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신침기공사神針氣功士
2. 동방의 별이 한국 땅 위에
3. 신침神針을 광침光針으로
4. 뒤를 돌아다보지 마십시오
5. 빛패치, 신침에 광침을 더하다
1. 신침기공사神針氣功士
94년 늦가을의 일이다.
“선생님, 지금 대구 공항에 막 도착했습니다. 조금 후면 그곳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중국 조선족의 후손이라고 소개하는 한 중년 남자의 전화가 집으로 가려던 내 발걸음을 막았다.
“저는 중국에서 신침기공사(神針氣功士)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자는 나의 승낙을 받아내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사실 학회 문을 닫을 시간이었는지라 평소 같았으면 다음날 찾아달라며 거절했을 테지만,
멀리 중국에서 그것도 신침기공사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잠시 그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기공사라는 말은 흔히 들어보았지만 그 앞에 붙는 신침이란 말은 또 무엇일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다 나는 몇 년 전 우연히 들었던 신침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떠올렸다.
대구 금호호텔에서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북대학교 천시권 총장, 영진전문대 최달곤 이사장,
변정환 제한한방병원 원장, 그리고 015 세림이동통신 허상녕 대표 등 평소 안면이 있던 분들과 함께
식사하던 중이었다. 그때 화제는 허 대표가 수년간 겪고 있던 허리통증과 무릎관절염으로 모아졌다.
“갖은 수를 다 써도 이 관절염 고치기는 참 힘이 드는군요. 물리치료에, 한방 병원에,
별의별 침도 다 맞아보고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인데 이렇다할 차도가 없어요.”
부러울 게 없이 모든 걸 누리는 허 대표였지만 건강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봉침(蜂針)이 좋다길래 근 한 통 가까이 맞았는데도 저한테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뭐, 좀 괜찮다 싶다가도 이내 예전처럼 되돌아오고, 또 괜찮다가도 다시 도지고……. 매양 그런 식이더라고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허 대표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잔뜩 배어 나왔다.
“중국 신침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또 그게, 우리 한방에는 없는 것인데 그렇게 용하다고들 해서 직접 중국까지 갔었지요.”
“허, 그래요? 그래 그건 대체 어떤 겁니까?”
이번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볼펜처럼 생긴 기구 끝을 톡 하고 눌러서 놓는 것인데, 실제로 그 안에 침이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주 침을 직접 맞은 것처럼 효과가 좋아서 명성이 자자하지요.
게다가 통증도 거의 없어서 아주 편안하기까지 하구요.”
그중에도, 원래 박사학위를 소지한 내과 전문의였다는 한 중국 의사는
국가에서 인정한 일급 기공사 자격증, 거기다 신침까지 겸비하여,
동서양 의학과 정신세계의 경지까지 종합하는 의술을 펼치는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환자들 가운데는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현대그룹의 정 회장을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국 정․재계의 여러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짧게는 육 개월, 길게는 일 년씩 순서를 기다려 신침을 맞으러 중국을 찾곤 해,
그들 사이에서는 소위 신침 관광 붐이 일어날 정도라고 했다.
“처음엔 제가 너무 유난스러운 게 아닌가 해서 좀 마음에 걸리기도 했는데,
막상 알고 보니 내로라하는 인물치고 다들 한 번씩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들 뭐 하겠습니까? 저한테는 그것도 신통찮기는 마찬가지였으니 말이죠.”
결국 그는 내게 수차례 초광력을 받으며 허리와 무릎이 급속도로 호전되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금호호텔을 찾아 매출을 올려주는 단골이 되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중, 사무실 여직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다급히 불렀다.
“선생님, 어서 나와 보세요. 웬 분이 문밖에서 큰절을 올리고 계시는데요.”
오랜동안 도를 닦았다든지, 혹은 정신세계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처럼 학회를 찾자마자 큰절부터 올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물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솔직히 그들의 그런 행동이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어나십시오. 여기는 그렇게 절하는 곳이 아니니 그저 편하게 대하시면 됩니다.”
내가 아무리 말려도 그는 방에 들어와 부득부득 다시 한번 내게 삼배를 했다.
“정선생님,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절을 마친 그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원 별말씀을. 그런데 어쩐 일로 먼 곳에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신 겁니까?”
“늦은 시간에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김포 공항에서 내려 하루 묵은 후 대구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시간을 보니 잘하면 선생님 얼굴을 하루라도 빨리 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조선족 부모를 둔 덕택인지 그는 제법 괜찮은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이렇게 뵌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저는 근처 숙소에서 묵고 내일 뵙도록 하지요.”
그는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일어날 채비를 차리며 일어섰다.
“익히 중국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뵙기 전 제 마음속 한구석에는 의심이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는 중국 땅은 워낙 크고 인구도 많다 보니 전설 같은 도인이나 기인 등 별의별 소문이 많지요.
그러나 실제 그 도인들을 직접 만나보면 소문보다 형편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도 혹 선생님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하는 무례한 생각을 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방금 전 학회 문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저는 이 우주초광력(宇宙超光力)이라는 것이
결코 허명(虛名)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는 또 한번 예의를 차려 깍듯이 인사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지 못한 탓에 그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나를 찾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 달려왔음에도 나를 먼저 걱정하여 초광력도 청하지도 않고 돌아서는 모습에서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다음 날 그는 사무실 문을 열기도 전에 미리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와서 기다리신 것입니까?”
그러자 신침기공사는 정중한 태도로 대답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이 스승 버금가는 분에 대한 당연한 예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더니 그는 다시 한 번 큰절을 올렸다.
단지 가식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언행임이 느껴졌고, 그것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래, 중국에서 신침기공사를 하신다지요.”
“네. 사실은 양의학 공부를 시작해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만 곧 그 한계를 느껴
일급기공사 자격증도 따고 신침도 배웠습니다. 저처럼 이 세 가지를 겸비한 사람은 중국에서도 좀 드문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주위에는 늘 환자들로 가득하지요. 또 제가 조선족이라 한국말을 좀 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찾아오더군요.”
그는 연이어 한국을 들락거리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한국에서 종합병원을 경영하신다는 분이 제게 제안을 하나 해오더군요.
들어보니 끌리는 점이 꽤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에 동서양 종합병원에
그것도 신침까지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병원을 개설하자는 말이었는데,
그 한의사 말로는 일체의 비용은 자기 쪽에서 댈 테니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한국에 와서
내 이름을 걸게만 해주면 충분하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이미 한국에서 내 이름이 많이 알려진 상태니
그 정도만 해도 크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 하면서 말이지요.”
신침기공사는 그 말을 듣고 꽤 그럴듯한 생각이라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어차피 별다른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무형의 기술을 바탕으로 꽤 큰돈도 벌 수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근 일 년간 분위기 파악도 하고, 시장조사도 하면서 서울 강남 부근에 병원을 차릴 계획까지 세워놓았지요.
그때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제 병원을 차리기만 하면 속된 말로 끝내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어느 정도 계획이 확정된 후에, 저는 제게 신침을 전수해 주신 스승님께 이 모든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스승님의 반응이 냉랭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제 말씀을 다 듣자마자 당장 호통을 치시며 저를 나무라시더군요.”
첫댓글
스승님이 뭐라하셨을까요 재미나요
신기합니다
시인님의 글👍
감사합니다 💗
흥미진지한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흥미진진한 신침기공사와의 이야기
정말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광침과 신침기공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
다음이야기 기대됩니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당^^
신침기공사의 스승님은 무엇때문에 제자를 크게 호통을 칠까요?
다음 편이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광침과 신침기공사~*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와의 만남 흥미진진한 빛이야기 귀쫑긋하고 읽게됩니다.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의 다음 얘기도 궁금해집니다 .
감사합니다 .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ㅎㅎ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신침에 빛을 봉입하시는 처음보는 사진 속 모습이 반갑고 신기합니다
다음 이야기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신침기공사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침과 신침기공사의 만남
다음 이야기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양의학 공부로 박사 학위까지 따고 일급 기공사 자격증도 신침도 배운 조선족인 분이 찿아온 다음편이 기다려 집니다.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와의 만남이야기 흥미진진합니다.
다음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다음편도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
신침기공사와의 만남 이야기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와의 만남 이야기가
새롭고 흥미진진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침 기공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신침기공사와의 만남 이야기도 역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
다음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