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기 필리핀항해기 2편
통영항으로 나와 1단 축범된 메인세일을 끌어올렸다.
북풍계열을 바람이어서 육지가까이에서와는 달리 먼바다로 나가면 바람이 세어 질것이다.
짚세일도 활짝 열어 한산도와 미륵도 사이의 통영수로를 4노트속력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북풍이지만 바람을 등지고 가니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잠시 후 용초도와 비진도를 지나 바다가 넓어지니 바람이 돛에 올라타며 배가 물위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를 보니 6노트를 넘어선다. 이맘때쯤 포항에서 온 임우철씨가 지역 특산물로 가져온 과메기를 꺼내 놓는다.
길다란 과메기를 초장에 찍은 다음 배추에 사서 입으로 가져간다.
소주 한잔에 안전항해의 염원을 담고 건배를 한다. 참 이번항해에 준비한 술은 소주 됫병2개다.
내가 술을 안마시다보니 (40일째 금주중) 술을 준비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는데
다른 분들도 그다지 알콜에 애착을 갖는 사람이 없다.
12시경, 좌사리도를 지나 남남서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제주를 30마일쯤 동쪽으로 비켜가고 대만을 서쪽에 두고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기온은 9도이다. 바닷물의 온도가 있어서인지 육지보다는 기온이 높다.
15시경 임우철씨가 오이양파무침과 계란찜을 만들어 점심을 준비했다.
세분중에서는 그래도 바다경험이 제일많아서 선발로 나섰는데 요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바람에 멀미기운을 느끼는것같다.
조리된 식사를 다들 제대로 못한다. 배에서의 요리는 빨리 만들고 들고 먹을때 편한 메뉴가 좋다.
상선경험이 있는 황윤구씨는 지난번 오사카 항해때 멀미로 고생을 한 경험 때문에 멀미약을 붙이고 나와서인지 식사를 한다.
전호표씨는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저녁무렵 예보와는 달리 홀연이 바람이 사라졌다. 앞전 바람이 만들어 놓은 파도 때문에 배가 쉴새없이 요동친다.
한시간 정도 바람을 기다리며 엔진을 가동한다.
저녁에 첫 야간견시는 임우철씨가 맡았다. 요리하느라 멀미기운이 있어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20시, 속도는 7노트고 파고는 1.5미터 기온은 10도이다.
왼쪽 쓰시마쪽 저멀리 칼치잡이배인지 오징어 잡이 배인지 불빛이 환하다. 1시방향에 제주도가 있다.
21시 바람이 거세져서 메인세일을 3단 축범했다.
그런데 메인세일과 마스트를 연결한 슬라이드가 몇 개 부서져있다.
강풍이라 수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메인세일을 전부내려버렸다.
짚세일만으로 항해를하는데 선속이 7노트를 오버한다.
전호표씨는 멀미기운 때문에 선실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추위에 노출된체 시간을 보냈다.
황윤구씨의 멀미는 계속되고 있다.
바람25-30노트, 파고 3미터를 넘어선다.
1월7일
03시경 황윤구씨가 급히 부르는 소리에 콕핏으로 올라가 확인하니
중국어선한척이 좌후현으로부터 접근한뒤 10미터 근접항해를 하여 우리 앞쪽으로 가로 질러 갔다.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03시부터는 멀미가 시달리고 있는 전호표씨가 견시를 자청하고 나섰다.
취약시약인데 괜찮을까 걱정이다. 3명의 크루들이 3교대로 근무를 서고 조금만
수상한 기미가 보이면 내가 같이 확인하는 스타일로 항해를 하고 있다.
중간 중간 어선들이 많이 나타나서 일어나서 같이 배를 확인해가면 항해했다.
09시 출발한지 24시간 꼭 하루가 흘렀다. 하룻동안 146마일을 내려왔다.
11시경 좌현 저멀리 상당한 수의 어선군단이 보였다.
기온은 10도 속력은 6노트 먹구름이 가득한 우울한 날씨다.
점심은 소불고기 덮밥을 먹었다. 멀미기운이 있는 황윤구씨와 전호표씨는 잘 먹지 못한다.
저녁무렵 수백 수천척의 어선들을 피해서 요리조리 피해간다.
임우철씨 근무시간이었는데 내가 머리를 내밀고 앞을 확인하며
피해갈 각도를 불러주면 임우철씨가 조정하여나아간다.
10마일 원안에 최소 수십척의 배들이 있다.
바람이 강해지면 오토파일럿이 힘을 못쓰는 일이 있었는데
중심을 잡아주는 센스를 잘 조정하고 나니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원드베인으로 항해를 해도 좋지만 장애물이 너무 많은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침로를 변경하기 용이한 오토파일럿으로 교체한것이다.
오토파일럿은 모니터의 보턴을 눌러 좌우로 각도만 틀어주면 된다.
1도, 또는 10도씩 변침할수 있는데 뒤바람이 부는 방향을 늘 생각해서
배가 와일드자이빙되어 붐이 생각지 않게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않게 되로록 주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AIS(선박항해정보송수신시스템)상에 배들이 엄청나게 나타나있다.
이곳은 AIS가 없어면 항해가 상당히 힘들 수 있는 그럼 복잡한 곳이다.
제주에서 남동쪽 3-40마일쯤 떨어진 곳이다.
어선들은 항해등이 아닌 작업등을 환하게 밝히고 3-8노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모양의 배로 같은 곳을 향해 끌고 있는 것을 보니 쌍끌이 어선인것 같다.
21시쯤 되어서 어선들이 뜸해졌다. 다시 평온한 항해가 시작되었다.
파고 2.5미터 속도6.5노트 기온은 12도이다. 지금 한국은 맹추위가 덥쳤다고 한다.
갑자기 AIS상에 표시물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대부분은 선박이 아니고 그물을 내려놓은 부이였다.
속력이 빨라지니 중립상태에 프로펠라가 돌아가기 사직해서 욍왱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기어를 물려놓아 소음을 잡았다.
얼마후 피해나갈 곳이 너무 많아 갑자스런 변침에 대비해서 엔진을 시동을 걸어두었다.
잠시뒤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배를 피해가다 엔진이 멎어버렸다.
기어도 물렸는지 꼼착을 하지 않는다. 발람이 좀 잦아들면 확인해봐야 겠다.
08일
멀미증상이 좀 호전된 황윤구씨가 아침으로 밥과 된장국을 준비하다 다시 덮친 멀미에 다운되었다.
멀미라는 것은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어느새 들어와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금 호전되었다고 느끼다가도
불현듯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지며 속이 매슥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09시 하룻동안 144마일을 달렸다. 이틀간 총 290마일을 달린것이다.
풍속 20노트, 선속6노트, 기온 12도 구름량은 90%정도이다.
김치찌개를 끓여 아침을 해결했다.
메인슬라이드를 수리했다. 그리고 메일세일을 올렸다. 엔진수리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다.
좀더 두고 보기로 했다. 기어는 물려서 꼼짝하지 않는다.
오후가 되어 날씨가 따듯해져서 배를 세우고 물속으로 들어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파도는 1.5미터로 조금 약해졌지만 배가 파도위로 들렸다 내려가길 반복하면서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서 작업하기가 만만치 않다.
임우철씨가 들어가 보겠다고 자청한다. 수영을 잘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배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된다.
선저의 트러블을 해결해야 만일 엔진을 사용해야 할일이 생길때 바로 대처할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그 트러블을 해결하려고 사람이 다치거나 더 큰 문제가 생기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 내가 들어가는 것이 나을것 같지만 배아래쪽에서 작업을 하다가 사람이 배에서
분리되어 떠내려 간다던지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기에 대처해야 한다.
더우기 감기에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라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해상상태가 좋지 않을땐 잠수실력도 중요하지만 수영를 잘해야 하고 그것도 거친바다에서의 경험이 많아야 한다.
몸에 로프를 묶고 들어간다. 로프가 선저 어떤 곳에 걸리게 되어 못나오면 칼로 끊고 탈출해야 한다고 일어준다.
임우철씨에게 조금이라도 힘들면 나오라고 얘기한다.
임우철씨가 두범정도 그물을 잡고 프로펠라로 접근해보지만 해상상태가 좋지 않으니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두려움이 찾아오기 때문에 10초를 견디지를 못하게 된다.
바다상태가 좀 호전되면 다시 시도해보기로 하고 일단 임우철씨는 철수한다.
저녁때가 되어 황윤구씨가 라면을 끓였다. 조금 멀미증상이 나아진듯하다.
출발할 때 걸린 감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상태가 좋지않다.
코는 막히고 머리는 아프고 조금만 움직여도 멀미기운이 느껴진다.
약을 먹어도 좀체로 두통을 잡을 수가 없다.
저녁부터는 바람이 약해지서 속도가 5노트대로 떨어졌다.
기온은 여전이 12도이다. 또 하룻밤이 무사이 지나간다.
첫댓글 항해 이야기 감사하게 잘 읽었네요..
다음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편 기대됩니다.정말 멋진 경험입니다.
그져 생각만.......
다음편 언제올라오나요? 기다려짐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에게는 역시 겨울 바다는 아직 입니다.
윤선장님의 항해기는 볼때마다 재미 있어요.
안녕하세요.
박선장님 잘지내시죠.
순풍에 알아서 자이빙 되는 바람에 오토파일럿 오히려 어려울텐데 역시 경험 많으신 유선장님이십니다. 파고 1미터 이상인 상황에서 물에 들어가셨다니 대단하십니다. 멋진 항해, 안전 항해 기원합니다.
역시 겨울바다 항해는 만만치 않네요~~
고생도 낭만으로.....너무 어렵네요
글을 읽으면서도 긴장감이.. 휴 =33
실감나네.....ㅎㅎ
함께 가는것 같아 너무 흥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