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학기 죽음학 주제 과제물 "뇌사" (180320 발표)

[정공옥]

뇌사란 무엇인가? (腦死, brain death)

치유선교학과 17535604 정공옥

<목 차>

Ⅰ. 서론 ; 죽음에 대한 이해
Ⅱ. 본론
1. 뇌사에 대한 기초지식
2. 뇌사의 정의
3. 뇌사의 판정기준과 절차
4.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의 구별
5. 뇌사 인정의 효율성
6. 뇌사 인정에 대한 윤리적 비판
7. 장기이식을 위한 윤리적 기준과 조건
Ⅲ. 결론
[참고문헌]

Ⅰ. 서론 ; 죽음에 대한 이해

  죽음은 전인간에 속하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죽음이 무엇이며 그 의미에 대해 숙고한다. 죽음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은 이를 넘어 어떤 특수한 원리가 작용하는 현상이다.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죽음으로 현실 생명을 끝맺게 된다. 그러나 마치 한 생명이 점진적으로 발전되듯이 죽음도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고 하기보다는 서서히 완성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삶의 일부이며 현실 생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인간의 삶을 여러 방향에서 관찰할 수 있듯이 죽음도 여러 가지로 관찰하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의 죽음은 대체로 임상적 죽음, 뇌의 죽음, 사회적 죽음, 신학적 죽음 등으로 나눈다. 임상적 죽음이란 호흡, 뇌활동 그리고 심장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인해 임상적 죽음은 다시 뇌의 죽음(腦死)과 신진대사의 죽음으로 나뉘게 되었다. 뇌의 죽음은 대뇌의 신피질을 비롯하여 소뇌, 중뇌, 뇌간의 모든 활동이 불가역적으로 정지된 상태로, 중추신경계통의 기능을 파괴하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신진대사의 죽음은 심장 고동과 호흡의 기능들이 중지된 것이다. 폐장사와 심장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Ⅱ. 본론

1. 뇌사에 대한 기초지식

  우리 몸은 중추 신경계에 의해 통괄됨으로써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며 한 개체로 활동한다. 중추 신경계는 양쪽 끝이 막힌 기다란 관인데 한쪽 끝이 발달하여 뇌를 이루며 나머지 부분을 척수라고 부른다.

  사람의 뇌는 두개골의 딱딱한 뼈와 세 겹으로 된 뇌막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뇌막과 두개골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는 액체가 있어 뇌우 충격을 막아 주어 뇌를 보호하고 있다. 사람의 뇌는 대뇌, 간뇌, 중뇌, 뇌교, 연수, 소뇌의 여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중 뇌교, 중뇌, 연수를 합하여 뇌간이라고 한다. 뇌간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서 조금만 손상이 오더라도 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

2. 뇌사의 정의

  뇌사는 말 그대로 “뇌가 완전히 파괴되어 다른 모든 장기의 기능적 중지가 절박하고 불가피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어렵게 표현하면 대뇌, 소뇌, 뇌간, 제1경수를 포함하는 전 뇌 기능의 비가역적 정지라고 표현한다.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완전한 죽음의 상태가 아니라 뇌가 죽었기 때문에 인간의 신체 기관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뇌사상태에 들어서게 되면,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호흡이 유지되고, 심장 자체의 자동능력에 의하여 당분간 심장박동과 맥박, 혈압, 체온이 유지되지만, 정신기능은 완전히 소실되어 깊은 혼수상태가 되고 운동기능과 감각기능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뇌사상태가 되면 인간은 개체로서의 통일성을 상실하며, 생명의 회복가능성이 전혀 없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지 않는 한 곧장 호흡정지와 함께 혈액순환도 장애를 일으킨다. 이와 같은 뇌사상태는 인공호흡이나 식도위관에 의한 영양공급이 이루어지더라도 수 일 내에 심장사에 도달하게 되며, 이 기간은 길어도 뇌사상태에 빠진 순간부터 약 10일 내지 14일 이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어 어떤 의학적인 치료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회복시킬 수 없는 상태를 ‘뇌사’라고 한다.
  뇌사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뇌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즉, ①뇌간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정지되었을 때를 뇌사로 인정하려는 뇌간사설(brain stem death), ②대뇌기능인 정신작용의 불가역적 소실을 뇌사로 보려는 대뇌사설(cerebral death) 및 ③뇌간을 포함한 전뇌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소실된 상태를 뇌사라고 하는 전뇌사설(total brain death)이 대략 그것이다. 뇌간사설은 뇌간이 생명현상의 중추라는 점을, 대뇌사설은 인격을 특정지우는 정신작용이 소실되면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죽었다고 해야 한다는 점을 각각 그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뇌사설에 의할 때만이 식물상태와 뇌사상태의 구별이 가능하다는 점 및 뇌사판정에 신중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전뇌사설이 타당하다고 해야 한다.

3. 뇌사의 판정기준과 절차

  종래의 심장기능 종지설에 의한 사망의 판단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도 할 수 있었으며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뇌사의 판단은 일반인은 할 수 없으며, 심폐기능 종지설에 의한 사망의 판단보다 더욱 복잡하고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뇌사 판정을 위한 최초의 기준은 하버드 의과대학의 ‘뇌사 정의 특별위원회’에 의해 1968년 제시되었다. 이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후 다른 나라들의 뇌사 판정 기준도 거의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변형된 정도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특별위원회는 뇌사 판정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① 무수용(unreceptivity)과 무반응(unresponsivity : 밖에서 오는 자극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고 가장 심각하게 주는 고통에 대해서도 완전히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
  ② 무동작 또는 무호흡(no movement or no breathing) : 고통, 빛, 소리, 만짐과 같은 어떠한 자극에도 자발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거나 반응하는 일이 전혀 없으며 자발적으로 호흡하는 일이 없는 상태
  ③ 무반사(no reflexes) :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고 팽창되어 있으며 밝은 빛에 대해서도 반응이 없는 상태. 즉 눈을 깜박거리지도 않고 자세를 고치지도 않는 상태.
  ④ 편평의 뇌전기 기록도(flat electroencep halogram, EEG) : 뇌전기 기록도는 사람의 뇌세포에 유리하는 전기의 발생 상태를 증폭묘기한 주기적 파동도인데 적어도 10분 이상의 기록을 보아도 변화가 없이 편평하게 나타날 때 뇌사의 최종 판정에 추가하는 요소로서 다만 확인 절차를 위한 시험일 뿐 진료적 의미는 없다.
  위에서 말하는 모든 시험을 24시간 동안 되풀이하여 실시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 비로소 뇌사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 기준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예외 조건을 두고 있는데, 그것은 저체온 상태와 중추신경계에 가해진 억제 약물 중독 상태이며, 확인할 때는 두 사람의 자격 있는 의사의 협진을 거쳐야하며 이 두 사람의 의사 중에는 장차 장기이식에 관여할 의사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하버드 기준은 그 후 여러 임상 증례들을 실제로 조사 연구한 국립 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의 협력 연구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요약 추가 되었다. 즉, ① 혼수 뇌의 무반응성 ② 무호흡 ③ 산대된 동공 ④ 두뇌 반사의 소실 ⑤ 뇌의 소실 ⑥ 혼수와 무호흡이 6시간 지속된 후에 그 기이 30분간 지속되어야 하며 ⑦ 모든 진단법과 치료법이 완벽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하버드 학교의 기은 죽음이 불확실한 경우에만 이 기준이 필요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기준은 전통으로 죽음을 결정하는 데에 보조 또는 보완 기능을 하는 것이지 결코 그것을 대치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학계에서도 하버드 학교의 기준과 같은 맥락에서 뇌사를 정의하고 뇌사 판정 기준을 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1993년 2월에 정한 뇌사 판정 기준을 살펴보면 우선, 뇌사 판정에 있어서의 선행조건으로 환자가 ① 원인 질환이 확정되고 치료될 가능성이 없는 기질인 뇌병변이 있어야 하고 ② 깊은 혼수상태로 자발호흡이 없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며 ③ 치료 가능한 급성약물(마취제, 수면제, 진정제 등 기타 독극물) 중독 혹은 내분비성(간성혼수, 유독성혼수, 저혈당 혼수, 뇌병증 등) 장애 증거가 없어야 하며 ④ 저체온(32℃) 상태가 아니고 ⑤ 쇼크(shock)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가 뇌사로 판정되려면 ① 외부자극에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 ② 자발호흡 능력을 손실 ③ 양안 동공의 확대고정 ④ 뇌간 반사의 완전소실 ⑤ 자발 운동과 경련 없음 ⑥ 무호흡검사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이 검사 후 6시간이 지난 뒤 뇌파검사를 통해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뇌사로 인정된다. 뇌사를 판정하는 의사는 신경외과를 비롯한 뇌사 판정 능력을 갖춘 전문의 2인과 담당의사가 함께 판정하며,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 및 혈액 가스 측정기 등, 뇌사 판정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뇌사 판정 절차는 다음과 같다.

  뇌사에 대하여는 그 판정절차에 대하여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뇌사의 판정은 그 정확성이 생명이고, 이를 절차적으로 담보하여 뇌사판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① 뇌사판정의 신청 : 뇌사로 추정되는 자(뇌사판정대상자)의 장기등의 기증을 위한 뇌사판정을 받고자 하는 자는 뇌사판정대상자에 대한 검사기록 및 진료를 담당한 의사의 소견서 등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뇌사판정기관의 장에게 뇌사판정의 신청을 하여야 한다 (장기이식법 제15조 제1항). 뇌사판정의 신청은 뇌사판정대상자의 가족이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뇌사판정대상자가 등록기관에 장기등기증희망자로 등록한 경우에는 진료를 담당한 의사도 뇌사판정을 신청할 수 있다 (장기이식법 제15조 제2항). 뇌사판정기관의 장은 뇌사판정의 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전문의사 2인 이상 과 진료를 담당한 의사로 하여금 뇌사조사를 실시하게 하고, 이들이 함께 작성 한 뇌사조사서를 첨부하여 뇌사판정위원회에 뇌사판정을 요청하여야 한다 (장 기이식법 제16조 제1항).
  ② 뇌사판정위원회에 의한 판정 : 뇌사판정의 요청을 받은 뇌사판정위원회는 전문의사인 위원 2인 이상을 포함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뇌사를 판정 한다(장기이식법 제16조 제2항 제1문). 뇌사판정위원회는 뇌사판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뇌사조사서를 작성한 전문의사와 진료를 담당 한 의사로 하여금 뇌사판정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다 (장기이식법 제16조 제3항).
  ③ 뇌사판정기록의 작성과 보존 : 뇌사판정위원회가 뇌사를 판정한 경우에는 출석위원 전원이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한 뇌사판정서 및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뇌사판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장기이식법 제16조 제4항). 뇌사판정기관의 장은 뇌사판정서 및 회의록, 기타 뇌사판정에 관련된 자료를 15년간 보존하여야 한다 (장기이식법 제 25조 제1항). 뇌사판정기관의 장은 뇌사판정서 및 회의록을 제출받은 때에는 그 사본과 기타의 뇌사판정 관련 자료를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에게 송부 하여야 하며, 뇌사판정신청자에 대하여는 뇌사판정서의 사본을 송부하여야 한다 (장기이식법 제16조 제5항). 기록의 작성과 보존의무는 투명성과 신뢰성에 기여한다.
  ④ 뇌사자의 사망원인 : 뇌사자가 장기등의 적출로 사망한 때에는 뇌사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행위 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본다(장기이식법 제17조).
  ⑤ 사망시각 : 사망시각에 관하여는 1회차 뇌사판정시라는 견해 (뇌사판정요건충족설), 2회차 뇌사판정시라 는 견해 (관찰시간경과시설) 또는 2회차 뇌사판정 후 1회차 뇌사판정시라는 견 해 (소급설) 등이 주로 주장되고 있다.18) 독일 연방의사회의 뇌사판정지침은 진단과 기록을 종료한 시점을 사망시각으로 규정하고 있다.

4.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의 구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뇌사 상태와 식물인간 상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혼동으로 말미암아 뇌사에 대한 오해나 사회 편견이 야기되어 뇌사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뇌사는 식물인간 상태와는 엄격히 구별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뇌사에 대한 보다 올바른 이해를 통해 뇌사 상태와 식물인간 상태를 비교해서 그 차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뇌사는 심장사의 (前) 단계로서 생물학 죽음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반해, 식물인간 상태는 부분의 경우에 사회인으로서는 생명이 없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죽은 것은 아니고 얼마든지 회복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이식과는 절대로 관련 지울 수 없는 인도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5. 뇌사 인정의 효율성

  뇌사를 의학적으로, 법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사망으로 인정하면 그만한 효율성을 기대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첫째, 생명의 핵심은 심장 박동이 아니라 뇌기능에 있고 인간의 개성과 특성은 뇌의 조직에서 나온다. 따라서 뇌기능이 돌이킬 수 없는 상실된 사람은 기계적으로 심장이 박동하고 있더라도 죽은 사람이다. 이는 뇌사설 주장의 근원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뇌사 상태에서는 절대로 회복될 수 없음이 과학의 발달로 밝혀졌고, 뇌사여부를 식물인간 상태와 구별하여 정확히 판정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때의 치료의 계속은 무의미하며, 집중 치료를 계속하더라도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길어도 14일 이내에는 심장 박동도 멈춘다.
  셋째, 뇌사 상태에서의 치료의 계속은 오히려 비인도적이며, 가족에게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도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다.
  넷째, 무의미한 치료의 계속은 한정된 의료 자원-병상, 의료진, 집중치료기구 등-의 비효율적인 낭비이며, 이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절한 칠를 받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를 낳는다.
  다섯째, 뇌사자는 최상의 장기 공급자이다. 뇌사자 장기의 활용은 장기이식 수술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어 이식용 장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6. 뇌사 인정에 대한 윤리적 비판

  반면에 뇌사에 대한 문제들을 거부하고 ‘뇌사 인정의 효율성’들을 반박하는 견해도 있다.

  ① 인간 기계론에 대한 비판 :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면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와 생명 가치의 신성성은 과학을 초월하는 신비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 때문에 신성을 가졌다고 말하며 그 신성성 때문에 존엄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존엄성은 단순히 이성이나 합리적 사고 능력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단지 뇌기능에 좌우하는 관점에서 인간의 생명과 본질을 이해하는 뇌사설 주장자들의 인간관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이라는 면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적인 생명 윤리란 “하나님만이 창조주이므로 하나님만이 생명과 죽음에 대한 완전 지배권을 가지며,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인간의 지배가 생명을 죽이는 데까지 확대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만약 오늘 소생할 희망이 없는 환자라고 그를 죽인다면 이는 ‘쓸모없는’ 인간을 죽이는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② 뇌사자의 장기 이식에 대한 재고 : 뇌사 인정이 장기이식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이건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죽어가고 있는 사람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도 존중해야 하며, 인간의 생사 문제를 기능적인 면에서만 공리적으로 다루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③ 전통적인 윤리관에 입각한 비판 : 한국인의 전통적인 유교적 윤리 의식으로는 설사 뇌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었다고 하더라도 맥박이 아직 뛰고 있고, 따뜻한 체온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죽은 것과 죽어가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뇌사자가 몇 시간, 몇 주일밖에 더 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기간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국인은 임종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임종의 순간, 환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임종의 순간을 지켜보기 위하여 수만리에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찾아온다. 만일 뇌사자가 완전히 죽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에게 여생은 설사 짧은 기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생존 기간의 길고 짧음과 함부로 비교할 수 없다.

7. 장기이식을 위한 윤리적 기준과 조건  

장기이식이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사람에게 옮겨주는 것이기에 인간 육체의 구성 요소와 연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여러 면에서 정신과 육체가 함께 작용하는 합일체로서 파악되기 때문에 정서적이고도 영성인 요소와도 불가분의 관련을 갖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이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모양을 갖춘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장기이식에 있어서 윤리성의 가장 기본인 기준은 인격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인간성의 촉진이다. 즉 장기이식은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에 유익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생명에의 봉사’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에의 봉사는 무엇보다도 기증자와 수혜자 양측의 생명 자체에 한 ‘존중’으로 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넬슨(James Nelson)은 어떤 특정한 신체 기관을 이식하는 것이 합법인가의 여부를 단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첫째, 장기이식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다른 어떤 치료 방법도 효과이지 않고 오직 신체 기관의 이식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희망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신체 기관의 이식은 의학인 지식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한 실험일 뿐만 아니라 그 환자의 복지가 중요한 의도가 되어야 한다. 즉 의학의 발전도 합법인 목적이 되지만 그 환자의 건강 회복이 일차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은 실험 재료로 대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환자가 장기이식 수술 을 받을 때에는 그 수술의 성격과 거기에 수반되는 육체, 심리인 위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고, 그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 수술이 진행되도록 자유롭게 허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사표명은 자유롭게 취소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어떠한 강제적인 답의 요구도 있을 수 없다.

넷째, 무고한자(환자, 그 환자의 가족, 기증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환자와 가족의 의사결정을 돕는데 있어서, 의료 전문인들은 그 수술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결과 이상의 과장된 약속을 해 잘못된 희망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은 그 수술이 일상 치료 요법의 수단인지, 아니면 특수 치료 요법의 수단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며, 나아가 그러한 수술을 받는 것이 의무인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균형이라는 기준이다. 이것은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인데, 환자가 치료를 받는데 있어서 드는 비용보다 능가하는 유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신체 기관의 이식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수술을 통해 얻어질 결과와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사이에 어떤 균형이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적 기준들도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족을 잃고 슬픔과 괴로움에 싸여 있는 유가족에게 장기 제공을 요청하고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의사로서도 어려움이 있으며 어디까지가 윤리적인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Ⅲ. 결론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평범한 일이지만, 수십 년 또는 백여 년에 이르는 긴 세월을 살다가 그 인생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죽음이란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나님 앞에 심판을 받아 영원한 천국의 행복 또는 지옥벌이나 연옥의 고통스러운 단련 등의 갈림길로 이어지는 순간이며, 그리스도의 부활의 영광에 들어서는 길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최대한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뇌사와 장기이식’은 이런 인간의 생명 연장에 한 욕구에서 비롯된 하나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사와 장기이식’이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뇌가 완전히 파괴되어 다른 모든 장기의 기능 중지가 절박하고 불가피한 상태”인 새로운 죽음의 정의로서 ‘뇌사’는 그동안 죽음을 정의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었던 ‘심폐사’의 측면에서 보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숨을 쉬고,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사람의 뜨거운 ‘심장’을 떼 내면서도 “여기 이 사람은 이미 죽었다”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설사 임종의 순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의학적 설명이 지극히 과학적이고 전적으로 확실하다 할지라도, 아직 몸이 따뜻하고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을 - 그 상태가 설사 의학 기기들의 작동에 도움 받은 인위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 시체로 규정하는 일이 가지는 사회 문화적 의미는 엄청난 것이다.
  특히, 뇌사가 단순히 죽음의 정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오늘날 사회 논란이 된 이유는 그것이 ‘장기이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모 석사학위 논문 제언에 따르면 ‘뇌사와 장기이식’이 합법적이고 윤리 타당성을 지니고 올바로 선행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의 몇 가지 ‘생명 중심적’ 제언을 하였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그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근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뇌사와 장기이식은 인간 생명에의 봉사를 지향해야 한다.
  셋째, 지속인 생명존중의 문화를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인간 생명이 단지 생물학 기능만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생명 그 자체로서의 존엄성을 지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김상섭, 뇌사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고찰, 호남신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2. 김진모, 뇌사와 장기이식에 대한 윤리신학적 고찰, 광주가톨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3. 서인숙, ‘뇌사’에 관한 윤리적 고찰 –죽음의 판정 기준을 중심으로-, 공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6
4. 이태관, 뇌사와 장기이식의 윤리적 문제에 관한 연구, 동아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3

5. 주호노, 뇌사의 판정, 경희법학, Vol.42 No.1,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