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도(新侍島) 월영봉·대각산 산행
선유도 등 고군산 군도 섬 조망 환상적
2018. 4.28(토)
정확히 10년 만의 신시도 산행이다. 신시도 199봉-월영봉-대각산은 새만금방조제 및 무녀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의 섬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산행코스이다. 산 높이가 200m 미만이라 별로 어렵지도 않다. 산 능선을 계속 걷다보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게 섬 산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10년 전 만 해도 신시도는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한창이었을 때라 공사 주체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공사중인 방조제로 들어오거나 아니면 군산에서 여객선을 타야 했다. 그러나 이젠 새만금방조제 완공으로 자유롭게 차로 왕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18년 1월부터는 신시도에서 무녀대교-선유대교를 거쳐 무녀도-선유도-장자도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고군산군도의 주요 섬들이 ‘섬 아닌 섬’으로 바뀐 셈이다.
서울 신사동에서 7시 10분 출발, 무려 4시간이나 걸려 신시도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에는 3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데 봄 주말이라 행락차량이 엄청 많아 지체된 것 같다.
오늘 산행은 신시도 주차장-월영재-월영봉-몽돌해수욕장-대각산 정상-안골저수지-논갈림길 제방-월영재-199봉-신시도 주차장 코스로 여유있게 약 5시간 걸렸다.
주차장 바로 뒤로 월영재 오르는 길이 보인다. 직진하면 바로 월영재로 오르고, 입구에서 등산로 표시가 있는 좌측길로 가면 199봉을 먼저 오르게 된다. 199봉(199m)은 실제로 신시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일 뿐 아니라 조망도 가장 수려한 곳인데 월영재를 기준으로 월영봉과 대각산의 반대 쪽에 위치하고 있어 자칫 빼놓기가 쉽다. 고군산군도 전체 조망이 가장 아름다운 전망바위가 199봉 바로 아래에 있으므로 처음 신시도 산행을 하는 분들은 꼭 199봉을 들르기를 권한다. 전에는 신시도 주차장에서 가파른 수직 철제계단을 타고 올라야 해서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등산로가 완만하게 지그재그로 잘 정비되어 있어 비교적 어렵지않게 199봉을 오를 수 있다. 필자 일행은 먼저 월영봉-대각산을 오른 후 돌아오는 길에 199봉을 오르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약 0.56km, 10분 정도 아기자기한 숲길을 오르면 월영재에 이른다. 고갯마루에는 정자가 있어 잠시 숨을 돌리기에도 좋다. 직진하면 신시도마을 2.27km, 좌측은 199봉 코스로 0.48km, 우측은 월영봉-대각산 코스로 월영대까지 0.26km이다.
월영봉 오르는 코스 중간 중간에 전망바위들이 있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우측으로는 주차장 및 새만금방조제가 내려다 보이고, 좌측으로는 신시도마을 앞산과 대각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안개가 자욱하여 몽환적인 섬 분위기를 보여준다.
주차장 기준 0.82km, 월영재에서 약 20분 정도 오르면 월영대 및 월영봉에 이른다. 월영대에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고 최치원 선생 관련 전해오는 이야기를 소개한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월영대는 월영봉(198m, 월영산이라고도 부름) 정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통일신라 말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이 신시도에 머물면서 단을 쌓고 글을 읽어 그 소리가 중국에까지 들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유적이다. 글 읽는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는 건 있을 수 없겠지만 선생의 고매한 학식과 정신이 중국 대륙을 진동시켰음을 비유적으로 은유한 이야기라 하겠다. 신시도에는 최치원과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대각산(大覺山)은 최치원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하며, 최치원이 깊이 은둔했다는 심리(深里), 최치원이 글을 읽으며 새로움을 다졌다는 신치(新峙) 등이 그것이다.
월영대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대각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울창한 숲길이라 기분이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중간중간 좌우측으로 바다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대각산 및 신시도에서 무녀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이고 몽돌해수욕장도 눈에 들어온다. 도로 위 다리를 건너면 몽돌해수욕장이다. 숲길 옆 나뭇가지에는 ‘구불길’이라는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구불길’은 군산시의 둘레길 이름으로 총 9코스, 188.9km에 달한다. 이중 신시도길은 제 7길에 해당한다. 필자 일행이 지금 걷고 있는 산행 코스는 신시도 구불길 중 산능선으로 이어지는 메인 코스로 신시도 구불길 전체는 12.3km에 이른다.
12시 20분에 몽돌해수욕장 도착. 이곳에서 잠시 간식 및 음료수를 즐긴 후 대각산을 오른다.
대각산 오르는 길은 암릉이다. 죽순모양의 바위들이 칼날처럼 서 있다. 암릉길이 장관이다.
대각산 코스는 신시도 산행길 중 가장 험한 코스이다. 초반에는 완만한 비탈길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정상까지 칼날 모양의 날카로운 바위길이 이어진다. 로프 난간이 세워져 있지만 바위 자체가 날카로워서 실수하여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올라야 된다. 험하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오르면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중간중간 좌우로 아름다운 바다 전경이 피로를 잊게 한다. 좌측으로는 신시도 마을과 무녀도, 우측으로는 야미도가 해무 속에서 동화 같은 자태를 보여준다.
몽돌해수욕장으로부터 약 40분쯤 걸려 드디어 대각산 정상(187.2m) 도착. 3층으로 된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고군산군도 전체 바다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 신시도는 물론,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가 가까이 내려다보이고, 좌측으로 두리도, 비안도, 우측으로 말도, 명도, 방축도, 횡경도 등도 시야에 잡힌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약 45km 떨어져 있는데 유인도 16개, 무인도 47개 등 총 6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대표적인 섬들이 신시도, 무녀도 및 선유도 주변에 모여 있다. 날씨가 좋으면 특히 선유도 선유봉, 선유도해수욕장, 망주봉 등이 선명하게 보이는 데 오늘은 해무가 짙어 봉우리들만 살짝 보여줘 무척 아쉽다.
바다와 섬에 취하다 보니 세상 시름 다 잊혀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왜 섬을 그리워할까? 쉽게 가까이할 수 없는 곳, 그곳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 같은 꿈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대표적 원로시인이며 우리나라 섬중 1,000개 이상을 방문해 섬시인으로 불리워지는 이생진 시인은 왜 그렇게 섬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 저 산 너머 또 너머 저 멀리 모두들 행복이 있다 말하기에...'라는 독일의 시인 칼 붓세의 시를 들려주곤 한다. 이생진 시인은 섬을 낙원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은 '물위에 뜬 섬'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섬은 낙원일까? 저 바다 건너에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대각산 정상에서 바다 조망을 즐긴 후 1시 반경 하산을 시작한다. 높이가 낮아짐에 따라 바다 위 섬들이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아직도 해무가 서려있긴 하지만 선유도 망주봉과 선유봉, 대장도 대장봉 등이 제법 선명하게 잡힌다.
약 20분 쯤 내려가면 신시도마을과 무녀대교를 가장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바위를 만나고, 다시 1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신시도마을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신시도 마을, 우측은 한전 부지 및 은골저수지, 좌측은 안골저수지-논갈림길 제방-월영재 가는 길이다. 구불길 안내도에는 분명 우측에 한전부지 지나 은골저수지, 좌측에 안골저수지가 있는데 삼거리이정표에는 좌측으로 은골저수지를 표시해놓아 혼란스럽다.
삼거리에서 안골저수지와 들판을 지나고 논갈림길 제방을 건너면 다시 월영제 오르는 완만한 숲길을 만난다. 삼거리에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려 월영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0.48km 거리의 199봉에 오를 예정이다. 산길이 지그재그로 열려 있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완만한 비탈길을 약 18분 정도 오르면 드디어 199봉 전망바위. 199봉 정상은 바로 위에 있다. 전망바위에 서면 바로 아래 신시도를 비롯,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그림같이 다가온다. 10년 전에는 199봉-월영봉-대각산 순으로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와보니 그때 대표사진으로 간직하고 있는 전경이 바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함께 온 일행들도 199봉에 오르길 잘했다고 탄성을 지른다.
전망바위 바로 옆 199봉 정상에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신시도 주차장까지는 1.14km.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이곳 하산길에서는 특히 새만금방조제가 가장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배수관문, 새만금전망대는 물론, 멀리 부안 쪽 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공사 시작 19년 만에 2010년 4월 완공된 총 길이 33.9㎞의 새만금 방조제는 '바다 위의 만리장성'으로 불리우기도 하며,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수록됐다. 방조제는 전북 군산의 비응항에서 시작해 고군산군도의 야미도와 신시도를 지나 부안의 변산반도에 이른다.
새만금의 크기는 여의도의 무려 140배에 달하는 4만 ha(1억2,000만평, 토지조성 2만8,300ha ,담수호 1만1,800ha)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머지않아 이곳 새만금에 농업 및 생태 구역, 산업 및 관광·레저단지 등이 들어서면 우리나라 국토가 그만큼 늘어남은 물론, 고군산군도 전체가 더욱 발전된 관관·레저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다.
오후 4시경 원점 회귀로 주차장에 도착. 드디어 약 5시간의 여유로운 산행을 마쳤다. 무녀도,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등은 2017년에도 다녀오는 등 종종 오는 편인데 언제 와봐도 아름답다. 얼마나 멋진 섬이었으면 선조들이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의미의 ‘선유도(仙遊島)’라 이름붙였을까? 아무리 아름다운 섬이라도 섬 안에 들어가 있으면 섬의 제 모습이 잘 보이지않는다. 섬은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섬에 가면 가능한 한 산이나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본다. 이들 고군산군도 섬들을 한 눈데 내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199봉-월영봉-대각산으로 이어지는 신시도 산 능선이다.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이며 서울대 명예교수인 오세영 시인은 그의 시 '선유도'에서 고군산군도 섬과 바다를 다음과 같이 그렸다. (글,사진/임윤식)
멀리 보면 바다 같고
가까이선 호수같다.
물 위에 뜬 섬일까.
산 안에 든 물일까.
비 그치고
하늘의 무지개 땅에 걸리자
안개 속에서
해당화 꽃잎 져 물위에 찰랑대는
방축, 야미, 신시, 무녀...
열두 선녀 첨벙대는 맑은 물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