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모친 간병 때문에 이틀간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채 새벽 모닝콜 소리에 억지로 일어나긴 했지만 무척 피곤하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마루금은 마치 정글처럼 변하고 있다. 피곤한데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원래 계획은 밀재까지 진행하려고 계획했으나 지경재에서 마치기로 한다. 영산기맥 산행이 단맥이나 분맥 산행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실제거리 30km 이상 진행하고자 했던 내 계획도 접어야겠다. 산행을 중간에 접은게 다행인지 이번에도 비가 쏟아진다. 세번째 우중산행이 될 뻔했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건김재(건림재)-백운봉-군유산-금산-구봉산-지경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2km, 실제거리 18km, 접속거리 1.6km
- 산행일시 : 2024년 5월 25일(일) 08:20~16:16(9시간 54분)
★ 기록들
함평공용버스터미널에서 30분 기다리다 07시 40분 손불행 버스를 타고 손불에서 하차한 후 1.6km 떨어진 건김재까지는 걸어서 이동하기로 한다. 당연히 버스가 건김재를 지나는 줄 알았다. 20분을 걸어올라가 건김재에서 스틱을 폈다. 근처 버스 정류장이 건림재로 표기되어 잇는 것으로 봐서는 건김재는 잘못 표기된 지명인 것 같다.
등로 주변 잡목이 우거지긴 해도 처음 시작은 순탄했다. 백운봉(186m)을 지나 가는 고개까지는 편하게 이어졌다. 덜컥산이라는 우스꽝스런 표지판이 보였다. 실제 산이름인지는 의문이다. 복성이재로 내려선 후 희미한 등로가 9시 52분 시원스레 열리며 군유산으로 안내했다. 군에서 정비했는지 나무계단 덕에 수월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임자도가 보이는 바닷가를 감상하며 복분자주를 한잔 걸친다. 집에서 나오다 빈집에 방치되어 있는 비파열매를 따서 갖고 왔다. 몇개 깨물었다. 커다란 씨가 박혀 있고 껍질은 버려야 해서 실제로는 먹을게 별로 없다.
<08:20 건김재 or 건림재>
<08:45>
<09:10>
<09:21>
<09:43. 복성이재>
<10:09~10:20>
<임자도 가는 다리>
막연하게 반대방향으로 내려섰는데 왠걸 마루금이 아니다. 다시 올라와서 찬찬히 찾아봐도 들머리가 안 보인다. 그냥 진행키로 한다. 지도를 보니 완전히 내려선 다음 도로 따라 올라가면 될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 가만히 생각해보니 군유산 정상 못 미쳐 빠지는 곳이 있을 것 같았다. 다 내려서고 보니 용암제 제수지가 가로 막고 있었다. 나무데크로 연결된 곳으로 저수지를 건너자 희미한 길이 보였다. 당연히 올라서면 마루금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런 봉우리를 세개나 올라가야 했다.
마지막 봉우리를 하나 남기고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는게 진을 다 빼게했다. 시간당 2km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산딸기 군락을 만났다. 복분자의 고장인 고창을 얼마 남기지 않아서인지 산딸기가 무척 달다. 한참을 따 먹다가 복분자를 주를 꺼냈다. 이왕이면 술 안주 삼는게 좋을 것 같아서다.
마루금으로 복귀한 후 여전히 마루금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안심은 되었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남아있는 복분자주도 다 비웠다. 13시 6분 금산(307.8m)에 도착한 후 군유산에서 헤맸던 것처럼 마루금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일단 비슷하게 보이는 곳에 내려선 후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마루금을 찾아들어갔다. 7~8월이 되면 더 심해질 것이다. 다음 지맥이나 기맥 산행할 때면 반드시 순행의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11:20. 용암제>
<12:10>
<13:06>
<13:55>
<14:15. 상광암고개>
<14:20. 영광공영공동묘지 공사장>
버스정류장이 보이는 상광암고개로 내려선 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자 영광공용장례식장 공사장을 지나게 되었다. 그믈로 쳐진 경사면으로 올라 마루금을 찾은 후 정자가 있는 구봉산(249.9m)에 이르렀다. 오후 세시를 넘긴 시간이라 밀재까지는 무리였다. 불가피하게 돌아가는 교통편을 생각해서 지경재에서 귀가하기로 결심한다.
내려가는 길 나무의자가 보이길래 배낭을 부려 캔맥주를 마시며 마지막 남은 비파열매를 다 털어낸다. 구봉고개에 내려서자 바로 앞에 대나무숲이 가로 막았다. 돌아나가려는데 커다란 개 한마리가 떡 하니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바로 옆 집 개들이 소란스럽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도대체 선답자들은 빽빽한 대나무숲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문 스러웠다.
어떨 수 없이 돈사의 변 냄새가 진동을 하는 숲길을 따라 내려선 후 서해안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여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 뽕나무가 많이 보였다. 짧게 산행하는 터라 오디도 따먹을 수 있어 좋았다. 마루금을 찾아들어간 다음 이내 지경재 인근의 23번 국도로 내려설 수 있었다. 지경재는 영광군과 함평군의 경계다.
하여주 식당에서 스틱을 졉고 있을 때 승용차 세대가 식당 옆에 주차를 했다. 인근 골프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식사차 들른 모양이다. 문을 닫았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가볍게 영광까지 태워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선뜻 타라고 했다. 영광 터미널 인근 식당까지 가는데 소낙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준비하긴 했어도 계속 진행을 했으면 세번째 우중산행을 할 뻔 했다. 가장 짧은 산행을 했지만 비를 피해서 다행이었고, 덕분에 영광터미널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대충 몸을 씻고 옷을 갈아 입자 17시 25분 목포행 버스가 출발했다. 함평터미널을 들러 집에 들어오자 오후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산에서 뜯은 취나물을 데치고 된장에 쌈을 싸먹었는데, 없던 식욕이 돌 정도로 맛이 있다. 일주일은 반찬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15:08. 구봉산 정자>
<15:09>
<15:23>
<15:37. 구봉고개>
<15:44>
<15:57>
<16:16. 지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