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2일 김종화
경인산우님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그리고 하시는 모든 일들이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와,,,," , "우우...." ,,, 여기저기서 길다란 장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2005년 1월1일, 오전 07시43분, 여기는 설악산 끝청봉((1604미터) 정상!...
끝청봉에서 바라본 대청봉과 그 너머 짙은 회색의 뭉게구름이 기나긴 수평선처럼 펼처진 동해바다,,,,, 그위로 붉다 못해 고통스러우리만치 시뻘건 태양이 용광로 속의 쇳물을 토해내듯 서서히 짙은 회색 뭉게구름층위로 수줍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도 빨리 나오는 것이 부끄러운 듯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이 장엄한 광경을 묘사함에 있어 나의 부족한 식견과 이를 표현할 만한 언어의 미흡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더이상 뭐라고 쓸 수가 없다. 나의 힘으로는......
새로운 2005년 을유년의 서곡을 알리는 희망찬 태양은 동해안의 짙은 파도와 호랑이 허리모양의 백두대간이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시린 서리를 머금은 영봉들 사이로, 이렇게 우리들 가슴속에 벅찬 희열을 남기며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희열의 현장에 있었다. 그것도 난생 처음으로......
2004년12월31일 금요일은 설악산 일출 금요무박산행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뜻깊은 날이다.
"아!,,, 시원하다" .... 대형 유리창 희뿌연 수증기 사이로 뭔가 모를 설레임의 표정이 역력한 열탕속의 나의 모습이 거기에 투영된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설악산 산행을 보다 경건히 맞이하려는 무속신앙처럼, 한해의 묵은 때를 벗고 설악산으로 달려가고자 동네 사우나에서 목욕재계를 단정히 한다.
탕속의 뜨거운 기운을 받으니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잠시후 있을 설원의 설악산 무박등정을 그려본다. 또한 분명 살을 에이는 듯한 추운 날씨일테니 미리 몸이라도 확실히 뜨겁게 담금질할 필요성도 있었다.
설악산의 차가운 날씨를 감안하여 보온 겉옷 1-2벌, 아이젠, 스패치, 컵라면 그리고 산이슬 등등 필요하리라 생각되는 것들을 챙겨 배낭에 주섬주섬 구겨넣고서 저녁 11시10분 계산동 천년부페앞으로 향한다.
도착해보니 낯이 익지 않은 2-3분의 산우님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다. 가벼운 목인사를 나눈뒤 청송에 올라탄다. 차안을 살펴보니 5-6분이 계신데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든다. 윤대장님께서 "오늘은 주력 멤버(아마 '단골손님'을 이르는 듯)들이 안보이는데...." 하신다. 정말 그렇다.
청송이 상동 롯데리아에서 실은 마지막 산우님을 포함해 이번 산행은 총 34분이 참여하셨는데, 내가 아는 회원은 김대진님이 유일하다. 작년 6월부터 꾸준히 경인과 함께 산행을 해왔음을 감안해 볼때, 오늘 산행참여 산우님들은 경인이 처음이거나 가끔 나오시는 분들인 것같다.
차안에 낯이 익은 분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마치 6개월전 처음 경인에 참여하여 굉장히 어색하게 느꼈던 마음이 다시 든다. 흡사 내가 다른 산악회에 처음 합류하여 산행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를 다른 면에서 보면, 그만큼 우리 경인산악회에 참여하는 산우님들의 층이 다양화되고 새로운 회원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현상이라 볼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1년도 채 안된 경인산악회 발전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이 이내 되고만다. 또 한편으로는 소위 주력 멤버(윤대장님 말씀따라)분들과 그간 많은 잔잔한 정이 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다.
청송은 양평, 홍천국도를 잽싸게 달려 오전 3시 45분에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산행전 최대장님의 사전 안내에 따르면, 오늘 산행은 한계령휴게소를 기점으로 끝청, 중청대피소 그리고 대청봉으로 해서 오색약수로 하산하는 코스로 약 7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며, 대청봉 일출은 "3대의 덕이 있어야 가능 할 것"이라고 예의 넉스레를 떠신다. 그만큼 고산지대의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등으로 일출보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는 뜻일게다.
한계령휴게소 화장실을 왼편으로 끼고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오늘 전국의 산악회가 전부 일출을 보러 이곳 설악산을 찾는다는데 이 코스로 등반을 시작하는 팀은 우리 경인 밖에 없는 듯, 오색약수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가 다시 하산하는 약간 손 쉬운 코스를 선택한 5-6분을 제외한 약 30여분이 보무도 당당하게 설악의 품에 첫발을 내디딘다.
다행이 바람은 잔잔한데 기온은 역시 고산지대답게 체감적으로 족히 영하 10도 이상은 될 듯싶다. 양 볼에 와 닿는 바람의 느낌 역시 써늘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질 정도이다.
최대장님께서 이번 산행은 여기서부터 끝청과 귀때기청의 갈림길인 삼거리 능선까지 약 1시간30여분이 급경사이므로 땀 쫌 흘려야 된다고 한다. "아니,,,, 얼마나 험하기에 이 추운 날씨에 땀까지 흘려야 할 정도일까?" 생각하니 약간 긴장이 된다. 하기야 산행전 긴장되는 게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지만..... 매번 산행때마다 시작할 때는 긴장되는건 여전하다.
아무튼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하는 데 역시 최대장님 말씀대로 능선에 쌓여 있는 하얀 눈이 하얗다 못해 시퍼런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그 경사도 마저 거의 50도 이상은 족히 될 듯하여 한편으론 묘한 공포감마저 들게한다. 무박산행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앞을 안보고 헤드랜턴에만 의존해 땅만 보고 걷다보니 오히려 시각적인 피로도는 덜하다는 생각이다.
한 40여분 헐떡이며 올라갔을까? 눈이 많이는 아니지만 약 2-3센티가 싸여 있는 데, 군데군데 빙판을 형성하고 있는데다가 경사도마저 심한 까닭에 최대장님께서 아이젠을 착용하라는 명령(?)을 하달하신다. 10여명의 산우님들이 컴컴한 눈싸인 산속에서 주섬주섬 아이젠을 착용하는 폼이, 흡사 군대 시절 야간 동계훈련을 받던 장면이 떠올라 혼자 살며시 푸시시 웃어본다.
확실히 아이젠을 착용하니 비록 급경사 길이지만 산행이 한결 수월해지는게 느껴진다. 아이젠을 착용한 등산화를 힘차게 땅에 박으면서, 한편으론 로프를 당겨가며 비탈길을 오르는 전쟁을 치루다보니 어느덧 서북능선 삼거리가 나온다. 시간은 오전 5시20분! 시발점에서 정확히 1시간35분(거리는 2.4키로미터) 소요되었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귀때기청이 나오며, 우회전하면 끝청으로 가는 길이다. 이 지점이 설악산 서북능선으로 대청봉까지는 약 5.5키로미터 정도 된다. 코스는 비록 험하지 않은 완만한 능선길이지만 눈이 쌓여있고 오픈된 능선위를 산행하는 관계로 매서운 설악의 바람이 직접 안면을 강타한다. 이제까지는 급경사와의 싸움이나 지금부터는 눈길과 차가운 바람과의 싸움이 될 듯하다.
그런데 기상청 정보에 따르면 올해의 설악산 일출은 오전 7시43분쯤이 될 것이라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20여분밖에 남지 않아 자칫하면 일출을 놓칠 가능성이 있어 속도를 높여 걸어야 할 듯싶다. 끝청을 향하여 서북능선길을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고자 하는데 이는 마음뿐, 몸은 좀처럼 따라주질 않는다. 아마도 쌓여있는 눈과 매서운 칼바람 탓일지라.
그리고 길고긴 이 서북능선길을 걷는 사람중 이상하리만치 다른 산악회 회원들뿐 아니라 우리 산악회 산우님들도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말 동무도 없고 걷는 페이스를 조절하다보니 어떤 경우는 주위에 아무도 없이 나혼자 남은 경우가 생긴다.
비록 달은 둥그런 보름달이지만 주위의 앙상한 나무가지와 설원, 그리고 이따금씩 이상한 소리를 휘몰아치며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섬뜩섬뜩한 느낌이 들곤 한다. 약간 무서운 기분도 든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헤드랜턴의 밧테리가 다 되었는지 불빛마저 나오지 않는다. 난감하다..... 그럭저럭 달빛에 의존해 걷고 있는데 이번에는 "퍽"하며 오른쪽 4발짜리 아이젠의 돌기부분이 떨어져 나가버린다. 참으로 '여러가지 한다'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진다.
저 번주 국망봉 산행때 아이젠을 챙기지 못하여 약 2시간을 엉금엉금 걷던 악몽(?)이 다시금 떠오른다. 희한하다. 겨울산행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 아이젠도 처음 사용하는 것인데 이렇게 힘없이 끊어지다니......
외쳐본다 "신이시여 !...이 초보를 시험에 들지않게 해주소서" 다시금 겨울산행은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본다.
또 한번 국망봉의 고생을 반복하면서 죽어라 걷다보니 저멀리 날이 밝아오는 기운이 뻗쳐온다. 시계을 보니 오전 7시15분! 끝청까지는 약 1.2키로미터 남았다. 열심히 걸으면 잘하면 거기서 일출광경을 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최대장님의 말씀대로 '설악산 일출은 3대의 덕이 있어야 볼 수 있다'했으니 속으로 평상시 안 찾던 조상님의 보살핌을 은근히 바라게 된다. 인간은 간사한 것 같다.
이제 주위는 어느덧 밝아져 동서남북으로 웅장히 자리잡고 누운 설악의 산자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웅장하다.
저앞에 끝청봉이 보인다. 해발1604미터!
윤대장님과 몇몇의 이름 모를 경인산악회 참여 산우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분들도 어차피 시간상으로 대청봉에서의 일출 관람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여 끝청봉에서 볼 요량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던 것 같다. 끝청봉정상에는 우리 외에도 여기서 비박을 한 흔적이 있는 전문 프로사진기사로 보여지는 몇 분의 사진작가들의 모습도 보인다. 1년에 한번밖에 없는 일출의 광경을 렌즈에 담기 위하여...... 그런데 이 자리에 있던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 오히려 일출광경이 밋밋한 대청봉보다는 오밀조밀한 여기가 시각적으로 더 나은 것같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것 같다.
(이하 일출광경은 이 글 도입부분을 참조!!!)
오늘 산상부페는 중청대피소이다. 여기서 약 1.2키로미터정도 가면 된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차가워 마땅한 부페연장소 찾기가 쉽지 않다. 최대장님도 사전에 대피소는 인파가 너무 많아 매우 혼잡할 것이라 하셨다.
어째든 중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본다. 약 20여분 걸어가니 저멀리 무슨 천체연구소같은 큰 돔이 2개 보이는 데 윤대장님 말씀이 무슨 레이더기지라 하신다. 설악산에 그런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언덕 너머 대청봉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그 밑 언덕부분에 짙은 밤색 목제건물의 중청대피소가 아소곳히 자리를 깔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별로 보이지않던 등산객들이 갑자기 어디 숨어있다 동시에 출현한 것처럼 저 멀리 대피소를 중심으로 바글바글하다. 대청봉에서 대피소로 향하여 한무리를 지어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날씨가 추운탓에 세겹네겹 껴입은 등산복은 주로 검은색 일색이고, 양손에는 묵직한 스틱을 쥐고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M16소총과 전투복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천리행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끝청에서 내려가는 우리 일행을 포함한 많은 등산객들이 중청대피소를 가운데에 놓고 흘러드는 냇물처럼 모여드니 대피소 주변은 흡사 난민소를 연상케한다.
대피소에 내려오니 그곳은 햋볕이 전혀 들지 않고 주위가 광활한 대지로 둘러싸인 탓인지 무시무시한 1월의 설악산 삭풍이 사정없이 몰아친다. 엄청 춥다.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다가 대피소안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채 10평도 안되보이는 매점안은 발한짝 디뎌놓기가 힘들다.
하는 수 없이 윤대장님, 김대진님, 그리고 처음보는 경인 참여 산우님 3-4분과 주위 응달진 곳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볼까하는 마음으로 버너를 켜보지만,,,,, 전혀 불꽃이 일지 않는다. 기온이 체감적으로 영하 15도는 될 듯하다. 그러니 버너가 기화될 턱이 있겠나? 이런 추운날씨에는 가스버너는 가스가 얼어 사용불가라한다. 따라서 얼지 않는 휘발유버너를 사용해야 한다는데,,,,, 이 부분은 겨울산행을 앞든 우리가 참고삼아 귀 기울릴만 하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김대진님이 발빠르게 대피소 지하 침상에 공간을 확보해놓고 우리를 인도한다. 확실히 경인 식구들의 부페연 장소 접수실력은 어떤 상황, 어떤 장소를 막론하고 기민하다....ㅎㅎㅎ,,,
추위에 꽁꽁 언 몸이 순식간에 녹으면서 기분이 몽롱해진다. 지하숙소라 버너사용이 안되니 그냥 보온통에 담아온 물로 컵라면을 끊여 본다. 비록 설익은 컵라면이지만 그 어떤 음식 맛이 이에 비할소냐!!
여기에 언 몸을 해동시키는데 소주가 빠질수는 없겠지.....3-4잔을 마시니 몸이 나른해져온다.
약간 알딸딸한 기운으로 중청대피소를 뒤로하고 약 600미터 위에 있는 대청봉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던져본다.
이번 산행은 코스가 길고 추운 날씨탓에 다른 산행처럼 경인식구들이 한 곳에 모이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김대진님과 대청봉이라는 글귀가 선명히 적힌 표석앞에서 증명사진을 남기고 서둘러 오색약수를 향하여 하산길을 재촉한다. 시간은 오전 9시 45분! 산행시작후 정확히 6시간 경과...
여기서 오색약수까지는 약5키로미터! 이 하산길은 경사가 심하고 눈도 일부 쌓여 있어 시간이 좀 걸 릴것 같다 한다. 나도 이길은 처음 타보는데 역시 듣던 대로 하산길임에도 불구하고 경사가 몸시 심해 힘이 들었다. 평상시 보다 산행길이가 길었던지 무릎관절도 아파온다. 최근들어 없었던 현상이다. 다리도 아픈데 하산길은 가도 가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는데도 이럴진대 올라오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아니나 다르까.... 많은 산우님들이 오색약수터에서 대청봉을 향하여 올라오는데 신년 산행이어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 온다. 그래도 희망찬 을유년을 맞이하려는 소망때문인지 서로 교차하며 지나가면서도 "새해 복많이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서로가 난생 처음보는 사이지만 산을 즐기는 사람들간에는 이렇듯 무언의 공감대가 있는듯 하다. 이렇게 약 2시간30여분 걸어 오색약수터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12시15분!
약 10여분 정도가 하산하여 간단한 하산주를 즐기고들 있다. 몇몇 분과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몇잔하니 취기가 오르면서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이번 산행은 총 산행시간이 약 8시간 이상 소요된 관계로 일부 산행님들이 매우 힘들어 한다.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모두 하산을 종료한다.
산행안내에 나온대로 근처 물치항으로 자유회 시식을 하러 차머리를 돌린다. 시퍼런 파도가 휘몰아 치는 바닷가 근처의 활어횟집으로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간단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길고도 힘들었던 신년일출 설악산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오후 4시35분, 인천 향발 물치항 출발 !
청송은 오던 길을 따라 홍천, 양평 국도를 지나 잽싸게 몸을 날리는데, 얼마 못가 정체현상이 심각하다. 뉴스에 따르면 이번 신년 해맞이 행사에 동해안에만 약 100만명이 모였다 한다. 그러다 보니 평소 3-4만원하던 동해안 주변의 일반 모텔료가 15-20만원을 호가했다한다. 부르는게 값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순하면서도 의지가 강하다. 부르는대로 다주고서도 기필코 신년 해맞이는 하고야 만다. 아무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때가 여름휴가 피서철하고 신년 해맞이 관련 숙박요금이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 마음이 약간 씁쓰레해진다.
이런 때문인지 서울로 향하는 해맞이 승용차량의 후미등 꼬리가 오색연줄에 매달린 오징어다리마냥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거북이 걸음을 하면서 서울.....서울로..... 향한다. 다시 삶의 전쟁터로 향한다. 일상의 전쟁을 치루기 위해서....
다만, 개인적으로 모든 분들이 해맞이한 희망찬 마음으로 일상의 전쟁을 긍정적으로 치루었으면 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말이다.
자다 깨다 비몽사몽간 헤매다 보니 어느덧 낯이 익은 곳에 청송은 나를 내려준다. 계산역! 시간은 오후 11시35분,,,,, 정확히 귀향시간이 7시간 걸렸다. 어제 청송을 타기 위해 오후 11시에 이자리에 왔었는데, 거의 만 하루만에 다시 이자리에 섰다. 기나긴 하루였다. 아니, 2년을 하루만에 살아버렸다. 그러고보니 어제 보았던 이 거리의 모습이 해가 바뀐 탓인지 약간은 색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지금은 2005년1월2일, 오전 3시24분 !
어제 설악산에서 보았던 그 반달이 오늘 새벽도 어김없이 나의 창문 밖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창문을 살짝 열어 본다.
약간은 서슬퍼런 바람이 내 볼을 시럽게 한다. 아니,,, 약간은 살갑다. 마치 포근한 내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