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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반대 토론회서 발제한 이기수 신부
“자립은 경증장애인이 하는 것” 망언
비인간동물과 발달장애인 지능 비교까지
장애계 “종 차별이자 장애인 차별” 강경 대응 예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이자 장애인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의 원장인 이기수 신부가 비인간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비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신부는 지난 10월 26일, ‘장애인 탈시설 범사회복지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장애인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성 모색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그는 한 발달장애인 ㄱ 씨가 나오는 영상을 틀며 “이게 2급이다. 우리 시설(둘다섯해누리)에 사는 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신부는 다른 발달장애인 ㄴ 씨의 인터뷰 영상을 틀었다. 이 신부는 영상 속 ㄴ 씨를 향해 “요거는 3급 정도 되는 친구다”라고 주장했다. 영상에 나온 장애인 당사자 ㄴ 씨는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월급은 22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두 사람을 비교하며 “자립은 저런 친구들(ㄴ 씨)이 하는 거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발언이다. 유엔협약 19조는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기수 신부가 만든 비인간동물과 발달장애인 지능 비교 표. 유튜브 채널 ‘알TV’ 캡처
급기야 이 신부는 비인간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스크린에 띄우기까지 했다. 표를 보면 앵무새와 까마귀는 지적장애 1급, 호랑이과 고양이는 지적장애 2급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설명돼 있다. 강아지 지능부터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근무가 가능하며 코끼리 지능부터 자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신부는 “코끼리(ㄴ 씨)가 어떻게 앵무새(ㄱ 씨)로 둔갑해서 같은 심한 등급의 장애로 묶일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단계적으로 폐지된 장애등급제를 옹호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7년,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 이후 장애인은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 지어졌다. 그러나 해당 구분조차 장애계로부터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구분이 복지서비스의 칸막이가 돼, 장애인은 여전히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연금 등을 권리로서 누리지 못하고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인권·동물권 기록활동가인 홍은전 작가는 “종 차별이자 장애인 차별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홍 작가는 “비장애인 지능을 중심으로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을 서열화한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 비인간동물과 장애인 모두를 비장애인에 비해 무능한 존재로 표현한 것”이라며 “또한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은 종이 달라서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 작가는 “자립을 기준으로 비인간동물을 가져오는 것도 이상하다. 까마귀, 호랑이 등은 이미 자립해서 잘 살고 있다. 인간동물이 이들을 건드려서 동물원에 가두거나 하지만 않으면 비인간동물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잘 영위하고 있다”며 “이 신부의 발언은 비인간동물과 발달장애인을 위험하고 통제할 수 없는 존재로 묶어버린 혐오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가 탈시설을 부정하고 유엔협약을 위반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설을 운영하는 천주교 신부들은 재작년부터 탈시설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거듭 개최하며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부정해 왔다.
지난 9월 17일 명동성당 주일미사 주보. 주보 첫 장의 우측 상단에 “장애인 탈시설화 반대 서명 운동. 주교회의 요청으로 일괄적인 장애인 탈시설화 반대를 위한 서명을 성당마당 부스에서 받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심지어 미사 시간에 신자들에게 탈시설 반대 서명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비마이너에 온 제보에 따르면 명동, 오금동, 천호동, 혜화동 등 서울 지역에 있는 일부 성당은 주일미사 주보에 “장애인 탈시설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 등의 문구를 적으며 탈시설 반대를 주도했다.
장애계는 이기수 신부의 이번 발제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출처> 비마이너 https://www.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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