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면 서민 가계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아파도 병원 안 가고, 매달 받아 먹던 우유를 끊고, 주말 외식이나 나들이를 삼간다.
하지만 빠듯한 주머니 사정도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국 부모의 자녀 사랑과 교육열은 어쩌지 못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뒷바라지하려는 부모들에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는 가뭄 속 단비다.
경기 침체가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부모들이 일반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문화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0-4세 영유아를 겨냥한 교육 강좌가 인기를 끌면서 영유아를 둔 엄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회원수도 급증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문화센터의 인기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가격이다. 문화센터 정기강좌 수강료는 보통 한 학기(3개월)에 10만원 안팎이고, 짧은 단기과정은 2-3만원선에서 수강할 수 있다. 일반 사설 학원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안성맞춤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비용은 저렴하지만 교육 내용은 전문 학원 못지 않게 알차다. 과거에 비해 영유아 강좌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유명 강사를 초빙하는 등 강좌의 질이 일반 학원 못지 않게 높아졌다.
부모들이 문화센터 강좌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다.
실제로 대전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마다 인지발달을 위한 창의·교구놀이, 감성발달을 위한 음악·미술놀이, 신체균형을 위한 통합놀이 등이 속속 보강되면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학습에 놀이, 체험까지 접목해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도 효과 만점이다.
이런 입소문을 타고 스테디셀러 강좌도 부쩍 늘었다. 음악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New 아마데우스 클래스’, 생후 10개월부터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Better Mommy 영어교실’, ‘즐거운미술체험놀이’, ‘쪼물쪼물 찰흙놀이’, ‘베이비 몬테소리’, ‘덩더쿵 전래놀이’, 4-12개월 아기들의 EQ발달을 위한 민속아동음악놀이인 ‘둥개둥개야’ 등은 엄마들 사이에서 명품 강좌로 이름 높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창의 독서논술과 토론교실, 리더십 스피치, I Love English, 델타픽스(원목조립 과학기구), 피타고라스 사고력 수학, 드럼교실, 클레이아트, 피아노, 플롯 같은 음악수업과 과학교실, 그리고 원어민 영어교실까지 단계별·영역별 인기 강좌도 수두룩하다.
두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김지연씨(대전 서구 탄방동)는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뉴 아마데우스 클래스’와 ‘오감발달교육’에 푹 빠졌다.
굳이 조기 교육은 아니더라도 아이의 지능, 감성 발달을 위해 K, W, H 등 유명 유아 놀이학교 몇 군데를 알아봤지만 한달 수업료가 80-90만원이라는 말에 기가 죽었던터라 싸고 알찬 문화센터 강좌를 접한뒤 연일 싱글벙글이다.
일반 놀이방과 달리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만족이다. 놀이와 학습, 체험이 골고루 이뤄지고 수업 후에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배운 것을 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쾌적한 교육 공간, 편리한 주차시설, 쇼핑 까지 해결 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설명이다.
“아무리 좋은 놀이방이나 전문 학원에 보내도 어떤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받고 있는지 지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요. 백화점 문화센터는 성장 단계별로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좋아요. 비싸야 좋을 것 같은 편견만 버린다면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문화센터 프로그램이야말로 요즘같은 불황에 딱 이죠.”
인기 강좌는 자체적으로 소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Better Mommy영어교실’의 경우 좀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엄마들을 위해 김희숙 강사가 직접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 수업에서 놓친 내용을 복습할 수 있고, 다양한 영어 학습법을 공유할 수 있어 인기폭발이다. 카페 회원수도 700명에 달할 정도다.
<권성하 기자>
대전일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