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들에게 미안하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4851산악회를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가을쯤에나 얼굴 비칠 수 있을 것 같네.
그렇다고 산에 안다닐 수도 없고, 일요일에는 않되니 평일에 짬내서 함백산, 지리산 다녀왔네.
몇 자 적어 올리니 야속하다고만 말고 위로도 해주시게
얼마만의 태백으로의 여행인지 모른다. 얼추 셈하여도 30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때만 하여도 대간을 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오늘 예정된 등산로를 다니는 사람을 보질 못하였다. 가는 길이 훨씬 편하여 졌다.
카지노가 개설되어서 인지 제천인근 고속도로에서 영월 쪽으로 연결되는 4차선도로가 새로이 생겼다.
차창 밖의 풍광은 낯설지가 않다 길 만 새로 생겼을 뿐 그다지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 멀리 옛길이 구불구불 보인다.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고 하여 새로 생긴 길을 달리며, 잘못된 인식인지는 몰라도 카지노에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니, 역시 파멸의 나락으로 이르는 길은 넓고 쉽구나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한다.
영월을 지나면서 길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산들을 보니 강원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해 준다.
어느덧 석포, 상동을 지나 고한에 이른다. 폐석 더미가 쌓여 있던 곳에는 카지노 관련 건물들이 시커먼 물이 흐르던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그 당시 이곳 국민학교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개울물을 까맣게 그리곤 하였었다.
오늘 산행구간은 백두대간의 한 구간으로 두문동고개(싸리재)-은대봉-중함백-함백산 정상-만항재-수리봉-화방재(어평재)로 이어지는 10km 가 넘는 구간이다.
해발고도는 시점과 종점이 1000미터가 넘으니 약 400~500미터 정도의 고도차를 오르내리는 능선길 산행이다. 예상 소요시간은 6시간 정도라 한다.
산행기점에 10시 20분쯤 도착하여 30분경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구름만 조금 끼었을 뿐 약간은 선선하기도 하여 산행에는 굿이다. 싸리재(두문동 고개)에서 금대봉 쪽으로 가는 사람들과 은대봉(함백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갈린다.
두문동재를 중심으로 야생화로 유명한 금대봉이 함백산 쪽으로는 은대봉이 자리 잡고 있다. 太白山과 마주하여 어평재를 가운데로 咸白山이 자리한다. 사람들은 단지 한 글자 차이인 태백산과 금대봉만 기억을 한다. 자연에서도 1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이 적용되는 건가?
완만한 능선 길을 오르다 보면 은대봉에 다다른다.
등산로를 따라 멧돼지들이 놀다간 흔적들이 쭉 이어진다.
산이 높아서인지 아직도 많은 잎들이 연두색이다. 숲 내음이 상큼하게 느껴진다.
이름 모를 야생화 무리들도 발길을 붙잡는다. 어쩔 수 없이 산행할 때마다 일어나는 어리석음을 또 반복하게 된다.
사진, 채취(나물이나 약초), 감상, 사색, 노동(?) 무엇인가 하나에 집중하여야 하는데, 대개는 그렇질 못한다.
특히 오늘같이 여러 유혹 요인이 많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은대봉을 오르니 금대봉과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 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산등성이를 타고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제 정신을 차린다.
오늘은 친구들을 생각하며(어제 입사 30주년 행사를 함) 다른 모든 것들은 마음에 담자하며 산행을 계속합니다.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경사면을 오르니 중함백이다.
바로 앞에 정상이 보인다. 천년을 살고 천년을 죽는다는 주목 군락도 보인다.
함박꽃이 아주 예쁘게 피어 있다. 벌소리가 요란한걸 보니 인근에 꽃이 많을 것 같은데 숲에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철쭉도 간간이 보인다.
하얀 꽃들이 많이 보여 자세히 보니 마가목 꽃이 한창이다. 스키장도 보인다.
정상의 시설물 진입로를 가로질러 정상에 다다른다. 많은 사람들이 와있다.
바로 옆에 까지 승용차가 올라오니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오늘 걸어온 길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태백산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날이 맑으면 동해바다가 훤히 보이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다.
높은 산이라 하여도 함백산처럼 온 사방 조망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30년 전에는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는 곳이었으나 군부대를 밑으로 내리고 정상부근을 말끔하게 정리를 해 놓았다.
해발 1573미터 표지석도 세워 놓았다.
만항으로 가는 길도 예전에는 차도를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멀리 만항재가 보이고 육상 국가대표 연습장도 보인다.
만항재로 가는 길에는 철쭉이 아직 한창이다. 동쪽으로 향하여 기온이 낮은 탓이 아닌가 한다.
어찌되었든 6월 중하순에 철쭉을 보다니.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쉬었다.
산행중 만난 사람들인데 마치 오랜 친구들 같다.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면서 말씨에 사투리가 느껴져 고향을 물으니 4명 중 3명이 바로 인접한 군 출신(고창,김제,부안)이다.
두 분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인데 1주일에 2번 정도 장거리 산행을 하신다 한다.
겉으로 뵙기에도 건강해 보인다.
술로 인해 건강에 이상 신호를 받고 15년 전부터 산을 타기 시작하였다 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같은 산악회를 다닌 적도 있었다.
이후로 서울에 올 때까지 4명이 함께 이동을 한다.
갈림길부터 만항재까지는 거의 평지인 숲길이 이어진다.
길은 폭신하고 울창하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거나 생각하며 걷기에 아주 좋았다.
만항재에는 야생화 축제를 하는 장소로 개발을 하여 수많은 야생화들을 심어 놓았다.
자그마하나 식당도 하나 들어서 있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아마 만항재에서 수리봉을 지나 어평제(화방제) 가는 길이 아닌가 한다.
이전에도 이길이 험하기는 하나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만항재에서 5분 정도 거리인 공사 중인 군부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맑은 공기와 향긋한 숲내음이 확 밀려온다.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린다.
양옆으로는 나물이 지천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잠깐 새에 한 웅큼 꺾을 수 있으리라.
한참을 숲 향기에 취해 있을 때 수리봉에 다다른다. 수리봉부터 화방재까지는 급경사가 계속된다. 중간에 만난 등산객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목적지에 다 왔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자동차 소음이 들린다.
도착시간이 3시 20분이니 5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중간에 점심 먹고, 야생화 구경에 경치 구경에 동작 빠른 이들은 나물도 뜯으면서 아주 여유로운 산행을 마쳤다. 오후 4시에 현지를 출발하여 8시쯤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바쁜 하루였지만 기분이 상쾌하다.
언제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녀와서 일까? 오는 길에 산악회장에게 일정을 물어 보았다. 8월경에 금대봉쪽으로 잡을 예정이라 한다. 또 오고 싶다. 끝.
(지리산)
지리산을 다녀오기 위해 지난 19일 서울을 출발하여 21일 돌아왔습니다.
태풍 예보도 있었지만 이미 잡아놓은 휴가 일정과 다행스럽게 태풍이 일본 본토 쪽으로 진로를 변경하였다는 예보로 출발합니다.
19일 야간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20일 새벽 구례구에 도착,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이동하여 노고단 대피소를 향하여 산행을 시작합니다.
작년에도 종주를 목적으로 출발하였지만 초반 오버페이스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는 모르나 코스를 변경하여 벽소령에서 하동 쪽으로 내려왔었다. 덕분에 이현상 루트를 걷게
되었는데 아주 좋은 산책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 빨치산들이 활개 치던 길과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 닦아놓은 작전도로를 한가로이 걷자니 묘한 기분도 들었었다.
금년에는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 연하천, 벽소령, 세석, 장터목, 천왕봉을 거쳐 다시 장터목, 백무동까지 종주를 계획하였다.
배낭을 꾸리다 보니 예년보다 큰 걸 준비하였는데도 내용물을 담을 수가 없었다.
그 얘기를 듣던 어느 분이 걱정이 많다 보니 짐이 많아 졌나 보다고 거둔다.
생각해 보니 의미있는 말이다. 단지 배낭을 꾸릴 때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걱정되어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인생 자체가 힘들어지는 이치와 맞아 떨어진다.
맑았던 하늘이 성삼재에 다다를 무렵 자욱한 안개와 함께 바닥이 젖을 정도로 안개비를
내린다. 이제는 발길을 돌릴 수도 없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정상을 향하여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고단 대피소에 이르러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밖에 나와 하늘을 보니 눈이 시리도록 맑은 달과 별들이 온 하늘에 가득하다.
적막한 이 밤에 홀로 걷는 나그네와 길동무라도 하듯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하늘
가득하다.
4시경 대피소를 나서서 달빛도 있으나 손전등을 켜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노고단 정상으로
향할수록 바람이 거세진다. 태풍이 일본 쪽으로 향한다지만 그 영향인 것 같다. 어찌되었든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돼지령을 지날 때쯤 랜턴이 소용없을 정도로 환해진다.
돼지령을 지나면서부터 수차례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묘한 냄새다. 달콤한 듯하면서도 상쾌하고, 진한 듯하면서도 은은하게 코끝을 스친다. 장마 끝에 나타나는 숲속 특유의 향이 아닐까, 아니면 어떤 나무나 풀에서 나는 향일까 좌우지간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향기로움은 하산길 장터목을 지나면서 까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임걸령샘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는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사이 등산객들이 하나 둘 나타나길 시작한다. 날이 밝아지면서 들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봄철이나 한 여름에 비해서 종류가 다양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으나 눈길을 붙잡기에는 충분하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넘자 둘이 걷기에 적당한 오솔길이 계속된다. 길옆 고목에는 이름
모를 새가 외부인을 경계함도 없이 하품(?)까지 하면서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삼도봉에 이르니 천왕봉과 연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아마 며칠 계속된 비와 바람으로 인하여 시계가 좋아진 탓이리라.
연하천 대피소에는 물이 많은 곳이다. 종주를 할 때마다 식수가 풍부하여 아침을 먹으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지리산은 흔히 어머니산이라 한다. 수많은 봉우리와 크고 작은 능선을 안고 있으면서도 장엄하거나 웅장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품어 주는 넉넉함 때문이리라.
아무리 큰 산이라도 요즘에는 턱밑까지 개발되어 자동차 소음이 들리곤 한다.
하지만 지리산 주능선에만 들어오면 바람소리, 물소리와 새소리 외에는 아무런 잡음이 안 들린다. 가끔가다 찾아오는 객들의 발소리마저 조심스럽게 만드는 적막함이다.
흔히들 무슨 맛으로 혼자 산에 가냐고 묻는다. 혼자서 길을 걸으면서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료하지는 않다. 볼 것과 들을 것이 지천이다.
그리고 종주의 경우 10시간에서 20시간을 걷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다 헤어지곤 한다.
지리산의 경우에는 대피소가 군데군데 있어 대개는 대피소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의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숙소가 같은 경우가 많아 함께 저녁을 먹게 되는데 제법 친숙한 상태가 된다.
방학을 시작해서 인지 학생들과 가족단위의 등산객이 많이 보인다.
이번 산행에서는 열차에서부터 동행한 청주에서 온 대학생 둘, 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라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대학교 1학년 아들과 동행한 아범은 연하천 대피소에서부터 수차례 만나는데 힘들어 하는
아들을 격려하면서 종주를 한다. 다만 다른 사람만 만나면 다정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정부 시책에 대한 과격한 불평 불만자로 변신을 한다.
나와 같이 나 홀로 산행을 하는 이는 나이는 제법 들어 보이는데 아직 솔로 같았다.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한다. 모든 이에게 말 걸기를 좋아하고, 밝은 웃음을 띠며 인사성도
아주 좋다. 세석에서 만난 두 아줌마는 초행에 무작정 종주길에 나섰다 한다.
세석까지 오는 길에 2박을 하였으니 무리한 일정은 아닌데 도저히 힘이 들어 내일 아침 하산을 하겠다 한다.
세석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주위가 소란스러워진다. 남양주에서 수련회를 온 중고등부 학생들이다. 백무동에서 올라오는 길이라 한다. 여러 차례 지리산에 왔지만 세석에서 자본 적은 없었다. 대개는 장터목에서 1박을 하고 일출을 보고 내려오곤 하였다.
세석에 예약은 하지만 걷다보면 장터목까지 가게 된다. 이번에는 세석을 숙소로 예약하였다. 역시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장터목 대피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장터목은 일출 보기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므로 왠지 분주하다. 옛날에 장터가 섰다는 이름값을 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세석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느긋하다. 성삼재에서 장터목까지 하루에 걷기가 무리인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천왕봉의 일출에는 별 관심이 없고 대개는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장터목에서는 대개 3시경이면 분주한데 이곳은 전혀 아니다. 조심스레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아침을 준비한다. 예상했던 대로 안개가 자욱하다.
전날 날씨가 더우면 대개 그 다음날은 덥혀진 지열로 수증기가 많이 올라오게 된다.
한참을 가다보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걷힌 틈으로 보이는 운해가 장관이다.
삼신봉에 오르니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동편이 붉게 물드는걸 보니 해가 오르는 모양이다. 저 멀리 산들이 마치 섬처럼 점점이 떠 보인다. 그 육중하고 거대한 산들이 가진 짐을 내려놓으니 저렇듯 가볍게 떠있을 수 있나 보다.
장터목을 지나 제석에 오르니 고사목이 운해를 배경으로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서 감상하는 동안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오늘 일출이 아주 좋았다며 흡족한 표정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제 세석에서 만났던 수련회에 온 아이들이 보인다.
몇 시에 출발하였느냐고 물었더니, 세석과 장터목 두 군데에 나뉘어 머물렀단다.
어제 세석에서 만난 아이들은 아니고, 장터목에서 잤던 아이들이 일출을 보고 내려온 것이다. 통천문을 지날 때쯤 안개가 몰아치며 주변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도 정상에 올라 드넓은 어머니산의 푸근함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길 비는 수밖에, 조금 전 지나친 수염이 멋들어진 할아버지와 수련회에온 학생들에게 멋진 일출을 보여 주셨으니 저에게도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하면서 천왕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천왕봉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바위를 타오르는 순간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마치 노고단 대피소에 다다르는 순간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방향도 구분 못하는 광경을 상상하기도 싫었는데 어찌 제 마음을 아시고 이렇듯 환하게 열어 주실까.
일출시간이 지나 인지 정상석 부근이 아주 한가하다.
여느 때 같으면 인증 샷을 위해 정상석 부근에 줄을 설 정도로 북적이는데,
일출이야 못 보면 어떠리. 지금껏 오를 때 마다 보아왔는데,
세석에서 자고 오르니 모든 것이 한가하고 새롭다.
정상에서의 이렇듯 한가하고 여유로움이 일출을 못 본 아쉬움보다 훨씬 크다.
기분만으로는 하루 종일 여기서 머물렀으면 하지만 또 가야할 길이 있으니 푸근함을 가슴
가득히 담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통천문을 지날때쯤 어제 같이 했던 일행 중 하나를 만난다. 참 희한한 일이다.
갑자기 몰아치는 안개를 보며 정상 부근은 어떻더냐면서 걱정스레 묻기에 정상 부근에는
안개가 없다고 말하면서 안개야 흘러가는 것이니 조금 기다려 보시라 하면서 헤어진다.
장터목에서 백무동 가는 길은 처음이다. 세석에서 백무동 가는 길은 한신계곡을 타고 가는 코스인데 비해 능선길이 계속된다. 아주 완만한 능선길이 소지봉까지 계속된다.
소지봉을 지나 참샘까지는 계단길이고 참샘을 지나자 계곡을 따라 편안한 길이 백무동 안내소까지 이어진다.
도착시간이 11시 10분. 서울가는 버스는 11시 30분이다.
쉬지않고 걷고 잠도 많이 자질 못해 피곤할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실컷 걷고, 실컷 보고, 땀도 많이 흘리며 힘도 들었지만 또 오고싶다.
첫댓글 왜 혼자 조용히 다니는 거여? 보고잡하 죽겄는디... 좋은산행 부럽습니다.
매년 지리산, 설악산에 한번씩은 꼭 다녀오고자고자 하였었는데,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올해 8월에 남원 실상사에서 삼정능선을 타고 지리산 삼각고지(연하천 산장 옆)에 다녀 올까 계획중이었는데, 마침 노고문의 지리산 산행기를 읽으면서 7월 30일(토)에 가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피아골도 다녀오고 싶고... 칠선계곡에도 다녀오고 싶고... 대원사 계곡도 다녀오고싶고... 조금더 부지런하게 생활하고 열심히 산에 다녀야 하겠군요... ^^
멋있습니다. 그래서 용서가 됩니다. 기왕이면 옆지기와 같이 하지 왜 혼자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