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기동순찰대><스타스키와 허치><6백만불의 사나이> <맥가이버><미녀 첩보원><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바야바><부부탐정><소머즈><원더우먼><형사 콜롬보><전격 Z작전><천사들의 합창><코스비 가족><환상 특급><레밍턴스틸><블루문 특급><제시카의 추리극장><천재소년 두기><케빈은 12살><아빠는 멋쟁이><베벌리힐즈의 아이들><레니게이드> <미스터 빈><말괄량이 삐삐>….온가족을 TV 앞으로 불러모았던 추억의 외화 들이다.
<원더우먼>을 보고 2~3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고,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가 남자다 여자다라는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베벌리 힐즈의 아이들>때문에 압구정 오렌지족이 주목받곤 했다.
미국에서 이미 인기를 얻어 흥행성이 검증된 TV 드라마를 뒤늦게 방영해‘뒷 북을 쳤던’그 시절과는 달리, 최근에는 위성방송이나 인터넷이 워낙 보편화되 어 있어 거의 실시간으로 외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온 국민이 영어 습득에 혈 안이 된 국내 분위기 덕분에 미국 드라마는 영어학원의 인기교재로 더더욱 명성을 떨치고 있다. 과거 영화 속 인물의 행동을 맹목적으로 좇아하던 순진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니아 집단이 형성돼 드라마의 소식을 공유하고, 직접 드라마 대본을 쓰며 즐거움을 나누는 팬픽도 활성화됐다.
인기리에 상영되는 미국 드라마의 특징은 한국 드라마와 달리 몇 해씩 장기방영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드라마가 대개 한 주에 두 번 20~50회 안팎의 분량으로 방영되는 데 반해, 미국의 드라마는 일단 1년 동안 20회 분량을 방영한 후 반응이 좋으면 이듬해 계약을 연장해 방영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기를 얻어 현재 한국의 공중파와 케이블 텔 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로는 <엑스 파일><프렌즈>등이 있다.
<엑스 파일>로 위상 높인 폭스
미국에서 지난 93년9월10일 첫 방영된 <엑스 파일>은 방송사의 운명을 바 꾸었다. <엑스 파일>의 제작사인 폭스는 영화에서는 메이저였지만 텔레비전, 특 히 드라마에서는 마이너였다. NBC,ABC,CBS 등이 드라마 팬들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폭스는 별다른 야심 없이 미스터리 공상과학물 <엑스 파일>을 기획해 방영했다. 폭스 측은 대부분의 미국 드라마가 그렇듯 첫 시즌의 반응을 살핀 후 더 제작할지 말지를 결정할 심산이었다.
첫 시즌 초반에는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엑스 파일>은 시즌이 끝날 무렵 고정팬을 확보했고, 폭스는 연장방영을 결정했다. 94년9 월16일 시작된 두 번째 시즌부터 <엑스 파일>은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 역의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안 앤더슨은 두 번째 시즌부터 캐릭터에 적응해 안정된 연기를 펼쳤고 시청자들도 <엑스 파일>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멀더와 스컬리의 로맨스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고 제작진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했다.
지난 해 11월5일 여덟 번째 시즌이 시작된 <엑스 파일>에는 약간의 변화 가 생겼다. 여섯 번째 시즌에서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했던 듀코브니는 여덟 번째 시즌 계약을 앞두고 폭스 측에 거액의 출연료와 지속적으로 집필과 연출을 맡겨줄 것을 요구했다. 팬들의 기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온 듀코브니는 결국 한발 양보해서 여덟 번째 시즌에 11회만 출연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일곱 번째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는 멀더가 UFO에 납치당한 것으로 끝났고, 지난 1월14일 방영된 여 덟 번째 시즌의 아홉 번째 에피소드 <구조 Slavage>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다. 궁여지책으로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으로 출연했던 로버트 패트릭을 투입, 스컬리와 함께 사라진 멀더를 찾는다는 설정으로 듀코브 니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엑스 파일>은 지난 98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국내 에서는 94년10월31일 처음으로 방영됐다.
HBO <소프라노스>의 선전
폭스가 <엑스파일><심슨스 The Simpsons>(애니메이션)<말콤 인 더 미들 Malcom in the Middle>(엉뚱한 행동을 곧잘 하는 말콤의 가족들 이야기)등 으로 메이저 방송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미국 드라마는 3대 방송국 NBC,ABC,CBS가 주도했다.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는 NBC는 현재에도 수 많은 인기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엑스 파일>과 마찬가지로 여덟 번째 시 즌에 접어든 인기 시트콤 <프렌즈 Friends>, 조지 클루니를 스타 대열에 올린 메디컬 드라마 , 법정 드라마 <법과 질서 Law &Order>, 제72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은 <윌과 그레이스 Will &Grace>, 라디오 상담을 하는 정신과의사의 해프닝을 보여주는 시트콤 <프레이저 Frasier>, 백악관 스태프들의 이야기 <웨스트 윙 The West Wing>등이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다.
ABC의 경우 63년에 시작된 <제너럴 호스피탈 General Hospital>이 무려 38년째 방영되고 있고 법정 드라마인 <프랙티스 The Practice>를 간판 드라마로 내세우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남자 레이몬드가 겪는 사건을 통해 소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코미디 <모두가 레이몬 드를 사랑해 Everybody Loves Raymond>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CBS에 채널 을 고정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들 세 방송사에 첫 도전장을 던졌던 것이 폭스였다면,최근 이들 메이저 방송사를 위협하는 방송국은 HBO다. 얼마 전 한국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등 전세계적인 방송방을 갖추기 위해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 HBO의 인기 드라마는 <소프라노스 The Sopranos>와 <섹스 앤 시티 Sew and the City>. 이제 겨우 두 번째 시즌을 끝낸 <소프라노스>는 72회 에미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소프라노스>가 인기를 끄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영화 소재로는 자주 사용되지만 안방극장의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마피아 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법정드라마(법과 질서, 프랙티스), 메디컬 드라마 (ER, 제너럴 호스피탈), 미스터리 공상과학(엑스 파일), 경찰드라마(NYPD Blue)등은 이미 여러 차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단골 소재지만 마피아가 족의 이야기는 드라마 소재로서는이례적이다. 게다가<소프라노스>는 <대부>류의 피도 눈물도 없는 마피아의 모습이 아니라 가족들과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고 반바지 차림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인간적인 마피아의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독특한 캐릭터로 승부
여덟 번째 시즌에 돌입한 장기 상영 드라마 <엑스 파일>과 <프렌즈>가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시청자까지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드라마들의 인기는 잘 만들어진 영화의 인기요인과 일맥상통한다. 바로 탄탄한 시나리오 와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다. <엑스 파일>의 신비한(offbeat)멀더와 합리적인 스컬리는 대조적인 성향을 가진 캐릭터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엑스 파일의 비밀을 파헤친다.
<프렌즈>의 여섯 친구 레이첼, 모니카, 피비, 챈 들러, 조이, 로스는 각각 독특한 성격으로 일과 사랑에서 다른 태도를 보여 주는 가운데 주거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에피소드는 이중 한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개성있는 캐릭터는 개별 에피소드에서 번갈아 부 각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탄탄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이들 장기 상영 드라마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에피소드가 거듭될 때마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도 <소프라노스> 같은 신생 드라마의 참신함에는 밀리기 십상이다.따라서 호구지책 으로 깜짝 게스트를 등장시켜 신선한 피를 수혈하기도 한다. <프렌즈>가 대표적인예다. 최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CBS의 오락 프로그램 <생존자 Survivors>의 시청률에 위협을 느낀 <프렌즈>는 여덟 번째 시즌 게스트로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헐리와 인기 그룹 스파이스 걸즈의 멤버 빅토리아 벡험을 출연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렌즈>는 그 동안에도 많은 게스트를 깜짝 출연시켜 왔다. 브루스 윌리스, 조지 클루니, 리즈 위더스푼, 줄리아 로버츠, 이자벨 아자니 등이 <프렌즈>에 얼굴을 내비쳤다.
또 인기절정의 주연급 배우가 계속 출연할 만한 개런티를 보장하는 것도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제작진이 당면하는 문제다. (ER)에서 얻은 인기로 영화 출연 섭외가 급증하더니 결국 (ER)대열에서 이탈한 조지 클루니의 선례가 제작진을 조바심나게 한다. 소재 고갈, 배우들의 이동 등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여덟 시즌씩 장기방영되는 드라마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할리우드 드라마의 행복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