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싫어∼ 싫어∼!!"
"준규야 골고루 먹어야 키 큰다니까∼ 키커야지 태규한테 이기지"
"그래 이할미가 새우젓 넣어서 담근거라 맛있어 어여 먹어봐"
"아 진짜 안먹을래 나 새우젓 싫어한단말이야∼"
어머니와 아내와아이들이 떠드는소리에 성욱은 눈이 뜨였다.
"와 아빠 일어났다"
"아빠 나랑 오락해" 어머니와 아내의 구박과 회유에 시달리던 준규가 내얼굴을 보더니 무언가 갈구하는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안돼 이거 다먹고 그리고 아빠 운전 오래해서 피곤해 귀찮게하지말고 이리와"
아들녀석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강아지 모양으로 아내에게 뒷덜미를 잡힌채 준규는 질질 끌려갔다.
잠이 덜깨 어리벙벙한 성욱은 소란스러운 안방을 나와 건너방으로 건너가 tv를 켰다.
(마키넨선수는 지난해까지 미쯔비시팀에서 랜서를 타다가 올해 스바루 팀으로 이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적응도와 머신트러블이 겹쳐 큰 활약은 보여주지못하는군요...
올해는 전반적으로 푸조팀의 선전이......)
"으응? 요즘은 이런것도 해주나?"
"많이좋아졌군... 요즘은..."
(아 포드팀의 콜린 멕레이선수 손가락부상에도........)
성욱은 wrc(월드 랠리 챔피온쉽) 대회중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1986년 여름 태백 임시써킷
'부아아앙∼ 바앙∼ 바앙∼ 키키키키킥'
다가오는 코너를끝까지 보며 힐엔토(왼발은 클러치를 조작하고 앞굼치로는 브레이크를 밟고 뒤꿈치로 엑셀을 조작한며 기어를 아랬단수로 내리는 기술로 코너 탈출에서 재가속을 빠르게 할 수 있다)로 4단에서 2단으로 브레이킹을 하고 있었다
"젠장 비키라고 비켜!" 코너입구에서 출렁거리며 리어가 휘청거리며 달리는 성욱의 프라이드가 앞서달리는 르망을 보면서 외쳤다.
"성욱이 저녀석 너무 오바하는거 아니야?"
"무리라고 무리 저 르망은 롤케이지도 듀랄루민을 썼고 엔진스왑도 했다고
우리 캬브레타 프라이드가지곤 안되"
"이번에도 지면 탈락이니까...무리도 아니지.."피트라하기도 초라한 천막속에서 팀원들이 나사가 두서너개쯤 빠져서 날뛰는듯한 성욱의 프라이드를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
"그래도 저렇게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리다가는 완주전에 리타이어 한다고..."
"지나 리타이어나 예선탈락은 마찬가지야..."
성욱은 출발후 단한번도 피트인을 하지않고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하지만 스폰서 하나 붙지않는 그와 그의 친구들의 주머니로 좋은세팅을 하기엔 역시 무리였다. 그나마 지금 달리는 저 프라이드 마저 폐차장과 중고부품시장을 오가며 겨우만든 머신이었다.
"라스트랩입니다. 라스트랩"
"아직... 아직은 안끝났다고 찬스는 있어!"
성욱은 페이스를 더욱 올렸다 페이스를 올리면 올릴수록 싸구려 브레이크가 잔뜩달아올라 페이스를 올리는 만큼 성욱의 부담은 커졌다. 브레이크를 계속 나눠 밟던 성욱은 브레이크가 점점 밀려서 언더스테어(ff차에 주로나타나는 현상으로 코너에서 차가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가나기 시작하자 성욱은 사이드까지 컨트롤 하며 계속 페이스를 올렸다.
'와아아아앙∼ 바앙∼ 바앙∼ 키키키키키키'
"젠장 하필이면 여기서 언더를..." 사이드까지 당기며 언더를 조절하던 성욱이 몰던 허름한 프라이드는
"투웅 콰과광" 마지막 코너에서 르망의 아웃사이드를 공략하다. 그렇게 코스이탈을 하며 전복해버렸다..
"...젠장 에이씨... 흑흑" 성욱은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흐느꼈다."
"괜찮아? 괜찮아?" 팀원들이 몰려와 성욱의 안부를 묻자 성욱은 핼맷의 카울을 닫고 얼굴을 딴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괜찮아 우선 차좀..."
열심히 했지만 번번히 예선탈락으로 주저않을 수밖에 없었다.
갈아끼울 타이어도 오일도 없는 성욱이 탈락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것이었다.
"크게했구나 이번엔....." 미케닉 진수가 말했다.
"미안 혼자 흥분해서......"
"멋있었어 너...."진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결국 에이필러부터 찌그러진 프라이드의 복구는 불가능했다 새머신 역시 꿈깥은 일이었다.
그렇게 생활고에 허덕이던 성욱은 세월에 휩쓸려 과거는 점점 잊혀져 갔다.
왜에에앵∼ 쿠쿵∼
"어떻게...어떻게..."
"으응? 뭐야?" 늦으막한 저녁 아이들은 아내의 성화에 잠자리에 든시간 성욱은 어슬렁 거리며 대문을 열었다
"허∼크게해버렸구만 아가씨"파란색 마티즈가 성욱의 검정 콩코드의 왼쪽의 리어휀다를 들이 받은체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놀랬는지 젊은 아가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디 다친대는 없구?"
"우선은 차부터..." 아가씨는 차를 처다보며 말했다 묘한느낌이었다.
"그래 우선 옮겨야지"
"저기 옮겨주실래요? 저지금 무서워서"
"뭐 그러지" 마티즈는 오른쪽 휀더와 범퍼가 찌그러졌었지만 움직이는데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프론트 써스 벨런스가 조금은 나간 듯 했다.
"저여기 제명함이요 배상은 해드리겠습니다." 여자는 그제야 명함을 주었다
"이선영이라 으음 그건 그렇구 저 마티즈 제법인데. 리어시트도 때었고 롤케이지도 달려있잖아 rpm메터도 달려있고 클러치도 동판인 듯 싶구 꽤나 신경쓴듯한데"
"예 아예..." 선영은 나이든 아저씨가 어떻게 아느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차야? 이건 여자들은 이런거 안하는데..."
"제차예요 운전 능숙하게 하고 싶으니까..."
"음 젊구만 아가씨도...."
"그건 그렇고 아가씨나 나나 차 고쳐야 될꺼 같은데... 잘가는 샵이라도 있어?"
"아니요 그냥 여기저기에서.. 잘아는곳은 없어요 이근처에 샵은 알고 있는데"
"응 그럼 잠깐 기다려봐"
"띠리링"
"진모터스입니다."
"진수냐? 나다 성욱"
"무슨바람이 분거냐 네녀석이 전화를 다하고.."
"부탁좀 하자 여기로 레카 한대만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