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正史 5.18 ＜60＞제2부 장엄한 저항(30) 시위대, 공수포위망 뚫고 금남로로…

-60- 시위대, 공수포위망 뚫고 금남로로… 도청진입로 곳곳서 군·경과 대치 3·7·11여단 시내전역 압박작전 중학생도 울분 터뜨리며 "돌팔매질" 계엄공수 잔학한 행위에 놀란 노인들 "6·25때도 이런일은 없었다" 한탄 20일 오전7시20분께 사직공원 근처 사구 사2동 주전남양조장 공터에서 김행부씨 (36·광주시 서구 월산동 노동자)의 사체가 발견된다. 그는 안면이 짓이겨지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은 처참한 모습으로 버려진채 드러난다. 이 소식은 곧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19일 밤부터 내리던 비가 멈춘 오전10시께 대인시장 주변에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든다. 시민들은 너나없이 자기가 보고 들은 공수부대의 잔학행위를 주고받았고 나이 든 노인들은 [6·25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때 특전사령관 정호용은 국군보안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인 최애섭 준장과 함께 광주에 와서 장형태지사와 안병한 도경국장에게 [폭도의 총에 맞아 죽더라도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한다. 정호용, 광주 돌연 방문 시민들은 광주고등학교를 돌아 시민관 사거리로 진출한다. 그러나 금남로에 도착하기 전 장갑차를 앞세운 공수부대의 저지선과 맞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들은 금남로일대에 흩어져 산발적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다. 당시 공수 11여단과 7여단의 병력배치 현황은 다음과 같다. ▲11여단 △61대대=금남로2가 상업은행 좌우측 △62대대=충장로 광주우체국 근처 △63대대=금남로3가 광주은행 부근 ▲7여단 △33대대=계림동파출소 부근 △35대대=금남로4가 한일은행 부근 (이상 전교사 작전일지) 한편 19일까지 중앙여고 대동고 광주일고 등에서 고등학생들이 교내시위농성을 벌이는 등 가두시위에 합세할 기미를 보이자 광주시교위는 20일부터 시내 고등학교에 임시휴교조치를 내린다. 그러나 고등학생들은 부모와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학생들을 따라 거리로 쏟아져나온다. 수많은 시민들도 출근과 장사를 포기하고 시내로 몰려나왔다. 시내 상가의 3분의2가량이 철시했으며 거리의 시민들중엔 [내아들 내동생은 어떻게됐나]라며 신문사와 방송국 경찰서를 찾아다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고교생 가두시위 합세 이때문에 20일 오전 공수부대와 시민들사이에 일시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시민들의 숫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불어만 간다. 어느새 금남로를 중심으로 배치된 공수부대는 분에 넘치는 시민들에게 포위당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지속된 소강상태는 12시를 전후, 3여단 병력 1천백90명이 시내에 투입되면서 끝난다. 시민들은 증강된 공수부대를 피해 수백명단위로 집결,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다. [공수부대 물러가라.] [내자식을 살려내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대학생과 청년들뿐 아니라 고등학생과 가정주부, 장년층과 노인들까지도 함께 구호를 외친다. 이미 학생시위의 차원을 한참 벗어나고 있었으며 공수부대의 진압 또한 다시 시작된다. 20일 오후의 대격돌에 마침내 불이 붙은 것이다. 오후 1시20분께 상업은행앞, 계속해서 2시20분께 충장로와 도청앞에서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가 공수부대와 충돌한다. 공수부대, 통합작전 펴 시내에서 다소 벗어난 계림동에서는 2천여명의 시민들이 대형화분과 가드레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장갑차를 앞세운 63대대 병력과 대치하면서 투석전을 벌이다 밀려난다. 이시간 서방삼거리에서는 공수부대의 화염방사기가 불을 뿜어 시위대선두에 섰던 시민들이 까맣게 그을려 쓰러지는 장면이 목격되며 계림동 동문다리(계림극장옆) 근처에서는 중학생들로 구성된 어린 시위대도 나타나 공수부대에게 돌을 던지기도 한다. 중학생시위대 부분은 계엄사 상황일지에도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계림동 동문교일대에 중고생 2백여명이 집합, 가스탄을 발사하여 분산, 계림동 파출소 부근 차단중.] 중학생시위대는 동명동 부근에서도 나타나 하교하던 중학생 3백여명이 길거리에 늘어선 계엄군에게 돌을 던진다. 시위가 격화되자 오후3시께부터 3개여단 10개대대의 공수부대 병력이 총동원된 대대적인 진압작전이 전개된다.  당시의 병력배치현황은 다음과 같다. ▲3공수 △11대대=황금동 주번 △13대대=광주일고 △15대대=누문동 △16대대=광주역 로터리 ▲7공수 △33대대=계림동 파출소, 광주고 △35대대=한일은행 주변 ▲11공수 △61대대=도청 △62대대=광주우체국 주변 △63대대=대인동파출소 부근 (전교사 작전일지> 시민·학생 투석전 전개 그러나 각 대대는 각기 수천여명의 시위대와 대치했으며 공수부대가 이동하면 또 다른 군중들이 그 위치를 점령한다. 따라서 공수부대는 19일과는 달리 점과 선밖에 확보하지 못했으며 나머지공간은 모조리 시위대로 들끓는다. 이런 가운데 시내 각지의 시위대는 한걸음 한걸음 도청쪽으로 접근하고 있었으며 오후4시께엔 총 규모가 3만여명에 육박한다. 시민들은 더이상 맨손이 아니다. 각목 쇠파이프 돌 연탄집게 식칼 화염병 등 무기가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 들고 나오거나 어디서 구했는지 간간이 연막탄까지 터뜨린다. 이들은 시위군중이 어느정도 모이면 자연스럽게 연좌, 공수부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거나 공수부대가 돌격해오면 일단 밀려났다가 그들이 비워놓은 공간을 찾아 다시 모이곤 한다. 그리고 공수부대는 더이상 시위대를 추격할 수 없었다. 시민들이 공수부대를 포위공격할 수 있는 투쟁의지와 힘을 보유해갔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가진 시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시위에 합세한다. 그러자 각지에 분산배치된 공수부대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충장로의 62대대가 금남로로 이동, 61대대와 합동작전을 펴는 식으로 통합작전을 전개한다. 공수부대의 진압작전이 분산배치된 병력을 대대단위로 통합, 대규모의 시위대와 맞서는 수세적 대응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시위대에 음식 제공 도청으로 통하는 6개방면의 모든 도로에서 물밀듯 밀어닥치는 시위대의 대열앞에는 드럼통과 대형화분대 등이 굴려지고 있었다. 선두에 선 시민들은 맨주먹 혹은 쇠파이프와 식칼 등을 들고 [같이 죽자]고 외친다. 드디어 오후5시께, 도청분수대로 통하는 6개방향의 모든 도로에는 도청을 중심으로 이중삼중의 경찰저지선이 쳐지고 그 후방에는 군병력이 진주, 시위군중과 대치하는 형국이 된다. 광주시민들은 나흘간의 경험을 통해 투쟁의 목표와 방법을 하나하나 체득해가고 있는 것이다. 공수부대와 대치하던 중 모금을 해 앰프를 구입하기도 하고 도로부근의 상점이나 주택가에선 물통과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채워 밖에 내놓기 시작한다. 리어카와 자전거로 공사장 주변의 돌과 자갈을 실어나르는가 하면 얼굴과 코밑에 치약을 칠해 최루탄가스가 터져도 물러서지 않는다. 아주머니들과 요식업소 아가씨들은 물수건과 치약을 준비해 군중들 사이에서 나눠준다. 충장로·금남로 가게들에서 물론 음료수와 빵, 담배등을 시위군중에게 선물처럼 나눠주는 풍경이 속출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