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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은 8년 만에 재공연 되는 라이센스 [오페라의 유령]이었습니다. '왕의 귀환'같은 주책맞은 자찬없이도 가뿐하게 하반기 예정작들의 기를 눌려버릴 위력이었죠. 하반기엔 브로드웨이를 떠들석하게 했던 건 물론 국내에서 치열하게 판권 경쟁을 다퉜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비롯해 [웨딩싱어][금발이 너무해]같은 최신 히트작이 포진돼있었고 [렌트][지킬 앤 하이드]의 내한공연이 있었으며 성공적인 국내 초연작이었던 [올슉업][헤어스프레이]의 재공연도 예정돼있었죠. 큼직큼직한 작품만 모아도 이 정도에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토니상 수상빨로 버티는 진짜 최신 메이저 작품이었고 [웨딩싱어][금발이 너무해]는 다들 국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던 편안한 '무비컬'이었으며 [올슉업][헤어스프레이]는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간만에 올려지는 재공연작이었습니다. 이 중 상징적인 유령 가면 하나로 포스터를 달랑 채운 [오페라의 유령]은 8년 만에 다시 올려지는 비싼 라이센스라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지는 시장성과 경쟁력은 여타의 기대작 몇 개를 연달아 대적시켜도 한번에 압도시킬 만한 잠재력이 깔린 내공있는 작품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름값이고 사람들은 그걸 명작이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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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그 당시까지 최장기 공연기간으로 기록된 LG아트센터에서의 7개월 공연으로 24만명이나 불러모으며 대성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재공연이 성사되지 않았던 건 단순히 'RUG'의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기 힘들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RUG'의 요구조건과 국내 상황의 이해관계를 성립하는데 여느 작품보다 곱의 시간이 투자된다 하더라도 그게 8년이나 걸릴 문제는 아니겠죠.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연말, 국내 초연 후 문화계 전반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상품이었는데 여러가지 기록적인 성과를 남겼습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극장 장기 대관과 24만명이나 되는 관객 동원, 물어줄 거 다 물어주고 지불할 거 다 지불하고도 192억이나 되는 매출액에서 2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남기면서 단숨에 사회현상이 됩니다. 투자금의 10%를 건졌을 뿐인데 왜 저리 호들갑일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적자만 안 나도 다행이라는 공연계 현실을 알고 나니 수긍이 가더군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열풍에 힘입어 다양한 부가상품 히트작을 생산해냈죠. 특히 저마다 독점 완역본이라고 주장하는 가스통 르루의 원작소설 번역 열풍은 서점의 한 부스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여러 출판사가 감행한 인기상품이었죠.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가스통 르루는 죽은지 오래고 저마다 갖가지 우위를 보장하며 독점 판권을 보유한 해외출판사와의 독점계약 프리미엄은 출판 과정 면면을 살펴보면 적어도 솔직한 상술이란 얘기죠. 참고로 웨버의 뮤지컬은 영문판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다만, 뮤지컬만큼 고급스런 패키지로 선보인 원작소설이 광고하는 것 만큼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 아니라 읽어보면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게 흠입니다. 멋도 모르고 '독점완역본'이라는 말에 속아 원작소설부터 접한 저는 가스통 르루의 작법에 대단히 문학적인 가치라도 있는 줄 알았지 뭐예요. 읽어보니 그냥 생각없이 재미있게 혹은 따분하게 넘길 수 있는 추리소설이었죠. 전 지루했어요. 그래도 수준높은 뮤지컬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한 대중들의 지적 허영심이 더해진 결과 '문학세계사' 판본만 해도 100만부가 넘게 팔렸답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만큼이나 [오페라의 유령]원작소설도 대중들의 흔한 서장 아이템이 돼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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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의 국내초연 이후 [오페라의 유령]은 대중문화에 깊숙히 자리잡았습니다. 출판, 영화, 음반 등 어느 분야에서건 빠짐없이 성공했어요. 아마 이 점이 '설앤컴퍼니'가 2002년 이후 재공연을 쉽게 감행하지 못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다양한 [오페라의 유령]이 등장했죠. 2004년 연말엔 온갖 장르의 작품에 손을 대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전국 관객 200만명을 넘어서며 국내에서만 돌풍을 일으켰고 2005년엔 역대 최다 '팬텀' 출연 기록을 갖고 있는 브래드 리틀 주연의 내한공연이 예술의 전당에 올려져서 라이센스만큼 성공했죠.
각 분야마다 성격이 달랐지만 하나의 바탕에서 양산된 성공적인 부산물이었죠. 재공연 성사되길 목청껏 외치고 바라는 관객들도 많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정확한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토대로 집결될 수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맘마미아]처럼 전국 공연이 가능한 무대장치가 아니고 돈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극장 장기 대관을 따야 하는데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끼친 [오페라의 유령]이란 이름 자체로 인한 착시 현상은 초연 성공을 믿고 재공연을 급하게 성사시키기엔 수요가 불안불안했을 겁니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올려야 대중의 호기심도 자극할텐데 7개월이나 되는 초연 이후 도서, 영화, 내한공연, 음반, dvd, 영화의 공중파, 케이블 방영 등으로 이어지는 지겨운 되풀이 과정으로 인해 이미 익숙할 만큼 적응됐고 적당히 지겨워질만한거죠.
그러다보니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느라 차일로 미뤄졌던 것이고 또 아시다시피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이후 참 바쁘지 않았나요. 2007년 정도에 [오페라의 유령]라이센스가 재공연 됐다면 딱 적당한 시기였을테지만 그동안 '설앤컴퍼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들을 차례차례 들여오느라 넉넉한 시간 확보가 어려웠죠. 우리는 '설앤컴퍼니'를 통해 [에비타][캣츠]내한공연, [캣츠]라이센스,[뷰티풀 게임][텔 미 온 어 선데이]등을 볼 수 있었고, 특히 몇 년에 걸친 [캣츠]의 공격적인 전국공연을 유치시키느라 골깨졌을거에요.
이 작품들은 까다로운 'RUG'의 간섭에 부합하기 위해 적지 않은 사전기획 과정을 거쳐 제법 긴 기간동안 올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프로듀서스][아이 러브 유][샤우팅][42번가]같은 작품들을 올리느라 정신없었고 이 작품들과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야 올릴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과 병행하기는 힘들었던 겁니다. 지난 여름까지 한번에 3작품을 동시에 진행했던 '설앤컴퍼니'가 지금은 [오페라의 유령]에만 전력질주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아이 러브 유]는 몇몇 지방 공연만 남겨둔 상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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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맘마미아]이후로 해외 작품 중 이렇게 긴 기간동안 야금야금 선을 보이며 애간장을 태운 공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충분히 맛봤다고 생각한 [오페라의 유령]이건만 쉽게 올라가지 않는 무대라는 희소성과 모국어 공연이라는 특수성이 작품의 세계적인 인지도와 얽혀 재공연 소식부터 극장 대관, 오디션 결과와 본격적인 예매서비스까지 뭐하나 무심히 넘길 만한 사항이 없었던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이었습니다.
작품 올라갈 때마다 항상 시끄러운 말이 오가는 '샤롯데씨어터'가 [오페라의 유령]을 올리기에 작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동안 국내 관객들이 지나치게 큰 극장에서 뮤지컬을 봤기 때문에 생긴 거대 규모 극장에 대한 적응력이라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장기대관이 가능한 해외 극장들이야 어딜가나 단기공연으로 올려지는 오페라 장르가 아니라면 뮤지컬 올리면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규모로 지을 필요가 없죠.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유명 라이센스는 아무리 규모를 부풀린 작품이다 하더라도 어지간하지 않고는 '샤롯데'나 'LG아트센터' 규모에 맞춰진 작품들인데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거의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접했으니 [캣츠]나 [맘마미아]가 '샤롯데'로 이동했을 때 이질감이 생긴거에요.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들어오기 전 국내 영화관은 1000석 넘는 극장들이 허다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큰 극장이 필요없죠. 그래서 다 없어졌고요. 영화관이 많이 생겼고 한번에 동시상영이 가능한데 쓸데없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극장이 많기 때문에 그 많은 객석을 다 채울 수도 없고요. 과거엔 가능했지만요. 마찬가지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굳이 뮤지컬 공연을 올리지 않아도 이제는 뮤지컬 올릴 극장들이 많고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2000석 넘는 극장 대관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기내한공연이라면 또 모를까요. 800석에서 1000석 안팎 극장이 많이 지어지면서 이제서야 정상적인 통로로 공연이 올려지기 시작한거죠. 2001년 공연 때와 비슷하게 이번 [오페라의 유령]도 무대 규모만 봤을 땐 '샤롯데'가 적당합니다. 작품이 감당하기에 무대가 전혀 좁지 않고 무대 주변 벽면까지 꽉 채운 세트가 '샤롯데'객석 시야와 동선이 일치하면서 시선이 분산될 염려도 막았습니다. 덕분에 원근감과 입체적인 효과가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 만큼 살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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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프리뷰 기간은 9월 16일 부터 9월 18일까지지만 이번 [오페라의 유령]프리뷰 공연은 좀 복잡합니다. 공식적인 프리뷰 기간이 총 3회차지만 전체 프리뷰 공연은 총 6회차로 이루어지며 정식 개막일은 9월 23일 입니다. 제가 본 9월 19일은 '비씨프라운지' 회원을 위한 특별 프리뷰 공연이었고 9월 20일 공연은 [오페라의 유령]팬필들을 위한 선착순 1+1 유료 이벤트로 내놓은 VIP석, R석 합쳐 300석을 제외하면 남은 좌석은 공연 관계자 프리뷰 공연이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월요일 쉬고 개막 전 날인 9월 22일 공연도 한다는거죠. 일반 예매는 '롯데닷컴'에서만 할 수 있는데 '롯데닷컴'에도 넉넉히 좌석을 배정하지 않은 걸 보면 다른 식의 프리뷰 공연같습니다.
'비씨프라운지'는 어차피 단독 진행이니 넘어간다 쳐도 남은 2회차 프리뷰 공연은 대체 어떤 성격을 띄는지 의아스러워요. 정식 프리뷰 공연 외에 특별 프리뷰 공연에서 일반 관객을 전혀 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관계자 초대석이야 얼마든지 사전 확보할 수 있는 건데 굳이 1000석 넘는 극장에서 공연을 올리면서 9월 16일 부터 9월 18일 까지만 제한해서 '프리뷰 예매 오픈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프리뷰 공연을 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못찾겠어요.
원래는 한번만 볼 생각이었는데 보면서 더블캐스팅 조합을 다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한번에 몰아 볼 생각으로 좌석을 알아봤죠. 사전에 캐스팅을 공지하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에 남은 관람은 궁여지책으로 현장구매 할 생각이었는데 9월 19일 공연이 양준모,최현주,정상윤,윤이나였기 때문에 9월 20일 공연은 당연히 윤영석,김소현,홍광호,최주희일 거라고 예상했죠. 딱 한 번만 더 볼 것이기 때문에 중복캐스팅은 무조건 피하려고요. 현장가서 허탕 칠 각오는 하고 있어요.
[캣츠]라이센스 때도 그랬지만 캐스팅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다고 하죠. 홍광호나 김소현 팬클럽에 가입할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캐스팅 알아보며 시간 소진하는 거나 잠실 가서 허탕치고 오는 거나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더군요. 다행이 프리뷰 공연 제외하면 별다른 할인률이 없어 현장 가서 구매해도 손해보는 느낌은 덜 하겠죠. 꼭 인터넷 예매로 보고 싶다면 공연 1시간 전까지 인터넷 예매가 가능한 '롯데닷컴'을 이용해보세요. '롯데닷컴'도 웬만큼 좌석 확보 돼있습니다. 각 예매처별 좌석할당은 홈페이지 가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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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샤롯데씨어터'를 가득 채운 무대 세트가 한 눈에 확 들어왔고 무대 구석구석을 요긴하게 사용한 작품 자체의 동선이 극장 규모와 딱 맞아서 멀리서 보더라도 공연과 밀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워낙 빽빽하게 좌석을 밀어붙인 극장이라 불만을 사지만 이번 경우에는 효과적이군요. 음향도 양호했고요. 팬텀의 나레이션이 많은 작품인데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스피커 변주가 고딕풍의 으스스한 느낌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줍니다.
다행이 9월 19일 공연은 제가 원한 캐스팅 조합이었어요. 한번만 볼지 재관람을 시도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첫 관람은 정상윤 포함된 2009년 캐스팅을 원했거든요. 양준모는 팬텀의 장악력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입니다. 11개월 짜리 공연이니 뒤로 가면 나아지려나요? 둘 중 하나겠죠. 일취월장하거나 목상하거나. 외모에 비해 이 사람 목소리는 나이가 딱 드러나죠. 너무 여려요. 팬텀은 막상 등장하는 장면은 몇 개 안 되지만 극 전반에 걸쳐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양준모는 등장할 때만 존재감이 생깁니다. 시도때도 없이 편지를 읊을 때의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섬뜩함을 주기에 약하고 얇습니다. 꼭 '낭독의 발견'에라도 나온 것 같아요. 늘 느끼는 거지만 노래실력도 터지는 맛이 부족하고요.
성악이 가능하고 대극장 무대를 책임질 수 있는 인지도 있는 젊은 남자 배우가 부족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부상한 면이 있는데 능력에 비하면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양준모 출연작은 [천사의 발톱]이후 거의 다 봤는데 볼 때마다 항상 결여됨을 느껴요.
[오페라의 유령]이 끝나면 일본 극단 '사계'로 복귀한다는 조건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최현주는 능숙합니다. 최현주는 일본에서도 오디션 통한 주연 데뷔작이 [오페라의 유령]이었는데 일본에서 약 3년간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역으로 무대에 선 경력이 부끄럽지 않게 잘 해냅니다. 그녀가 극중에서 처음 부르는 'Think of me'를 들을 때부터 감이 좋았어요.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배역과 작품에 흡수됩니다. '사계'에서 놔주질 않아 국내 무대 서는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는데 작년 [시카고]의 김지현도 그렇지만 좋은 배우들을 국내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어서 아쉬워요. 여기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배역폭도 넓게 조성된 극단이 있는 나라에서 일하니 배우에겐 좋겠지만요. 어딜 가면 안 그러겠냐마는, 국내 공연계는 특히 여배우 대접에 있어 너무 소홀합니다.
크리스틴 역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에게 보내는 헌사였죠. 이보다 더 멋진 결혼선물이 있을까, 싶은데 그 덕에 사라 브라이트만이 떠난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다른 여배우들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누구도 사라 브라이트만처럼 해내진 못했지만 뮤지컬 여배우가 평생 연기하는 동안 작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조명은 이 작품 한 편 만으로도 다 채워질 정도로 [오페라의 유령]은 여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배역 폭을 선사합니다. 극중극에선 뇌쇄적인 모습을 비롯해 다양한 배역을 넘나들다가도 극중 현실에선 청순하고 아름다운 비극의 프리마돈나로 번갈아가며 변신하는 크리스틴에겐 웨버가 작곡한 아름다운 솔로곡과 환상적으로 조화된 팬텀과 라울과의 힘이 넘치는 듀엣을 오가며 배역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매력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죠.
경력이 탄탄하지만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은 최현주는 23년 전 웨스트엔드에서 사라 브라이트만이 짠! 하고 나타난 것 만큼 경이를 주진 않더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역할 소화와 명징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공연 이해에 깊은 감흥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보다 감정이 듬뿍 묻어나오는 신파적인 연기를 원하는 관객들은 김소현을 택하면 좋을듯 하군요.
차갑고 이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상윤은 국내 남자 뮤지컬 배우로는 드문 느낌을 주는 배우라 평소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진 인기 남자 배우들의 이미지 편식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다고 느꼈죠.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뮤지컬 스타가 될 것 같군요. 노래 실력은 홍광호에 비하면 약하지만 그의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는 예의바르고 신사적인 라울과 잘 맞고 극 중 크리스틴이 반한 것처럼 관객 역시 보기 좋은 외모와 배역을 거스르지 않는 뮤지컬 능력에 호감을 가질 것입니다. 성악 발성 연습 많이 했더군요. 다만 배우가 풍기는 차가운 느낌 때문에 로맨티시스트로써의 라울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서로 다른 장르가 불편하게 충돌하며 섬광을 내는 작품입니다. 그 빛이 하도 강렬하고 인상적이라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가 않죠. 19세기에 유행한 값싼 고딕소설 양식에 최신식 무대장치와 깜짝 마술쇼, 고전발레와 클래식, 싸구려 오페라에 자극적이고 몽환적인 장면설정이 마구마구 뒤섞여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오락물로 변이됐죠.
뮤지컬 장르를 표방하면서 극 전반적으로 오페라 극중극을 쓰고 고전 클래식 음악을 흉내내는 20세기 크로스오버 팝페라의 서두를 연 앤드루 로이드 웨버 식의 장대한 세계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정점을 만들어냅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로 대변되는 미치광이 천재 예술가인 팬텀에 홀린 사라 브라이트만이 연기하는 크리스틴은 이들 부부의 신혼 초기의 심리를 극적으로 전환시켜 무궁무진한 광기를 만들어냈고 이것은 20세기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한 분야에서 세기를 초월한 걸작 뮤지컬로 족적을 남긴 것이죠.
-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됩니다. 프로그램 내용이 성의있게 엮였더군요.
- '샤롯데' 군데군데에 손세척제가 놓여 있습니다. 구슬아이스크림 판매는 여전하더군요. 이것도 상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