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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게시판 스크랩 저주받은 석유의 나라, 나이지리아
flower 추천 0 조회 61 10.01.07 22: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영국 식민지 지배와 30여년간의 군사 독재를 평정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국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아프리카 최대 석유 수출국, 세계 6위의 석유 수출국,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석유를 생산하는 나라. (보니라이트로 불리는 경질유, 황 함량이 적어 정제가 쉬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1억 4천, 전세계 8위의 인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 중 하나 (2008년 8-9% 예상),

바로 나이지리아입니다.





이런 수치를 볼 때 나이지리아는 행복한 나라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지리아의 비극

나이지리아의 국민의 절반은 절대 빈곤층입니다. 전국민의 절대 다수가 하루 1달러도 안되는 생활비로 연명하고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1400달러에 불과합니다.

1956년 나이저 삼각주에서 원유가 발견된 뒤로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퐁족한 삶을 기대했지만, 이들은 석유 발견 전보다 훨씬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나이저 삼각주.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생태계였던 이곳에서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어패류를 수확해
100%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석유 개발 사업으로 나이저 삼각주의 홍수림은 궤멸됐고, 수없이 많은 야생 동식물과 어류들이 멸종해 버렸습니다.

삼각주 위로 지나가는 송유관에서 25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석유 유출 사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 위로 쏟아진 엄청난 양의 기름은 나이지리아 일대의 어업 활동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생선만 잡아도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주민들은 이제 새어나온 석유나 폐타이어를 태운 유독성 불에 고기와 식물을 그을려 먹어야 합니다.

거기에 유정에서 태우는 가스 연기로 일대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고약한 대기 오염을 유발하고 있으며, 산성비로 인해 그나마 남아 있던 어족마저 멸종시켜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작물들은 죽어갔으며, 심지어 집의 지붕까지 썩어 구멍이 나 버렸습니다.


나이저 삼각주의 일상적인 풍경.
바닥으로 쉴새 없이 석유가 쏟아져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공중으론 불붙은 석유가 뿜어 대는 유독 개스가 숨을 쉬기 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에 나무 뿌리를 굽고 있는 소년. 
엄청난 석유를 매장한 국가의 국민들임에도 연료가 부족해 요리조차 해 먹지 못하고 있다.

석유 발견 이전엔 자급자족 하던 국가가 현재는 식량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계 6위의 석유 부국임에도 매일 부숴지는 정유 시설 때문에 연료의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기름이 없어 영업을 못하는 주유소도 상당수이고요.

나이지리아는 석유가 생산되는 지역일수록 오히려 더 가난합니다. 석유로 인한 오염으로 주민들은 생계 수단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개 석유 회사가 오염에 대한 보상을 해 주지만 주민들은 그 보상을 받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막다른 인생에 봉착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7년 2월호 커버스토리 메인 컷.
나이지리아 남부의 포트하커트의 빈민촌이다. 석유가 발견된지 50년이 지난 도시의 참혹한 풍경.

쓰레기 더미 쌓인 빈민가, 불량배, 잡상인, 거지,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 직업을 잃은 어른들.

생산 활동을 하는 주민은 없고, 부패와 폭력, 불법, 살인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최악의 사회.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석유와 석유 기업,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몰락

나이지리아의 시민 운동가들은 나이지리아의 비극은 석유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석유가 발견된 뒤로 외국계 석유 회사로부터 재정을 충당해 왔습니다. 실제로 국가 수출 소득의 95%, 국가 수익의 80%를 석유가 차지할 정도로 나이지리아 정부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입니다.

즉, 정부는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는 관심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정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급급하다는 것이죠.

정부와 석유사의 이런 유착 관계는 석유사의 끔찍한 범죄 행위로 이어졌습니다. 석유회사들은 빠르고 값싸게 석유를 채굴하기 위해 거침없이 뇌물을 사용했으며, 환경 영향 평가 없이 무계획적으로 도로, 운하, 송유관을 건설했고, 자원 파괴, 토지 피해 보상을 몇년 동안 지연시켰고, 주민 시위를 갖은 비합법적이고 교활한 방법으로 진압했으며,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로열 더치셸, 토탈, 아지프, 엑슨모빌, 셰브런 등의 대표적인 서양의 석유 기업들은 이런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서 해당 지역에 사회 기반 시설을 세워주지도, 지역 주민들을 정식 채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을 오직 값싼 임금의 단순 노무자로 부리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석유를 팔아서 얻은 나이지리아의 오일 머니 70%가 공무원과 군인들의 횡령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매년 사라지는 금액이 년간 14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례로, 나이지리아 바이엘사의 전 주지사는 오일 머니를 수년간 횡령, 외국 은행에 수억 달러를 은닉하고, 미국에 대저택을 구입했으며, 자녀를 런던 사립 학교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장 반군, 군벌

이런 뿌리깊은 부조리는 주민 폭동을 불렀습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군대를 조직해 총기로 무장하고 정부군과 석유 회사 직원들을 납치, 살해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비밀 무장 세력 나이저 델타 해방운동(MEND)입니다. 이들은 석유 시설을 공격하고 납치 살인 방화 테러를 일삼으며 엄청난 영향력 과시하고 있습니다.


나이저 델타 해방운동(MEND) 조직원. 
그간 수많은 서양인들을 납치-살해해 서방에선 매우 유명한 반군 조직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송유관 파괴와 석유 유출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석유 회사의 직원들은 무장 경호원의 호위 없이는 밖에 나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들에 대해 무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력 대응으로 MEND의 조직원이나 주변 마을 사람들이 사망할 때마다 MEND의 조직은 오히려 더 커지고 활동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뽑힌 나이지리아 정부이지만, 현재까지는 부패 청결과 정당한 석유 이익 분배를 말로만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근본적인 해결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나이지리아의 대통령 우마루 야라두아.
2007년 선거를 통해 선출됐으나 부정 선거를 저지른 또 하나의 부패 정치인이다.
1999년 민주화 이래 나이지리아의 정치 수반들은 스스로 부패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글 속으로 이어진 송유관과 그 위를 걷는 주민.
석유가 발견된 마을의 주민들은 석유를 저주하지만,
석유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마을을 주민들은 아직도 석유가 발견되길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참고 자료: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7년 2월호 "검은 황금의 저주 나이저 삼각주의 희망과 분노"
http://en.wikipedia.org/wiki/Nigeria


다음 시간엔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도시, 라고스를 소개합니다.


나라와 도시 이야기 전편들

2편: 경제 대신 환경보호 택한 행복의 나라, 부탄

1편: 거품 경제에 무너진 "세계 최고"의 자부심,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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