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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양식 안내 ●
소설제목 : Possessive(미칠만큼원하다)
작가명 : 주접마늘파-_-
E-mail : jhy9832@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2
총편수 : 총 17 편 완결
장르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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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01
무거운 분위기만이 가득히 있는 장례식장에서
액자 속의 그는 잘도 웃고 있었다.
흰색의 상복조차 입고 있을 수 없는 거리의 그.
수는 짙은 색의 교복을 정장 대신해서 입고 왔다.
그리고 하염없이 넋을 놓고 있었다.
아직도 생생하다.
두 새끼손가락들이 얽히고 그렇게 얽히고 난 다음에 흔들기까지 했다.
약속의 의미였던 그 사소한 행동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떠올리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이렇게 아파오는데 그는 기억하고 있을까?
수는 고개를 숙여서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눈물을 쏟아내었다.
얼마든지 쏟아져도 좋다.
그냥 그렇게 흘러내리다가
어느 순간 말라서 사라져 버리기만 해주길 바랬다.
“힘들다.”
더도 덜도 아니고 지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힘들다 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다.
심장을 에는 듯한 아픔이 다가오고
심장을 태우는 듯한 고통이 다가온다.
말을 내뱉자마자 그 아픔의 속도는 더욱 가속을 붙여서 다가온다.
“이제 그만하고 놔줍시다.”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그 손이 불쾌하고 끔찍해서 단숨에 수는 손을 쳐냈다.
손을 거부당한 남자는 조금 민망해 하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자신의 손은 절대로 안 된다는 수의 굳은 의지.
“뭘 놔줘요?”
“언제까지 태원이를 잡고 있을 겁니까? 언제까지?”
태원, 이제는 수를 떠나버린 그의 이름이였다.
“내가 누구를 잡고 있던지 말던지 당신하고는 관계없어.
쓸데없는 간섭하지 말아요.”
매서운 눈빛으로 모든 것이 쓸데없는 간섭이라
이야기 하고 수는 사진을 쓸어내렸다.
환하게 웃는 미소도 그대로 였고
언제까지고 나만을 볼 것 같던 고운 눈도 그대로다.
다만 누구보다 짙었던 갈색눈동자가
완전히 짙어져 검은색으로 변해버렸고
흰빛에 가까웠던 뽀얀 살결이 완전히 흰색으로 변해버렸다는 것 정도였다.
“간섭 안하게 생겼습니까?
당신이 지금 몇일째 굶었는지 생각해 봤습니까?”
“천년이라도 할 수 있어요.”
천년도 짧아 그에게 갈 수만 있다면 수의 마음 속이 외쳤다.
“죽겠다는 겁니까?”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 이라고 말하고
슬픈 눈으로 사진을 다시 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 여전히 아름다운 눈빛
그러나 흑백으로 바래버린 모든 것들이 수의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다.
아픈 가슴을 도려내고 싶지만 가슴을 도려내면 다시는 살 수 없다.
살 수 없는 게 슬픈 건 아니였다.
단지 자신이 아직 죽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많았다.
“할 수 없다는 겁니까?”
“내가 죽으면 우리 주야는 어떡하죠? 난 주야를 버릴 수는 없으니까…”
주는 사랑하는 동생의 이름.
“학교는 어쩔 겁니까?”
“계속 다닐 거예요.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학교를 포기할 순 없어.
최소한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사람취급 받는 세상이니까”
미약하게나마 대답하던 수의 목소리가
뚝 하고 끊어지자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수에게 다가갔다.
수는 정신을 놓았다.
교복안의 꼿꼿했던 수의 몸이 흐물거리며 완전히 풀어진다.
바닥에 완전히 쓰러져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살아야죠..날…위해서…”
날 위해서 살아달라는 애처로운 그의 말은 수의 귓가에 닿지 못했다.
감은 두 눈이 애처럽고
가뿐하게 들리는 수의 몸이 남자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수는 절대로 남자를 위해서 살아줄 여자가 아니였다.
“어째서 난 아닌거야…수…”
물어도 답해 주지 않는다. 절망적이다.
02
학교가 파했다.
1주일 동안 학교를 쉬고 복귀하고 나니 변한 것은
수가 알고 있던 배웠던 페이지보다 잔뜩 넘어간 교과서 뿐이었다.
그 누구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수를 보거나 하지 않았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수의 곁에 다가왔다.
휘청휘청하게 걷는 모습은 얼핏 봐도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의 수였다.
“괜찮아?”
“뭐가…”
대답은 할 수 있었지만 사는게 사는게 아니였다.
차라리 죽는게 나았다.
“…다행히 살아 있구나 죽을 줄 았았다.”
다가와서 어깨를 흔들며 친구가 말한다.
무엇을 뜻하는지 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절대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이제 고3이니까 어느 정도만 참으면 졸업도 할 것 이였다.
졸업을 하고 그리고 2년만 더 버티면
사랑하는 그에게 갈 수 있다.
이제 1학년인 주가 졸업하기만 하면,
그렇기만 한다면…
“난 살아 있을거야.”
“태원씨…말이야…”
머릿속을 쿵하고 강하게 때리고 지나가는 단어였다.
태원, 태원… 한때 가장 많이 사랑하는 단어였지만
지금은 듣기만 해도 아픈 단어.
그 단어들은 잘도 심장에 쿡쿡 박혀온다.
심장에 쿡쿡 박히는 그 단어를 애써 무시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일단 지금은…울음을 참을 수는 있어. 웃는 것까지는 많이 힘들지만…”
아주 많이 힘들어서 웃으려고 시도만 하면
갈기갈기 찢어지는 가슴이 느껴진다.
그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해서
수는 더 이상 웃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시도를 할 때마다 다가오는 아픔은 너무나도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수야…”
친구가 슬픈 목소리로 수를 부른다. 자신의 이름이 처량하게 울린다.
“아 너무너무 아프다.”
억지로 입 꼬리만 올리고 수는 가슴에 양손을 얹었다.
겨우 막아 두었던 눈물샘이 또다시 터져 올라온다.
끅끅거리며 올라오는 울음을 머리에서 손을 내리고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음으로 막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용없이 이미 눈물이 후두둑하고 떨어져 내린다.
눈물이 바닥에 점점이 떨어져 적셔간다.
비가 오는 것처럼 맑은 날에 눈물비가 내린다.
“수야…수야…”
“그만 울고 싶어…제발…제발…”
쓰러지듯이 주저앉아서 흐느껴 우는 수의 주위에 학생들의 시선이 모인다.
하나 둘씩 주위의 사람들이 가다가 멈추고 가다고 또 멈춘다.
멈추지 않는 사람은 하교 길의 평소 때의 빠른 발걸음들과는 달리 걸음이 잔뜩 더디다.
“그만 울어.”
낯선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싶어 고개를 들자 그 남자가 서있었다.
뺨에 손을 대고 슥하고 눈물을 닦아낸다.
“무슨 짓이예요.”
남자의 손이 다가와 수의 뺨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끔찍하게 싫은 손길이라
금세 그것을 피해내며 수는 인상을 찡그린다.
수의 반응에 상처받은 표정을 짓던 남자는 금방 다시 웃는다.
태원의 소중한 친구이자
장례식장에서 기절한 수를 간호해준 고마운 사람이긴 했지만,
수는 그를 싫어했다.
자신을 원하는 것이 분명한 눈빛이 싫었다.
자신의 친구가 죽었는데 눈물을 흘리지 않는 냉철함이 싫었다.
“따라오라면 그냥 따라와. 주야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왜이래요! 놔요”
“수!!”
친구의 부름이 들린다.
그러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남자의 힘은 무지막지해서 수는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성인 남자와 여고생의 힘의 차이는 이럴 때에 뼈 져리게 느껴져 수를 힘들게 했다.
조금만 더 자신이 강했으면 좋겠다고 수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생각 뿐, 실제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무술을 단련 한다던가 그러지 않는 한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아니, 설사 무술을 단련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남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못 놔줘, 난 네가 죽기를 바라지 않아.”
“언제부터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이래요?”
매섭게 자신을 쏘아보는 눈빛,
이 눈빛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줄 알았다.
자신의 친구와 헤어지던 그날 사라진 줄 알았던 눈빛이 남자를 맞이했다.
반갑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느낌이 밀려온다.
수가 자신의 귓가에 사랑한다 속삭여주기를 원했었지만,
이젠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그에게는 수 하나뿐이었다.
수에게는 태원 뿐 이였듯이 자신에게는 수 오직 하나 뿐 이였다.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 여자는 하나, 그 외에는 아무도 여자가 아니었다.
“뭐라구요?”
“얼른 타.”
차 문이 열리고 던져지듯이 수는 앞좌석에 앉았다.
비싼 고급차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곳이 지옥 인 것 마냥 수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인상펴.”
“……”
대답하지 않는 수를 보며 남자는 한숨을 내쉰다.
“안 잡아먹어…인상펴”
03
“내려.”
차에서 내리기 싫어서 버티려고 했으나
남자의 악력이 강하게 작용해 튕겨 나오 듯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집을 향해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1주일 전의 다정했던 남자는 수의 뇌리 속에서 완벽하게 지워졌다.
싫어, 싫단 말이야. 온통 싫다는 단어만이 머릿 속을 지배한다.
“여기가 어디야.”
“내집”
“당신 집이라고?”
“앞서서 걸어.”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수의 뒤에서 따라온다.
스킨쉽은 없지만,
이 느낌은 기분이 나쁘다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싫다.
끔찍한 기분, 아니 그 이상으로 처참한 기분으로
한 발짝씩 내딛다가 집 문 앞에 다다란다.
고개를 들어서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위압적인 집의 생김새 덕택에 수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술을 앙 하고 물었다.
“언니!”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수의 귀에 강하게 울려 퍼진다.
망치에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니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몰려온다.
귀에 익은 목소리이기에
수는 배신감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참지 못한다.
분노가 저 구석에서 끓어올라 터져온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만큼 주먹을 강하게 쥔다.
“작은 아가씨!! 형님,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주가 눈물을 잔뜩 머금고 수의 품에 폭 하고 안긴다.
근처 공립중학교의 교복을 입고서
얼마나 발버둥 친건지 단추도 몇 개 떨어져있다.
거의 속살을 다 드러내 놓고 애처롭게 흐느끼는 동생의 모습,
그 모습을 본 수의 눈에 경멸의 눈빛이 잔뜩 서린다.
주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른다.
주에게 어떤 짓을 했길래 이렇게 울면서
자신에게 안기는지 걱정스러웠다.
수는 뒤에 쫓아온 메이드 복 차림의 여자가 꾸벅 하며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을 본다.
“형님 오셨습니까.”
“큰형님.”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수많은 남자들의 무리 또한 보게 된다.
그 남자들은 어둠의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였다.
척 봐도 티가 날 정도로 느껴지는 위압감.
요한은 그들의 보스, 이건 무슨 소설에서나 보던 상황이었다.
수는 자신은 대체 어떤 인간과 엮였는지 몇 번이나 생각해 봤다.
“당신, 무슨 짓을 한거야?”
“예전엔 잘도 요한씨, 요한오빠라며 방긋 웃더니 이젠 당신으로 호칭이 굳은건가?”
잘도 입술을 비틀어 대면서 수에게 경멸의 눈빛을 거두라고 말한다.
또렷하게 남자는 수를 마주본다.
최요한,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성경의 예수에게 세례를 주던 요한
그 요한의 이름을 가진 이 남자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수에게 경멸상대였다.
요한이라는 이름을 대고 사람의 피를 묻히는 직업을 가진 이 남자를 경멸했다.
“난 농담하고 싶은 기분 아니야. 신고 할거야”
“말처럼 쉬울까?”
눈빛이 매서워진다.
그리고 뒤에 있던 남자들이 수와 요한의 주위로 몰려든다.
“물러가있어.”
“그렇지만 형님.”
“얼른”
요한의 명령에 다들 떨어져나간다.
자신의 할 일이 있는 듯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쉽지 않으면, 뭘 어쩔건데?”
“죽여버릴지도 모르지.”
방긋 웃음,
그 웃음의 이면에 담긴 뜻을 수는 금방 읽었다.
넌 절대로 나를 피할 수 없어 라는 자신만만한 뜻 이었다.
언제부터 태원의 곁에 있었던 수에게 소유욕을 느꼈던 것 이었을까?
수는 아까 물었을 때 오래전부터 라는 대답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내 동생에게 손대지마.”
울고 있는 동생을 달래기 위해
수는 떨려오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가라앉혔다.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지만,
품에 있는 동생이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죽지 않고 살아 있겠다고 약속한다면…”
04
“뭐?”
“태원이 때문에 울지 않고,
명이 다 할 때까지 살아 있는 다고 약속한다면 기꺼이 동생을 살려 주겠어.”
살아 있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요한의 자존심은 그것을 쉽사리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결정한건 강제로 수를 살려 두는 것,
친구인 태원을 잊게 할 자신이 요한에게는 있었다.
태원을 잊고 자신의 옆에서 수가 행복하게 웃는 꿈을 꾸며 말한다.
한자 한자 내뱉을 때마다 요한의 심장에 죽죽 면도날로 그은 듯 얇고 예리한 상처들이 남는다.
요한의 말을 듣고 수는 그 말뜻이 거래를 하자는 뜻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 어깨를 더 세게 부여잡는다.
주가 흑흑 거리며 조금 더 흐느낀다.
“주야…울지마…”
“언니…언니… 나 무서워…”
훌쩍이며 말하는 동생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눈에 독기를 담고 요한을 노려 본다.
“곧 돌아 갈 수 있을거야.”
동생에게 다짐시키고 자신에게 다짐한다.
눈물을 또다시 억누른다.
지독하게 싫은 고통이 또다시 온몸에 밀려오고
그 고통과 함께 태원이라는 이름이 쓸려온다.
“둘이서 여기서 살아 줬으면 해. 왠지는 묻지 않았으면 더 좋겠고.”
그런 수에게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한다.
“내가 여기서 왜 살아야 해?”
“날 피해 도망갈 지도 모르니까.”
요한은 눈앞에서 사라지는 수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처럼 쓰러지는 수 또한 보고 싶지 않았다.
지켜주고 싶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 수에게 제안을 하지만
수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태원이 아니면 안되는 걸까?
자신의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가장 친하지만 그만큼 원망스러운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우리가 당신에게 죄 지었어? 그리고 우리는 우리 집으로…”
“태원이가 죽는 순간 그 집은 명의가 넘어갔어.”
하늘이 부서진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수는 또다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 속이 무너진다.
더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더 이상의 절망은 무엇이 남아 있을까?
“언니…”
“우리를 괴롭히지마”
그리고 자신을 이끄는 낯선 손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간다.
“언니 나 무서워”
“괜찮아. 우리를 해치지는 않을거야.”
적어도 약간의 인간으로써의 정이 남아 있다면 말이야.
수는 눈으로 말한다.
05
“더 먹어.”
젓가락으로 반찬을 올려주려고 젓가락까지 잡았으나
요한은 곧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분명 자신이 집어 주면 밥숟가락을 집어 던지고서 라도 굶을 여자였다.
수는 그런 여자였다.
그렇기에 사랑한다 스스로 되뇌어본다.
사랑이다,
지금의 감정도 예전의 감정도 앞으로의 감정도
그에게는 오직 수는 사랑이었다.
사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
오로지 사랑이라는 이름아래에 있는 사람.
그 이상도 아래도 아닌 요한의 소중한 사람이다.
“많이 먹었어요.”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밥도 더 먹어. 반도 안 먹었잖아.”
억지로 수는 밥을 뜨고 그 위에 반찬을 올리고 입에 집어넣는다.
수의 밥 먹는 모습에 손을 턱에 괴고 요한은 가만히 보고 있는다.
그런 요한과 눈이 마주치자 수는 입으로 집어넣으려던
숟가락을 다시금 밥그릇 위로 올려놓는다.
더럽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어쩐지 지금 먹으면 체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체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학교는 유일하게 이 상황을 도피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었다.
“…충분해요.”
완전히 밥맛이 떨어져 버려서
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식탁에서 일어난다.
교복차림이라 가방을 어깨에 메고 바로 문 앞으로 향한다.
얼른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다.
학교라는 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턴 집보다는 학교.
수는 이곳에 집이라는 표현이 과연 어울리기나 하는 걸까
라는 생각에 또다시 비웃음을 짓는다.
“오늘부터 학교 바로 갈거야?”
“예.”
학교를 쉬어야 할 이유 따위는 애초부터 없는 거니까.
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이야기 하면서 요한에게서 시선을 피한다.
아직도 아픈 상처는 그대로인데
이렇게 태원의 친구인 요한과 함께 있다는 사실,
아니 함께 있다는 사실보다 한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끔찍해 눈을 슬며시 감았다가 뜬다.
아침에 눈을 힘겹게 떴을 때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랬지만,
여전히 이곳은 요한의 집이였다.
“다녀오십시오. 아가씨”
“다녀오십쇼.”
여러사람들이 자신을 향해서 인사한다.
수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왜 자신을 인사를 받는지 따지기도 지치는 상황이다.
“후우…”
짙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먹구름만큼이나 짙은 색의 안개가 수와 요한의 마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아마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그 안개에 평생 수는 숨어서 살겠지.
요한의 심장의 상처가 조금 더 덧났다.
“웃어줘, 가끔은”
뒤에 쫓아나온 셔츠차림의 요한은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면서도
수가 자신에게 웃어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아니 수가 지금 요한에게 웃어줄 확률은
아예 영 퍼센트에 가까운 일이였다.
웃는 것 만큼이나 보이고 싶지 않는 것은 우는 것이다.
“끔찍한 소리 말아요. 난 단지 살기만 하면 된다고 당신이 말했어요.”
수는 그렇게 구역질나는 집을 벗어난다.
그렇지만 혼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옆에 같은 교복을 입은 남자애 하나가 따라 붙는다.
처음에는 자신을 미행하거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걸어 나갈 때 마다 바로 뒤에서 졸졸 쫓아온다.
충견도 이정도면 명견이다.
수는 이건 또 뭐야 라는 생각에 인상을 찡그리고 뒤로 돌았다.
“넌…뭐야?”
“그림자.”
어느 영화에서 신사가 인사하는 모양처럼
팔을 안으로 굽히고 허리를 숙인다.
멋진 자태라 지나가는 사람이 힐끔 쳐다보고 간다.
그러나 수의 표정이 급하게 굳어져 간다.
이런 사람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틈에 있었던가?
“미쳤구나?”
“우리 형님이 사랑하신다는 공주님을 보호하는 신성한 의무를 맡았지.
그냥 기사님이라고 불러라.”
“……”
기사님은 커녕 죽어도 당신을 부를 일이 없을 거야.
맘 속으로 이야기 하며 수는 그를 외면하기로 한다.
종종 걸음으로 조금 달려 보지만
다리길이가 훨씬 긴 상대는 잘도 성큼성큼 쫓아와서는
마침내 수의 바로 옆에서 걸음을 걷기 시작한다.
“떨어져.”
“형님의 명령인데 그럴 수는 없지.”
형님? 마음속으로 궁금증을 키웠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자신이 요한이 뭘 하던지 상관없으니까,
스스로 수는 또다시 말한다.
이렇게 혼자 자신에게 말하는 버릇이 들어 갈수록
그 버릇이 든 만큼 마음속 한 구석에 멍도 더욱 심하게 들어간다.
그 멍이 단순한 멍이 아니라 어느덧 피멍에 가까워져
조금 더 심해지면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흉터로 남을 지도 모른다.
“……”
“생각보다 말수가 굉장히 적네? 형님의 말씀으로는 넌 수다쟁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야.”
수는 그 말 또한 무시한다.
그리고 학교로, 도피처인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최소한 내 이름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널 지키는 기산데 말이야!”
또 무시한다.
06
“야! 은수!!”
“내이름, 너 부르라고 만든 거 아니다.”
그리고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간다.
그런 수를 어이없다는 듯이 본다.
수는 교실에 들어가서 가방만 놓아두고
아침 자습 시간을 틈타 다른 건물 쪽으로 향한다.
교실 내의 공기가 갑갑해서 도저히 교실 내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교실에 있으면 헛된 생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주와 함께 그집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수가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알차게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언젠가 도망갈 그날을 준비 할 수 있지 않을까?
“수야.”
수가 학생회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이 왔다.
수는 유신고 37대 학생회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수에게 자연스럽게 정장을 입은 여자 하나가 와서 수를 끌어안는다.
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안겨 있는다.
안는 힘을 더 주어서 아프도록 안아 보아도
수는 인형처럼 아무소리 않고 품에 안겨 있을 뿐이다.
“태원이 일은… 미안하다.”
여자가 수를 품에서 떼어내며 수의 얼굴을 살핀다.
아프도록 안았는데도 비명소리 한번 안내는 것을 보니
이것은 수가 위험하다는 표시였다.
“언니가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표정하게 대답하고 있다.
수에게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수의 반응에 조금 움찔거리며 수의 얼굴을 바라본다.
풍부한 감정을 드러내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오로지 무표정이라는 한가지 표정만 지어낸다.
가슴이 아프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수를 향해 손을 내 뻗는다.
“언니는… 너무 닮았으니까 그러지 마세요.”
손을 거부하듯 한걸음 물러서고 수는 도리질을 친다.
“뭐?”
“그렇게 가슴 시리게 까만 눈동자에 짙은 머리카락이 닮았어요.
가슴이 풍만해서 여자라고 생각하지 그냥 얼핏보면 태원씨…로 보여요.
가족이니까 향도 똑같아요. 나 못 견뎌요. 그거”
슬쩍 안겼을때 풍기는 향이 너무나도 닮아서 놀랐다.
한번도 태원이 있을때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닮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는 이가 닮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가 없기 때문이겠지.
“수야…”
“견뎌낼…수 없어요…그거…”
목이 메여온다.
태원씨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죄어온다.
수는 고개를 또다시 숙이고 눈물만 떨궈낸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 울지 않았다.
그때에 태원이 손을 내뻗어 주었으니까,
태원이 자신을 끌고 집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수는 울지 않았다.
그때에는 태원이 있었으니까,
따스하게 대해주는 태원의 부모님이 양녀로 들어오라 했고
그것을 태원이 거절했을 때에도 수는 울지 않았다.
태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태원은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서 수에게 올 수 없기에 수가 그를 찾아 가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무나도 많이 닮은 태원의 친누나 지원이 가슴이 아리게 만든다.
학생부 선생님이고 이 학교에 근무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주 봐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모든 것은 머리로 이해 되어있지만 절대로 심장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저 닮은 모습과 향기에 반응 하며 눈물샘을 자극 할뿐…
“태원이를 사랑했니?”
“태원씨가 나 사랑한 만큼 사랑했어요.”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몰라요.
수가 태원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태원이 수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사랑은 같은 사랑을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사랑을 하는 것 뿐이다.
서로 그렇게 사랑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안다.
그래서 사랑을 한다.
“이런, 지원누님 아니십니까?”
“…주?”
“제 이름도 기억해 주시고 이거 영광입니다.”
수에게 자신을 기사라고 부르라며 싱글거리던 징그러운 녀석이다.
이름이 자신의 동생과 똑같다는 사실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어깨에 태연스럽게 팔꿈치를 걸치는 녀석을 보았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얼굴이었다.
“치워.”
“왜 그냥 혼자 가버렸어? 게다가 넌 왜 학생회실에 있는거야?”
여전히 손은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치워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싫다.
“주야”
“예, 누님”
“…엄연히 이 학교 학생회장이다…”
“몰랐…습니다.”
수도 그리고 남자주도 같이 굳었다.
지원이 어이없다는 듯이 살짝 비웃음을 보이며
수를 다시 한번 끌어당겨 품안에 넣는다.
수는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지원의 품에 안기며 그대로 굳어있다.
한숨이 밀려나와 지원은 가슴이 아프다.
수가 이렇게 무표정 한 것은 자신의 동생이 사라진 다음부터이다.
사랑한 태원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수에게서 웃음을 앗아갔다.
친동생을 잃은 아픔을 겪고 있는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의 아픔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어디서 살고 있니?”
원래 자신의 집에서 양녀로 들이려고까지 한 수이다.
수와 주 두 자매를 아직도 지원의 부모님들은 예뻐하지만,
그렇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태원이 수와 주를 데리고 나간 뒤로
그들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이후에는 들어오라라고 해도
수는 태원이 떠난 빈 자리를 지키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
지원의 질문에 수는 대답하지 못한다.
“형님네집이요.”
주가 대신 대답한다.
“주의 형님이라면…설마… 요한이네? 최요한네 집에 있단 말이야? 수가?”
지원의 목소리가 수의 귀를 꿰뚫는다.
순간 수가 그대로 굳는다.
07
“어째서 우리집이 아니라 최요한이였어?”
질책의 목소리
“수, 태원이가 얼마나 수야한테 잘해준 거 기억 안나? 둘이 사랑했잖아.”
아쉬움의 목소리
“미안해요…”
그리고 수의 가슴 아픈 사과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지원은 그제서야 아차 싶어 수를 바라본다.
수의 눈가에 괴로움이 서려있고 입가에 아픔이 서려있다.
척 봐도 괴로움이라 새겨져 있는 얼굴이 안쓰러워 지원이 인상을 찡그린다.
스스로의 입에게 죄책감을 느껴 보지만
이미 수의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서 떨어지기 직전이였다.
수는 가슴이 아팠다.
마치 태원이 자신에게 질책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버렸다.
어째서 넌 내가 선택했는데
최요한에게 가 있느냐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어째서, 어째서냐고 몇 번이고 되묻는 태원의 소리가 들린다.
끔찍한 아픔과 고통이 찾아든다.
“…수…”
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멋진 어두운색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수의 손목을 잡는다.
손목을 잡고 당연하다는 듯이 수를 잡아 당겨 어깨에 손을 올린다.
수는 그 온기를 거부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시리게 아프다.
“지원누님, 그만하세요.”
요한이었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와 수를 붙들고 놓아 주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수의 머릿 속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학교 그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도라고 생각했는데
요한이 이곳에 와 있었다.
하지만 요한을 거부 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요한은 한쪽 손으로 수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준다.
“최요한, 수는 절대로 안돼.”
“학교는 절대로 안되겠군요. 가자, 수.”
수는 반항하지도 그렇다고 그를 따르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조용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뿐,
수의 머릿속은 혼란 스러웠다.
“안돼! 당장 손 떼!! 이 아인 태원이를 사랑해!”
“절..사랑하게 만들겁니다.”
요한이 냉정하게 대답한다.
“뭐야?”
“절 사랑하게 만들겁니다. 자신도 있습니다.”
요한의 절 사랑하게 만들겁니다.
라는 그의 말을 끝으로 수가 쓰러져 버린다.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나는 태원씨를 따라가야 하는데 당신에게 그저 잡혀있는 것 뿐이예요…
수가 기울어져 미끄러지듯이 바닥에 눕혀진다.
아니 그 직전에 요한의 팔에 갇혀 완전히 쓰러지지 않는다.
“수!!”
“수야!”
지원과 요한, 그 두사람의 절망의 비명소리,
수의 머릿속에는 수천번 수백번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두 번째로 넘처 흘러 수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슬픔은 온몸의 기운을 모조리 앗아가 결국 또다시 쓰러지게 만든다.
“날…사랑한다고 하지 말아요…나는…나는…”
요한은 수의 손을 잡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이 여자만은 제발,
처음부터 먼저 원한 건 자신이었다.
환하게 웃던 수를 발견하고 수가 넘어지는 것을 붙잡아 준 것도 자신이었다.
그러나 수의 눈은 언제나 친구인 태원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아닌 태원을 보는 수의 눈은 그렇게 따스할 수 없었다.
그 따스함을 가지고 싶은 것은 자신의 차가운 마음이었다.
가지고 싶었다.
망가뜨리고 싶었다.
자신을 보게 하고 싶었다.
“…사랑하고 싶어…수…”
사랑한다고 고백했었다.
수가 지쳐 자고 있는 태원의 방에서 고백한 자신을 태원이 발견했다.
그리고 태원은 아무 말없이 그저 포기하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요한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포기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태원이 떠나버린 지금 수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를 빌미로 잡지 않으면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수를
요한은 가슴아파하며 지켜 보는 수 밖에 없었다.
“나를…나를…”
요한은 그리고 생각한다.
학교, 더 이상 이곳에 수를 놓아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수의 탈출구를 완전히 막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매서운 미소를 짓는다.
“태원…씨…”
친구의 이름에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놓는다.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듯한 착각이 밀려온다.
아직도 그대로, 시간은 많지만 수는 그대로였다.
변함이 없었다.
08
“학교에 가지마.”
밥숟가락을 요한이 손수 쥐여주었지만,
그것 대신 수는 또 다른 숟가락을 찾아 손에 쥔다.
그의 손길이 닿은 물건으로 밥을 먹기는 역겹다는 마음의 뜻이였다
하루만 쉬라고 말하는 줄 알았는데 요한의 눈빛에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읽어 내었다.
그리고 읽어낸 순간 수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처박힌 듯 기분이 나빠진다.
찬물을 끼얹은 듯이 냉정해 지는 분위기를 수도,
그리고 요한도 참을 수 없어 한다.
그러나 수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냉정하리라 다짐한다.
수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밀려온다.
“그게..무슨 말이예요?”
숟가락으로 밥을 살짝 떠올렸던 수가 팔을 내려놓는다.
그런 수의 모습에 요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은 또다시 밥을 퍼서 입에 넣는다.
그리고 국을 한 숟갈 떠서 넘긴다.
요한을 수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가만히 보고 있는다.
“지원누님이 계시잖아. 가지마. 넌 그냥 여기 있어”
전학도 아니라 그냥 학교를 그만두란 반 강제적인 요구였다.
수는 자신을 무슨 물건인냥 저리 말하는
요한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요한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팽팽히 두사람이 대립한다.
“지원언니랑 관계없이 나도 꿈이 있어요.”
“뭐, 태원이를 따라가는 것?”
요한은 입술을 뒤틀며 잘도 비웃는다.
수는 그런 요한의 모습에 밥맛이 또다시 뚝 떨어져 버린 것을 느낀다.
한때는 너무 많이 먹어 미친 듯이 늘어나던 몸무게가
이집에 온 뒤로부터 뚝뚝 하고 떨어지더니 어느새 5kg도 넘게 빠져버렸다.
오늘 아침 식사도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하게 팍 하고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겉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몸이 얇아 진 것이 보이기에
요한은 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을 느낀다.
그러나 수의 꿈은 요한이 추측한 그게 아니다.
태원을 따라가는 것은 조금 후의 꿈,
지금의 꿈은 주를 데리고 이 집을 탈출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수는 요한과 눈을 마주치치 않으며 또다시 말한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수의 눈에서 사라진 생기를 걱정하는 요한이다.
누구보다 반짝이는 생기를 가져서 누구보다 빛나던 아이라 주목받곤 했었고,
학생회장까지 단박에 올라간 그런 당돌한 여고생 이였는데
지금 수에게서는 그런 모습 따위는 찾아 보기 힘들다.
도도하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던 그런 모습이 수에게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다.
“걱정마, 너의 동생은 안전하게 학교를 보낼테니까. 너만 쉬면 돼.”
“나는 쉴 수 없어요.”
“이 집에서 한발자국이라도 나가면…”
수의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가며 잠시나마 죽어있던 눈이 빛난다.
동생의 처절했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지나간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면 매일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이곳에서 서러움을 느끼며 슬픔을 즐기며 있어야만 한다.
싫었다. 그것만은 죽어도 피하고 싶었다.
“나가면? 또다시 주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할건가요?”
당돌하게 다가와 자신의 향을 풍기는 수가 요한을 본다.
아니 노려본다.
“아니, 너를 안을거다.”
“나를…안는…다구요?”
단순한 포옹의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19세 수는 알고 있다.
영화나 만화에서 봤던 것 처럼 강제로 자신을 범하는 요한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역겹다.
그도 역겹고 그에게 몸을 내어주는 자신도 역겨웠다.
두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스쳐가자 아찔해지며 욱하고 화가 올라온다.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은 어려울것 같아진다.
“다시는 나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내 몸에 길들여 주겠어.”
끔찍한 소리었다.
“하…우스운 소리 하지 말아요.”
“과연 우스운 소리일까?”
밥 먹는데 에만 집중하는 남자를 매서운 눈으로 수는 노려본다.
그러나 그러한 수의 눈길이 익숙하다는 듯이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밥을 먹는다.
“미쳤어? 나는 당신 같은 거에게 안길정도로 약하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라고? 당신은 당신밖에 몰라?”
“오랜만에…빛나는군”
고개를 들지 않고 그렇게 말한다.
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움찔한다.
어째서 저 남자는 저토록 아무렇지 않은 걸까,
자신의 친구의 여자에게 어쩜 저렇게 끔찍한 말들을 하는 걸까.
어째서, 무엇이 저이를 저렇게 만든 것일까.
“나는 빛나지 못합니다. 당신이 나를 가두었으니까.”
“당신이라는 단어도 듣기 나쁘지 않아졌어.”
빙긋 웃기까지 한다 역겨워 또다시 역겨워 와서 수는 인상을 찡그린다.
“얼굴 치워요.”
“안고…싶어…”
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요한은 수가 부서지더라도 자신의 품에서 부서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당신이 나를 안는 순간, 나는 죽을거야.”
수의 눈빛에서 생기와 매서움 그리고 경멸이 깃든다.
09
“주는 어쩌려구?”
“아니, 몸이 죽는다는 게 아니지. 영원히 내 목소리,
움직임 하나도 볼 수 없을꺼야. 그때부터 나 수는 없는거니까.”
마음 속에 고여놓은 말을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걸쳐두었던 교복 상의를 가지러 간다.
학교에 빨리 가고 싶었다.
학교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했으면 했다.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었으면 한다.
수는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학교에 가지마.”
요한이 수에게 다시한번 말한다.
명령조로 말하는 그는 여전히 수에게는 경멸의 대상 이었다.
조금이라도 부드러워 진다면,
수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렇다고 해도 소용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는 최요한,
태원의 친구이며 지금 수를 지독하게 원하는 끔찍한 사내였다.
“최요한, 나는 학교에 갈거야.”
그러나 수는 듣지 않는다.
절대로 듣지 않는다.
닫을 수 있다면 귀를 기꺼이 닫아버렸으리라는 것을 요한 또한 알고 있다.
마음의 귀를 닫은 이는 몸의 귀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지마!”
“막지마, 절대로.”
“수!”
“내 이름 부르지마!”
고집을 피우고 수는 밖을 향해 나선다.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때가 있었을까,
그리고 뒤에서 또다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름은 아니지만 자신을 부르는 소리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아가씨!!!!”
…또다시 남자 주의 출현이었다.
짜증이 밀려온다.
절대로 뒤를 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어깨를 잡는 손길 때문에 수는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서게 된다.
그대로 앞을 향해 간다면 손에 의해서 어깨가 망가질 것 같았다.
“…왜?”
“아가씨,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걸음을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면
오로지 지금 이 상황을 탈출 하고 싶단 절망의 목소리 만이 울린다.
그래서 학교를 향하던 발걸음을 돌린다.
아니 수는 돌리려 했다.
그러나 주가 있는한 수는 벗어날 수 없었다.
주가 당연하다는 듯이 수를 가로막고 표정을 굳히며 말한다.
“안됩니다.”
갑자기 높임을 쓰며 지극히 정중하게 변한다.
“…비켜”
“절대 안됩니다.”
가로막고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런 주를 수는 경멸하는 눈길로 노려본다.
“내가…죽기를 바래?”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 한다.
수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주는
수의 얼굴에 강한 결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러나 요한의 명령은 절대적,
함부로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있다.
주는 수를 다시 한번 더 살핀다.
눈에는 슬픔이 있으며 아픔이 고여 있었다.
이대로 만약 간다면 분명히 죽을 것이 분명했다.
빈말이 아니였다.
“…당신의…동생은 어쩌고…”
남자 주도 동생 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수는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이 남자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최요한, 당신 정말…
“내가 죽고나면 내 동생도 죽일까? 정말?”
사랑하는 동생의 목숨을 걸고서?
“형님은….그러실거야.”
고개를 떨구고 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또다시 빠진다.
숨이 막힐 듯이 그의 집착이 수를 조여와서 수는 눈물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사랑하는 동생을 잡혔다.
그리고 집착을 당하고 있는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
누구나 봐도 절망의 끝에 서있는 모습을 가진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저 슬프고 슬퍼서 하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구나.”
발걸음을 다시 돌려서 걸음을 걷는다.
이번에는 정확히 학교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런 수를 주가 따른다.
수는 더 이상 반항할 기운을 얻지 못한다.
그냥 이대로 영혼은 없는 은수로 그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수는 주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영혼을 없는 셈 치자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더 이상 내게는 영혼이 없다라고 최면을 걸어본다.
“쉽지 않구나.”
영혼을 스스로 버리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언니!”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동생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눈물을 보이는 동생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다.
어째서 동생을 울리는 나쁜 언니가 되어 버린 걸까,
어째서 자신은 동생을 슬프게 하는 아프게 하는 그런 나쁜 언니가 되어버린 걸까.
“주…야?”
“언니..나는 견딜 수가 없어. 도망가자”
수의 눈에는 사랑하는 동생인 주가 보였다.
주는 눈물을 가득 담고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주는 여느 때보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수의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를 푹 하고 안았다.
주는 수의 품에 안겨서 하염없이 또다시 운다.
자신의 동생을 울리는 나쁜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저 주를 수는 꼭 안고 같이 눈물을 흘린다.
또다시 슬픔이라는 감정이 밀려 올라온다.
불쌍한 동생,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동생.
10
“작은 아가씨, 이러시면 안됩니다.”
남자 주가 제지하지만 수와 주 둘 다 서로에게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둘은 누구보다 다정한 자매,
부모님이 안 계신 순간부터 서로밖에 보지 않은 소중한 관계였다.
서로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했다.
한사람이 아프면 같이 아프고 한사람이 슬프면 같이 슬퍼했다.
그랬다.
그래서 주는 수의 아픔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태원을 잃고 살 기운을 잃은 수를 살게 하는 것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삼은 요한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미안했다.
소중한 언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도망가면, 어떻게 될까?”
짜릿한 상상, 자유를 얻는 상상이다.
“둘 다 죽습니다. 그리고 저까지요.”
“그래?”
수의 입꼬리가 잔인하게 한쪽으로 비틀어 올라간다.
지독한 절망의 표정.
나를 안는다는 그 잔인하고 끔찍한 남자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다시는 없을 그런 기회.
주위를 둘러보자 역시나 남자 주 말고는 아무도 감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이 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티를 하나도 내지 않는다.
그저 무표정하게 주위를 다시 한번 더 둘러 보았을 뿐이다.
“…그런겁니다.”
한쪽 입꼬리만을 비틀어 올리다,
문득 다시 한번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동생 주를 본다.
사랑하는 동생의 얼굴에는 공포라는 이름의 어둠이 가득 끼어 있었다.
이대로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영원히 슬픔과 고통 속에 잠겨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태원, 사랑하는 주,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수는 도망치고 싶었다.
“미안해. 주”
그렇게 말을 한다.
최소한의 양심,
아니면 최요한에게 죽을지도 모르는 남자 주를 위한 약간의 동정의 마음.
그것을 표현한뒤 수는 순간적으로 발로 아주 강하게 남자의 중심부를 찼다.
남자 주는 그대로 허리를 숙이고 그 끔찍한 고통에 아파하고
수가 동생 주의 손을 잡고 그대로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아주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주야 얼른 달려!”
“아가씨!”
“응!”
상쾌한 자유의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 들어와서
절망의 그늘이 걷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살짝 옅어졌을뿐,
주의 마음속에도 수의 마음속에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즐거웠다.
지금 이렇게 벗어나면 요한은 자신을 찾을까, 수는 생각해본다.
혹시나 자신을 찾는다면 찾게 된다면 다시 절망으로 떨어질까?
“그럴 리가 없잖아.”
“언니”
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럴 리가 없다고,
요한이 자신을 찾을 그럴 일 따위는 죽어도 없을거라고 말한다.
수와 주는 요한의 곁에서 영원히 벗어난다.
아니 벗어나는 듯 보였다.
“그런데…어디로 가야하지?”
갈 곳이 없다.
태원은 없고
지원에게 가면 분명히 잡힐 것이다.
멀리 아주 멀리 적어도 이 도시를 벗어나야만 했다.
“언니, 뒤에서 쫓아올 것 같아.”
일단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수는
숨이 턱 하고 막혀오는 이 공간을 당장에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교복차림의 두 사람은 무조건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서 저만치 자유를 얻기 위해 날아가는 나비처럼 그들은 달린다.
주위의 모든 환경이 긍정적으로 아름답게 변한다.
“윽”
저만치 날아간다.
처음 직접 맞아보는 거라 그런지 아픔은 상상초월이였다.
요한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볍게 파리라도 잡은 듯이 무표정 할뿐이다.
“…찾아와”
“형님…”
주먹을 한번 슥 하고 주의 옷에 닦고서 요한은 빙긋 하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검은색의 정장만큼 짙은 어둠이 깔려있는 얼굴이다.
주위에 있는 형님들의 표정은 주를 측은하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큰형님이 사랑하시는 수 아가씨를 놓친 것은 중범죄,
몇 년동안이나 수 아가씨를 따라다니는 큰형님을 봐온 수많은 형님들이
주를 바라보는 표정은 그야말로 불쌍하다 였다.
어째서 소중한 아가씨를 놓친 것인가.
그것도 우수한 주가 어째서.
“쿨럭…”
형님이라 말하고 바로 주가 기침을 해댄다.
숨이 막혀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그만큼 요한에게 소중한 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는 놓쳤다.
그러나 주는 놓아주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수의 애처로운 표정이,
수의 절망이 가득했던 표정이 주의 기억 속에 있었다.
그대로 살기는 해도 사는 목숨이 아닐 그 눈빛.
“죽여버리기 전에 찾아와, 내 수를 당장 찾아와. 나의 수를 당장!”
눈에서 불이 튄다.
소유하고 싶은 여자를 놓친 남자는 그만큼 표정에 절망이 묻어나는 것일까,
사랑을 믿지 않는,
해보지 않은 주는 그런 요한을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이 그토록 사람을 집착하게 만드는 걸까?
무엇이 한 여자를 저렇게 원하게 만드는 것일까?
저것이 과연 사랑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큰형님.”
“다시 말하게 만들지 마라, 찾아와라”
당장 앞에 없으면 죽을 것 같았다.
이젠 수가 없으면 요한은 안된다.
사랑스러운 무표정이 없으면 안되고 밥먹을 때 깨작거리는 수가 없으면 안된다.
치명적인 중독은 그녀가 곁에 없을 때 더욱 제힘을 발휘해 요한을 아프게 만든다.
“…소유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하니까 소유하려 하는 것이다. 찾아와라, 두 번의 기회는 없다.”
“형님…”
얻을 수 없는 것을 소유하려는 남자 또한 불쌍하다 주는 생각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주. 찾아와. 수랑 주 둘 다 찾아와. 둘 다 내 눈앞에 당장 데리고 와.”
그리고 요한은 멀어져가고 한 대의 영향으로 주는 그대로 픽 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맷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요한의 파워는…
“형님을 화나게 하지 마. 아가씨를 찾는 일은 나도 도와주마”
온화한 성격의 형님이 그렇게 말하자 주는 아픔보다는 궁금증이 더욱 증폭 되었다.
어째서 저렇게 하는걸까?
무엇이 저이를 저렇게 까지 만든 것일까?
“그렇지만, 형님. 수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죠?”
“…차가운 큰형님을 웃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지.”
“형님이… 차가웠습니까?”
“차라리 얼음이 덜 차갑다고 할까?”
웃는다, 그리고 주의 배를 툭하고 친다.
“아”
“그래도 형님이 너를 아끼니까 이만큼 때린거다.”