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기의 발견
1)나를 상징하는 자화상-몸과 마음을 통합
상징은 사물의 외관을 초월할 수 있는 정신능력이자 무의식과 의식, 상상계와 실재계와 개인과 우주를 연결하는 교량의 역할을 한다. 상징을 통한 대립되는 두 세계의 통합은 치유와 구원의 능력이 있으며 인간의 무의식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체험은 인간 심연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향상시키고 자기실현의 방향을 제시한다. 즉 진실한 상징이 깃들어 있는 예술치료 활동은 자기실현의 매개라 할 수 있다(진교훈, 윤영돈, 2003).
신화와 종교에 나타난 상징은 세계를 열려있도록 하고, 인간은 상징을 통해서 자신의 특수한 상황에서 벗어나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것에까지 개방할 수 있게 한다. 상징은 개인적 체험을 깨닫게 하며 그것을 영적행위와 형이상학적 세계파악으로 변모시킨다(Eliade, 1998/1998).
현실에 급급해서 신화와 상징을 간과하며 삶의 목적도 잃어버린 가난한 영혼의 치유적 상징체험이 차크라 색채명상을 진행해오는 가운데 살아있는 생명의 신화의 재창조가 시작되었다. 폐허가 된 전쟁터였던 마음과 참전 용사의 트라우마에서 다시금 인생의 의미를 찾고 전체화를 희구하는 간절함이 생겼다. 차크라 색채명상과 함께 진행된 표현예술의 여러 장르 중에 다소 무거운 시간들을 보냈었고 그래서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거울에는 다 보이지 않는 나를 볼 수 있기도 하였다.
그림 Ⅴ-9는 평소의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색채명상이 쉽지 않은 오렌지 차크라 색채명상을 하고 나서 한껏 높이 뛰어오르며 신이 나서 춤을 추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인데 사실 마음속에서 조차 이렇게 뛰어 보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차크라 색채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자유로워져서 바람이 스치는 것을 느끼며 환희와 열정이 가득한 내면을 드러내 보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빈틈없는 에너지들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몸의 지혜와 스스로 가진 치유력과 항상성을 믿으며 정신과 몸의 연관된 구조를 표현해 보려고 하였다. 굳이 설명한다면 날개가 없어도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를 갈망하는 무의식의 보상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Self)는 상징을 통해서 나타나는데 나에게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필요하고 또 소극적이긴 하지만 진행되고 있다는 예고편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경우에 자신의 그림의 다른 측면들을 자유롭게 연상할 때, 억압된 갈등이나 말로 할 수 없는 불안을 시각적 언어인 이미지로 즉 상징적으로 투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억압된 충동이 어떻게 이미지화된 투사를 통해 검열관에 의해 억압을 회피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분리와 큰 통찰을 얻을 수 있다(전순영, 2014).
그림 Ⅴ-10은 생명나무와 지식의 나무가 아닌 소망을 말하는 나무이다. 충실한 현실을 살면서 비상을 꿈꾸듯 마음에 소망을 품고 푸른 하늘 아래에 서 견고히 뿌리내린 모습으로, 잭의 콩 나무같이 자라서 하늘에 닿는 나무이고 싶은 염원을 나의 어머니의 가슴에 심었다. 자식을 위한 기도를 가슴에 담아 향을 피우셨던 내 어머니처럼 이제는, 나의 가족이 살아있는 동안에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기를 두 손을 들고 춤을 추며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마치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기도드린다.
완전한(complete) 삶은 이론적인 완전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삶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특별한 운명적인 현실을 솔직히 수용하고 이해하려고 하며 그 안에서 우리가 태어난 무질서한 혼란으로부터 조화를 이루려고 시도할 때 가능한 것이다(Jung, 1973). 그림 Ⅴ-11은 옛날 한 옛날에 살았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도 행복한 결말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7개의 차크라 색채명상을 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시각화 한 것이다. 그림 속의 두 사람은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지만 결코 외롭지 않으며 가슴 에는 서로를 위한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다.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으며 완전하지는 않아도 자연의 질서 안에서 결단하고 선택하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려하고 있다. 언제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내게 주어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린 그림이다.
상징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기 전과 그리는 동안에 일어나는 자신의 상상에서 무의식의 소재와 다양한 경험뿐 아니라 그 안에 작용하는 힘과 위력을 접하게 된다. 그 에너지는 오늘날에도 신(神)으로 명명되고 있으며 그 포괄적인 맥락에서 자신의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해하고 인식할 때 더욱 성장할 수 있다(Riedel, 1992/2000).
불교 초기경전 숫타니파타(Suttanipata)의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의 시경(時經)중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중략) 최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해이를 물리치고 행동하는 데에 게으르지 말며 힘차게 활동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법정, 1990)는 나에게 인간 역사를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지침서이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혼자만의 길을 가야하는 인생여정에 너무 괴로워하지 않도록 말해주는 지혜가 느껴져서 무척 좋아하는 글이다. 지나온 시간들과 현재의 노력에 대해 의기소침해질 때 새벽에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처럼 다가오는 지혜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아름다운 만남이라 생각하며 행복하게 동행하는 가족들이 있어 혼자라고 느끼는 쓸쓸함은 많지 않다. 각자의 삶에서 충실하게 자신의 소중함과 진정한 자유에 대하여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理致)에 대한 공부를 하며 좌충우돌 하지만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다. 노을에 인사하는 물결의 찬란한 반짝임을 보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하는 것에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외롭지는 않다. 오직 자신으로 살아야하는 과제로 힘들 때도 많지만 나의 이야기는 해피앤딩이 될 것 같다.
<차크라 색채명상을 통한 예술치료사의 자기실현에 관한 자전적 내러티브 탐구/ 전진옥 건국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치료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