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조상신본풀이>의 신화적 성격과 역사적 의의
김 헌 선
<국문요약>
제주도에 세 가지 본풀이가 심방에 의해서 전승되는 사실은 뚜렷한 사실이다. 당신본풀이, 일반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 등이 그것이다.1) 이 세 가지 본풀이의 성격은 각기 다른데, 제주도 무속의 종합적 제전인 큰굿에서 모두 구연되며 큰굿의 본주집 형편에 따라서 조상신본풀이와 당신본풀이가 각기 다르게 구연된다. 따라서 큰굿을 정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이 세 가지 본풀이의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을 인지할 수 있다.
심방은 본주집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서 본주가 사는 지역의 본향당본을 특정한 제차에서 구연하고 이와 함께 시집을 오게 되었다면 친정과 시집의 조상본을 동시에 구연한다. 조상본은 굿하는 본주집의 특성을 지니므로 철저하게 혈연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당신본풀이는 지역성을 갖는다. 때로는 당신본풀이와 조상신본풀이가 서로 분간되지 않아서 조상신본풀이가 당신본풀이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현씨일월당본풀이〉와 같은 사례는 조상신본풀이가 당신본풀이로 발전한 적절한 사례이다.
이에 견주어 일반신본풀이는 혈연성이나 지역성을 갖지 않으며 인간 모두를 관장하는 천지만물의 천문과 인문 현상을 신격화한 것이므로 한정된 지역성이나 선택적 혈연성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예사 무당 모두가 아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신본풀이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구연하는 보편성을 갖기 때문에 제주도 고유의 요소가 아니라 우리나라 본풀이 전반적 요소와 흡사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일반신본풀이가 보편성을 지녔다고 하는 것은 모든 심방이 구연할 줄 알고, 예사 굿에서 반드시 구연해야 하고, 내용적으로 볼 때에 우리나라 본풀이와 구체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보편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선 이 논의에서는 하나의 유형을 상정하고 이를 다루었는데 그것이 곧 <광청아기본>과 <구슬할망본>이다. 이 두 가지 본풀이는 내용의 결말에서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공통점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제주도의 남성과 육지의 여성이 기본적인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설정은 제주도의 마을신의 내력을 말하는 당신본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제주도의 남성이 육지로 가서 그곳의 여성과 만나는 이야기가 근간을 이루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다. 달리 말하면 제주도에 전승되는 본풀이의 근본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사실은 이러한 이야기가 동아시아 지역에 전하고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역사적으로 아주 오랜 내력을 가지고 있는 것임이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두 가지 방증을 들어서 이 이야기의 분포와 역사성을 논의할 수 있었다. 하나는 <<宋高僧傳>>에 전하는 <善妙說話>이고, 다른 하나는 <<高麗史世系>>의 作帝建이야기이다. 같은 구조를 지닌 두 가지 이야기가 동아시아의 광포성을 지니고, 동시에 역사적인 내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간접적으로 <조상신본풀이>가 오래 되었음을 추론하는 근거가 되는 것임을 말한다.
주제어 :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 역사적 특징, 혈연조상, 가계조상
1. 머리말
제주도에는 <조상신본풀이>가 전승된다. 이 조상신본풀이는 특정 집안에서 전하는 특별한 본풀이로 주로 집안의 조상 가운데 각별하게 기억되는 조상을 기리는 본풀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조상 가운데 높은 벼슬을 했던 인물의 내력을 구연하거나 특별한 조상이 다른 조상인 이른 바 ‘태운 조상’을 섬겨지게 된 내력을 말하는 것이 이 본풀이의 주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상신본풀이는 혈연적인 조상의 뜻도 있으며 동시에 비혈연적인 인물인데 조상과 신앙적인 섬김의 대상이 되는 조상의 뜻도 가지고 있는 것이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의 의미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조상신본풀이는 역사적인 성격과 아울러서 신앙의 대상이 되므로 신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본풀이는 실제 사가집 굿에서 세 차례 구연된다. 초감제에 이어서 하는 석살림에서 연행하고, 불도맞이 뒤의 일월맞이의 형식으로 조상내력을 말하는 본풀이로 첨가되어 구연되고, 마지막으로 굿을 마무리하는 군웅맘판에서 구연한다. 처음에는 개요만을 말하고 본판에서 상세하게 이르고, 마지막으로 놀이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군웅본판에 이어서 조상신본풀이를 구연한다. 군웅본판은 원래의 조상을 의미하는데 흥미롭게도 원 조상은 고려의 건국신화인 <군웅본풀이>를 구연하는 것이어서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준거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라고 보인다. 각성바지로 되어 있는 조상신본풀이와는 다르게 원가닥에 해당하는 <군웅본풀이>를 제시하고 이어서 각자 집안에서 섬기는 조상신의 내력을 말하는 것이 이 본풀이의 제차이다.
이 본풀이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2) 현재 전하는 자료는 모두 30여편에 가까운데 노력하기 여하에 따라서 이 본풀이의 채록이 더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집안의 조상 내력을 숭앙하는 본풀이라는 점에서 외지인이나 가문동계인이 아니라면 거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본풀이는 좀체로 채록도 어렵고 접근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 귀한 본풀이인 점을 거듭 알게 된다. 그래서 자료 조사보고가 흔하지 않고 연구도 쉽지 않은 점을 인정할 수 있다.
현지 자료 조사 보고는 현용준, 진성기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 바 있다. 현용준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에서 조상신본풀이를 모두 15편 채록하고 보고하여 이 본풀이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업적을 이룩했다.3) 진성기는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이라는 저작에서 모두 11편의 조상신본풀이를 택해서 학계에 보고하고 있음이 확인된다.4) 김헌선선은 제주도의 큰심방인 이중춘과 양창보를 대상으로 해서 현지 조사를 하고 조상신본풀이 9편을 채록하여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다.5) 현재까지 조상신본풀이는 모두 35편 정도가 채록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이 본풀이의 존재 의의가 그 자체로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상신본풀이의 실상을 전하면서 이를 정의하는 연구가 있었는데 이것이 온전한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 연구의 의문과 문제제기를 도모하면서 후학들을 위한 연구 지침이 나왔다. 그것은 매우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 연구의 지침을 활용하여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연구를 위한 지침은 모두 여섯 가지로 제시되었다.6) 군웅본풀이의 정체, 일월조상의 실체, 일월조상의 의례적 속성, 일월조상의 원혼, 일월조상 가운데 뱀 여부, 특수한 직업을 지닌 일월조상 등의 문제를 말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는 연구의 출발점이기는 해도 도달점은 아니다.
조상신본풀이의 역사적 성격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적인 차원의 증명이 아주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것이 <조상신본풀이>의 전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조상신본풀이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이 확인된다.7) 이를 밝힌 것은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조상신본풀이의 역사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연 이것이 조상신본풀이의 본질적인 측면인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그렇지 않은 조상신본풀이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는 해명 방법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광청아기본>과 <구슬할망본>은 사실의 반영이기도 하면서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심층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연구 방법을 필요로 한다.
조상신본풀이의 논의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비전승으로 굳어져 있는 자료를 통괄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연구의 관점이 요구된다. 본고에서는 <광청아기본>과 <구슬할망본>의 서사단락에 내재한 구조적인 공통점을 말하면서 이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 본풀이는 여러 가지 본풀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여성이 주인공으로 되어 있는 요긴한 본풀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본풀이는 서사적인 유형이 다른 인접 자료와 겹치므로 이를 비교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자료 가운데 문헌전승으로 이루어진 자료와 구비전승으로 이루어진 자료를 대상으로 삼아서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자료의 내력과 전승의 방향을 새롭게 이해하고 이것이 사실 반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리라고 판단된다. 본고는 <조상신본풀이>의 사실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를 구비전승의 역사성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새롭게 하는 시론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 <조상신본풀이>의 의의와 유형
제주도에 세 가지 본풀이가 심방에 의해서 전승되는 사실은 뚜렷한 사실이다. 당신본풀이, 일반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 등이 그것이다.8) 이 세 가지 본풀이의 성격은 각기 다른데, 제주도 무속의 종합적 제전인 큰굿에서 모두 구연되며 큰굿의 본주집 형편에 따라서 조상신본풀이와 당신본풀이가 각기 다르게 구연된다. 따라서 큰굿을 정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이 세 가지 본풀이의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을 인지할 수 있다.
심방은 본주집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서 본주가 사는 지역의 본향당본을 특정한 제차에서 구연하고 이와 함께 시집을 오게 되었다면 친정과 시집의 조상본을 동시에 구연한다. 조상본은 굿하는 본주집의 신앙적 특성을 지니므로 철저하게 혈연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당신본풀이는 지역성을 갖는다. 때로는 당신본풀이와 조상신본풀이가 서로 분간되지 않아서 조상신본풀이가 당신본풀이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현씨일월당본풀이〉와 같은 사례는 조상신본풀이가 당신본풀이로 발전한 적절한 사례이다.
이에 견주어 일반신본풀이는 혈연성이나 지역성을 갖지 않으며 인간 모두를 관장하는 천지만물의 천문과 인문 현상을 신격화한 것이므로 한정된 지역성이나 선택적 혈연성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예사 무당 모두가 아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신본풀이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구연하는 보편성을 갖기 때문에 제주도 고유의 요소가 아니라 우리나라 본풀이 전반적 요소와 흡사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일반신본풀이가 보편성을 지녔다고 하는 것은 모든 심방이 구연할 줄 알고, 예사 굿에서 반드시 구연해야 하고, 내용적으로 볼 때에 우리나라 본풀이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보편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본풀이는 본풀이의 내용과 연행성격상 서로 일치하는 면모가 발견되고 있으며 한 틀 속에서 구연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서로 밀접한 영향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당신본풀이가 일반신본풀이에 간섭되기도 하고 조상신본풀이가 당신본풀이에 간섭되기도 한다. 세 가지 본풀이가 엇섞이면서 서사구조에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연행 단락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장차 크게 진척시켜야 할 연구 과제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세 가지 본풀이는 근본적으로 구연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로 하는 대목과 노래로 하는 대목을 번갈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산문과 율문이 섞여 있는 서사시적인 형식을 이룬다. 그래서 구비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구비서사시 가운데서도 신들에 관한 내력을 다루고 있으므로 신화적인 서사시라고 보아도 잘못이 아니다.
전적으로 신의 내력만을 말하는 서사시도 있고 이와는 다르게 신과 인간의 만남을 전제로 한 서사시도 있고 인간의 죽은 넋이 신으로 자리 잡게 되는 서사시도 있다. 신의 내력만을 중심으로 말하는 것은 일반신본풀이이고 신과 인간의 만남에 의해서 단골들이 떠받치는 것은 당신본풀이이고 인간의 죽은 넋을 만나거나 죽은 넋이 인간에게 작용하는 것은 조상신본풀이이다. 신화적 내용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의 면모가 구체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곧 제주도 본풀이의 구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단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신과 신앙민이 심방을 매개로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제의인 굿에서 구연되므로 이것은 살아 있는 신화이다. 문헌으로 정착된 죽은 신화가 아니고 제전에서 불려지고 신앙되는 살아 있는 신화이고, 동시에 어떻게 신으로 섬기게 되었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제전을 마련했는가 알려준다는 점에서 신화의 현장과 역사를 명시하는 것이 신화이다. 본풀이는 그러한 의미에서 신화의 역사이고 신화의 본질을 구성하는 구전 서사시이고 구비역사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신앙이 사라지고 신화의 껍질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곧 죽은 신화이다.
살아 있는 신화로서 본풀이는 대단히 소중하며 본풀이 연구도 마땅히 이러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세 가지 본풀이가 어느 정도 연구되어 왔으나 균등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서도 <조상신본풀이>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고 연구의 미개척 분야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조상신본풀이>에 대한 연구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해서 이 글이 마련된다.
조상신본풀이는 한 집안의 수호신으로 ‘태운조상’을 뜻한다. 혈족에 의해서 전승이 되지만 집안의 창시자인 조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문헌이나 구전으로 전하는 조상신화와 차이가 있다. 한 집안의 성씨 시조 신화에서는 어떻게 성씨나 가문의 시조가 되었는가 밝히지만, 조상신본풀이에서는 한 집안에서 섬기는 특정한 조상과 관련되는 넋이거나 신의 경우에 해당한다. 조상이기는 해도 조사의 구체적 인물과 원한을 가지고 죽은 인물의 혼신과 관련된다.
조상 가운데 구체적 인물과 관련이 있으므로 조상의 내력에 관련된 가문의 조상 역사에 해당한다. 구비로 전해지는 가문의 조상 역사에 해당한다. 동시에 집안에 섬기는 조상신의 내력을 밝히는 것이므로 신화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조상이 집안에 모셔지면서 구체적으로 장소와 제일을 차지하고 나아가서 심방에 의해서 받아들여지고 노래로 불려지기 때문에 구비율문의 서사시로 판단된다.
조상신본풀이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어떻게 해서 조상신으로 위함을 받는가의 신 좌정 경위에 따라서 일정한 유형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유형을 일단 선발해서 정리하기로 한다. 그것을 정리해서 유형화 하면 다음과 같다.9)
(가)남녀 이합 ? 애정담 유형 : 광청아기, 구슬할망
(나)강신 ? 원사 유형 : 양씨아미
(다)부군칠성 유형 : 나주기민창, 안판관 ? 고대정
(라)영감(도채비) 유형 : 영감본풀이
(가)는 조상신본풀이 가운데 흥미로운 서사구조를 갖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본토로 진상갔던 인물이 본토 처녀를 만나서 사연을 이루고, 그 여성이 제주도로 들어오거나 죽어서 제주도의 집안에서 모시는 것이 결말이다. 본토에서 들어온 여성이 재산을 일구거나 제주도 집안에 ‘신가물’을 일으켜서 신의 풍파를 잠재우고 집안의 평온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이 (가)의 내용이다.
공간적으로 제주도와 본토가 물의 배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제주도에서 벗어나서 본토의 처녀와 사연을 이루는 애정담이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남녀 이합에 의해서 애정담을 이루는 것이 곧 이 유형의 핵심 내용이다. 남성에 의해서 버림받은 원혼이 남성의 집안에 신의 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광청아기〉이고, 제주도 남성을 따라서 제주도로 와서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구슬할망〉이다. 핵심은 남녀가 만나는 것이고, 남녀의 이합에 따라서 후손에게 받들어지는 점이 귀착점이라 할 수 있다.
(나)유형은 신의 가물을 일으킨 조상이 억울하게 죽어서 집안의 섬김을 받는 것이다. 이른바 강신 체험을 하게 된 주인공이 이 현상에 반대해서 집안사람이 주인공을 죽게 하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집안의 풍파로 이어지고 그 결과 심방을 불러서 굿을 하자 마침내 집안이 평안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이 유형의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양씨아미본풀이〉와 같은 것이 (나)유형의 적절한 사례이다. 신가물이 있는 여동생을 굶기고, 개장국을 끓여서 덮어 씌워 죽게 한 것이 곧 〈양씨아미본풀이〉이다. 그래서 집안이 어지럽게 되고 그 결과 굿을 해서 누이동생의 원혼을 달래고 그에 따라서 조상으로 섬기게 했다고 하는 것이 결말이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조상으로 섬겨지는 전형적 사례이다.
(다)유형은 부군칠성의 유형이다. 특정한 인물이 구렁이 또는 뱀을 발견하고 ‘태운조상’으로 모시자, 집안이 크게 번창하고 벼슬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집안의 번창이 구렁이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생각은 조상신의 색다른 변모인데 본토에서 업을 모시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업의 신앙 역시 집안에서 대물림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다)유형의 구체적 사례는 〈나주기민창〉과 〈안판관?고대정〉의 본풀이에서 찾아질 수 있다. 〈나주기민창〉에서는 제주도의 인물이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주 기민창에 갔다가 무곡을 싣고 돌아오는 길에 여성을 만난다. 이 여성이 사라지고 배를 타고 오다가 배에 구멍이 나서 모두 빠져 죽게 되었는데 뱀이 또아리를 틀어 구멍을 막아서 살아나게 된다. 이 뱀이 곧 나주 기민창을 지키던 뱀이다. 안씨 선주가 부군칠성으로 모시고 기일을 지켜 섬기게 된다는 내용이다. 선주가 여럿이었으므로 각 집안에서 모두 모셨으나, 안씨 선주가 상단골이어서 집안의 조상으로 섬기게 되었다. 뱀이 사람으로 되었다가 다시금 뱀으로 되어서 조상으로 나타나는 특별한 변형이었다. 이것은 구렁이업과 인업의 복합 형태로 추정되나 칠성의 변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판관?고대정〉은 〈나주기민창〉보다 더욱 특별한 변형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동에서 들어온 안씨 삼형제가 한라산 구경을 하고서는 ‘이데기 마루’에 왔다가 정착지를 논의하고 서로 갈릴 일을 논의하고 ‘저늘’에 머물다가 귀 달린 뱀을 만나서 각기 태운 조상으로 삼으려다가 막내 동생에게 들어서 ‘저늘 배남마루’에 정착한다. 그러자 안씨는 큰 부자가 되고 벼슬을 한다. 안판관이 고씨 심방을 불러다가 굿을 하면서 하필이면 제주판관이냐고 벼슬 낮은 것을 불만을 제기한다. 그러자 조상이 고씨 심방의 안채포로 옮겨서 모셔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님을 만나서 음식 대접을 하게 된다. 그 스님은 부모님 묘소의 이장처를 용연으로 정하라고 말하여 그 다음부터 벼락부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벼슬이 쏟아져 들어오게 한 조상신이다.
이 유형의 핵심적 요소는 집안 조상으로 부군 칠정과 같은 뱀이나 구렁이가 등장하고 이 존재를 알아차린 윗대 조상이 잘 모셔서 집안이 크게 번창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조상으로 태운 것이라고 해도 불만을 제기하면 새로운 대상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안판관?고대정〉과 같은 본풀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부잣집에서 업구렁이가 나가면 삽시에 망한다고 하는 생각과 서로 상통하는 면모이다.
(라)영강(도채비) 유형은 서울서 태어난 일곱 아들 가운데 막내아들이 제주도에 와서 장녀나 ‘성널음’에 물맞으러 간 여인에게 해꼬지를 하는 영감참봉이다. 이 영감참봉은 주로 잡식성이어서 술과 음식을 즐기며 특히 여인네에게 잡어 들어서서 마음씨가 좋다고 같이 살자고 하는 영감참봉 조상이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영감참봉에게는 수수떡이나 범벅을 바치고 네 발 짐승의 열두 뼈, ‘횟간’, 더운 피 등을 좋아하기에 바치게 되며 ‘살강깃소리’를 좋아해서 소리를 하여 애간장을 녹이는 조상이다. 섬기면 부자가 되도록 어류나 패류를 몰아다 주고, 잘못 모시면 달라붙어서 병을 주고 해꼬지를 하는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조상신본풀이>에서 핵심적 요소는 본토와 제주도의 공간적 설정을 통해서 오고 가는 인물과 인물, 또는 인물과 생물 사이의 신 가물이나 조상가물을 다루고 있는 것이 기본적 특징이다. 제주도에서만 생기는 사연도 있으나 공간적 이동에 따른 사연이 훨씬 우세하게 되어 있으며 사람과 칠성이 조상신으로 받들어지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다.
(가)에서 (라)까지는 <조상신본풀이>의 유형이지만, 이 본풀이의 유형이 상호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지에서 들어와서 제주도에 거주하는 집안에게 부자가 되고 집안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가)의 남녀 결합에 의한 이동에 유형도 있고, (다)처럼 뱀이 사람으로 변해서 이동하는 유형도 있다. (가)와 (다)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주도 사람이 본토를 오고 가면서 생긴 사단의 전말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바이다. 그러나 외지에서 들어온 인물이 제주도에 있는 귀 달린 뱀을 모셔서 조상신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와 (다)의 공통점은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나)와 (다)도 서로 상통한다. (나)는 제주도에서 생기는 사단인데, (다)의 〈안판관?고대정〉본풀이와 일부의 내용이 서로 겹쳐진다. 제주도에 거처하는 사람의 죽은 혼이 신의 풍파를 일으키고 이와는 다르게 제주도의 뱀이 사람에게 발견되어서 조상으로 모셔지기 때문에 (나)와 (다)의 연결 고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와 (라)도 서로 상통하는 것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존재가 사람과 관계를 맺어서 조상으로 위함을 받는다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내용 설정을 이루고 있다.
(가)에서 (라)까지의 해당 유형을 검토하면 사람의 죽은 넋이 후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과 이와는 다르게 사람이 아닌 생명체가 집안의 풍흉과 관련되는 것으로 양대분 할 수 있다. (가)와 (나)는 그러한 유형 가운데 사람의 죽은 넋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다)와 (라)는 사람이 아닌 생명체로서 뱀이거나 도깨비라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것이다.
(가)와 (나)는 전형적인 무속의 조상 숭배 관념을 드러내는 유형이고, (다)와 (라)는 무속의 조상숭배와 일부 상통하면서도 사람과 넋의 관계가 아니고 사람과 생명체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애니미즘이나 物活論적 성격에 가까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Animism과 Amimatism 가운데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이 (다)와 (라)의 유형이다. (다)와 (라)는 본토의 업 신앙이나 도깨비 신앙과 상통한다.
이 네 가지 유형 가운데 제주도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구슬할망본풀이〉와 〈광청아기본풀이〉이다. 이 두 가지 본풀이는 서사적인 내용이 매우 흡사한 점이 발견되고 설화의 내용 자체가 여러 문헌이나 구비전승에서 지속적인 의의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하게 연구를 할 가치가 있는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이 본풀이가 어떠한 근거에서 논의가 가능한지 시론적인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조상신본풀이를 전반적으로 다루기에 앞서서 조상신본풀이의 성격을 다루는 시금석으로 이 유형을 선택하여 다루기로 한다. 이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개략적 고찰을 통해서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로 한다.
3.〈광청아기본풀이〉와 〈구슬할망본풀이〉의 신화적 성격
〈광청아기본풀이〉는 달리 〈송동지영감본풀이〉라고도 한다. 동김녕리 송씨 집안에 전승되는 것으로 송동지와 광처아기가 주인공이 되는 본풀이이다. 〈구슬할망본풀이〉는 조천면 신촌리 큰물머리 나주 김씨 집안에 전승하는 본풀이이다. 특정 집안에서 섬기고 있으므로 그 집안과 신의 성방과 단골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심방이라면 대체로 이 본풀이를 모두 구연하고 있다. 이 본풀이는 여러 심방에 의해서 구연되기 때문에 심방마다 조금은 차이가 있으나 미세한 차이일 따름이고 본질적인 내용은 일치한다.
이들 본풀이의 구체적 구연 방법은 심방이 요령을 ‘심아서’(잡아서) 구연하기도 하고, 그냥 예사말로도 하고, 소미들과 더불어서 수심방은 일어서서 구연하는데 말과 노래를 섞어가면서 하기도 한다. 그것이 이 본풀이의 기본적이고 일률적인 구연 방법을 말할 수 없다. 조상신본풀이는 이를 잘하는 인물인 ‘수심방’이 ‘소미’와 더불어서 심방이 일어나서 신칼과 요령을 잡고서 구연한다.
〈광청아기본풀이〉는 송씨 집안에서 전승되는 것이므로 제일에도 구연하지만 특히 큰굿을 송씨 집안에서 하게 된다면 반드시 구연해야 한다. 그래서 심방이 먼저 이 집안의 조상을 탐문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조상신본풀이>를 구연해야 한다. 〈광청아기본풀이〉의 서사적 내용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 동김녕 송칩 송동지 영감이 살다.
(2) 송동지 영감이 섣달 그믐이 되면 사또의 명으로 서울 진상가다.
(3) 진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광청 고을 허정승 집에 하루 머물다.
(4) 잠을 잘 수 없어서 불빛이 있는 방에 가자 예쁜 아가씨가 머리 풀고 생각에 잠 기다.
(5) 둘이 눈이 마주치자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방에 술상이 차려 있었다.
(6) 송동지와 아가씨는 술을 마시고 옷을 바꿔 입는 새색시놀이(각시놀음)을 하고 합방하다.
(7) 송동지가 아침이 되자 그곳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다.
(8) 영암 덕진 다리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올라 왔다.
(9) 다음 해에도 송동지가 진상품을 바치고 허정승 댁으로 와서 유숙하다.
(10) 아가씨 방을 찾아 가니 아가씨가 딴판으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11) 아가씨가 제주도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했으나 뿌리치고 송동지가 나왔다.
(12) 송동지가 영암의 배진 고달포에서 배를 잡아타고 떠나자 아가씨가 배에 오르 려고 했다.
(13) 이물 사공이 발판을 당겨서 처녀 아가씨가 물에 빠져 죽었다.
(14) 송동지가 동김녕 포구로 들어오게 되는데, 송동지 영감 막내딸이 흐트러진 자 세로 바닷물에 뛰어 들려고 해서 가로막았다.
(15) 막내딸은 자신이 광청고을 광청아기라고 해서 광청아기 혼령이 막내딸에 실렸 음을 알게 된다.
(16) 송동지는 심방을 불러다가 초혼을 하고 셋째 아들을 양자 삼아서 큰 굿을 하 다.
(17) 송동지는 부자가 되고 셋째 아들은 무과에 급제했다.
(18) 동김녕 송씨 집안으로 줄이 뻗어 오고, 고방에 모시고, 명절, 식개, 철갈이에 위한다.10)
〈광청아기본풀이〉에서 핵심적 내용은 동김녕 송칩 송동지 영감이 섣달 그믐에 서울로 진상을 가던 와중에서 벌어진다. 육지와 섬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에 제주도를 벗어나서 서울에 진상을 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바로 진상이라는 제도 속에서 송동지 영감은 자신의 고장을 떠나서 서울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진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룻밤 광청고을 허정승 집에 들어서 가연을 이루게 된다.
진상의 구체적 품목은 두 가지 종류여서 산에서 나는 ‘초기(憔棋) 헤강(海角)오로는 우미(天葦), 전각(靑角), 메역, 펜포 진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제주도의 특산물이 되는 지는 좀 더 탐구해야 하겠으나 산과 바다로 되어 있는 제주도의 특산물 진상에 송동지 영감이 동원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광청고을 허정승 댁은 구체적으로 확인 할 길이 없다. 진상을 다녀왔다는 사실과 광청고을 허정승 택에 있었다는 사실은 서로 어긋나게 되는 것으로 이 두가지가 이 본풀이의 특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조상본풀이가 역사이면서 신화인 것이 이 때문이다.
송동지영감과 고아청아기가 만나서 만단 정화를 푸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면모이다. 둘이서 특정한 놀이를 했다고 했는데 이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하게 ?瞞年鳴? 금마답에 나오라 동서(東西)레레 ?방(四方)을 두리두리 바레여보니, 이상하게도 문밧(門外) ?랑깐에 희마? 불빗이 비추와 송동지 영감이 발자국을 죽여 가며 숨절소릴 ?추와 가며 문?에 ??(次次) 몸을 부쩌 ?랑방을 바레여 보니 어여뿐 아기씨가 총각머리 풀어 놓고 멋을 ?瞞? 셍각?는 듯 마주 창문 밧(窓門外)를 내다보아(829면)
(2)송동지 영감 어찌 ? 수 엇어 ?음이 중천(重天)?고 가심(胸)이 뛰여 온몸을 달달 털멍 가단 몸을 돌려 아기씨 방안으로 들어가 몸을 주츠려 ?瞞年醮? 아기씨가 말을 ?덱(829면)
(3)나는 허정승(許政丞)의 ?님으로 총각머리 등에 진처녀(處女) 이건만 광청?을 안 궁녜(宮女)의 몸으릅써 장?(將次) 부모의 멩영(命今)대로 혼연(婚姻) ?여사 ?몸이고, 용?난 이 앞으로 혼여을 ?젱호민 나가 그 헹동(行動)을 ?번 흐고 싶으오니, 서로 반데(反對)로 나의 입성(입성)은 영감이 입곡 영감의 입성은 나가 입엉 놈도 자는 야밤에 단둘이서 이날이 새도록이라도 새각씨놀이 ?기가 어찌?오리까?(830면)
세 가지 요소는 송동지와 광청아기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첫 번째 인용문에서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만남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룻밤의 인연을 맺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옛날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는 명혼설화적 인연에 가까운 장면으로 이해된다.11) 두 번째 인용문은 총각머리를 풀고 있는 아기씨를 바라보는 송동지의 정서적 긴장감을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인용문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본디 정인도 아니었던 송동지와 광청아기가 옷을 바꿔 입는 새각씨 놀이를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룻밤을 합궁하고 지낸 일은 더욱 의아하다.
세 가지 인용문을 연결시켜서 보면 광청아기가 송동지에게 나타나서 결국 자신의 원한을 풀이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본래 광청아기가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고 죽음을 맞이한 뒤에 총각머리를 풀고 적절한 대상을 찾다가 송동지 영감을 만나서 자신의 신세타령을 하고 하룻밤 인연을 맺는 것이라고 보아야 이 대목이 이해된다. 광청아기의 해한 과정을 매개한 인물이 곧 송동지 영감이다.
만단정화를 이룬 송동지와 광청아기는 이별한다. 송동지가 ‘영암 덕진?리 베진고달또 포구’에서 제주도로 왔다가 다시금 이차 진상에 참여한다. 광청고을의 허정승 집에 갔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광청아기를 만나게 된다. 광청아기씨에게 중대한 변화가 있어서 이미 잉태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앞의 인용문에 있었던 것과 배치되는 면모이다. 다른 곳으로 시집간다던 인물이 이 대목에서 잉태를 하고 제주도로 가겠다는 설정 자체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제주도 사람과 육지 사람이 오가지 못하던 시절이라서 광청아기가 송동지를 따라나서겠다는 사실도 이상하게 되어 있다.
광청아기가 송동지를 따라나서서 ‘영암 덕진?리 베진고달또’에 와서 송동지 영감의 배를 따라오다가 ‘발판?리’를 거두어서 결국 물에 빠져 죽게 된다. 그러한 현상이 곧 송동지의 눈에 ‘편식하듯이’ 보이게 된다. 이것은 실제로 광청아기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와서 물에 빠져 죽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달리 보면 그러한 몸을 하고 죽은 광청아기의 넋이 그렇게 송동지의 눈에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 송동지도 그 점에 대해서 눈에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송동지가 제주도로 돌아와서 동김녕 포구에 배를 매자, 송동지 영감 ‘말?q?아기’가 난데없이 물에 빠져서 죽으려고 한다. 송동지가 아기씨 허리를 붙잡게 되니 그에 대한 말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나는 광청?을 광청아기 궁녜(宮女)로다. 시녜(侍女)로다. 이어야 뒤야 살강깃소리 진바당 진소리로 어서 놀자”
광청아기 혼령이 송동지 영감 말잿?아기(侍女)에 이탁(依託 )이 뒈여, 그제야 송동지 영감이 내 잘못을 알고
“청춘의 원?(怨恨)이나 풀어주저, 신의 정방(政房)불르라”
신의 성방불르라, 요왕국(龍王國)으로 광청아기 초혼(初魂), 이혼(二魂), 삼혼(三魂) 건져, 송동지 영감 ?쳇?아? 세명 올려 축지방(祝紙榜 )?고 아기씨 ?친 간장 서린 간장 원성 귀제 맞이 올려 신전국태추태로 일천간장(일천간장) 풀렸더니 송동지 영감덱이 삽시예 거부(거부) 뒈고, (833면)
송동지의 막내딸 아기에게 광청아기의 혼령이 실려서 이른바 신이 내린 것이다. 살강깃소리와 진바당 긴소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되는 현상이다. 살강깃소리는 이른바 닻감는 소리와 노젓는 소리이다. 이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그리운 정인을 따라서 광청고을에서 제주도로 따라오고 싶어 하던 여인의 간절한 심정을 담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광청아기 혼령이 막내딸에게 실려서 넋두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신의 부리나 말명의 부리가 아닌 집안에서 딸에게 혼령이 실린 것은 참으로 특별한 일처럼 간주되었으므로 이에 관한 송동지 영감의 한풀이 굿을 하게 된다.
신의 성방인 심방을 불러서 송동지 영감이 청춘의 원한을 푸는 굿을 한다. 요왕에 가서 넋건지기 굿을 하고 셋째 아들을 양자로 삼아서 ‘원성귀제맞이’를 하자 그 과정의 굿에서 들리는 연물 소리인 ‘신전국태추태’를 일천간장을 풀어준다. 굿하는 과정을 순서 있게 갖추어서 전개하자, 이어서 마침내 송동지는 삽시에 거부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결말이다. 송씨 집안에 줄기와 가지가 뻗어서 벼슬도 하고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귀결인 셈이다.
송동지와 광청아기의 만남과 헤어짐은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예의 발견되는 신비체험 그 자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광청아기와 두 번 만남은 새각씨 놀이라고 했다. 새각씨 놀이에서 온전한 사랑을 성취하지 못한 광청아기의 욕망이 제시된다. 자신이 정한 정인과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정인과의 하룻밤만이 아니라 정인의 아이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정인을 따라서 제주도로 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루지도 못했으니 광청아기가 눈에 ‘편식’이 되어서 나타나는 셈이다.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그 과정이 송동지의 꿈에 보이듯이 나타났다.
그런데 원한을 품고 광청아기가 죽었음으로 그 죽은 아기씨의 원혼을 위해서 두 가지 신가물이 필요했다. 송동지의 막내딸이 신에 씌워서 광청아기의 넋두리가 요구되었고 광청아기가 후사를 잇지 못하고 죽었으므로 후사를 이을 수 있는 자식이 필요했다. 두 가지가 충족되자 이른바 넋건지기굿과 원성귀제맞이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이 충족되어서 결국은 송동지 영감의 자손이 벼슬도 하고 부자도 되었다고 하는 것이 결말이다. 원한을 풀어주자 삽시에 집안이 번성했다고 하는 설정은 다른 설화나 본풀이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바이다.
〈광청아기본풀이〉는 집안에서 섬기는 조상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어떻게 신이 집안의 조상과 연결되었는가 밝혀주는 본풀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한 삶을 가졌던 여성이 조상과 만나고, 그 조상이 원한을 풀어주게 되자 마침내 조상신으로 섬겨지게 되는 과정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광청아기본풀이〉에는 명혼설화나 명혼소설에서 발견되는 전통이 뚜렷하게 계승되고 있다.
〈구슬할망본풀이〉는 〈광청아기본풀이〉와 매우 흡사하게 전개된다. 이 본풀이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1) 신촌 큰물 머리에 김사공이 제주목에서 올리는 특산물을 서울에 진상하다.
(2) 김사공이 진상을 마치고 서대만 밖 적적한 곳을 지나다가 밤이 깊어서 민가를 찾다가 울음소리를 듣다.
(3) 김사공이 찾아가니 논두렁에 처녀가 울고 있었다.
(4) 김사공은 처녀가 서대문 밖 허정승의 딸이나 눈밖에 나서 버려진 아이임을 안다.
(5) 허정승 따님 아기가 자신을 제주도로 데려가 살라고 하자 도포자락에 숨겨서 데려 온다.
(6) 숨겨 살다가 딸 아이가 열여덟이 되어서 남쪽 창문을 열고 ‘밧 몰리는 것’과 ‘숨비 소리’를 듣게 된다.
(7) 김사공이 해녀 연장을 차려주자 허정승 따님 애기는 솜비질을 해서 전복속의 진주를 잡는다.
(8) 김사공은 부자가 되고 허정승 따님 아기와 백년 가약을 맺다.
(9) 허정승 따님 아기가 진주를 얻어서 서울 임금님께 진상하게 된다.
(10) 임금님은 칭찬하고 허정승 따님 아기에게는 구슬을, 김사공에게는 김동지 벼 슬을 내린다. 이렇게 해서 허정승 따님 애기는 구슬할망이라 불리게 된다.
(11) 김동지 영감과 구슬할망은 딸만 아홉을 둔다.
(12) 구슬할망은 딸 아홉을 앉혀 놓고 딸 아홉에 줄이 뻗었으므로 삼명일 기제사에
고팡으로 상을 바치고 큰 굿에 열두 석, 작은 굿에 여섯 석, 앉은 굿에 세 석씩 풍 악으로 간장을 풀어 달라고 부탁한다.
(13) 딸 자손이 위하게 된다.
〈구슬할망본풀이〉는 〈광청아기본풀이〉와 구조적으로 크게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만남이 비슷하고 육지와 제주도의 설정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남성과 여성이 제주도로 와서 정착하고 육지 여성이 노력해서 자력으로 크게 성공하여 벼슬을 받고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결말이다. 특히 딸을 아홉을 두어서 그 딸의 신줄을 받아서 큰굿, 작은굿, 앉은굿 등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통점의 이면에 차이점 역시 뚜렷하게 발견된다. 남녀가 만나는 과정에서 그러한 사실이 발견된다. 남성이 서울의 서대문 밖에서 여성을 만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성이 집안으로부터 버림을 받아서 울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도의 김사공에게 발견될 수 있었다. 당신본풀이에서 부모님에게 버림받아서 제주도에 입도하는 이야기의 소박한 면모가 여기에서 나타난다. 남성이 제주도에서 올라가서 버림받은 여성을 발견하는 설정이 남다를 따름이다.
김사공의 도포자락에 여성을 숨겨서 데려온다는 것은 육지와 제주도의 설정을 넘어서기 위한 장치이다. 김사공이 여성 주인공을 데려다가 관원의 처벌이 두려워서 다락방에 둔 것을 당시의 실태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성이 다락에 숨어서 여러 가지 제주도적인 상황에 눈을 뜬다. ‘밧볼리는 것’과 ‘숨비소리’를 듣는 것은 장차 그러한 일에 종사할 수 있는 사정을 예고한다.
사실적 측면에 치우쳐서 김사공과 허정승 따님애기가 결연하는 것도 〈구슬할망본풀이〉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일한 설정 속에서도 비극적인 결말보다도 남녀의 혼인이 이루어져서 행복한 결말에 의한 자손의 번창과 집안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광청아기본풀이〉와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요소이다.
〈구슬할망본풀이〉는 〈광청아기본풀이〉처럼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맞이의 형식을 택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광청아기본풀이>는 맞이의 형식을 택하고 있으므로 요긴하나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앞에서 간략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구슬할망본풀이〉만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밤에 울고 있는 처녀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신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맞이 과정에서 앞머리에 등장하는 일은 신의 소명에 있다. 신의 소리를 듣고서 사람이 감응하는 것은 고대신화나 맞이 의례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바이다. 이 세상에 나타난 버림받은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맞이할 노래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맞이 노래는 있지 않다. 대신에 〈광청아기본풀이〉에서는 신맞이 노래로 ‘살강깃소리’와 ‘진바당진소리’가 요구되었다. 바다에서 죽었으므로 죽은 넋을 건지는데, 이 소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존재의 발견에 이어서 신을 맞이하여 모시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나타난다. 김사공이 허정승 따님아기르 도포에 감추어서 오는 것도 흥미롭게 맞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본토와 제주도의 격차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단순히 바라볼 일은 아니다. 해석의 여지는 신의 길을 바르게 해서 신을 모셔오는 맞이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리라고 판단된다. 고대신화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신을 모셔가는 전례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맞이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허정승 따님아기가 다락에 모셔진 것도 맞이굿의 색다른 절차이다. ‘유다락’에 모셔진 제석항아리나 제석 바가지의 전통을 생각하면 이러한 좌정 경위가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다. 가신 신앙의 전통에 입각해서 본다면 좌정한 신을 한 곳에 모셔놓고 그 신을 위하는 절차가 긴요하게 대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또한 허정승 따님아기를 일깨우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밧볼리는 소리’와 ‘솜비질소리’이다. 신맞이 과정에서 신맞이 노래가 없이 자신의 정체만을 드러내 놓는 과정과 이것과 곧 바로 이어져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서 대응되도록 했다. 그러한 점에서 허정승 따님아기는 두 차례에 걸친 출현과 좌정의 대응 양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허정승 따님아기와 김동지의 결연 과정도 신들의 혼인이라는 전통 속에서 재해석 될 여지가 있다. 허정승 따님아기가 집안에 커다란 생명력을 거듭 잉태시키고 제공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조개 속에 갇힌 진주를 캐는 것과 집안에 아홉 딸을 둔 것을 신맞이의 결과에서 생산되는 당연한 귀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조개 속의 진주라고 하는 설정은 다산성과 풍요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장소로 이동시켜서 좌정하고 그 신을 새롭게 초청해서 후손이 이어졌다고 하는 설정은 신맞이의 전형적 형식이라고 이해된다. 맞이굿의 전통과 견주어서 〈구슬할망본풀이〉는 구조적으로 일치하고 고대신화와 궤를 같이 하는 전형적 사례가 〈구슬할망본풀이〉이다. 맞이굿과 같은 형식은 신화적 특성을 해명할 수 있는 요긴한 사례인데 이러한 전통이 재발견 될 수 있는 것이 곧 조상신본풀이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광청아기본풀이〉와 〈구슬할망본풀이〉를 구조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논의를 하도록 한다. 공통적 서사단락을 추출해서 제시하여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가) 남자가 서울에 진상간다.
(나) 혼자 있는 여성을 만난다.
(다) 둘이 관계 맺는다.
(다)1 하룻밥 가연 맺다.
(다)2 여성을 데리고 제주로 온다.
(라) 둘의 관계가 발전한다.
(라)1 다음해에 다시 만나다.
(라)2 제주도에 와서 함께 살다.
(마) 여성이 특별한 일을 한다.
(마)1 아가씨가 물에 빠져 죽다.
(마)2 아가씨가 엄청난 진주를 얻다.
(바) 남녀 관계에 변화가 생기다.
(바)1 남자의 딸이 아가씨의 넋에 실리다.
(바)2 남자와 여자가 혼인하다.
(사) 조상으로 자리 잡게 되다.
(사)1 굿을 하자 집안이 부유하게 되다. 무과 급제하다.
(사)2 서울 진상 결과 남성과 여성이 일정한 지위를 얻고 아홉 딸을
낳게 되다.
(아) 조상으로 위함을 받다.
(아)1 고팡에서 제일, 식게 등에 모셔지다.
(아)2 여성 딸의 전개로 인해 고팡에서 제사 지내지다.
(가)는 공간 이동에 따른 특별한 체험을 말한다. (나)는 남녀의 만남을 전제한다. 특정한 존재의 발견과 이에 따른 신이한 체험이 부가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만남을 서사적으로 남녀의 만남과 같은 방식으로 바꾸어 놓는다고 하겠다. (다)에서 결정적 차이가 생겼다. 한쪽에서는 사연을 이루고 그곳에다 두고 왔다면 다른 쪽에서 사연을 이루지 않고 곧 바로 여성을 맞이해 온 것이다.
(다)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신을 맞이했으나 신을 곱게 모시지 못하고 신의 원한에 사무쳐서 들린 상태가 있는가하면 신을 곱게 모셔서 신의 좌정처를 정해서 옮기는 경우로 나뉜다. (라)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라)에서는 들린 상태의 지속적 관계가 거듭 확인되고 (라)에서 신을 모시고 사는 과정이 제시된다. (라)1과 (라)2는 결정적으로 갈라진다.
바다를 배경으로 해서 (마)1에서 빠져 죽게 되고 (마)2에서는 엄청난 진주를 얻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망해서 넋을 건져야만 또 다른 들린 상태를 예방해야 하고, (마)2에서는 신의 권능과 위력이 삽시간에 드러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바)의 설정은 (마)에 따른 것이다. 들린 넋을 굿을 통해서 풀어야 하고, 신이 주는 선물을 받아야 한다. 굿을 하는 것과 혼인을 하는 것은 그러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사)는 넋거지기굿과 무혼굿을 한 (사)1의 유형과 같은 것이 한 가지이고, (사)2의 유형과 같은 것이 나머지 한 가지이다. 풀이의 방식과 맞이의 방식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러나 (아)에서 조상으로 위함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결과를 산출한다. (사)에서 조상신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후손에게 부귀와 벼슬을 모두 주는 것은 (아)와 같은 결과 때문이다.
사리가 이렇다면 사람에게 해꼬지를 해서 그것을 풀이하며 신으로 받들어지는 것과 이와는 다르게 사람에게 발견되어서 부귀를 주어 신으로 받들어지는 것을 갈라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조상신본풀이>에서 두 가지 양상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신앙적인 장치로 신화적 성격을 뚜렷하게 인지하는 계기가 된다. 신화는 신의 내력을 푸는 것만이 아니다. 신화는 신이 인간에게 어떻게 도달하고 좌정하고 받들어지는가하는 점이 구조적으로 의례와 상관되면서 서사적으로 해명하면서 의례의 대상으로 섬겨지는 기록물이라는 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뿐만 아니라 당신본풀이와 일반신본풀이에도 이러한 모습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다만 그 신을 받아들이는 범위가 잡안, 마을, 제주도 등지에 있어서 차이가 날 따름이다. 집안사람이 어떻게 신을 맞이했는가 그 점이 조상신 본풀이에 분명하게 드러나고 마을 사람이 어떻게 당신을 맞아들였는가 하는 점이 당신본풀이에 드러나고 제주도 사람들이 어떻게 신을 받아들이게 되었는가 하는 사실이 일반신본풀이에 드러난다. 인간이 신을 섬기는 것 자체가 조상을 섬기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확인하게 된다.
〈광청아기본풀이〉와 〈구슬할망본풀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소중한 <조상신본풀이>의 신화적 성격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첫째는 한국인의 조상숭배 관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점을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유교식 조상숭배는 혈연적 유대 관념에 의해서 당내친(堂內親)의 조직을 중시하고 가부장적 질서만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조상신본풀이에서는 직접적인 혈연성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조상신으로 좌정한 사람을 어떻게 만났으며 그 신을 위하여 섬기자 어떠한 결과가 잇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지침이 조상신본풀이에 있다.
게다가 남성보다도 여성의 부리를 통해서 신의 계보가 이어져 나가는 점도 소중하게 확인되는 면모이다. 조상신본풀이에서 중심적 구실을 하는 인물은 여성이다. 살아 있는 인물이든 죽은 인물이든 신의 풍파와 가물이 모두 여성에게 일어난다. 남성은 발견자이고 여성들이 나서서 풍요를 가져오거나 여성에게 신의 풍파가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신의 부리가 있다거나 만신의 부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여성에게 흔히 드러나는 바이다. 남성과 여성은 무가계에서나 제의적 기능에서도 차이가 있으니 아마도 그러한 점이 <조상신본풀이>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제주도의 일부 당신본풀이도 주로 여성의 모계 부리로 숭앙되는 점도 이러한 사정을 방증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광청아기본풀이〉와 〈구슬할망본풀이〉는 조상신의 신화에 대한 의례인 동시에 신화이다. 조상신을 맞이해서 그 신이 직접 사람 몸에 나타나서 몸을 괴롭히고 자신의 제의를 요구하고, 그 굿을 하자 후손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고 하는 것은 이 본풀이들이 결국 제의의 과정을 구비문서로 기록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상신본풀이는 구비문서로 각인된 굿의 신맞이 과정이다. 그렇다면 굿은 무엇인가? 부비문서를 다시금 행위와 의례 절차로 재현하는 신화이다. 제의학파의 해묵은 전제가 아니더라도 굿과 본풀이는 필연적으로 깊은 관련을 갖는다.
구비문서로 하는 신화인 본풀이와 전반적 신화의 재현인 굿은 내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본풀이와 굿을 구조적인 의례로 구체화하는 것은 맞이이다. 맞이는 영신의례라고 지칭하지만 그것은 현상의 정리이다. 본풀이와 굿을 구조적으로 매개하는 것은 맞이이다. 맞이는 신맞이 과정에서 서사적 전개를 행위적 과정으로 구체화 하는 것이고 신라 인간의 합일을 제의적 문서로 귀결시키는 특별한 절차이다. 신의 발견 또는 현현, 신의 이동과 좌정, 신의 감응, 신의 제일 제정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맞이의 서사 구조가 본풀이의 핵심적 요소이다.
조상신본풀이는 소박하지만 신화와 의례의 상관성을 원초적 단계에서 보여주는 적절한 예증이 된다고 생각한다. 신의 감응 없이는 신의 근본 풀이도 성립하지 않는다. 신의 가물에 의해서 고통 받는 조상들이 죽어서 인간에게 풍요를 주고 그러한 풍요가 결국 인간을 이롭게 하는 조상신으로 좌정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제주도 무속의 핵심적 층위를 조상신본풀이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4. 조상신본풀이의 역사적 성격
조상신본풀이는 신화적인 성격도 있지만 구체적인 역사의 산물이다. 신앙의 역사와 조상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조상신본풀이에서 집안의 역사를 증명할 수 있으리라 예측된다.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를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적절한 사례가 곧 〈광청아기본풀이〉이다. 송씨 집안에 전승되는 이야기가 역사적 근원을 가진 것이라는 증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서사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증거로 예시할 수 있는 것이 곧《宗高僧傳》에 전하는 〈善妙說話〉이다. 이 고승전을 찬집한 인물은 찬녕(贊寧 919-1002)으로 義湘과 善妙의 내력을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見湘容色挺拔留連門下旣久 有少女麗服?粧 名曰善妙 巧媚誨之 湘之心石 不可轉也 女調不見答 頓發道心 於前矢大願言 生生世世歸命和尙 習學大乘成就大事 弟子必爲檀越供給資緣.......중략 ....... 復至文登舊檀越家 謝其數念供施 便募商船逡巡解纜 其女善妙 預爲相辨集法服幷諸什器可盈?? 運臨海岸湘船已還 其女呪之曰 我本實心供養法師 願衣?跳入前船 言訖投?于海浪 有頃疾風吹之若鴻毛耳 遙望徑跳入船矣 其女復誓之 我願是身化爲大龍 扶翼??到國傳法 於是攘袂投身于海 將知願力難屈至誠感神 果然伸形 夭嬌或躍 ??其舟底 寧達于彼岸.....중략.....時善妙龍恒隨作護 潛知此念 乃現大神變於虛空中 化成巨石 縱廣一里蓋于伽藍之頂 作將墮不墮之狀 群僧驚駭罔知攸趣 四面奔散 湘遂入寺中敷闡斯經
위의 내용을 요약하면 〈광청아기본풀이〉의 핵심적인 서사 구조와 일치하는 면모가 발견된다. 〈義湘傳〉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善妙가 義湘의 얼굴을 보고 반해서 문 아래에 머물다.
②義湘이 善妙의 유혹에도 움직이지 않다.
③善妙가 義湘의 대사를 도울 것을 결심하다.
④義湘이 상선을 빌려 타고 돌아오다.
⑤善妙가 옷이 담긴 상자를 던져서 義湘의 배를 보호하기 위해 용이 되다.
⑥善妙가 義湘의 전법을 따르다가 부석(浮石)으로 화해서 마치다.
善妙와 義湘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말하고, 善妙가 해룡이 되어서 義湘의 배를 안전하게 돌보아서 신라로 돌아오게 하고 신라에서는 중 무리들에게 위력을 보이는 거석(巨石)으로 화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부석사창건 연기설화와도 상통하는 이 불교설화는 여러 모로 주목되는 자료이다.
①단락은 〈광청아기본풀이〉에서 송동지를 기다리는 광청아기씨의 면모와 상통한다. 義湘의 모습을 보고 반한 善妙의 모습이 마치 송동지를 기다렸다가 만나는 광청아기의 모습과 일치한다. 이러한 요소는 상사뱀의 성격과 상통한다. 상사뱀의 성격은 여러 설화 자료에 두루 흩어져 있으나 상사뱀이 기다리다가 마침내 상대를 정하는 것과 성격이 상통한다고 하겠다.
②와 흡사한 것은 송동지가 처음에는 의문스럽게 광청아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이다. 義湘이 善妙의 모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굳은 절개를 보여주는 것과 상통하는 모습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에서 중요한 것은 한쪽은 성립이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울러서 더욱 중요한 사실은 義湘과 善妙가 결연하는 ③, ④, ⑤ 단락에서 옷이 하는 구실에 있다. 옷 상자를 던져서 義湘의 배를 따를 수 있는 善妙가 존재하는 것과 동일하게 견주어진다. 이와는 다르게 송동지와 광청아기는 결연이 될 때에 새각씨놀이를 하게 된다.
어느 ?이 내 몸이 벤석(變色)이 뒈고, 연분홍 저구리예 대홍대단(大紅大緞) 연분홍치매예 구실족두리 꼿족도리가 머리 우의 오른 것 ?따지고, 나눈 앞읜 보니 입넙은 짓갓에 벡도폭(白道袍)을 둘러 입어 쉰 쌀 푼에(扇)로 앞을 막아 사 이서 서로 눈천을 바레다 보니 인연이 뚝 들어 맞인 듯허여진다. (830면)
옷은 신의 상징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옷감이 신의 능력을 대신하거나 옷이 신의 신체나 상징을 대신하는 것은 무속에서 뜻 깊은 전통이다. 예컨대 〈연오랑세오녀(延烏郞細烏女)〉에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자 세오녀가 짜준 비단을 가져다가 신라에서 제사를 지내자, 마침내 빛을 다시 찾았다고 하는데 신의 권능을 옷감이 대신한다. 제주도의 본향당에 걸리는 삼색물색이나 옷감이 신의 선물이다. 또한 현행 무속제의에서 의대인 신복을 갈아입으면 신이 되는 전통이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義湘傳〉에서 善妙가 바치고자 하는 법복의 옷상자나 〈광청아기본풀이〉에서 둘 사이에 옷 바꿔 입기를 하는 새각씨 놀이는 옷이 지니는 상징성을 거듭 확인하게 한다. 〈광청아기본풀이〉나 〈義湘傳〉에서 옷을 매개로 해서 남녀가 만나는 것은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신적인 만남을 상징하는 요소이다. 둘 사이이의 만남을 통해서 다른 사건의 개별적 계기를 부여하게 된다.
〈義湘傳〉과 〈광청아기본풀이〉의 결말부에서 발견되는 일치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여성이 용으로 되었다가 부석사의 부석으로 화하면서 새로운 장소의 좌정처를 이루게 된다. 광청아기는 죽은 혼신이 송동지 집으로 좌정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절을 지어서 신도들의 신앙을 받는 것이나 일정한 집안의 조상신으로 좌정하면서 숭앙을 받는 것은 전혀 색다른 결과가 아니다. 〈義湘傳〉의 善妙는 사람―용―돌의 변화를 가지는 데에 비해서 〈광청아기본풀이〉에서는 사람―죽은 넋―다른 사람에로의 접신 등으로 변화한다.
善妙와 광청아기는 남자와의 만남이라는 서두 부분이 일치하고 여성이 남성을 뒤따르기 위해서 바다에 몸을 던져서 용이 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일치한다. 서두에 이어서 옷감이나 옷이 매개가 되어서 중간의 비약을 이루게 하는 점도 특별히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남성의 신앙적 발전을 위해서 일정한 좌정처를 정하는 것도 일치한다. 善妙와 광청아기는 남성을 위해서 희생하는 전형적인 여성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남성과 여성의 공간적 대립 또한 무시할 수 있는 일치점을 갖는다. 善妙와 義湘이 당나라와 신라의 공간적 대립을 통해서 매개되고 있으며, 광청아기와 송동지가 육지와 제주도의 공간적 대립을 통해서 구성된다. 여성은 외지에서 존재하는데, 남성은 바다를 건너가야만 만날 수 있는 대상이다. 남성은 자신이 떠난 고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혼자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가피에 의해서 되돌아오게 된다는 점이 남다르다.
이러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갖는 대립성은 〈義湘傳〉과 〈광청아기본풀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당신본풀이의 남성과 여성이 결합하는 방식과 일치한다. 외지에서 들어온 여성신이 제주도의 토착적인 남성신과 결합하는 전례와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여성신이 뒤따르는 전단계로 남성신이 찾아가는 과정이 있다. 그러한 뜻에서 제주도 조상신본풀이와 당신본풀이의 기본적 특성이 〈義湘傳〉과 구조적으로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치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외지에서 여성신이 남성을 따라오는 이야기가 동아시아의 북방불교를 매개로 해서 널리 퍼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불교 설화에서 의상과 결탁된 善妙설화의 정체성은 자못 의문스럽다.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결합되면서 유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성이 호법룡이 될 수 있으나, 남성과 여성의 애정으로 인해서 여성이 용이 되거나 죽게 되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할 여지를 남겨둔다.
일치점의 이면에 이 이야기의 속성을 형성하고 있는 특수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善妙가 바다에다 옷상자를 던지고 의상의 배를 호위하기 위해서 용이 되겠다거나 善妙용이 다시 거석이 되었다고 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면모가 있다. 그에 견주어서 광청아기가 옷을 바꿔 입고 남자와 인연을 이루지 못해서 바다에 빠져서 죽었다고 하는 것은 죽은 사람의 넋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무속적 전제와 일치한다. 뿐만 아니라 죽은 넋이 산 사람에게 해꼬지를 하는 것 역시 무속적 견지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을 위해서 넋건지기굿과 좌정굿을 하자 집안이 평화로워 졌다고 하는 것은 〈義湘傳〉의 동아시아적 보편성으로 해소할 수 없는 면모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義湘傳〉의 善妙 인물을 통해서 〈광청아기본풀이〉의 전통이 불교 설화 쪽에서 역으로 가져다가 재창조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사람과 죽은 넋의 관계가 무속의 핵심이므로 이러한 이야기 요소가 오히려 불교 설화 쪽으로 차용되면서 색다른 이야기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조상신본풀이 가운데 〈나주기민창 조상신본풀이〉에서 여성이 뱀으로 바뀌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나, 〈義湘傳〉의 善妙처럼 사람―용―거석 등으로 입체적 변화를 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을 넘어서서 자연스러운 생명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의 도입이다.
조상신본풀이에서는 여성이 죽거나 여전히 여성에서 뱀으로 둔갑하여 남아 있으면서 숭앙의 대상이 되는 길이 존재할 따름이다. 두 가지 요소는 한쪽이 무속의 길로 남아 있고, 다른 한쪽은 애니미즘적 요소를 갖추고서 잔존하고 있는 형태이다. 조상신본풀이에서 불교설화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상신본풀이의 구조적 역사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대략 9세기에서 10세기에 정착되었을 〈義湘傳〉의 편년 시기를 추정한다면, 이와 같은 〈광청아기본풀이〉는 무속신앙의 세계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 변천 속에서도 그 본질은 변화되지 않은 채 불교 설화의 세계관과 다르게 구조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하겠다. 불교 쪽에서 재래의 설화를 가져다가 그러한 전통을 임의적으로 가공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高麗史》세계에 있는 作帝健이야기 역시 이러한 조상신본풀이적 전통을 요해하는 준거가 된다. 作帝健의 원형은 《三國遺事》〈진성여왕조〉에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居?知이다. 居?知가 당나라에 다녀오다가 용왕의 딸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의 조상신본풀이적 특성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居?知가 중국에 갔다가 중간에 여성을 얻어오는 것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作帝建이야기〉에서는 그러한 전통이 일부 계승되지만 심각한 변화가 잇다. 당숙종의 황태자 시절에 신라에 왔다가 이곳에 있던 진의(辰義), 곧 저민의(?旻義)와 결연해서 낳은 자식이 作帝健이라고 한 점은 중대한 변화이다. 남성이 외지에 나가서 여성을 구해오는 것과 정반대의 설정이기 때문이다. 居?知가 구해오는 여성이 용의 딸이었다가 꽃으로 변화하는 것도 주목되는 전통이다. 作帝健이 얻어온 여성은 용녀라고 되어 있어서 용과 여성의 유관성은 지속적인 것이다. 이러한 용녀라고 되어 있어서 용과 여성의 유관성은 지속적인 것이다. 이러한 전통 역시 불교와의 일정한 교섭에 의해서 이룩된다.
<作帝健 이야기>를 구실삼아서 제주도에 전승되는 <군웅본풀이>의 이해를 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낼 수 있다. <군웅본풀이>의 내용을 예증으로 삼아서 보이면 이 본풀이의 역사적 성격을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왕장군이 나무꾼을 하며 살아가는데, 동해용왕의 아들인 초립동이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한다. 동해용왕과 서해용왕이 싸울 때, 서해용왕을 활로 쏘아 달라는 것이었다. 왕장군이 허락하고, 초립동의 등에 업혀 용궁으로 간다. 융숭한 대접을 받은 왕장군은 서해용왕의 변신인 용을 쏘아 죽인다. 동해용왕은 보답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자, 초립동이 연갑을 달라고 말하도록 시킨다. 연갑 속에는 동해용왕의 딸이 들어 있었다. 연갑을 가지고 돌아온 왕장군은 미인인 용녀와 결혼한다. 용녀는 연갑 속에서 원하는 옷과 음식을 가지고 나와 부자로 살게 된다. 용녀는 세 아들을 낳은 후 용궁으로 되돌아가고 왕장군과 아들들은 군웅을 차지하게 된다.12)
남성이 다른 곳에 갔다가 그곳에서 여성을 얻어 오면서 재물과 부귀를 함께 얻어오는 것이 위의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고려 왕조를 세운 윗대가 이러한 화소를 가지고 역사적으로 신성함을 기록했는데 이 신성함을 다른 데서 구하지 않고 역사적이고 문헌적으로 전승되는 자료를 가져와서 기록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따라서 전승의 과정을 중시하고 여행을 통해서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와 상황이 서로 맞물려 있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이 전승은 구비로도 전승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것이 곧 제주도의 석살림 제차에서 구연하는 <군웅만판> 또는 <군웅본풀이>이다. 이 자료는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본디 조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한 자료이다. 제주도에 조상신 가운데 으뜸신을 군웅으로 잡고 있으니 이들은 모두 고려시대 이래로 조상의 성립을 삼고 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유산한 서사구조가 이를 확인하게 하는 추가적인 요소가 되고 아울러서 동일한 서사구조의 신화가 동일한 제차에서 연행되는 사실로도 매우 긴밀한 의의가 있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광청아기본풀이〉하나만을 예증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조상신본풀이의 역사성은 자명하다. 진성여왕의 시대에 居?知가 있음으로 그 이전의 義湘이야기나 이후의 作帝健과 같은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조상신본풀이의 역사적 전개가 아주 오래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후대의 <龍飛御天歌>와 野談集에 동일한 요소가 거듭 구현된다. 야담집 가운데 <落小道得獲貨>〈광청아기본풀이〉의 역사성은 역사적 생성 과정을 말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지속과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조상신본풀이는 통시적인 차원에서 유래가 아주 오래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공시적 차원에서는 조상신본풀이, 당신본풀이, 일반신본풀이 등의 순차적 관계를 규명하는 소중한 실마리라는 점에서 긴요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많은 방증을 동원하고 논증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차후의 과제로 두어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
5. 마무리
이 논문은 제주도에 전승되는 세 가지 본풀이 가운데 아직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조상신본풀이>를 구실삼아 이 본풀이의 존재 의의와 역사적인 성격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이다. 우리는 논의 과정을 통해서 아주 긴요한 사실을 몇 가지 추출할 수 있었다.
우선 이 논의에서는 하나의 유형을 상정하고 이를 다루었는데 그것이 곧 <광청아기본>과 <구슬할망본>이다. 이 두 가지 본풀이는 내용의 결말에서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공통점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제주도의 남성과 육지의 여성이 기본적인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설정은 제주도의 마을신의 내력을 말하는 당신본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제주도의 남성이 육지로 가서 그곳의 여성과 만나는 이야기가 근간을 이루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다. 달리 말하면 제주도에 전승되는 본풀이의 근본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사실은 이러한 이야기가 동아시아 지역에 전하고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역사적으로 아주 오랜 내력을 가지고 있는 것임이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두 가지 방증을 들어서 이 이야기의 분포와 역사성을 논의할 수 있었다. 하나는 <<宋高僧傳>>에 전하는 <善妙說話>이고, 다른 하나는 <<高麗史世系>>의 作帝建이야기이다. 같은 구조를 지닌 두 가지 이야기가 동아시아의 광포성을 지니고, 동시에 역사적인 내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간접적으로 <조상신본풀이>가 오래 되었음을 추론하는 근거가 되는 것임을 말한다.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우리는 <조상신본풀이>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비록 두 가지 본풀이의 사례에 근거하는 것이지만, 이 본풀이의 구조, 분포, 역사 등을 미루어서 본다면 제주도의 조상신본풀이는 분명히 의의가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학계에서 이 본풀이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이 본풀이의 채록이나 조사보고에 치중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자료를 다룰 만한 시각이나 견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비전승의 자료가 문헌전승의 전통과 이어지는 사례에 주목하면서 자료를 연결시키고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이 있어야만 이 본풀이는 그 의미와 의의를 드러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울러서 이 본풀이의 중요성이 인식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논의는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자료를 한정시켜서 다루었기 때문이고 다른 유형이나 자료 전체를 포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논의를 빌미삼아서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본풀이의 역사적인 성격을 재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으며 동시에 연구의 폭과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자료가 매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의 발견이 더욱 많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하면서 이 본풀이를 통해서 제주도 본풀이의 이해와 연구가 촉진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조상신본풀이를 근거해서 두 가지 차원의 새로운 연구 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구전하는 본풀이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문헌으로 전하는 성씨시조신화나 구전하는 성씨시조신화에 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동시에 강신무의 강신담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논의를 해야 하리라고 본다. 원한을 가지고 죽은 인물에 관한 검토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제주도의 무속적인 성격을 규명하는데도 아주 요긴한 의의를 부여하리라고 본다. 이것이 차후 과제이다.
<참고문헌>
김헌선, <<제주도 조상신본풀이>>, 제주대학교 출판부, 2006. (간행예정)
김헌선, 제주도와 아이누의 구비서사시 비교 연구,《구비문학연구》제14집, 한국구비문학회, 2001.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민속원, 1991.
현용준, <<제주도 신화의 수수께끼>>, 집문당, 2005.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赤松智城. 秋葉隆,《朝鮮巫俗の 硏究》上, 朝鮮總督府, 1937.
<Abstract>
The Mythological Character of the Josangbonpuri
Kim Heon-Seon(Kyonggi Univ.)
There are three bonpuri which handed down by Simbang in Jeju-do. That is a Dangbonpuri, Ilbansinbonpuri, Josangsinbonpuri. The character of these bonpuri is different from each bonpuri. narrated orally in KeunGue(큰굿) which generalization shaman custom.
Josangsinbonpuri and dangbonpuri narrated orally individually as it may chance Bonjujip. so, If we observe close the KeunGue(큰굿), we can find a common feature and a point of difference.
Bonpuri which is on earth myth is seriously important. Three kind of bonpuri did not study equally. especially Josangsinbonpuri did not reclaimed check over. Josangsinbonpuri is the story about a patron saint of family. It means 'Taeun-Josang(태운 조상)'.
Josangsinbonpuri transmit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in the family but it does not mean the ancestor who found the family. so, there are some difference between the written myth of the ancestor and the myth which narrated orally. The myth about an ancestor who family name make clear how he become a ancestor. But Josangsinbonpuri is associated with specification God who died suffer unfairness.
Josangsinbonpuri come under the history of the family. besides it make clear god's personal history. so, Josangsinbonpuri hold the character of the myth.
Keyword : The Josangbonpuri of the Jeju-do, Blood relation ancestor, Bonpuri, The character of history, family ances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