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8월 9일 일요일, 맑음 바람 흐림.
아침 8시에 기상했다. 명군은 교회예배 준비해야한다고 물 사용법과 문 잠그기를 알려주고 먼저 교회로 갔다. 날씨는 흐리다. 명군의 아파트는 한국경제수준 같이 깨끗한데, 밖은 몽골의 현실이다. 회색 빛 담장에 붉은 지붕이 간간히 보이고 나무도 없는 언덕이 멀리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인데 실제는 엉망이다. 바람이 조금 부니 현관 등의 유리 장식이 떨어진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순간온수기도 작동이 잘 안 된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겨울에는 추울 것 같다. 간단하게 세면하고 짐을 챙겨서 교회로 갔다. 오전 10시 30분이다. 잠시 기다리며 성도들과 인사를 나눈다. 이제 별로 낯설지 않다. 밖에는 바람이 심하게 분다. 11시 예배가 시작된다. 모두 서서 찬양하는 모습이 경건하다. 은노르체책이 나와서 성경학교 봉사기간에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를 간증하며 눈물을 흘린다. 작은 토야, 차멀미로 고생한 토야도 눈물 흘리며 간증한다. 할머니의 인도로 성경을 암송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예배를 1 시간 30분 정도 드리고 선교사님께 침낭을 반납했다. 이별을 했다. 대단한 선교사님이다. 여자 혼자 몸으로 이 교회를 세우고 지탱하는 힘이 대단하다. 예쁜 교회는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다. 헤어짐에도 능숙하다. 경화 경애 자매와 일엽 자매, 명군과 함께 울란바토르로 향했다. 종모드 시내에서 미크로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간다. 다시 울란바토르에 왔다. 배낭을 메고 버스 1번을 타고 유명하다는 꼬치구이를 사 먹으러 갔다. 재래시장 입구에서 내리니 한글 돌 판이 있다. 남양주로 라고 씌어있다. 조금 걸어 꼬치구이 집에 도착했다. 순박하게 생긴 우즈벡 사람이 경영하는 노점이다. 친절하게 내주는 의자에 앉아서 꼬치구이를 시켰다. 숯불에 구워주는데 덩어리 큰 고기들이 맛있다. 기름덩어리를 하나 꼭 끼워서 구워준다. 이 비계 덩어리를 몽골사람들은 좋아한단다. 우리는 비계 덩어리를 빼고 다 먹었다. 여행 경비에서 30,000T(3만원)를 돌려받았다. 남았다는 게 신기했고 감사해서 꼬치를 샀다. 유명하다는 호쇼르 전문점으로 안내 한단다. 길 건너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내렸다. 명군이 걸어가며 건물들을 안내해 준다. 국립사범대학 건물, 몽골 선수촌, 과학기술 대학, 한국과 몽골의 협력사 건물, 국립대학과 본관 건물 등을 알려준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대학로란다. 드디어 호쇼르 전문점에 도착했다. 작은 식당인데 유명한가보다. 호쇼르 종류는 네 가지가 있다. 동물 내장 호쇼르가 제일 비싸다. 우리는 감자, 양배추, 양고기 호쇼르를 종류별로 시켜서 먹었다. 몽골의 음식은 모두 느끼하다. 호쇼르도 튀김 만두인데 뜨거울 때 먹으니 맛있다. 즐겁게 지내는 것도 이제 끝인 것 같다. 각자 목적지로 향한다. 우리는 숙소를 알아봐야하고 다른 이들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다. 함께 백화점까지 가기로 했다. 북한 대사관을 지나 극장 앞에서 좌회전 하여 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 건너편에 있는 LG 게스트하우스에 가니 방이 없단다. UB게스트하우스 김 사장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아내와 함께 UB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여기도 빈 방이 없단다. 옆에 있는 숙소를 알려주었다. 고마운 분이고 해결사다. Nature게스트하우스로 안내해 주었다. 짐을 풀어 놓고 백화점으로 갔다. 숙소 얘기를 하고 이제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몽골 하면 기억 날 사람들이다. 일주일 넘게 함께 생활했던 아름다운 젊은이들, 어디서 무얼 하던지 성공하고, 살다보면 볼 날이 있겠지? 헤어지고 나니 시원 섭섭하다. 백화점 슈퍼에 들러서 요구르트(아이락)와 콜라, 물을 사가지고 숙소로 왔다. 이 숙소는 4층 주택 건물 같다. 3층에 숙소가 있는데 커다란 거실에 침대가 8개 정도 있고 건너편에도 방이 있다. 모두 한국인 손님들이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몽골에 왔다. 여행으로, 봉사단체로, 정부파견조사로, 서로 인사하고 얘기를 나눈다. 맛있는 북한 식당도 메모해 두었다. 내일은 울란바토르에서 종일 놀아야 한다.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원에서의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몽골 사막의 열기와 목동들의 노래 소리, 마두금의 구슬픈 소리, 칠흑 같은 밤이 영상이 되어 다가온다.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은 현악기다. 현이 두 줄이다. 몸통은 6각, 8각 등으로 말가죽으로 싸여있다. 몸통 위쪽 끝에 말 머리 장식이 있다. 독주, 합주, 노래 반주에 쓰인다. 마두금에는 전설이 있다. ‘후후남지르’라는 가난한 청년에게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다. 주인이 심술이 나서 청년을 먼 곳으로 보내버렸다. 그러나 청년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천마가 있어서 매일 밤 애인을 만나러 달려왔다. 못된 주인이 그 말을 죽여 버렸다. 그 죽은 말이 청년의 꿈에 나타나, 제 꼬리털로 악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두 줄짜리 현이 있는 말 머리 모양 현악기가 만들어 졌단다. ‘마두금’에 대한 더 극적인 이야기가 있다. 옛날 궁벽한 몽골 초원에 ‘수케’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한 겨울 밤, 말 울음소리에 잠이 깨어 나가보니, 달빛아래 죽어가는 하얀 어미 말을 발견했다. 그 어미 곁에 갓 태어난 눈처럼 하얀 새끼 말을 발견하고 정성을 다해 길렀다. 몇 년이 지나 그 새끼 말은 멋진 경주마가 되었다. 마침 1년에 한 번 열리는 몽골 전통 스포츠 축제 ‘나담’이 열렸고, 말 경주에서 수케의 백마가 우승을 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그 백마를 마을의 관리가 빼앗아 가버렸다. 다음날 밤, 말 울음소리에 밖으로 나간 수케는 온몸에 화살이 꽂혀 죽어가는 백마를 발견했다. 수케는 말을 안고 통곡하다 의식을 잃었다. 주인을 잊지 못해 탈출했지만 병사들 화살을 맞아 숨을 거둔 백마가 수케의 꿈속에서 자신의 뼈와 말총, 가죽으로 악기를 만들고 머리 모양을 새겨 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만든 악기가 마두금이다. 두 개의 현 중 하나는 수 말총 130개, 다른 줄은 암 말총 105개로, 본체도 말가죽을 씌우고 현을 켜는 활도 역시 말총이 재료다. 마두금을 몽골어로 모린(말) 호르(음악)이라고 한다. 말 음악이란 뜻이란다. 초원의 바이올린, 초원의 첼로로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초원의 바람소리, 야생마의 울음소리,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소리처럼 들리는 악기다. 일본 영화감독이 찍은 ‘차강모르’라는 영화도 있단다. 차강모르는 백마라는 뜻으로 마두금에 얽힌 몽골유목민의 전설을 영화화 했다. 몽골에서 찍었는데 한국 가면 찾아봐야겠다.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마두금을 대신해서 들려온다. 피곤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