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글에 대한 이야기 중
- 진짜 신기한거 같아. 그리고 되게 상세하게 쓰니까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되게 소설 읽는 기분이에요. 약간 우리 옛날에 어렸을 때 읽었던 박완서나 그런 소설 읽는 느낌이고 제가 지난주에 책 모임 하는 친구들이랑 매년 젊은 작가상 왜 수상집이 나오잖아요. 이게 단편집이거든요. 이번에 단편 수상을 한 여성 작가가 쓴. 제목이 좀 특이해요. 무슨 모래 고모와 무병과 무병의 모음이라고 해가지고 이제 되게 특이한 삶을 살았던 고모랑 조카 얘기를 이제 쓴 건데 이게 그냥 정말 약간 이렇게 어떤 흐름들을 쭉 하다가 나중에 끝이 목욕탕에 어떤 한 장면으로 딱 끝이 나거든요. 그냥 그걸 읽으면서 약간 사계절님 생각이 되게 많이 났어. 어떤 그런 굉장히 생생한 묘사들 있잖아요. 그 장면들. 그 장면들이 되게 사진처럼 그려지는. 이렇게 읽다 보면 저는 약간 이제 또 약간 세대가 같아서 그렇기도 한데 그 엿장수 오고 뽑기 장서 오고 막 이런 친구한테 가가지고 엿도 하나만 더 달라고 막 조르는 이런 모습들이 정말 이렇게 그림처럼 그려지는 거예요.
- 이렇게 떠올리잖아. 장면이.
- 그래서 읽다 보면 되게 이제 그 시절에 되게 조끄맸을 사계절님이 상상이 되면서 약간 웃음. 웃음이 나오는. 그런 글인 거 같아요.
- 감정 감성이 풍부하다고.
- 어. 되게 따뜻하고 정교한
- 맞아요. 음.
- 이게 여기 이 앞에 시작 부분도 너무 좋아요. 그니까 약간 수영장 간다고 들떠가지고 혼자 계속 막 너무 혼자 웃다가. 혼자 그냥 생각만 해도 머릿속에 그냥 온통 풀장 생각만 있는 거죠. 생각만 해도 너무 좋고. 얼굴이 그려지잖아요.
- 그래갖고 이거 엄마가 시장 간 건 지금 풀장 갈 때 뭐 먹을 거 사주려고?
- 집밥 같은 거
- 겸사겸사해서. 얼마나 신났겠어.
- 난 순대를 쌈장에.
- 순대 쌈장에 찍어먹어요.
- 서울에 올라왔을 때 그때가 한 20대 중반쯤 됐을까? 그리고 그때 저기 저기 약수동에 살았거든요. 약수동 골목. 그때는 저기 배관일 했어 배관일. 건축 배관. 저기 고향 저기 친척 되신 분이 저기 배관 기술자였거든요. 그래서 그 일을 하면서 저녁에 약수동 골목길로 이제 올라갔거든요. 올라가는 길이거든요. 올라가는 길 거의 올라가면 저기 순대집이 있었어요. 순대집.
- 순대국집? 아니면 순대?
- 순대만 팔어. 떡복기하고. 떡복기는 안팔았었나..... 아무튼 순대가 전문. 근데 그 집 순대가 아주 맛있었어요. 그때는. 근데 지금은 별로 안 맛있을지 모르는데 그때는 그 순대가 소주에다가 안주해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어요. 순대 생각이 나네.
- 그럼 순대를 소금 찍어서 드셨어요?
- 그렇죠. 순대 소금 있잖아.
- 그렇지. 고춧가루랑 이렇게 한 거. 근데 이거를 지금 부산에서는 쌈장에다 찍어 먹었어.
- 광주도 쌈장을 하고 약간 더 고추장이 많이 들어간 막장. 막장에다 찍어 먹어요. 근데 길남님도 기억 되게 잘하시네요.
- 그러게.
- 그러니까 20대인데.
- 남의 이야기 들으니까 이제 기억이 나시는거야. 약수동이면 그게 금호동 밑인가요? 그렇죠? 요즘 그 순대 유명한 그쪽이 어느 동네지?
- 그런 신림 아니야?
- 아니 신림면 신림이고 그쪽으로도 또 하나 있잖아. 약수동 그쪽 금호동 그쪽으로도. 그게 무슨 시장? 왕십리 가는 그쪽에.
- 중앙시장?
- 중앙시장? 종로? 아. 신당 신당. 떡볶이 순대 신당 거기 유명하잖아. 우리 다음 주쯤에 이렇게 중간 평가 겸. 뭐 이렇게 중간평가 할 것도 없어. 맛있게 먹을 수 있거든요. 1인당 5천 원씩 이렇게 교사회에서 나와요. 야학에서.
- 다음에 순대 떡볶이 먹어요.
- 요 앞집에 순대 잘 하는 집 있어. 순대 하고 과일하고 먹장.
- 좋아요. 갑자기 갑자기 기승전 순대. 다음 주에 순대 먹을 생각으로 또 우리 즐겁게 한 주를 보낼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 여기 재밌는 단어가 나오는데 100원을 받아서 전방에 가서. 근데 이게 전방이 아니고 점방(店房). 점방이거든요. 근데 이게 가게를 옛날에
- 그때는 그냥 점방이라고 했어.
- 그렇지
- 점방이라는 말도 진짜 아 안 써. 그죠? 가게였다가 이제 슈퍼였다가
- 맞춤법이고 뭐고. 그냥 점방이라 그랬어.
- 점방이라. 그게 아마 한자어인데 점점 자에다 방 방 자여서 이렇게 작은 그냥 어떤 장소 코너 이런. 큰 가게에다 넣는 점방이라고 안 그랬고. 구멍 가게. 구멍가게란 말도 좋은데.
- 진짜 약간 포대기 이런 것도 사실 이제 안 쓰잖아요. 요새는 왜 애들 매는 것도 포대기가 아니라 약간 되게 전문적으로 나오는 비싼. 옛날에 어렸을 때는 다 이렇게 안쪽으로 끈달린 천이어가지고 한번 이렇게 둘러서 정말 딱 묶으면 저도 이제 동생이랑 2살 차이밖에 안 나긴 했는데 정 안 되면 그냥 저라도 어쨌든 안고 저랑 비슷한 동생 업고 막 그랬던 기억이 있거든요.
- 고물장수 막대엿. 가위. 고물장수 가위.
- 그래서 집에서 진짜 팔면 안 되는 것들 애들이 되게 많이 훔쳐다가 쓰는 물건인데 왜 부지깽이 같은 거 쓰는 물건인데 갖다가 주고 막 막대엿 바꿔먹고 빗자루를 맞고 그러는 애들 많았어요.
- 깡통님은 고물 장사 안 해보셨어? 그거 좀 해보시지. 그러면 얼마나 얘기할 게 많아. 막대엿. 그치? 이제 딱 잘라서
- 옛날에는 약간 이렇게 막대엿.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도 왜 이렇게 이렇게 메고 다니시면서 이렇게 하나씩 뽑아서 주시는. 아이스케키도 50원이었는데.
- 야. 자기 때 50원이지. 내 때는 우리 때는 2원 1원 이랬어. 그지?
- 저 검정고무신으로 봐서 알아요.
- 이제 막 나오면 2원이고 녹으면 1원
- 녹으면 1원. 하하하.
- 그 케키통에서 녹잖아 이게.
- 그러니까 그런 게 진짜 다 없어지고 요새는 이제 그 찹쌀떡도 안 파는 것 같아.
- 찹쌀 떡~
- 어저께 우리 동네에서요 찹쌀떡 말고 무슨떡? 돌아다니던데.
- 밤에?
- 아니요. 낮에.
- 찹쌀덕은 겨울에 주로 다니잖아요. 겨울에.
- 찹쌀 떡~ 메밀 묵.
- 어쨌든 나름의 정취가 있잖아요. 이렇게 동네 골목에 막 이렇게 밤에, 밤에 조용한데 이렇게 그런 소리가 있고 멀리서 들려올 때가 있단 말이에요. 요새는 저 못 만난 거 같아.
- 어저께는 뜬금없이 낮에.
- 찹쌀떡만?
- 찹쌀떡하고 반개떡?
- 아. 반개떡.
- 그리고 뽑기.
- 옛날 딱딱 맞춰서
- 달고나로 하는 거?
- 말구요.
- 약간 유리. 투명한 거
- 이게 이렇게 맞춰가지고 맞춘 상태에서 이거 뽑아가지고 그림 맞으면 잉어도 나오고 거북이도 나오고.
- 큰 종이에 이렇게 번호 쭉 나와있는. 그래서 뜯으면 번호 나오면 번호에 해당 되는. 모르시죠?
- 문방구에서 하는 거야?
- 네.
- 이렇게 녹여가지고 이렇게 모양 내 가지고 하는 거 있었잖아요.
- 그거는 최근에도 어디 가면 있는데.
- 지난번 영화 ‘오징어 게임’에 그거 이렇게 눌러 갖고 이거 띠는 거 나왔었잖아.
- 아니야 아니야. 그거는 그거는 정말 이제 그 달고나. 달고나 뽑기고. 사계절님 얘기하는 거는 그거야. 종이판에 번호.
- 이제 곧 있으면 가는 운동회 때. 애들 학교 앞에서 그 주변에 그 장사 하는 사람들이 나와요.
- 그래서 거기에서 가장 큰 1등은 큰 잉어. 사탕인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설탕 물이야. 근데 크니까. 크니까 그 번호를 뽑고 싶은 거지. 이제 꽝 나오고 작은 거 나오고 막 이렇게.
- 길남 님은 그 달고나 뽑기 해봤어요? 달고나 뽑기. 국자에다가 이렇게 녹여서 이렇게 부어갖고.
- 그거 뽑기에요?
- 그치.
- (?) 지금도 (?) 팔던데.
- 맞아요. 요즘도 혜화동이나 이런 데 가면
- 그 국자로 하는걸 뭐라고 부르셨어요? 어렸을 때?
- 뽑기.
- 저흰 띠기였거든요. 쪽자래. 쪽자.
- 부산은 쪽자.
- 재밌다.
- 그게 다 다르더라구요. 부르는게.
- 엎어라 뒤집어라도. 지역마다.
- 그건 또 뭐야.
- 편 나눌 때 엎어라 뒤집어라.
- 덴찌 부렌찌.
- 데덴찌
- 들어보지 못했어.
- 하하하.
- 근데 진짜 아까 ‘검정 고무신’ 얘기 하셨지만 약간 그런 글인 것 같아요. 진짜 어린 시절 정취가 되게 잘 담겨 있는.
- 이 장면이 아주 좋더라고.
- 글에 나오는 금봉이. 얘는 또 얼마나 이뻤을까.
- 그러니까. 이름까지 이렇게 기억이 나냐? 사계절 님 아픈 거 좀 얘기해도 돼? 응. 아니 나는 사계절 님이 이제 뇌전증이 있어요. 그래서 이 기억력과 뇌전증이 연관된 것 같아. 보통 사람은 다 까먹는 기억들을 사계절님은 오히려 그 뇌전증 때문에 어떤 기억들을 더 잘 보관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싶어. 어떻게 이렇게 기억이 세세하냐고.
- 어쨌든 우리랑 구조가 좀 다른 거 같아.
- 그치? 구조가 다른 거야. 난 뭐 병이나 장애 그런 것 중 많은 게 그냥 구조가 다른 거라는 생각을 해. 경로가 다른 거야.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을 해.
- 저도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 막 그때는 이 골목에서 막 같이 놀던 시절이잖아요. 그러니까 친구가 있었다. 옆집 오빠가 있었다. 이런 건 생각나지, 근데 이름은 기억 안나.
- 그럼
- 부곡 풀장. 이런 거야 뭐 이제 그 이후로도 계속 들으니까 그런다고 하지만.
- 이거 부곡 풀장 (?)
- 아직 거기까지 안 갔어 이제. 어린 시절이 한 열 페이지 정도만 나왔거든. 작년이 아니니.
- 이 묘사들이 정말 탁월한 거 같아요.
- 그렌다이져라는 만화.
- 그렌다이져 몰라요?
- 몰라요.
- 슈퍼 태권브이는 아실 거 아니예요.
- 태권브이? 태권브이는 일랑이가 불러서 알아.
- 그 당시 같이 나왔던 저긴데.
- 어렸을 때 그러면 만화가 아예 없었나?
- 있었지. 마징가젯.
- 마징가 젯.
- 길남님 마징가 젯 보셨어요? 만화 영화. 그렇지 그렇지. “마징가! 마징가!“
- 이상한데
- 태권브이는 일랑이가 손주인데 하도 걔가 요즘 아주 태권브이 빠야.
- 그렌다이져는 잠깐 나와서 아예 들어가서 안나와.
- 리버 님은 어렸을 때 만화 노래 생각나는 거 없어요? 그 시대에. 피구왕 통키인가?
- 기억이 안나.
- 나는 내 시대의 만화라기보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보니까 봤던 게 태권브이랑 이런 거야. 그게 이제 지금까지도 애들한테 꼬마들한테도. 내 시대에는 만화가 있었나? 내 시대에 다섯 여섯 살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우리 집에 tv가 아마 없었을 테고,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 비교적 일찍 생겼는데 나는 그런 걸 안 봤던 것 같아. 우리 집은 그런 걸 못 보게 했었어.
- 저희 세대가 아마 딱 본격적으로 tv에서 그런 일본 만화 같은 거를 수입해 와서 이제 한국어로 다 변환해서 딱 풀어주던 시절일 거예요.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 이럴 때 tv 틀면 이제 막 소공녀 이런 것도 나오고 빨간 머리 캔디. 그다음에 이제 아까 얘기했던 마루치 아라치 이런 게 다 일본 만화인데 이거를 싹 이제 한국판으로 바꿔가지고 많이 틀어졌죠.
- 드라마 중에서는 ‘태양은 늙지 않는다’ 기억나세요? 태양은 늙지 않는다라는 드라마. 기억 안 나세요? 텔레비전에서.
- ‘태양은 가득히’는 알고.
- 태양은 가득히? 그건 외국 영화잖아.
- 나는 최고 기억나는게 ‘똑순이’ 아시죠?
- 잘 몰라.
- (검색해보고) 태양은 늦지 않는다. 1970년.
- 그렇고 최불암 나오는 그 수사반장
- 수사반장.
- 알죠.
- 그렇고 ‘사화산’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어. 그게 이제 남북 간의 갈등 그거고 그 사화산이 이제 화산인데 죽은 화산 사화산이라고 하잖아. 그게 아마 북한의 백두산을 말하는 건지 남한의 한라산을 의미하는 건지 하여튼 그랬었는데 그런 드라마가 있어서 그래도 이제 반공 입장에서 만든 영화인데 하여튼 그런 드라마들이 약간 좀 시사성이 있는 이런 것들이었지.
- 약간 뭘 보고 자라느냐도 되게 많이 다르고 그게 또 갖는 약간 공동의 기억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 나는 만화에 대해서 굉장히 안 좋게 처음부터 기억이 만들어져 갖고 만화 보는 건 안 좋은 거다. 우리 엄마 아버지가 그랬고, 그리고 나도 별로 만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없었어갖고 우리 때 굉장히 만화 많았거든요. 서울에 언제쯤 오셨어요? 고등학교 2학년 지나고 나서 오신 거지? 만화 못 보셨겠네. 만화방
- 만화방에서 많이 잤지. 24시간.
- 그럼 거기서 아예 잠도 주무시고 만화도 보셨어? 깡통 님은 만화방에서 주무셔 봤어?어.
- 동대문에 아직도 그런 24시간 만화방이 저 건물 한 4층 5층 이런 데 있더라고요.
- 그게 노숙인들이 많이 숙소로.
- 그러실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봤는데 저기 많이 주무실거 같다.
- 나 어렸을 때 그 만화 가게에서 뽑기도 해줬고 라면 같은 거 이런 것도 끓여줬고 그랬었거든. 근데 한 번도 만화가게를 안 가봤어. 그래서 나는 내가 애들 낳아서 키울 때 애들이 만화방 가고 게임방 가는 걸 너무 이해하기가 힘들었어. 막 이렇게 타락하는 거라고...그렇지? 그 고정관념을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 나중에 그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야 했던 것 같아요.
- 저도 아빠가 좀 이렇게 만화 보는 걸 되게 싫어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 때는 또 약간 만화 잡지 같은 게 또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렇게 만화를 모아가지고 월간지 이런 거 나오고. 그래서 언니가 그걸 사보기도 하고 이랬는데 아빠가 엄청 야단치면서 그러니까 만화를 보면 멍청해지는 거래요. 이제 글자가 많은 책을 읽어야지 자꾸 그 쉬운 책을 읽고 그림 있는 책을 읽으면 멍청해 진다고 엄청 뭐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만화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제 기억력이 진짜 없는데 딱 하나 기억나는 게 두꺼비만화방. 내 인생을 만든 두꺼비 만화방이라는 곳이 있어요.
- 동네에 있던 만화방이야?
- 네네. 이제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골목에 그 만화방이 있었는데 저희 언니랑 저랑 거기서 거의 이제 아주 진치고 살고 한 권에 몇 십 원 이랬을 거예요. 그때는 보는 게. 한 권에 50원 100원 이렇게 했잖아. 근데 이게 많이 보면 어쨌든 그것도 돈이 쌓이잖아요. 돈이 필요하죠. 그래서 이제 아빠 주머니에서 이렇게 하거나 이제 학원 가라고 보낸 걸 안 가고 등록했다고 뻥 치고 이제 학원가는. 태권도 학원을 다녔었거든요. 아빠가 어렸을 때 이제 아들을 보내면서 너네들도 다 태권도를 배워라 이러면 저랑 저희 위에 언니가 태권도장 다닌 거예요. 태권도에 갔는데 그 시대만 해도 여자들이 태권도장을 안 오니까 이 사범이나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불편해하는 거야. 왜냐면 옷 갈아입는 것도 이제 여자애들 둘이 갑자기 가서 나타나니까 원래 남자들끼리 막 후떡후떡 벗고 그랬는데 이러면 안 되니까. 얘를 이제 약간 배려해 줘야겠다 생각해서 그런지 되게 짜증이 났나 봐요. 그래서 사범님도 우리가 오는 게 너무 싫은 게 얼굴에 티가 나고. 우리가 이제 태권도가 끝나고 집에까지 가는 길에 남자애들 쫓아오면 돌을 던진 거예요. 오지 말라고. 그래서 같이 막 돌 던지고 싸우고 그러다가 재미를 잃은 거지. 우리가 가면 늘 환영받지 못하니까. 그래서 한 달인가 다니고 그 뒤에 언니랑 둘이 엄마한테 학원을 다닌다고 하고 이제 남동생은 보내고. 너는 이제 열심히 다녀라.
- 대신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
- 어. 그래서 그 학원비를 받아서 그 만화방에서 이제 학원 가는 시간을 때워야 되니까. 동생이 태권도 학원 끝나고 저희를 데리고 와서 이제 같이 태권도 한 척하고 가다가 그걸로 한 6개월 정도
- 와. 오래 했다.
- 길게 하다가 걸려가지고 죽도록 맞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너무 그때가 너무 좋았어요. 한 2시간 태권도 하고 가야 되니 2시간 동안 거기서 막 정신없이 웃는 거지.
- 몇 살 때쯤이예요?
- 그때 아마 초등학교? 초등학교 고학년. 저는 고학년 언니는 아마 중학생 있을거 같아요. 언니가 좀 덩치가 있었으니까. 다시 끌려가서 결국 열심히 다녀서 검은 띠 땄어요.
- 야 검은 띠래. 조심해야 되겠다.
- 초등학교 때 딴 건 뭐. 지금도 그래서 만화를 웹툰으로. 요새 바뀌었잖아요. 근데도 저는 웹툰 진짜 좋아하거든. 거의 모든 웹툰 다 봐요.
- 아 그래? 진짜 다르다.
- 저의 약간 힐링 타임으로 웹툰을...
- 나는 지금도 만화에 대한 내 편견은 없어졌는데 즐기지 못해.
- 리버님은 만화.
- 예전에는 많이.
- 보긴 봤어요? 한 때?
- 막 공주 뭐 이런 만화들도 좋아했어?
- 아니 순정만화는 싫어했어요. 그때도 약간 까치. 야구 만화. 야구 축구. 근데 맨날 똑같아. 설까치랑. 도고탁.
- 완전. 몇 년도생이야?
- 동갑이야.
- 동갑이야?
- 76년생? 야. 76년이면 야.
- 그러니까 이게 장르가 다르고 축구 야구 (?) 맨날 라이벌이였어. 설까치랑 독고탁이랑. 근데 그게 막 40권씩 나와요. 맨날 둘이 라이벌이랑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하다가 결국 설까치가 이기겠지. 근데 그런 얘기도 좀 좋아하고 sf 당시에 일본에서 번역돼서 들어오는 sf나 이런 걸 좋아했고 지금도 사실 연애물보다 약간 그런 게 재밌어요. 공포. 역사물 이런거. 어쨌는.
- 이 유튜브에서 그 제목 딱 (?)
- 지금도?
- 옛날 생각하는 거예요.
- 그래서 ‘공포의 외인구단’
- 이름은 들어봤어요.
- 그게 만화를 영화화 한 거잖아요. 설까치.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유치하다. 항상 삼각 관계야. 설까치, 독고탁. 엄지.
- 결국에는 엄지가 설까치한테로 가잖아요.
- 그런 만화가 있답니다.
- 소설 책은 안 읽었어? 길남 님 소설책이나 이런 책 많이 읽으셨을 것같아. 책 많이 읽으셨을 것 같아. 어떤 류 책. 만화 좋아하셨어요?
- 만화 안좋아했어요.
- 그렇지? 우리는 만화 안 좋아해. 길남님은 나랑 같은 꽈야.
- 그 당시에는 저기 먹기도... 형편이 안 좋아가지고 시골 분위기가. 교과서 그놈만 잘하면 됐어요.
- 맞아. 시골은 더군다나 그랬을테고.
- 그때는 소설을 볼 여유가 없었어요.
- 그래도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학교 공부 말고 어떤 책들
- 밖에 나와서
- 아 집 나와서?
- 나와서 이제 저 보게 되더라고. 그때는 학교가 끝났으니까 책이 뭐냐 그런 식이었었지. 학교가 끝나면 책도 안 봤어. 보면은 남들이 흉보는 거 같고.
- 이제 책이랑 끝난 거라고 생각하셨네.
-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그러고 나서 내가 저기 저 생각했던 것이 책을 보니까 책 속에 들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같이 생각이 되는 사람도 있구나. 그런 것이 들어오더라고. 어떤 공감을 갖게 돼서 책을 보게 되더라고.
- 책 보는 맛이 그거지. 정말 나랑 이렇게 생각이 같구나. 혹은 뭐 내 생각을 계속 발전시키는...
- 그래갖고 나이가 먹었다고 책을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관심만 있으면 보고 하면 되는 것이구나. 그런 이 생각이
- 그래서 읽은 류의 책이 소설 아니면 뭐 철학 어떤 거였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책이?
- 주로 생각 위주로 쓰여진 책. 생각. 소설보다도
- 에세이나 철학이나 뭐
- 약간 저기. 그런 인생적인 인생을 좀 표현하는 그런
- 응.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는 누가 어떤 작가가 좋았던 것 같아요?
- 우리나라요? 그렇게 지정할 수는 없고. 조정래‘ 태백산맥’ 그런 것.
- 역작이죠.
- 그런 책도 괜찮더라고요. 읽을만 하겠더라고. 너무 막 이어지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어
- 다른 일들 하고 못하고 붙들려 있지
- 있으니까 뭐 띄엄띄엄 읽게 되고 그러는데. 아무튼 괜찮아요.
-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는 책도 되게 귀했잖아요. 집집마다 이렇게 책이 많이 있거나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그래도 도서관이 좀 있었지.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 저희도 아빠가 책을 사주시긴 했는데 지금처럼 사실 책이 엄청 집에 많고 그러지 않았던 것 같고 그리고 이제 근데 요즘은 오히려 책이 진짜 많이 나오잖아요.
- 그치. 고르기도 힘들어.
- 고르기도 힘들 만큼 많이 나오는데 책만이 아니라 사실은 막 드라마도 많이 나오고 유튜브도 볼 게 너무 많고 하니까 예전보다 오히려 책을 덜 읽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은. 볼 게 너무 많아요.
- 맞어. 요즘에 유튜브도 긴 거 안 보잖아. 5분 넘어가면 안 본대.
- 그래서 쇼츠 틱톡 이런 게 유행하는 게 점점 약간 짧아지는. 진짜 내가 깜짝 놀란 게 영상을 10분 20분 이런 거를 올려놓은 거를 압축해서 한 1분 정도로 이렇게 쇼츠로 만들잖아요. 그런 거는 몇 만 회가 조회가 되는 거예요. 긴 거는 한 300회 400회밖에 안 돼도. 그래서 사람들이 진짜 그냥 이렇게 휙 지나가는. 저도 요새 약간 가끔 이렇게 오가고 할 때 유튜브를 켰다가 강아지 영상 이런 거 있잖아요. 요새 진짜 많거든요. 귀여운 영상 왜? 강아지 고양이 그런 진짜 막 30초 이런 거를 계속 보게 되는 거예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 아기랑 강아지.
-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러니까 그게 확실히 약간 뭔가 이렇게 보는 것에 그러니까 책은 근데 사실은 보려면 정말 약간 마음 잡고 좀 조용한 데서 이렇게 최소한 한두 시간을 쭉 읽어나가야 되는데 약간 그럴 수도 있는 뭔가 이게 습관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점점 이렇게 짧은 것만 보게 되고 뭔가...
- 나는 길남 님이 책 속에서 나랑 생각이 같은 사람. 그 다음에 생각을 더 확장하는 거 이런 거를 알게 됐다는 게 이해가 가. 정말 내 경우도 그랬거든. 그러니까 10대 초중반 이때 무지하게 힘들었거든요. 사람들이랑도 안 만나고 혹은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나를 건진 건 진짜 책인 것 같아. 학교 도서관 뭐 이런 데 가서 계속 책 읽고 학교 도서관 아니면 이제 공공도서관. 남산도서관 무슨 저기 어디야. 하여튼 그런 도서관들 가서 책을 읽으면 아 정말 나를 이해받는 느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이해받는 느낌 혹은 나한테 쌓여 있던 어떤 분노들이나 이런 것들이 좀 해결되는 느낌. 그런 게 있어서 저는 이제 소설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청준 소설이나 이런 거는 읽을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소설을 잘 쓸 수 있나 이런 생각이랑 그때부터 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절대 이렇게 못 쓸 거라는 절망감이랑 그게 같이 겹쳐서 오게 됐어요.
- 저도 소설을 제일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청소년 시기에는. 작년에 제가 글 썼을 때 중학교 때 왜 친구 하나도 없었다. 그런 글 쓴 적 있었잖아요. 근데 저도 그냥 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학교에 가든 집에 있든 오로지 그냥 책을 붙들고 약간 그냥 저는 약간 이해받는다. 이런 것보다도 그냥 약간 도망쳤던 것 같아요. 책으로. 뭐라도 읽고 그냥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서.
- 다른 세계가 있는 거잖아.
- 진짜 그때 소설책 많이 읽었던 것 같고 지금은 사실 이제 막 읽어야 될 게 일 때문에라든가 이렇게 많으니까 소설을 잘 못 읽어서 오히려 소설이 너무 읽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젊은 작가상 탔던 것도 약간 이제 친구들이랑 소설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어요. 너무 소설을 안 읽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소설 책을 읽자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에 정말 너무 좋은 소설들도 많고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약간 사계절 님처럼 되게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을 이렇게 길러오르는 굉장히 묘사를 잘하는 작가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소설이 주는 약간 위로가 있어요. 뭔가 어려운 딱딱한 책 이런 어쩔 수 없이 내가 막 꼬여 읽어야 되는 책 말고 그냥 소설을 읽었을 때 받는 위로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 이해가 되면은 기쁘잖아요. 이해가 되면은. 근데 이해가 안 되면은 아주 고통이야 고통.
- 그러니까 책은 보통 한 70% 정도를 이해하는 책이 자기한테 굉장히 도움이 된대요. 그러니까 내가 빤히 다 아는 거 쓴 책은 나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되잖아. 그리고 너무 어려우면 또 이제 괴롭고. 그러니까 한 70% 정도 이해된다 그러면 나머지 30%는 내가 이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나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 30프로를 다 확장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렇더라도 이 책이 나한테 도움이 된다는 거지. 내 생각을 더 넓히는데.
- 어떤 목적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반복해서 읽을 수 있잖아요. 반복해서. 어렵다 하면은 다시 또 한 번 읽고. 또 한 번 읽고. 근데 그렇게 하기 어렵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루기 위해서 하는 사람은 그래 뭐 해야죠. 직업이던. 근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한 번 읽고 나면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없어. 이해가 됐든 안 됐건 간에 읽었다 그걸로 끝나요.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 걸로
- 요즘도 책을 자주 읽으셔요?
- 아니 그냥 읽는다기보다도 그냥 한권씩.
- 아니 나는 맨 눈으로 책 읽기가 어려운 나이거든. 우리 나이는.
- 저 눈이 조금 밝아요.
- 그러시군요. 평생 한 번도 안경을 안 껴보셨어?
- 예. 눈 하나는 타고났어요.
- 진짜 눈 좋으시다. 우리 나이 되면 이제 아예 글씨가 안 보여. 그래도 나는 잘 보이는 편이거든. 황금 근시라서. 근데 길남님은 한 번도 안경을 안 껴보셨다는거네.
- 너무 저기 신경을 많이 써서 그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 제가?
- 예.
- 아니에요. 내 나이 또래 다들 돋보기 써야지 글씨를 봐. 저는 맨눈으로 글씨를 볼 수 있거든. 그리고 요즘은 주로 이렇게 듣기. 책 읽어주는 듣기 유튜브나 아니면 듣기 기능 이용해서 책을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