과 인내를 통해 진화론이 비로소 과학이 되는 것을 목격한다.부제는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199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등을 수상했으며 미국내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교과서로도 선정되고 있다
학창시절 의식적으로만 생각했던 진화.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변하고 주변의 사물도 하나둘 제모습을 바꿔간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은 가끔씩 우울함도 풍기지만, 주변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끌이오에서 최근 발행한 '핀치의 부리'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진화에 대해 한결 친숙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다윈의 진화론에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했던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펼쳐진 '그랜트 부부'의 조사과정은 마치 탐험과정을 엿 보듯흥미진했다. (자칫 학문적으로 빠져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우를 범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랜트 부부와 동행한 사이언시스 기자 조너던 와이너의 섬세한 상황묘사와 소설을 읽는 듯이 물결을 타는 글의 흐름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뭄에는 결코 짝짖기를 하지 않는 핀치를 관찰하기 위해 몇 달을 애타하던 그랜트 부부의 심정을 알았는지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져 내릴 때 기뻐하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매 순간순간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자뭇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도 않는 요즘 세상이고 보면 변화를 거부하고 싶은 현대인의 마음이 깔려 있는 듯도 하다. 아주 미세한 변화는 외로운 태평양의 고도 갈라파고스 군도 에서 자극적인 연극처럼 펼쳐진다.
또한 학자란 직업을 가진 그랜트 부부가 20여년이란 오랜 기간에도 불구하고 진행한 관찰과정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외곬수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한편 이 책은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인간이 다른 무엇보다 진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파괴의 주범이란 내용은 가슴이 뜨끔할 정도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온란화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환경을 만들었으며, 자연은 물론 인간까지 해악을 입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핀치의 부리'를 읽는 순간순간 절실히 느낀 것은 인간과 자연이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님을 새삼 실감케 한 소중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