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백교문학상 당선작] 정재돈
대상
항아리 / 정재돈
어머니는 줄곧 항아리처럼
둥글고 잘 발효된 가정을 만드시길 원하셨다.
갓 빚은 항아리에 가정의 안위를 담그시고
오랜 기간 모정의 효소로
자식들을 맛깔나게 숙성시키셨다.
행여나 음지에서 부식되지는 않을까
뚜껑 열어 햇살이 드는 곳에 말리셨고
우설(雨雪)의 세례엔 포근한 품으로 감싸 안으며
남몰래 스미는 한기를 떠 안으셨다
무르던 된장과 고추장이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시며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그윽한 맛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내심 흐뭇하셨다
품안에 익어가는 자식들 보며
평생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업을
마다하지 않으시며 기쁘게 깜냥깜냥 맞이하셨다
지금은 항아리처럼 짙은 황토 빛 얼굴
오돌토돌해져 주름진 살갗
오늘 문득, 그 위에
일터에 나가려던 햇살이 부리나케 앉는다.
유난히 광휘한 빛이 눈부시다
정재돈 _ 2011년 맑은누리문학 시부문 등단 2012년 경남문학관 제9회 시예술제 대학일반부 장원 2012년 제9회 천상병 백일장 대회 장원 2013년 제2회 무궁화문학상 대상 2013년 제2회 이해조문학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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