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비밀한 뜻에 의해 유기(遺棄)된 자들은 하나님의 의로우신 심판대 앞에서 자신의 무수한 죄에 대한 책임에 한마디의 변명도 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유기(遺棄)가 일어나는 것은
그들의 불경건과 부정(不正)과 배은망덕에 기인하므로
그들 자신의 탓에 돌려져야 한다.
이는 실로 합당하고 참된 대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왜 어떤 사람들은 순종하는 경향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완고한 고집을 끝까지 부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안을 파악하려면
바울이 모세와 관련해서 주목했던 점에까지 나아가야 한다(출 9:16).
즉
주님이 처음부터 이러한 자들을 세우신 것은
자기의 이름을 온 땅에 나타내시기 위함이셨던 것이다(롬 9:17).
유기된 자들이
자기들에게 알려진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 것은
마땅히 그 책임이 그들 마음의 악의와 사악함에 돌려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동시에 덧붙여져야 하는바,
하나님은 자기의 영광을 밝히 드러내시기 위하여
자기의 의롭고 불가해한 판단에 의해서 세움을 받은 그들이
저주 가운데 이러한 사악함에 넘겨지게 하셨다.
그들의 완고함이
그들 자신의 부정(不正)에서 생긴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될 수 없다.
그러나
주님이 그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시지 않은 것은
자기의 불변하는 작정에 의해서
그들의 멸망이 단번에 지정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동시에 주목되어야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그들 자신이 지은
무수(無數)한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심판좌(審判座) 앞에 설 수밖에 없으며,
그들은
자기들에게 책임이 돌려지는 천 가지 중에
단 한 가지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변명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사악한 자들이 하나님의 의로운 심판으로 말미암아
애매히 고난을 당하는 경우는 결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에 대한 원인을 우리로서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지혜가 가장 높이 고양(高揚)될 때
우리에게는 그것에 대한 무지(無知)가
어떤 모양으로든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 칼빈의 예정론(기독교 강요(3권 24장 1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