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과 옵션시장의 차이점 인식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물시장과 개별종목을 사고 파는 현물시장이 다르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선물시장이 현물시장과 다른 것 이상으로 선물시장과 옵션 시장이 차별화된 시장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면 옵션시장은 선물시장 혹은 현물시장과는 별개의 제 3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1. 방향성과 변동성
선물이나 옵션을 파생상품(Derivatives) 라고 부른다. 기초자산인 현물(거래소는 KOSPI200지수, KOSDAQ시장은 KOSDAQ50지수를 이용)을 이용한 새로운 상품이란 의미이다. 그러나 ‘파생’이란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선물과 옵션은 기초자산인 KOSPI200지수나 KOSDAQ50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그런데, 선물은 기초자산의 방향성(추세)에만 배팅하는 반면, 옵션은 방향성은 물론 변동성(추세의 강도)에도 배팅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현물시장은 개별 주식의 상승 가능 성에만 배팅한다. 한편 선물시장은 기초자산의 상승 가능성과 하락 가능성 모두에 배팅하게 된다. 반면 옵션은 기초자산의 상승(하락) 가능성에 배팅하되, 강하게 상승(하락)하는가 아니면 약하게 상승(하락)하는가도 고려해야 한다. 즉,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이 방향성(상승 혹은 하락)만을 고려해도 되지만, 옵션시장은 방향성(추세) 뿐만 아니라 추세의 강도(변동성)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현물시장은 1차원적이고 선물시장은 2차원적이라면, 옵션시장은 3차원적인 시장이다.
2. 콜옵션 매도가 지수하락을 대비한 것은 아니다
간혹 ‘외국인 콜옵션 매도, 향후 지수 하락 가능성에 대비’란 제목의 기사를 보게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옵션 매매에 있어서 방향성과 함께 변동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편향된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선물을 매도하는 것은 분명히 향후 지수 하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옵션 매매에 있어서 콜옵션을 매도한다고 해서 콜옵션을 매도하고 있는 투자자가 향후 지수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옵션은 선물과는 달리 행사가격(Strike Price)이란 것이 있다. 옵션은 선물과는 달리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KOSPI200 지수가 100p일 경우 어떠한 투자자가 행사 가격이 90인 콜옵션을 매도하는 것과 행사가격이 110인 콜옵션을 매도하는 것은 같은 콜옵션 매도이지만 향후 장세에 대해 전혀 다른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행사가격이 90인 콜옵션을 매도하는 행위는 분명히 향후 지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행사가격이 110인 콜옵션을 매도하는 행위는 향후 지수가 오르더라도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거나, 또는 향후 지수의 상승하락 여부에 관계없이 오로지 미래의 일정시점(만기일)에 KOSPI200지수가 확실히 110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단순한 판단에 근거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수급요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중 의 하나인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분석은 옵션시장에서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실제 옵션거래에 있어서 옵션을 한방향으로 사고 파는 것 이외에도 여러 옵션을 함께 매매하는 전략매매의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투자주체별 순매수-순매도 여부는 장세 판단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없다.
3. 변동성과 행사가격
앞의 예에서 의미하는 바는 옵션을 매매함에 있어서는 지수의 상승하락보다는 오히려 지수가 어떠한 강도(변동성)로 움직이는가의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수가 아무리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만기일까지 110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행사가격이 110인 콜옵션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수의 상승속도 혹은 지수의 변동폭이 큰가작은가에 따라 같은 행사가격이라도 만기일에 내가격이 될 확률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옵션 매매에 있어서 지수의 방향성은 물론 추세의 강도(변동성)도 예상해야 한다. 이러한 변동성을 수치화해서 나타낸 것이 ‘역사적 변동성(Historical Volatility)’이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 등이다.
‘역사적 변동성’이라 함은 과거 일정기간 동안 지수의 등락이 어떠했는가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역사적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지수의 등락이 큰 것이기 때문에 외가격 옵션이 만기일에 내가격으로 전환될 확률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변동성은 말그대로 과거 지수의 경험적 움직임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래에도 지수가 과거와 동일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가 없는 한 역사적 변동성은 무의미할 수 있다.
‘내재변동성’은 실제 옵션 가격(Premium)에 ‘내재된’ 변동성이다. 내재되었다는 말은 옵션의 이론적인 가격을 구하는 공식에 옵션의 현재가격, 기초자산의 가격, 잔존일, 행사가격, 이자율 등을 대입하여 구했다는 말이다. 내재변동성이 높으면 그만큼 옵션의 가격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인데, 시장이 강하게 상승(하락)할 경우 만기일에 콜옵션(풋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옵션가격이 고평가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주식으로 얘기하면 현재가와 EPS에서 산출된 PER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실제 매매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수치로 나타나는 역사적 변동성과 내재변동성 뿐만이 아니라 현물시장이 강하게 추세를 갖고 움직일 경우에는 변동성 확대국면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 차원에서 보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외가격옵션이 내가격으로 전환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시간가치를 취하기 위한 외가격 옵션 매도 전략은 자제해야 한다. 반대로 시장이 별다른 요동 없이 일정한 박스권 흐름을 지속할 경우에는 변동성이 감소되는 국면으로 인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국면에서는 외가격 옵션을 중심으로 시간가치 감소(Time Decay) 가 급격히 나타나므로 외가격 옵션에 대한 투기적인 매수 전략 보다는 매도를 통해 시간가치를 취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즉, 옵션 매매에 있어서 추세의 판단과 함께 추세의 강도(변동성)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4. 선물과 옵션을 매매할 때는 다른 자세로 임하라
앞서 선물과 옵션의 다른 점을 설명하기 위해 옵션시장의 특징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였다. 선물시장은 ‘오른다’ 혹은 ‘내린다’를 판단하기 때문에 옵션시장에 비해 오히려 단순한 시장일 수 있다. 선물이란 상품이 옥수수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향후 옥수수 가격 하락에 대비한 헤지거래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선물시장이 방향성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헤지거래 이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거래의 경우에도 선물매매는 방향성을 고려한 전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Scalping, Day Trading, Position Trading 정도로 구분되는 선물투기전략은 구분의 기준이 포지션 보유기간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 방향성에 배팅한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 되지 않는다.
반면 옵션의 경우 기본적인 헤지거래 이외에도 단순히 지수의 상승하락을 노린 투기거래가 가능하다. 옵션의 가격 움직임은 선물이나 현물에 비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옵션을 이용한 방향성 매매는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고 할수 있다. 이외에도 옵션을 이용한 전략으로는 소위 Strangle, Ratio Spread, Back Spread 등 방향성 이외에 변동성을 이용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략들 이외에도 투자자 각자가 자신이 판단한 시장의 특징에 맞춰 독창적인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옵션시장을 선물이나 현물시장과 차별화시키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옵션을 매매할 경우에는 선물이나 현물매매에 나서던 감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을 분석하는 방법도 방향성과 변동성을 동시에 판단하는 차별화된 시각이 필요할것이다.
출처: How to understand the Derivatives Markets - 한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