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운동 관점에서 본 특수교육보조원의 활용문제
정창교(국민일보 사회2부 기자, 사회복지사, 발달장애아동 아버지)
1.들어가며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처음으로 국고 27억5700만원을 지원해 전국에서 특수교육보조원 1000명을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2002년 10월 전국 장애아동 부모들과 통합교육을 지지하는 국민 6만5000여명이 장애아동의 통합교육 현장에 유급보조원을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한뒤 2개월만에 전국통합교육부모단체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부모단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장애학생의 교육권에 관심을 두고 있는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서울 구기동 발달장애자립센터의 부모모임회장 이정심씨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다. 자발적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이처럼 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부모모임의 경우 흔히 자조모임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정심회장 처럼 유급보조원 예산을 확보하기위해 기획예산처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던 '아줌마부대'의 등장은 한국의 통합교육의 역사를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1000명의 특수교육보조원들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관건인만큼 모두의 역량을 모아 통합교육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하는 시점이다.
2.통합교육 현장의 유급보조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최근 필자는 온라인 상에서 장애아동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아버지의 힘겨운 고민을 접했다. 부모가 풀기에는 버거운 과제로 보였다. 다음은 그분이 작성한 '통합교육과 보조교사제에 대한 질문'이다.
안녕하세요 올 3월에 일반초등학교에 입학한 정서장애아동의 부모입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글을 띄워 봅니다...
저희 아동은 95년생인데 이년 유예를 해서 올해 특수 학급이 있는 일반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착석도 잘되고 해서..(담임선생님도 그렇게 얘기 하셨고)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 담임선생님 말씀이 특수교사선생님한테 우리 애를 특수학급에 하루종일 데리고 있지않는다고 하시고, 보조교사 두는 것도 싫다, 그러시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다른 학부모들한테 들을라는듯이 불평하고, 너무 심하게 얘기하시길래 특수학급선생님이 그러면 자기가 우리애가 있는 교실에 가서 우리 애 옆에 있어 주겠다고 했는데도 그것도 싫다하시고...
통합교육의 취지나 의미를 전혀 모르는 분 같으니 저로서도 정말 답답합니다..
방법적인 면에서 조언을 좀 부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얘기인데 국민일보 정창교기자님이 쓴 책 좀 오래전에 잘읽었거든요.. 개인적으로 통화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필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부모님께서 살고 있는 지역의 장애아동 부모모임의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느 지역이신지요.
장애아동 엄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부모회 회장단이 학교를 방문하거나 지역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교 내에서 해결하는 방안은 특수교사와 통합학급 교사, 학년부장 교사가 모여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있겠으나 상황으로 보아 여의치 않은 것 같군요.
저희의 경우 교장실에서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열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처럼요.
통합교육 현장의 유급보조원은 학교사회에 등장한 선진제도이다. 부산의 학진초등학교 박병원선생님은 우리나라에 이런 선진 제도가 도입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그 믿어지지 않는 일을 부모들이 이룩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수교사도 유급보조원도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에 배치됐지만 통합학급 교사의 마인드 변화없이는 통합교육은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얼마 전에 국립특수교육원의 통합학급 교사들의 연수회 때 만난 선생님들이 이제는 누구라도 장애학생의 담임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보조원을 활용하겠다고 의견을 밝히던 선생님들의 모습이다.
한 때 특수학급은 학습부진아들을 위한 맞춤교육장소로 활용되기도 했고 소정의 교육을 받은 일반교사에 의해 운영되기도 했다. 지금의 특수학급은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중증 장애학생들도 일반학교로 입학하고 있는 추세이다.
통합학급 교사들이 장애아동에 대해 부담을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다.특히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보조원은 장애아동 부모가 동의하고 특수학급 교사가 동의하고 통합학급 교사도 동의했을 때 학교에 배치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장애아동 부모의 입장에서는 통합학급 교사와의 협력없이 일반학교에서 버틸 수 없다.버티지 못하면 특수학교로 가야한다. 필자는 수없이 이 같은 사례를 확인했다. 하루 종일 특수학급에만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장애아동끼리만 있기 위해 일반학교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을 대신해 장애학생들의 통합교육을 지지해주는 유급보조원이 환영받고 있는 이유도 현재의 학교시스템으로는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있을 것 자체가 방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고, 보조원의 일대일서비스를 받는 장애학생은 방치되지 않는다는 인식의 변화 덕분이다. 초등 1학년은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일반 아동들에게도 적응기간인 만큼 담임선생님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교실상황에서 보조원은 구원투수와도 같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선생님들의 마음이 열리면 보조원들은 일반학급에 들어가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제공하게 된다.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전문가인 특수교사를 만나 지혜를 모아보는 것이 일급 대처방안이 되겠다.
3.특수교육보조원 활용, 학내활동만 해야 하나.
특수교사들의 홈에 올라온 글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특수학급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교사입니다...(중략)
이번에 또 선생님들의 조언을 구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요
저희 반에 지체부자유 학생이 있어서 매일 어머니가 학교에 오셨는데
올해는 교육청 예산으로 특수교육보조원이 배치되거든요...
저희 교육청은 처음이라서 아직 보조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시행한지 조금 되었다는 소리를 들어서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것은 맞는데 수업과 업무의 어느 부분까지 참여시켜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수업이 끝난 후 오후 시간들도 그렇구요....있을 곳도 정해지지 않아서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해야 하는건지...
혹시 경험하신 분들 있으면 메일이나 답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의 답변이다.
자폐성 발달장애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2000년 하반기부터 4학년 1학기때부터 특수교육보조원을 활용한 부모입니다. 선생님들께 물었는데 부모가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지체부자유인 경우 보다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아동에게 보조원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 보조원을 처음으로 활용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신 만큼 장애학생들의 일반학급에서의 통합교육시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통합학급에서의 장애아동 교수활동은 특수교사가 아이의 수준에 맞는 개별화교육계획을 짜 담임교사와 협력해서 학습을 도와주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통합학급 교사가 보조원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할 경우 시간표를 짜 적극적으로 시간제 통합수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동의 장애정도와 요구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학습보조 외에도 또래아동들과의 상호관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와 함께 운동장수업이나 현장학습에도 보조원을 활용해 교육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용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파한 후에는 특수학급에서 개별교육을 받고 학교가 파한 뒤에는 치료교실을 가거나 피아노학원 등을 다니는 장애아동의 동선을 따라 안전하게 동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조원이 있을 곳이 적절한 곳이 없을 경우 녹색어머니회 등 평소에 활용되지 않는 공간을 써도 됩니다만 장애아동들에 대한 시간표를 짤 경우 대부분 교실에 가 있거나 운동장에 가 있거나 급식지도를 위해 식당에 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신경을 덜 써도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필요하다면 장애학생 부모들과 통합학급교사들의 요구를 파악하기위한 학교차원의 특수교육위원회를 적절한 시기에 소집해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에서 지난해 유급보조원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특수교사의 답글이다.
우리에게 아주 귀한 인력으로 보조원제가 시작되고 있는데 아직 정비할 것이 많습니다. 작년에 서울지역에서 시범운영해본 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인천, 경기와 보조원의 역할 범위가 좀 다릅니다)
지체장애학생에게 참 유용했습니다. 특히, 신변처리를 스스로 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부모의 교사의 부담을 덜고 아이의 교육권을 확보할 수 있지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시각장애도 있는 중복장애 학생과 지체장애 학생때문에 신청했었는데 이동보조와 용변, 식사 등 개인생활 보조는 학교환경 뿐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기본이 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보조원 신청절차가 부모와 통합학급교사의 요구에 의해 성립되고
보조원은 신청아동의 통합학급에 배치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일단 보조원이 배치되면 당연 통합학급 수업에서 학생을 보조합니다.
서울의 경우 보조원의 업무는 학교 울타리 내에서만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하교 후 학생의 개별적인 스케줄을 지원하는 것은 아직 보조원의 업무가 아닙니다.
물론 담임교사 책임하에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인 현장학습은 제외하고요. 이는 학교 밖에서 사고 발생시 책임에 대한 문제 때문입니다
보조원의 근무 장소는 수업시간에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으나 방과후 적당한 근무처가 없음이 현실입니다.
새 근무자가 왔으니 어느 정도 독립된 공간을 주어야 마땅하겠지만 대부분의 교육정책이 그렇듯 예산만 내려 보내고 그 외 제반 사항은 학교에서 알아서 해야 합니다. 때문에 현재 종일 근무하는 보조원의 근무형태는 보조원을 관리할 책임자인 특수교사에게 적잖은 부담입니다.
한 가지 더 특수교사로서 걱정되는 것은 보조원의 존재로 인해 통합학급에서 우리 아이들이 '섬'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특수교사 본인이 직접 통합수업에 지원을 들어가면 직접 담임교사와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보조원이 들어갈 경우 수업에 대한 피드백이 특수교사에게 전해지는 경로가 길어지고 늦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담임교사와 효율적인 협의방안을 찾아야 하겠지요.
현재 보조원제가 초기 단계이므로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어서 합리적으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애아동 부모입장에서 특수교사들의 활발한 논의를 기대하면서도 인천지역과 달리 서울지역의 경우 등하교지도나 방과후 복지관이 등에 가는 일을 보조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도조사 등을 통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일부 교장선생님들이 시도교육청에서 학교밖 활동지도를 요구하는 공문이 오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고시 안전공제에 대한 책임소재 때문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장애학생들의 학내외 활동시 나타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안전망을 갖추도록 부모들이 '장애아동 안전대책 요구운동'이라도 벌여야할 상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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